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프롤로그.
땅이 갈라진다. 용암이 치솟는다. 어질어질한 이 상황에서 한 남자아이가 모든것을 제쳐두고 뛰고 있었다. 뛰고, 뛰고... 계속 뛰지만 끊이지 않는 소음들이 귀를 파고든다. 해일이 자기를 쫓듯이 몰려온다. 남자아이는 정신이 없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살기 위한 본능으로 뛰었다.
결국 아무 것도 없는 절벽이 앞에 나타났다.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갈곳은 없었다. 그때였다.
\'살고 싶지?\'
흠칫했지만 계속해서 듣는다. 해일이 저쪽에서 밀려오지만 할수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낭떠러지로 뛰어들어. 너의 새로운 삶이 시작돼도록. 아무 생각 할 필요 없어. 선택권이 없잖아?\'
남자아이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시도해보는게 이 상황에 제일 나은 선택권 같았다.
펄쩍-
그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뛰어내렸다. 떨어졌다. 계속해서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졌다. 끝이 없었지만 어느샌가 빛이 일렁였다. 롤러코스터 타는것보다 속이 더 울렁였다. 그리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환영합니다, 소년이여.\'
누군지 모르지만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1 스토리(?)
\"으음?\"
일어나봤더니 숲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기억을 뒤져 보지만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뭘 해야 할까.
\"뭐야? 왠 인간.\"
깜짝 놀라며 소년은 뒤를 돌았다. 그리고 그는 눈이 휘동그래져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드드드드드, 드래곤...?!\"
\"뭐야 이 인간. 저능아인가. 드래곤 처음봐?! 앙?!\"
만화같은 일이 아닐수가 없다. 드래곤이라니. 그의 하늘색과 보라색 피부는 반들반들해보였지만 비늘이 조금씩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여긴 함부로 들어왔다간,\"
꿀꺽-
소년의 침 삼키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깨액- 이라고.\"
드래곤은 손을 목에 대고 옆으로 쭉 가르듯이 움직였다. 소년은 발작 일으키듯 벌벌 떨었다. 하지만 조금, 아주 조금 진정하고 물었다.
\"그, 그래서 저에게 할말은..?\"
\"에엥?! 으아, 돌겠네.\"
드래곤, 그러니까 슈팅스타는 이런 인간은 처음이다. 드래곤을 보면 어떤 인간이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죄를 하며 떤다. 근데 할말이라니. 그런건 없다. 그저 소년을 가지고 잠깐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하다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보면 슈팅스타는 할말이 없다. 그의 눈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빛밖에 나지 않았다. 괜히 그가 괘씸해졌다. 하지만 슈팅스타도 물어볼게 있었다.
\"근데 인간. 머리에 그건 뭐냐? 새로나온 스타일인가.\"
\"네?\"
소년은 어리둥절해하며 그의 머리를 만져본다. 무언가 만져진다. 꼭 고양이귀같이... 떼려고 했지만 아팠다. 꼭 자기 몸같이.
\"이게 뭐야? 응? 이건 또 뭐야?!\"
그의 꼬리뼈쪽에서부터 이어진 꼬리도 보인다. 고양이 꼬리다! 확실한 고양이 꼬리였다.
\"흐에에에에에엣!! 이게뭐얏!!\"
정말 고양이가 된 것 같았지만 달라진 건 그것뿐이었다.
\"그게 뭔지 몰라? 거 참. 아는게 뭐야?\"
\"하,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허허. 기억상실증이야? 후우, 이름도 없어?\"
\"네에...\"
\'근데 잠깐.\'
슈팅스타는 무언가 이상해졌다. 그가 인간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말해준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이상한 오오라가 풍겼다. 그와 친해져야 한달까. 여튼 이상하게 그랬다.
슈팅스타는 귀찮은건 질색이다. 그런 생각을 하기엔 그는 너무 게을렀다. 생각하는건 그만두고 그를 향해 돌았다.
\"네 이름은, 하루다. 너랑 있다간 하루하루가 정말 귀찮아질것 같거든.\"
\"네? 왜요. 갑자기 친절하게 이름도 지어주시고.\"
\"시꺼! 그런건 알 필요 없어.\"
슈팅스타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하루는 기절하는줄 알았다. 슈팅스타가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너, 너무 귀여운데요.\"
\"뭐엇!? 이, 이, 인간 주제에 감히!\"
\"푸하하, 그러니까 너무 늙은 것같아요.\"
\"다시한번 말해봐.\"
슈팅스타가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하루는 기겁을 했다. 변신로봇같이 가지가지 성격이 나온다.
\"히, 히끅.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래야지.\"
슈팅스타는 \'헹\'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이만.\"
그를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은 어느샌가 가셨다. 그는 다시 할일을 하러 뒤로 돌았다.
\"ㄴ, 네엣? 그럼 저는요!\"
\"잘 살아야지. 내가 니 인생을 도와주리?\"
\"하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슈팅스타를 보는 하루는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같았다. 애절한 눈빛에 슈팅슈타는 넘어가버렸다.
\"그, 그래. 데려가주지.\"
턱-
하루의 머리위에 슈팅스타의 손이 올려졌다. 슈팅스타는 괜히 기분이 어색해졌다.
\"왓-! 감사합니다. 헤헤.. 근데 너무 무거워요.. 낑..\"
그렇게 그들의 만남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