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In The Web
늘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대주교의 앞에 클라이드가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다. 그는 가끔 저 대주교의 얼굴이 한대 패주기 딱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도 그럴것이, 대주교가 권력을 잡은지 꽤 오랜 시간, 기록된 것만 쳐도 한 20년이 지났는데도 얼굴 생긴게 그대로여서 아모르의 축복을 받아 젊은 모습으로 살고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고 클라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그 믿음이 비뚤어져서 '자기만 신의 축복을 누리고 자빠진 대주교' 정도로 그에게 각인되어, 혼자 이득을 취하는 그를 한대 팍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뿐. 그닥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는 클라이드를 앞에 두고도 대주교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형제님. 왜 제가 당신을 불렀는지...알고 계시는지요."
"모릅니다. 대주교님."
얼굴을 바닥으로 향한 클라이드가 애써 자기 표정을 감춘다. 그가 자기 안의 어두운 생각들을 잠시 밀어놓는 동안에도 대주교의 미소는 여전히 인자했다.
"다름이 아니라...요즘 발견되는 기이한 기계 말입니다."
"아. 예에. 그 장난감들..."
"그것들을 형제님도 접해본적이 있으시지요?"
"예에..."
"그렇다면...그것들이 과학의 집결체라는 것도요."
"예에..."
"아무래도, 그 사실이 저희 교단에 위협이 될 듯 합니다."
"예에...예? 어째서..."
클라이드는 대충 대답하다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대주교의 눈치를 살폈다. 대주교의 미소는 여전히 인자했다. 마치 밀랍틀로 찍어놓은 것 같이. 그 미소를 볼 때면, 위화감이 심하다고 그는 생각해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을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한 그의 꼬인 시선은 그 얼굴을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들은...저희 아모르 교단에서 금지한, 과학의 연구 부산물 정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제멋대로 이 유타칸과 신성왕국 엘피스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아..."
'니 권력에 방해가 되신다, 이거구만?'
그는 자신의 생각이 대주교에게 닿지 않기를 소망했다. 아니, 사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적이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었다. 항상 인자해보이는 사제의 탈을 쓴 그의 가면 너머에 도사린 악마적 존재를 눈치채도록 놔뒀다간 손가락질이 오갈 것임은 당연지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그였기에. 대주교의 목소리만이 방 안을 울린다.
"이것은 분명한 이단들의 소행입니다. 사제님이 반드시 막아주셔야 합니다. 그 기계들이 퍼져나가는 것을 두고 본다면, 분명 카데스가 다시 눈을 뜰지도 모르고, 또 이는 저희 교단과 신성왕국 엘피스에 지대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것들을 모아주십시오. 20년 전...과학에 의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배워서 아시겠지요?"
20년 전 그 일.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검은 로브의 사도들이 다크프로스티를 기계와...또 다른 뭔가를 넣어서 개조한 사건. 그는 어릴적부터, 그 사건을 계속 들먹이며 마법 연구의 목적이 아닌 과학의 연구를 막는 것은 아마 신이 없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오파츠들은 어릴 적 그의 장난감이기도 했고. 한 상인이 자신이 주워온 오파츠를 개조해 장난감으로 바꿔주었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왜 아이들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한 오파츠들을 들먹거리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인지 클라이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예에...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아, 아니. 왜 제가 이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게 된거죠? 고위 사제분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분들은 지금, 이단자들을 색출하는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예에...알겠습니다."
뒤돌아선 그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대주교의 미소는 여전히 인자한 그대로였다. 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이.
거리는 오늘도 잔인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아이들이 깔깔거리고, 어른들은 마을 한쪽의 고대신룡 조각상에 대고 절하는 일반적인 풍경. 클라이드는 몸서리를 쳤다. 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구속하고 있는 종교라는 무언가가 끔찍한 괴물의 형상으로 보이기라도 하는듯이. 길을 걷던 그의 눈에 한 저택이 비쳤다. 저택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고귀하지만 연약해보이는 소년. 창 너머의 남자가 클라이드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체. 세뇌라도 당했나. 왜 인사는 하고 자빠졌어? 꼴에 귀족이라고."
클라이드가 그에게서 고개를 돌린 뒤,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확 구긴다. 거리에서의 그는 사원 안에서의 그와 전혀 달랐다.
◇
메르헨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의 거리는 항상 평화로웠다. 웃으며 뛰어노는 아이들, 고대신룡상에 절하는 여러 사람들, 활기찬 시장의 모습. 그는 언젠가, 자신도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중, 밖을 지나는 사제가 한명 보였다. 아마 자신 또래정도 될까. 그 사제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인사를 했지만 사제는 그 인사를 무시라도 하듯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잠시 문 밖으로 나온다. 그가 사제에게 말을 걸었다.
