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뜨거운 태양이 모든것을 태워버릴 것 마냥 모레사장을 내리쬐고 있을 때였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정오의 햇쌀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따듯한 미풍은 모레사장 주변에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잡초들을 이리저리 가볍게 흔들었다. 부드러운 거품을 이는 파도는 흠뻑 모레를 머금은채 해안가로 밀러들며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에 일정한 파도소리를 더하였다. 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모레사장을 뒤로 하고 얉은 바닷물에 나의 발목을 담근체로 멀리서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내음을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눈부신 해안가를 담요처럼 덮은 부드러운 파도들은 나에게 장난이라도 치는것 마냥 멀리 깊은 바다로 도망갔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내 발목을 적셨다. 나는 이 아름다운 바다는 더욱 즐기고 싶었던지라 조심스럽게 내 몸을 낮추어 파도소리를 자세히 들어 보았다ㅡ 가히 신비롭다고 해야 했다. 작지만 수많은 모레 알갱이들이 파도가 밀려 들어오는 박자에 맞춰 춤을추듯 서로에게 부딫치며 비단결들이 바람에 흩날리는듯한 소리를 내었다.ㅡ 나는 신비로운 기분에 사로잡혀 몸의 피로도 못 느낀채로 한동안 경직된 자세로 시간을 보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에는 몸이 살짝 뻐근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공허하고 푸른하늘을 똑바로 처다보았다. 태양의 강렬한 빛이 잠시 나의 시야를 방해하였지만 나는 하늘의 짙고 신비로운 푸른빛을 단번에 볼 수 있었다. 나는 이번엔 고개를 살짝 움직여 수평선에 시점을 맞추어 보았는데 바다의 짙은 푸른색과 하늘의 공허한 푸른색이 마치 칼로 자른듯이 갈라져있어 보였다. 수평선을 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을 때 무언가가 파도에 쓸려와 내 발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났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발을 건드리는 그 무언가를 처다 보았는데 분홍빛이 감도는 작은 산호 조각들 이었다. 나는 더 자세히 보려 했지만 뒤이어 밀려온 파도가 그 신호 조각들을 다시 바다속으로 끌고 사라졌다. 나는 좀더 자세히 보고 싶었던 마음을 뒤로 한 채로 거품을 이는 파도들을 찰박찰박 밟으며 모레사장으로 향했다. 모레사장에 도착하니 뜨거운 모레사장의 열기가 나를 반겼다. 머리위의 강렬한 정오의 햇쌀 때문에 눈을 찌푸린 채로 모레사장 건너 어두침침한 숲을 슬쩍 보았다가 이질적인
풀들의 움직임으로 보고는 짐짓 놀라며 발을 놀려 그쪽으로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점차 그곳에 가까워지자 드래곤의 것으로 짐작되는 연분홍색의 갈기가 길게 자란 잡초들 사이로 살짝씩 보였다 말았다 하였다. 나는 그 드래곤이 나를 보고는 놀라 달아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는 대략 10발자국 거리 에서 멀찍히 지켜보며 그 드래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잡초가 잠시 격하게 흔들리더니 짙은 풀들 사이로 연분홍색 갈기를 가진 어떤 드래곤이 해안가 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그 드래곤은 나를 눈치 못챈것 같았는데 나는 그때를 틈다 그 드래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연분홍색 갈기에 뽀송해 보이는 귀와 발 이런 것들을 미루워 보았을 때 해안가에 사는 일반적인 드래곤은 아닌것 같았다. 나는 습관처럼 더욱 자세히 보기위해 나의 영롱한 푸른색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드래곤을 머리 부터 꼬리 끝까지 자세히 살피다가 부끄럽게도 그 드래곤과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그 드래곤은 그동안 나의 자취를 알아채지 못하였기에 눈의 휘둥그래지며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멀리서도 보였다. 나는 최대한 그에게 적의가 없는 것을 보이며 위협적이지 않은 태도로 살포시 모레위에 앉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다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참을성있게 그를 기다리면서도 호기심에 꼬리가 들썩이는 것을 참을수 없었다. 고요하고 외로운 이 해변에 브라이트계 셀트나종족 빼고는 드래곤들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해안가에 거주하지 않는듯한 드래곤이면 더욱더 희귀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을 즈음 그는 어느세 대화를 나눌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가 가까이 오자 나는 멀리선 볼 수 없던 특징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온화해 보이는 얼굴 이며 귀 근처에 난 솜털 같은 것들 말이다. 미묘한 기류가 나와 그를 오가며 나는 그에게 말을 먼저 시작하라고 그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내 미소의 의미를 알아 차린 것인지 입을 열었다.
