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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여긴...?
즈믄: 하늘왕궁 기구 선착장이야! 녀석이 우리를 여기로 텔레포트 시켰어!
누리: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드래곤 슬레이어인가 뭔가 하는 게 깨어났다면...?
헥토르: ...
즈믄: 헉! 이 배신자! 네가 저질러 놓은 광경을 보니 속이 좀 후련하냐?!
헥토르: ...제가 저지른 이 터무니없는 일에 대해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궁으로 돌아가시죠. 지금 발생한 상황은 물론, 제 죄까지 숨김없이 왕녀님께 이실직고하겠습니다.
(왕궁으로 돌아간 후)
왕궁 본체는 무사했다. 알현실의 일부 기물이 파손됐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였다. 물론 왕궁 사람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었다. 왕녀만이 애써 차분한 모습을 유지할 뿐. 헥토르는 자신이 벌인 짓에 대해 왕녀에게 순순히 고백했다. 조금의 가감도 없이. 왕궁 사람들은 경악했고, 곧이어 경비대가 달려와 헥토르를 포승줄로 묶었다.
헥토르: ...죄송합니다.
헥토르는 잔뜩 목이 메인 목소리로 낮게 말하고는, 알현실 밖으로 끌려 나갔다. 불호령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왕녀는 의외로 침통한 표정이였다...
루나 왕녀: ...바보같은 사람...
누리: 저... 왕녀님?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즈믄: (그걸 꼭 이 삭막하고 어색하며 비통하기까지 한 분위기에서 물어야 해?!)
누리: (그럼 어떡하라고! 계속 이렇게 뻘쭘하게 서있기만 할 거야!?)
루나 왕녀: 유타칸으로 내려가실 수 있도록 기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누리: 그 말씀인 즉슨... 저희더러 돌아가라는 말씀이신가요?
루나 왕녀: 드래곤 슬레이어는 너무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탓에, 아직 몸이 약간 굳어 있습니다. 만약 몸이 완전히 풀려 활동하기 시작하면, 이곳 본채도 무사할 수 없습니다. 아직 안전할 때 어서 떠나십시오.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이니, 이제부터는 제가 놈을 맡겠습니다.
즈믄: 왕녀님, 어차피 드래곤 슬레이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유타칸도 무사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이 사건을 매듭짓고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더 이상의 피해자도 생기지 않겠고요.
루나 왕녀: 매듭짓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왕궁의 가디언들도 모두 드래곤 슬레이어의 수하가 되었습니다.
즈믄: 맙소사! 혹시... 가디언들의 존재 이유 자체가 잠들어 있던 고대 드래곤의 수호였던 건가요?
루나 왕녀: 그렇습니다. 가디언은 드래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 고대 드래곤이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 지금도 그 존재의 목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누라: 그럼... 몬스터들이 왕국 곳곳을 침략했을 때 가디언들은 안 나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거였군요... 히잉~! 죄송해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왕녀님을 비난했는데...
루나 왕녀: 괜찮습니다. 고대 드래곤의 존재를 숨기고 지키는 사명을 받으면서 충분히 각오했던 일이니까요. 저는 이곳에 남아 제 사명을 완수하려 합니다. 곧 큰 싸움이 시작될 겁니다. 싸움이 시작되면, 이곳에 있는 누구도 무사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휘말리지 말고 돌아가십시오.
누리: 에에? 설마, 왕녀님이 직접 드래곤 슬레이어와 싸우시겠다는 건가요?
즈믄: 안 됩니다! 아무리 왕녀님이 신족이라고 하셔도, 전투 경험은 전혀 없잖아요! 승산이 전혀 없습니다!
루나 왕녀: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닙니다. 성스러운 정령들의 힘을 빌어 싸울 겁니다.
누리: ...정령이요? 그게 뭐죠?
루나 왕녀: 이 세계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주인입니다. 모든 원소들은 정령의 힘으로써 비로소 원소로 존재하죠. 그들의 성스러운 힘이라면, 타락한 드래곤에게 분명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겁니다.
왕녀의 눈빛은 결연했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해치우기 위해서는 목숨도 내놓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다. 왕녀의 죽음은 헥토르나 레오나 뿐만이 아닌, 왕국 전체의 슬픔이 될 테니...
누리: 어... 그러면, 왕녀님이 정령의 힘을 빌어 드래곤 슬레이어와 1대 1로 싸우시겠다는 건가요?
즈믄: (이거 또 무슨 엄한 얘기를 하려나 슬슬 불안해 지는데...)
누리: 그러면 우리가 데리고 있는 드래곤들에게 정령의 힘을 빌려주는 건 어때요? 정령의 힘으로 강해진 드래곤이 많을수록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머릿수가 되니까요.
즈믄: 맞아! 다수의 드래곤들에게 정령의 힘을 부여하여 협공하면 드래곤 슬레이어와도 해볼만 하겠어! 살다살다 누리가 이렇게 기똥찬 아이디어를 내놓는 날이 올 줄이야!
누리: 내가 원래 좀 똑똑하잖아! 헤헷!
즈믄: ...어이. 사실 방금 전에 그 칭찬, 너 비꼬는 말이였어...
루나 왕녀: 아쉽지만, 드래곤에게 정령의 힘을 부여하는 건 무리입니다.
왕녀의 한마디에 즈믄과 누리는 동시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루나 왕녀: 본디 정령이란 현실 세계와 정령계를 오가는 자유로운 존재... 신족인 저는 어렵지 않게 정령들과 소통하여 힘을 빌릴 수 있지만, 드래곤에게는 무리입니다. 강력한 마법 매개체를 통해 정령들을 현실 세게로 소환할 수 있다면 모를까...
왕녀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일이지? 라고 의문을 품은 바로 그 순간,
즈믄: 디바인 스톤! 디바인 스톤의 강력한 마력이라면 정령을 소환할 매개체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디바인 스톤이 엄청나게 많이 매장된 장소를 알고 있지요. 바로 광산입니다!
루나 왕녀: 하지만 정령이 소환되어 현실 세계에 발이 묶인다면, 힘을 일부 잃을 수가 있습니다.
누리: 대신 우리에게는 수많은 드래곤들이 있잖아요! 각각의 드래곤들에게 정령의 힘을 빌려준다면...!
루나 왕녀: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이건 제가 처리할 일입니다. 무모한 모험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리: 더 이상 완녀님만의 일이 아니예요. 이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이상,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해요.
루나 왕녀: ... 저는당신들을 닦달하고 모질게 대했는데.. 당신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저를 돕는군요...
즈믄: 저희는 그저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랄 뿐이니까요. 그러니, 저희가 광산의 디바인 스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루나 왕녀: 저는 허락하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백성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누리: 걱정 마세요! 미소녀인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한 이 드래곤 테이머가 잘 설득하겠습니다!!
즈믄: ...제발 그런 불상사는 일으키지 말아줘...
언제 드래곤 슬레이어가 활동할지 모른다. 서둘러 광산으로 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