"저...사제님!"
"응? 뭐야. 볼 일 있어? 꼴에..."
"저어...다름이 아니고, 제가 한 일 중에 기분 나쁘신 게 있다면 죄송합니다. 인사한게 기분이 나쁘셨나요?"
"어? 어..."
사제가 순간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종교적인 번뇌가 있었던 것일까. 그가 인자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아니에요, 형제님. 그저 아모르님의 명에 바빠서 인사를 받을 겨를이 없었을 뿐입니다."
"아...다행이네요! 그럼, 차라도 대접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형제님의 앞에 아모르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사제는 그에게 축복을 걸어주고는 자리를 떴다. 마치 그 장소에 더 있기 싫다는 듯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
아델레온의 집안에는 늘 손님이 최소 3명은 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손에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한 매춘부가 들고 온 편지를 읽는 그의 아버지를, 편지를 들고 온 매춘부는 계속 직시하고 있다. 입 모양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낙원에서 말이야. 나는 간신히 그 놈의 더러운 손아귀에서 벗어나 여기서 살고 있지만, 당신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왔으면 해. 그래야 전처럼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을테니까. 당신이 그놈의 손아귀에 잡히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기도 하고.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께. 사랑해. 낙원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에바인이."
"아...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 엔타르씨."
"하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군. 그럼 이제 연구를 계속해도 될까?"
"네. 고맙습니다. 사례는..."
"필요없다네. 낙원인가 어딘가 갈 때, 선물 하나 싸들고 가야하지 않겠나?"
"어머나...당신이 제가 만났던 남자들 중 최고에요. 언제 한번 만날까요?"
"농담두...이렇게 늙은 아저씨가 뭐가 좋다는 건가. 애까지 딸려있는걸...어서 가보게. 오늘 중요한 손님과의 만남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 참! 그랬지. 안녕히 계세요!"
퇴폐적이고 불법적인 복장을 하고도 잘만 뛰어가는 그녀를 뒤로한 채, 그의 아버지는 종이에 무언가를 계속 적기 시작했다. 아델레온이 종이 위에 무엇이 쓰였는지 살짝 기웃거렸지만 아버지는 그걸 감추려는 듯 살며시 숨기며 종이를 가리웠다.
"에이. 비밀이야! 나중에 학계에 발표하고 나면, 그때 가르쳐줄께!"
"치...알았다구. 연구 열심히 해!"
"맞아. 아델. 편지가 하나 왔는데."
"정말? 누구한테서?"
"루나 팩토리한테서 왔다는구나. 아빠가 읽어줄까?"
그가 잠시 갈등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전혀 갈등하지 않을 그런 일임에도. 그의 아버지가 인장을 떼어내고 편지를 읽는다. 편지의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 내려가는 눈빛은 생기라고는 하나 없이 죽은 자의 그것 같았다.
"아델레온 이메레스씨. 낙원의 천사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은 해가 지배하던 어둠의 시대의 가장 깊은 심연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 낙원으로 향하는 날개가 마련되었으니, 자세한 것은 달그림자 안으로 오십시오. 그곳에서 카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달의 온상으로부터..."
"그러니까, 거기에 가보고 와야 한다는 거지? 그...루나 팩토리 말이야."
"그래. 아마 그럴거다. 잘 다녀오렴, 우리 아들!"
아델레온이 집을 나선다. 갈색의 푸석푸석한 머리 위에 후드를 뒤집어 쓰자 그의 푸른 눈이 후드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밖에서 그를 기다리던 이그나이트가 그의 뒤를 따랐다.
◆
"달그림자라...일단 보내본 사람한테 가보면 알 수 있겠지."
달의 온상. 그것은 루나 팩토리가 빈민들에게 자신을 지칭할 때 쓰는 호칭이었다. 그는 지체없이 루나 팩토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지붕들을 간신히 넘어들어와 그를 비추는 빛에 생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좁은 골목을 덮었다.
달 3개가 그려진 간판 아래의 문을 넘어 들어가자, 곧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그나이트는 저도 주인을 따라 들어오고 싶은듯 고개부터 들이밀었지만 날개가 걸려버려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 그대로 버둥거리는 그를 보며 아델레온이 픽 하고 웃었다. 비웃음이라기 보단 새어나오는 웃음.
"뭐야. 이그나이트. 따라 들어오고 싶은거야? 좀 참아둬. 넌 몸집이 크잖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갈 때 되면 알아서 나오잖아."
"그릉..."
"밖에 있는 애들하고 좀 놀아주던지."
