과거 태초의 전쟁에서 활약한 검사 드래곤

 "아주 나약하고, 나약하구나..."

앙그라는 한 전장을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전장은 승패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사투 중이었다. 수많은 드래곤과 사람이 죽어가고 또다시 절망에 빠질 때쯤, 한 곳에서 강렬한 섬광이 빛났다.

"강렬한 빛은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없군."

앙그라는 빛의 검을 휘두르는 카루라의 모습을 보았다. 카루라는 꺾이지 않는 의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옆에서 죽어 나가는 드래곤을 지켜보면서도, 패배라곤 모르는 표정이었다.

앙그라는 그 모습을 보며 어딘지 모를 뒤틀린 감정을 느꼈다. 아주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도 저리 목숨을 걸고 뛰어들다니!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라 생각하며 이 전쟁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카루라는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불안정한 바람의 힘에 당황하였다. 큰바람은 돌풍을 몰고 왔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모든 적을 쓸어버렸다.

"이렇게 쉽게 끝날 싸움을 오래도 하는구나."

카루라는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앙그라의 모습에 숨 막히는 감정을 느꼈다. 압도적으로 강한 힘과 동시에 끝없는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이라 생각하며 그를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이 드래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카루라는 앙그라를 보며 그리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