" 혹시 이 해안가에 거주하시는 분 이시오? 아, 영역침범에 민감하신 분 이시라면 소인이 사과드리오... "
역시 온화한 생김새에 걸맞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는 영역침범에 대해 말을하다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공격적으로 나올까봐 걱정된 것 이겠지. 나는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영역침범에는 민감하지 않다는 걸 그에게 나타내며 말을 이었다.
" 네, 이 해안가에 살고 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해안가엔 어떻게 도달하신 것인지 묻고 싶네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해안가에는 오랜시간동안 다른 드래곤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았거든요... "
나는 최대한 온화하고 공손하게 말을 하고는 주변에 햇쌀을 가려줄만한 나무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가 내 말에 잠시 생각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 음.., 말하자면 길어 질수 있소.. 혹시 이곳에 이 강렬한 햇쌀을 피할만한 곳을 내어줄수 있겠소? 해가 소인의 털을 장작태우듯 구워버리는것
같소... "
나는 기다렸다는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가 방금 알아봐 두었던 커다란 야자수 아래로 그를 안내 하였다. 큼직한 야자수의 잎사귀가 두 드래곤이 편히 쉴수 있는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워 주어서 담화를 나누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그가 편히 앉을 수 있게 마른 야자수 잎이나 잔풀들을 까슬까슬한 모레위에 깔아 주며 그가 목이 마를 것을 대비하여 코코넛들을 그에게 몇개 권하였다. 그는 나의 선물에 공손하게 감사의 표시를 보이며 자신이 어떻게 이 해안에 도달 하였는지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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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세 해가 수평선으로 사라지고 별들이 초롱초롱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즈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었다. 대단히 인상깊고 흥미로운 이야기 였던지라 나는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용암같았던 뜨거운 모레사장은 언제 그랬냐는듯 차갑게 식어 해안가에 차가운 분위기를 더히였다. 저 멀리 수평선 사이로 기운 달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그는 장대한 이야기를 끝마치고는 주변을 놀란듯 둘러보며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하였다.
" 이렇게까지 시간이 지날지는 몰랐소, 소인이 소저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 건 아닌가 모르겠소, 미안하오... "
나는 공손한 그의 태도에 놀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가볍게 그에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 아뇨,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낸것 같아 감사합니다... 이 해변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거든요... 밤이 되면 쌀쌀하고 달의 냉기를 품어 차가워지는 해안가에 오고 싶어하는 용이 어디있겠어요.. 다른 이름이 자자하고 예쁜 해안가는 많으니까요... 밤이 되어 청초한 달이 빛날 때에는 외로워지는데.., 오늘은 저에게 몇없는 특별한 날이에요. 그나저나 아직까지도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것 같네요..저는 숄이라 합니다"
" 산호라 하오 "
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는 예쁜이름이라 말을 하였다. 나는 나의 처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씁슬한 웃을을 지어보이며 하늘을 향해 조용히 떠오르는 달을 멍하게 처다보았다. 달이 떠오르면 늘 혼자가되는 느낌은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나의 마음 한켠을 차갑게 하였다. 매일밤 냉기를 머금은 날선 바람은 외로움을 얹은채로 나를 스쳐지나 갔다.오직 밤하늘의 별들만이 나의 친구가 되어 나를 비추었다. 괜찮다 되내어도 외로움이란 차가운 감정은 무기력한 생명체를 거대한 파도가 휩쓸듯이 나를 매일밤 이리저리 휘저어 놓았다. 그럴때면 내 일생중 몇 안되는 그동안 만났던 드래곤들을 찬찬히 곱씨ㅂ( 아니 이게 욕설?? )어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찌보면 나의 운명은 외로운것일 지라.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무심코 이렇게 만난 그마저도 인연없이 헤어질까 두려워 졌다. 그 마저도 떠난다면 끝없는 기다림은 나를 삼키고 하염없이 비슷한 날만 반복될 것이 뻔했다. 한단어가 내 머릿속을 유성처럼 스쳐지나 갔다. 나에겐 생소하면서도 매일밤 생각하던 그런 모순적인 단어, 입밖으로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간신히 그 단어를 입밖으로 내려다가 그도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가 나에게 먼저 말을 하라 일렀다. 나는 그의 눈을 맞추며 부드러운 파도처럼 말을 이었다.
"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
내가 말을 흐리며 뜸을 들이자 그가 온화하게 나에게 괜찮으니 말을 하라 말했다.
" 저하고 친구 해주실수 있을까요? "
정막만이 감도는 해안가에 청초한 달의 푸른빛이 두 드래곤을 비추었다.

이름 :: 숄
성별 :: 여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입니다 !! 잘 부탁 드려요

성체 ver.
(자작룡 준비중...
+
곱씨ㅂ다 의 씸( 원래는 ㅂ 받침 ) 욕으로 인식이 되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