이그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 목을 밖으로 빼냈다. 빈민가의 아이들이 이그나이트를 반겼다.
"와아- 이그나이트다!"
"아델레온 형아 드래곤이다! 우리랑 놀자!"
이그나이트가 익숙한 듯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이, 아델레온은 자신이 평소 안면이 있던 환전 담당의 중년 남자, 케인을 대면했다.
"어이구. 아델 아니니? 오늘은 무슨일로..."
"달그림자."
케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풀어졌다. 그러고는 그가 손짓을 하며 아델을 카운터 뒤쪽의 문 너머로 데리고 간다. 빛 하나 닿지 않는 원초적인 어둠이 그를 공포로 몰아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 어둠은 익숙한 것이었다. 평소에도 집의 전기가 툭툭 나가고는 했으니.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방이 하나 나왔고, 문을 열자 그 곳에는 한 소녀가 눈을 가린 채 드래곤과 함께 있었다. 나이는 10대 초반쯤 될까. 한가지 그 나이대의 평범한 소녀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소녀의 왼쪽 팔은 어디론가 가버렸는지 없다는 것 뿐이었다.
"당신이 그...카론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야?"
"내가 그따위 뱃사공으로 보여요? 난 좀 더 높은 곳에서 왔다구요. 그렇지, 사일?"
사일이라 불린 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의 와이번. 그 용은 마치 소녀를 수호하고 있기라도 한듯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델레온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날 그...[낙원]으로 보낼 생각이야?"
"[낙원]으로 보내기만 하겠어요? 낙원에서는 당신을 높은 자리에 앉힐거에요. 저희 언니가 있는 자리 말이에요."
"그럼 기다려! 이그나이트를 데려와야 하거든."
"그 용이라면 걱정마세요. 낙원으로 출발하는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굉장히 말을 잘 듣는 아이더군요. 아버지도 걱정 마세요. 저희 낙원에서, 루나 팩토리의 힘을 빌려서 보호해 드립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진 않을겁니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안심한 듯 보였다. 그러던 그가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왜인지 모르게 조숙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소녀에게 질문했다.
"뭐...그렇다면야...그런데 그쪽, 이름이 뭐야?"
"제 이름이요? 라세다르에요. 남자 이름 같죠? 사연이 있는 거에요. 더 이상은 캐묻지 마시길. 그리고 이쪽, 드래곤은 사일."
"그런건가. 나도 더 캐물을 생각은 없어. 피차 여기 있는 사람들, 다들 사연 하나씩은 있지 않아?"
그는 알겠다는 듯 그 지점에서 말을 끊었다. 그 뒤, 한쪽 벽이 올라가고 끝도 없는 어둠으로 이어진 통로가 보였다. 아마 낙원으로 향하는 길이거나, 항구라고 한 지점에 도착하는 통로이리라고 그는 생각한다. 사일과 라세다르가 앞서나갔고 그 뒤를 아델레온이 따라갔다. 통로 끝에 밝은 빛이 보였다.
◇
메르헨이 자신의 드래곤, 레넬과 한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평화로운 그들만의 평화가 유모의 목소리에 깨져나갔다. 유모가 그를 불러 곱게 장식된 옷을 입혔고 그는 응접실에서 귀족 가문의 자제라는 한 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저는...저...어...셀린 배너티에요. 만나서...아, 아니.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제 딸아입니다. 자제분이 참 멋지게 성장하셨군요. 마지막으로 본게...13년 전이었지요."
메르헨의 머릿속에, 잠시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 그가 그의 이름. 정확히는 성을 부른다.
"아, 배너티 공작님이시군요!"
"맞네. 내 이름을 기억해준다니, 이거 영광인걸? 오늘은...내 딸을 좀 소개시켜줄까 하고. 이 아이, 워낙에 사교성이 적어서."
"......"
당사자인 작은 소녀는 말이 없었다. 어깨를 움츠린 모습이 팔자눈썹과 어울리며 금방이라도 울 듯 한 모습을 만들어내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유모가 홍차와 과자 등을 가져와 그 둘의 앞에 차려놓고 방을 나가자 그 방 안에는 소년과 소녀 단 둘만이 자리하게 되었다.
"반가워. 이름이 셀린 배너티라고 했지?"
"네에. 셀린 아멜리아 배너티..."
"나이는 올해 몇살이야?"
"14살이에요..."
"가족은 어때? 좋아?"
"그....음..."
"말하기 싫어?"
