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외경 0장 1절.
This World is a Perfect Paradice.
"하, 하하, 하하하하!"
길 위에 선 한 남자가 행복해 죽을 듯이 웃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듯이. 그의 품 안에는, 알 수 없는 갈색 병이 들어있다. 그가 알약을 하나 더 털어넣는다. 그러고는, 이내 기뻐 미치겠다는 듯 주변인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그냥 일상적인 일인 듯 자연스레 넘어가버린다. 그들은 일상적인, 행복한 대화를 나눌 뿐이다.
"하하핫. 오늘도 행복하지,테오빌로?"
"하하, 그럼! 그렇구말구. 광명이 행복을 주는거야. 광명이. 아하하하. 정말 행복해."
"그게 다 빛의 주신 카데스님이 내린 축복이잖아. 하하. 빛의 사제인 검은 로브님들이 베푸는 축복...하하하...너무 행복해."
그러다가는 멍하니 서있던 그 남자가 쓰러지자, 사람들이 몰려와 뭐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엇, 하하하하! 여기요! 광명을 너무 먹은 사람이 있어요!"
"하하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지고 싶었나봐...그렇지?"
"하하, 그러게, 테오빌로. 여기에요, 여기!"
그 광경을 가만히 보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가 조용히 한 가택 안으로 숨어든다. 그의 사진이 걸려있고, 그가 자연스럽게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아마 그의 집인듯 싶은 그곳에서 그가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커튼을 전부 닫은 그가 한 알약을 가만히 바라본다. 사내가 먹은 것과 같은 알약. 그러다가는 그것이 부정한 흉물이라도 되는 듯 집어던졌다. 경멸섞인 눈빛을 함께 던지면서.
"...광명은 흉물이야."
그러면서도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그는 주변을 연신 살펴댔다. 그러고는 기계장치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두려워 떠는 몸짓이었다. 무엇에 쫒기는 사람의 행색이었고 공황장애라도 가진 사람의 발작같은 모습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안심한 듯 가만히 벽에 등을 기댔다. 그의 머릿속에 잔혹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마구 스쳐지나갔다.
'살려줘! 엄마!'
'아가, 아가! 누구 없어요? 테이머님, 도와주세요!'
두 다리를 어디엔지 두고 온 어린 그의 몸부림, 그 어린 아이를 감싸안으려 노력하는 팔이 사라진 어머니. 그런 그들을 짓밟는 검은 로브와 악마들, 몬스터들. 전설의 테이머라고 하던 존재의 구원같은 건 없었다. 용들은 그들의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정말 속수무책으로. 속수무책으로 지배당한 유타칸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모든게...너무 달라졌어. 너무 순식간이야. 카데스가 빛의 주신이라고? 웃기지 말라고 해. 파괴신일 뿐이잖아, 카데스는."
한숨을 내쉰 그가 몸을 일으키자, 다리에서 절그럭대는 소리가 났다. 의족의 절그럭대는 소리는 끔찍하리만치 기계적이었다. 항상 긴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차가운 금속 발이 바닥을 디디는 소리마저 그에겐 소음이었는지, 그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 조용히 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절그럭대는 소리는 마치 망령처럼, 그의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시끄러워 죽겠군."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다급한 몸짓으로 방금 집어던져버렸던 광명 한알을 집어삼키고는,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밝고 명랑하게.
"하하, 무슨 일이십니까? 선물입니까?"
"아니요. 검사할 것이 있습니다."
그가 문을 열자, 몇사람이 그의 이곳저곳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심쩍어하는 목소리로, 조용하지만 강하게 입을 열었다.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는데..."
"아, 하하. 그게, 광명이 담긴 통을 어디다 뒀는지 잊었다가, 방금 비상용을 하나 집어먹은 참입니다. 아, 오신 김에 부탁드리는 건데...혹시 광명을 찾는 걸 좀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몸이 불편해서요, 보시다시피."
그가 자신의 의족을 톡톡 치며 말했다.
"알겠소. 다만, 이 도움이 끝나면 반드시 행복해져야 할거요. 유타칸의 새 규칙은 알고 있겠지?"
"행복해져라, 행복해라, 불행한 자는 밖으로 나가라. 그 간단한 걸 잊을리가 있겠습니까?"
그들이 그의 의족에 눈길을 주고는, 이내 선반 안에 들어있던 광명 1통을 찾아내 그의 손에 넘겨주었다. 그가 꼴도 보기 싫다며 감춰버린 그것이었다.
"여기 있소. 빛을 이끄는 검은 로브의 밑에서 행복한 삶 되시오."
그들이 가버리고 나자, 문은 닫히고 커튼이 확 걷혔다. 그가 커튼을 걷어젖힌 창 밖에서는, 사람들이 커다란 피냐타를 마구 때리다가는 그것이 터지자 안에서 튀어나온 사탕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길에 떨어진 크고 동그란 젤리를 집어먹는 사람도 있었다. 크기가 딱 사람 눈알만한 젤리에서는 무슨 맛이 날까, 저 피냐타는 왜 사람하고 똑같은 크기일까 생각하던 그가 크게, 온 세상이 떠나가라 외쳤다. 광명이 주는 강렬하고 비상식적인 행복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마약에 취한 광인의 발작적인 소리침인지는 그 외에는 모를 터였다. 약 기운이 빠져나갈 때 까지, 그는 행복해 죽겠다는 듯이 웃어댔다.
"아아, 이 세상은 낙원이야! 너무나 행복해! 하하, 하하하하! 행복해! 정말로!"
텅 빈 집안에 소리를 더하기 위해서, 그가 음악을 틀었다. 잔잔하고 음울한 피아노 선율과 여가수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희극적으로 만들었다.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
I sold you, and you sold me
There lie they, and here lie we,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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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리즈 사도외경을 통해, 드빌 세계관에 매여있긴 하지만 검은 혁명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디스토피아 유타칸을 그려볼까 합니다. 참고로, 본 소설은 배경부터 꿈과 희망을 거의 다 말아먹었습니다. 참고로 여러분은 '말아먹었다'보다는 '거의 다'에 초점을 맞추셔야 합니다. 아직 희망이 있긴 있다는 소리입니다. 소설 제목인 사도외경도 뭔가 의미가 있습니다. 알아내는 건 여러분의 몫이고요.
그리고, 저게 정말로 피냐타일까요? 저건 카타스트로프가 쓴 소설인데?
(빠른 연재를 위해 최대한 끊으려고 해봤지만 역시나 2천자...)(분량조절 불능병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