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형의 가족들이 나의 집에 찾아 왔다.
누추한 아저씨가 혼자 사는 집에 무슨 볼 일이 있어 찾아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형과 형수, 그리고 조카를 보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런 그들에게 커피 3잔과 오렌지 주스, 그리고 약간의 다과를 내놓았다.
그러자 조카의 표정이 어딘가 언짢아 보인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자기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나도, 형도, 형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불 같이 화를 내는 조카, 그런 그녀에게 내 몫의 커피를 주었다.
빼앗긴 내 커피를 대신 할 그녀의 오렌지 주스를 내 쪽으로 끌어왔고, 우리는 모두 한 마음인 듯, 각자의 앞에 있는 커피(주스)를 홀짝였다.
"삼촌!! 오렌지 주스!! 빨리!!"
그녀가 내 손에 쥐어진 오렌지 주스를 가로채 갔다.
한 번 크게, 오렌지 주스를 들이켠 그녀는 진정 됐다는 듯 말하였다.
"이런 쓴 걸 어른들은 도대체 왜 마시는 거야."
우리는 또 한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른스러운 척을 해도 아직 애는 애구나.
우리가 웃는 걸 본 그녀의 얼굴은 새빨간 사과처럼 되었고, 빠른 발걸음으로 집의 빈 방으로 들어갔다.
많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잠시 놔두고, 나는 형과 일상적인 담소를 나누었다.
그래도 꼭 빠지지 않는 나의 이야기.
혼자 사는 건 불편하지 않은지, 결혼은 언제 할 건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다. 때가 되면 하겠지. 하는 말로 그냥 웃어 넘긴다.
슬슬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왜 나를 찾아 온 건지 물었다.
형 네 가족이 아무일 없이 나를 찾아올 사람들이 아니다.
분명 나에게 무언가 요구를 하거나,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약간 긴장했다. 하지만, 그 긴장은 바로 풀려버렸다.
형수가 말한 오늘 찾아온 이유는, 곧 있을 조카의 학교 축제에서, 조카가 연습한 춤을 나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내 얼굴엔 웃음 꽃이 피기 시작했다. 헤실헤실한 얼굴.
하지만 그녀도 동의한 것인지, 하는 생각에 약간은 불안도 꽃을 피웠다
허나 그런 나의 생각은 허사라는 듯 이내 지워졌다.
"애가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했어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다급한 목소리로 조카를 불렀다.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그런 그녀를 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그녀도 이해를 했다는 듯 짧은 한마디와 함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삼촌한테 이걸 보여줘야 하는 건데"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녀의 말은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함이라는 걸.
그녀가 춤을 출 때 마다 내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고, 귀에 걸리기 직전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마지막 동작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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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마지막 손 하트는 빼자. 음. 그게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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