"......"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는 점차 기어들어가더니 이내 침묵으로 바뀌었다. 낯가림이 심한 소녀는 조용히 차만 홀짝거릴 뿐이었다. 메르헨은 그런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여러가지 해 보았지만 그녀가 낯을 너무 가려서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진전없는 시간은 계속되었고, 이내 유모가 방안에 들어와 그 길고 긴 침묵을 깼다.
"셀린 아가씨- 가셔야 한다네요. 도련님, 어떠셨어요?"
"음...글쎄요."
그는 그저 미소만 지어보였다. 낯가림이 심한 소녀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보고 있었다.
◇
기계장치 하나를 손에 든 클라이드가 한숨만 푹 내쉬었다. 그의 중얼거림은 자기가 맡은 신성해빠진 임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장난감인데. 왜 높-으신 대사제님들은 이걸 의심하고 자빠지신 거야. 귀찮게시리. 에휴. 짜증나 정말...대체 뭐 이따위 게 중요하다고. 에잉..."
그가 화가났는지 주머니에 넣고도 모자라서 손에 들고 있던 기계를 땅에 집어던졌다. 그러자 밝은 푸른 색 빛이 날개처럼 생긴 장식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클라이드는 그것을 주워서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호, 신기한 놈일세. 어디...뭔 기능이 또 있나 볼까?"
그가 오파츠를 살피며 단추같은 것을 몇개 발견했다. 그것들을 눌러보았지만,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날 뿐 별다른 것을 찾지 못했다.
"뭐어야 이게...딱 애들 장난감이구만. 이런걸 왜 수거하라고 난리야? 귀찮게스리."
그러던 그는, 자신이 살펴보던 오파츠를 주머니 속 다른 오파츠와 바꿔넣었다. 자기가 작동시킨 오파츠를 온전한 장난감으로 바꾼 뒤, 부자 나으리들에게 팔아치우려는 모양이었다. 신전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꽤나 날래졌다.
가져온 오파츠 중 하나만 빼놓고 대주교에게 넘긴 클라이드가 자신이 빼돌린 오파츠를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어릴 적 자신이 자주 들르던 장난감 가게. 한산한 거리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곧 가게 안에서 한 젊은 남자가 나오며 그를 반긴다.
"세바의 선물에 어서오세요!"
"엥? 뭐야. 그...알베른 아저씨는?"
"아...그게...아버진 돌아가셨어. 한달 전에..."
"어...미안하게 됐다. 아무튼, 이것 좀 봐줄래? 신기한 기능이 있더라고.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해줘."
"오케이! 나한테 맡겨두라고!"
젊은 남자는 오파츠를 받아들더니 한 장치를 켜서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러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흠...가동 가능 전력은 4.8 볼트°에 3600 암페어°°인데 전력이 모자라서 이런 이상한 잡음만 나오는건가...어라, 메모리 디스크가 깨져있네. 외부에서 큰 충격을 가한건가, 집어던졌거나 해서..."
"어...어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안 던졌어! 지레짐작하지 말라고!"
"아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조용히 좀 해주겠어? 그럼 전력을 충전하고 파일 손상만 복구하면 되겠네. 이걸 실행시키면..."
(°볼트 : 전압의 단위.)
(°°암페어 : 전류의 단위)
자신이 한 행동이 찔린 듯 애꿎은 그한테 소리치는 클라이드를 뒤로 하고, 그 남자가 인쇄기의 그것과 비슷한 자판을 두드리더니 이내 다 됐다면서, 그에게 오파츠를 넘긴다. 그가 오파츠를 받아들고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던 그 버튼을 누르자, 꽤 깨끗한 음성이 기계에서 재생되었다.
「(지지직-)에 있는 '영광의 성채'에서 '해방군'을 양성하고 있다. 우매한 그들은 (치직-)되고있다. 그런 그들을 해방시킨다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진실된 신, (치지직-) 위하여. 그리고...낙원을 (치지이이이이-)」
"....."
".....이게 무슨 헛소리야? 해방군?"
"해방군이라니...우리가 무엇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거지?"
'해방군'이라는 정체불명의, 영광의 성채라는 곳에서 양성되고 있다는 무언가. 그들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말, 그들을 해방시킨다는 소리. 그리고 녹음된 목소리가 말하는 그들의 진실된 신...
이건 이단이다. 라고 클라이드가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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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끝엔 아무것도 없어요. 정의도, 평화도 없단 말이에요. 성기사랑 사제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 부모님이 사라진 빈민가의 한 소녀가, 눈물을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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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뽐 내의 메타와는 정반대인 소설을 씁니다.
현재의 강자가 꼭 정의라는 법은 없고, 원작에서 정의처럼 보인다고 꼭 정의라는 법은 없다는 말입니다. 남들과는 다른게 제 아이덴티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