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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혁명 - 2. The Stolen Bod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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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354
  • 작성일2016.09.27
클라이드는 이미 유리아를 찾기 위한 채비를 마쳐둔 상태였다. 메르헨이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속이 터지는지 그가 들으라는 듯 메르헨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아이고, 빨리 찾아봐야 뭐가 되든 될텐데. 이걸 어쩌나- 한명이 너무 느려서-"
"알았어요. 빨리 준비할께요, 사제님."

메르헨의 목소리는 꽤나 격양되어 있었다.

"얼마나 남았어?"
"비상식량...물...아! 다 됐어요. 금방 갈께요!"

클라이드의 뒤로 그가 짐을 여러개 맨 채 메르헨이 쫄래쫄래 따라가고 있다. 그들은 약속된 장소, 유리아의 천막 앞에서 셀린을 만날 수 있었다.

"셀린!"
"아, 메르헨 오빠..."
"많이 기다렸어? 힘들지 않아?"
"...전 괜찮아요."

조용한 대화의 맥을 끊어놓은 것은 이번에도 클라이드였다.

"아아, 아모르시여. 고통받는 17년차 모태솔로인 당신의 종을 구원하소서. 하다못해 여자 사람 친구라도 주소서-"
"...."
"...."
"뭐. 왜. 뭐. 찔리냐? 아무튼 간에, 얼른 단서부터 챙겨가자고. 사실 너무 없어서 문제긴 한데..."

그들은 유리아의 천막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아낸 것이라고는 굶어서 죽어가는 고양이 뿐이었다. 발자국이 남은 곳을 찾아보려 했으나, 지나치게 드문드문 남은 발자국 때문에 어떤 것이 유리아의 것인지 - 혹은 유리아를 보쌈해간 자의 그것인지 - 알 길이 없었다.

"답답하다, 답답해."
"일단 아무거나 따라 가 볼까요?"
"그랬다가 길 잃을 줄 알고 비상식량에 물에 챙겨 왔구나?"
"......"

잠시 흐른 정적을 깨고 셀린이 입을 열었다.

"일단 해보기나 해요. 시간이야 많아요."
"집에 들어가 봐야 하지 않아?"
"외박 허락 받았어요."
"뭐...그렇다면야. 저쪽으로 가보자."

그들이 희망의 숲 일대로 향했다. 메르헨이 레넬과 동행해 일행들 앞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처리하기로 했다. 레넬의 갑옷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만이 숲 바깥으로 퍼져나갔다.


숲 속을 걷고, 또 걷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몬스터들도 수 없이 물리쳤고, 레넬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들이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주변을 살폈다.

"뭐 몬스터들 알짱대는 거 없지?"
"...없어요."
"아무것도 없으니까, 쉬어도 될 것 같아요, 사제님."

그들이 비상식량을 조금 먹고 있던 중, 바스락대는 소리가 났다. 셀린이 그 소리의 기원을 찾으려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녀는 곧 덫에 걸린, 가엾을 정도로 마른 해치 하나를 발견했다.

"어머...가엾어라. 기다려...금방 덫을 풀어줄께."
"뭘 또 찾은거야, 부잣집 아가씨?"
"...드래곤이요."
"잠깐만, 이건 본헤드드래곤이야. 여기에서 발견될 종이 아니라고."

그들이 종알대는 사이, 주변에서 사람들이 몇 다가왔다. 척 보기에도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들이 그 셋을 에워쌌다.

"어이. 꼬맹이. 거기에서 떨어지시지. 그건 미끼라고."
"미끼? 뭔 헛소리야. 너희들 이거 어디에서 구했어? 신전에 신고는 하셨나? 모든 드래곤은 신전에 등록이 되어 있다고. 야생만 제외하면."
"그래서, 그쪽은 뭔데 그러슈? 뭐 고위사제 나부랭이라도 돼? 어?! 어린놈의 새끼 셋이서 어디서 나대고 앉아있어? 우리가 누군지 알아? 신전에서 나온 몬스터 헌터들이야! 너희들 같은 건 한주먹거리도 안된다고!"

클라이드는 손찌검을 섞어가며 자신만만하게 고함치는 그들의 목소리에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냈다.

"잘 맞추셨네. 내가 그 고위사제 나부랭이, 클라이드 아자토스다. 뭐, 꼽냐? 몬스터 헌터고 뭐고 니들은 대사제님 돌아오시면 전부 모가지인줄 알아. 내가 마을 광장에서 연설하는 거 못 봤나 보지? 응?"
"참 나, 말단 사제복 입고 나 고위사제네 하면 누가 속을 줄 알았냐?"
"지금 신전에 물자 부족한거 알아, 몰라? 홀리 프레셔 한방 맞아보면 생각이 크게 바뀌실텐데 말이야?"
"이 X만한 사제 나부랭이가...!"

