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같이 뜨거운 벼락을 내려치는 번개 드래곤
어둠을 사랑하는 자만이 알 수 있는 기운이 있다. 그것은 외로움, 공포, 분노, 이기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었다.
고요, 안정, 평화... 피데스가 느낀 어둠은 이리도 평화로운 감정이었기에, 피데스는 어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피데스는 어둠 속에서 벼락을 내려쳤다. 벼락을 내려칠 때면, 심장까지 저릿해지는 고동이 느껴지곤 하였다.
피데스는 언제나 어둠 속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자신과 대결할 드래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했다. 벼락은 끝없이 짙은 어둠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알릴 방법이었기에, 피데스는 멈추지 않고 벼락을 내려쳤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어둠이 가라앉은 밤. 피데스는 자신이 내려친 벼락 사이를 날렵하게 오가며 고요한 어둠 아래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드래곤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승리의 기쁨일까, 쾌감의 분함일까.
피데스는 승리를 쟁취한 드래곤과의 대결을 꿈꾸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피데스의 발이 멈춘 곳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쓰러져 있었으며, 쓰러진 몬스터들 위로 군림한 것은 한 마리의 드래곤이었다.
"어째서 이리 많은 몬스터와 대결한 거지? 너처럼 강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나약한 몬스터는 금방 목숨을 잃을 것이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멋대로 활개 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필요한가?"
피데스는 어둠의 사랑을 받는 드래곤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다크닉스는 어둠의 기운에 감싸져 있었으며, 그 기운은 온전히 다크닉스에게서만 느껴지고 있었다. 오로지 다크닉스만을 위해 더욱 깊은 어둠을 만들어 내는 어둠의 기운은 처음 느껴볼 정도로 짙은 고요를 담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어둠은 어떤 거지?"
피데스가 물었다. 다크닉스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난 고요하고 평화로운 어둠을 지속할 뿐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어둠 속에서, 벼락을 내려치며 지내는 것만이 피데스의 유일한 행복이었기에. 피데스는 그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
"다크닉스, 나도 그 뜻을 같이하고 싶군."
"그렇다면 너의 힘을 시험해 봐야겠지."
다크닉스가 날개를 펼쳤다. 다크닉스의 날갯짓에서 느껴지는 어둠의 기운이 순식간에 숲을 채웠다. 피데스는 재빠르게 어둠 속을 날아 벼락을 내려칠 준비를 하였다.
하늘에서 커다란 벼락이 내려쳤다. 두 드래곤은 서로를 잡기 위해 하늘을 비행했다. 누구보다 재빠른 피데스의 발끝까지, 다크닉스가 내뿜는 어둠의 기운이 느껴졌다.
두 드래곤은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싸움을 이어갔다. 어두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려치는 번개와 숲에서 흩어진 어둠의 기운은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몬스터가 도망친 숲. 두 드래곤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크닉스는 피데스의 강함을 인정하여 뜻을 함께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