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호호호홋! 오늘 파티의 주인공들이 드디어 오셨군요!
이 목소리는 설마...! 곧이어 우리의 얼굴에 씌어져 있던 두건이 벗겨졌다.
아스타로트: 누추한 탑의 꼭대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호호호홋!
즈믄: 아스타로트! 대체 이 탑에서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냐!
누리: 저기... 즈믄... 내가 잘못 보는 거지...? 아스타로트 옆에 서있는 저 사람...
헥토르: .....
나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왜 헥토르가 저기에...? 설마?!
즈믄: 헥토르 님! 왜 거기에...!
누리: 헥토르 님도 붙잡힌 거죠? 그렇죠...? 제발 그렇다고 말해 주세요...
헥토르: ...미안합니다.
즈믄: 야 이 나쁜 놈아!!! 마차에 숨어 잠입하자는 얘기가 이걸 위해서였냐?! 하늘 왕국에서 오로지 너만 믿고 함께 모험했는데... 그 대가가 고작 이거야?!
아스타로트: 흑흑흑! 정말 눈물 없이는 못 볼 장면이로군요. 동료의 배신을 마주한 용사들이라니... 제가 이래서 희극보다 비극을 더 좋아한답니다! 이렇게 훨씬 극적이거든요! 호호호홋!
누리: 헥토르 님...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러시면 더더욱 왕녀님으로부터 멀어진다고요!
즈믄: 뭐야? 갑자기 난데없이 웬 왕녀님?
누리: 헥토르 님은 왕녀님을 흠모하고 계신 것 같아. 그래서 왕녀님에 대한 비난에 늘 적극적으로 맞서온 거였고...
아... 누리의 설명을 듣고 나니, 헥토르의 언행들이 비로소 이해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점이 여전히 남는다. 그런 헥토르가 왜 우릴 배신한 거지?
헥토르: ...누리 님의 추측이 맞습니다. 하지만, 왕녀님을 흠모하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즈믄: 헛소리하고 있네! 보나마나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악당과 야합한 주제에!!
헥토르: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왕녀님을 그 저주받은 숙명에서 해방시켜 드리려고...!
저주받은 숙명? 왕녀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었나?
헥토르: 갓 기사단에 들어왔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왕녀님의 미소를 본 적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죠. 단 한번 봤을 뿐인데 천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을 만큼...
누리: (처, 천년?!?!?)
즈믄: (왕녀님이 레오나 님의 언니라는 걸 잊었어? 여신의 호위기사라면 최소 데미갓 쯤은 되겠지.) -데미갓은 반만 신이라는 뜻입니다
헥토르: 하지만 다시는 왕녀님의 미소를 볼 수 없었습니다. 왕녀님의 얼굴에는 늘 근심만 가득했죠. 왕녀님은 원래 아름답고 따뜻하신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왕녀님을 망쳐놓았어요! 창조신께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왕녀님께 내리신 후부터 그 분은 변하였습니다. 그래서 그것만 없어진다면... 왕녀님이 다시 웃음을 되찾으실 거라 생각해서 결국...
즈믄: 잠깐, 잠깐! 아까부터 계속 대명사로 지칭하는 '그것'이라는 게 대체 뭐야?
아스타로트: 이런이런~ 그런 중대한 사안을 여태까지 꽁꽁 숨겨놓으셨던 겁니까? 지금까지 아무 것도 모르는 드래곤 테이머들을 이용해오신 건가요? 이거 실망이군요! 오호홋!
헥토르: 닥쳐라! '그것'의 존재가 외부인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왕국의 방침 때문이였다!
아스타로트: 이런~동고동락한 드래곤 테이머들에게 끝까지 비밀로 부치려는 매정한 기사님이로군요! 그렇다면 제가 대신 알려드리죠! 저분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알아야 할 자격이 있으니까요!
헥토르: 안 돼! 그만 둬!!
아스타로트: 자, 여러분. 대체 왜 왕녀님이 왕궁 수호에만 집착하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셨나요? 바로 왕궁 지하에 고대 드래곤이 가사 상태로 잠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호호호호홋!!
누리: !!
즈믄: !!
고대 드래곤이라고?!
아스타로트: 창조신 아모르님의 애정과 왕녀님의 정성 덕분에, 아주 잘 잠들어 있죠.
즈믄: 아... 예전에 들어봤던 얘기야. 풍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 있었을 줄이야!!!
즈믄은 자신이 알고 있던 얘기를 나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