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방심이었다.
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나 또한 사람이기에 인기척 없이 접근하는 그녀를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새 뒤로 다가 온 그녀가 나의 배경 화면을 보았을 때, 나는 손에서 휴대폰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휴대폰, 이상하단 듯이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
배경 화면을 본 건가?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 착각의 시간, 그 어느 순간보다 길었던 5초의 짧은 적막이 지났을 무렵, 나의 뒷덜미는 나의 어릴 적 머리부터 흐르던 흰 우유가 만든 백색의 계곡 마냥 줄줄 흘러내리며 절망으로 흐르는 식은 땀으로 적셔졌다.
그녀가 나의 휴대폰을 주움으로써 그 적막은 깨졌다.
아차 싶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그 행동은 내 휴대폰에서 떨어지는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이 막아 섰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내 휴대폰은 빛을 잃었다.
수리비를 생각하면 앞날이 깜깜하지만, 그럼에도 배경 화면을 들키지 않았을 가능성에 나는 안도했다.
그녀는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눈빛은 날 추궁하는 듯 했다.
무엇을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는지, 들키면 안될 것이었는지
그런 시선이 날 옭아매었다.
이미 나는 그녀의 손아귀에 있다.
최대한 빠르게 변명을 생각하려 눈을 이리저리 굴렸지만,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작된 우리 둘 사이의 공백, 벽에 걸린 시계만이 째깍 째깍 소리를 내며 조금씩 움직일 뿐 이었다.
또 다시 그 공백을 깬 건, 나의 휴대폰이 잃었던 빛을 다시 찾아 환하게 빛낼 때였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나의 휴대폰, 그렇게 나는 꽁꽁 숨겨왔던 나의 배경 화면을 들키게 되었다.

"엑 뭐야 이게, 너 이런 걸 배경으로 쓰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