분위기가 험악해져갈 무렵, 옆에 가만히 서 있던 검은 눈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대...대장님...저 사람 전에 마을에서 연설한 그 사람 맞아요...! 진짜 고위사제 같은데..."
"뭐? 그럼 진작 말을 했어야지, 이 자식아!"
"그래서, 한번 쳐볼테야? 고위사제한테 폭력 휘두르면 최소 징역 10년형인건 알지?"
"예...? 아...저...용서해주십시오! 저희가 몰라뵙고...!"

그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가 우물쭈물 해대자, 클라이드가 그를 매섭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나 아직 할 말 안 끝났어. 입 다물어."
"아...네."
"우리는 방금 특명으로 움직이는 중이었어. 사제에 관한 법률 제 64조 16항에 의하면 특명에 의해 움직이는 사제를 방해하거나, 그 임무의 완수를 방해하거나 무산시켰을 경우 즉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나와있어. 그리고 어딜 감히 사제한테 손찌검을 해? 이것도 특정 행위에 대한 처벌 법률에 따라서 처벌 가능한 거 알긴 알아? 멍청한 것도 죄라더니. 몸뚱이만 자라가지고는. 쯧."
"그...그러니까 저희는 조용히 철수를..."

은근슬쩍 뒤로 빠지려는 그들을 제지한 것은 잠시 고위 사제가 된 클라이드의 손짓 하나였다.

"잠깐. 그리고 드래곤에 관한 법률도 걸고 넘어가야지. 이 법률의 1조 8항에 이르면, 드래곤의 생명을 위협할 경우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고. 게다가 이 드래곤, 학대당한 것 같은데 말이지. 드래곤 학대는 최소 징역 2년, 그리고 드래곤 미등록시 최소 징역 3년, 아니면 벌금 3다이아야. 뭐...총합 콩밥 10년치 잡수시면 되겠네. 안락한 감방에서, 물론 최소한으로. 거기다가 종교재판 결과까지 플러스 알파로 하면...한 25년만 썩다 와."
"죄...죄송합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호오...그럼 기다려. 내 일행들과 의논을 좀 해야겠어."

클라이드가 고위 사제라고 자신의 신분을 속이자, 바로 굽신거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셀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클라이드는 당당한 모습으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셀린, 메르헨. 저것들이 뭘 해줬으면 좋겠냐?"
"...드래곤, 저 주세요."
"오호...그럼 그거하고, 저것들한테 수색 좀 맡겨도 되겠지? 어차피 사람 수색이니 떼어먹지도 못할 거 아니야. 떼어먹으면 식인종이지. 만약 그러면 카니발리즘° 행위로 종교재판도 좀 하고."
"네, 사제님. 그렇게 해요. 수색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잖아요. 빨리 끝날테고."

(°카니발리즘 : cannibalism. 식인 풍습 내지는 동족끼리 잡아먹는 행위 일체. 축제인 카니발[carnival : 사육제]과는 관계가 없다.)

클라이드가 시덥잖은 농담을 픽 던지고는 몬스터 헌터들에게 향했다. 그 발걸음이 실로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좋아. 특별 사면이다."
"가...감사합니다!"
"대신, 이렇게 생긴 여자 하나만 찾아봐. 유리아라고..."
"아, 유리아씨라면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찾겠습니다!"
"그리고, 그 드래곤, 이리로 넘겨."
"아유, 당연히 드려야죠! 여기 있습니다. 헤헤."

그들이 용을 덫에서 풀어서 클라이드의 품으로 넘겼다. 셀린이 그 용을 안아들자마자, 헌터들은 유리아를 찾기 위한 것인지 잽싸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도 흩어져서 유리아를 찾기로 했다.

"너 혼자 가, 메르헨. 넌 용 있잖아. 셀린은 나랑 같이 가는걸로 하고. 이의없지?"
"왜죠?"
"얘 용은 아직 너무 연약하잖냐. 그러니까 내가 같이 가줘야지. 안그래, 셀린?"
"...그렇게 따지면 메르헨 오빠랑 가도 되는데요..."
"그냥 와. 얼른 가자고. 1분 1초가 소중해."
"...네."


셀린은 품 안의 용을 쓰다듬었다. 용은 여전히 공포에 빠진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런 용에게 셀린은 먹을 것을 주면서도, 옆에서 그녀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클라이드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있지, 셀린. 외박은 어떻게 허락받은 거야?"
"옳지...잘 먹는다. 옳지...그래."
"음...메르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응...그래그래. 더 먹을래?"
"상류층의 생활은 어때? 편해?"
"자...내 얼굴 봐봐."
"사교파티라는 건 어떤거야?"
"..."
"으아아아-! 대답하기 싫으면 콧방귀라도 뀌어봐!"
"...흥."

셀린은 대답하기 싫다는 의사를 그녀의 방식으로 확실히 표현했다.

"에휴. 그래. 대답하기 싫구나? 알았다고."

다시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클라이드에게 이 정적은 끔찍하게 다가왔다. 정적이 둘 사이를 한참이나 흘러다녔다.


아델레온이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버지는 어디론지 가고 없었다. 그가 책상 위의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무엇이 그려졌는지 쓰여졌는지 알아보지 못할 종이 밑에는 꽤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연구자료가 있었다. 연구자료를 읽고 있자, 그의 아버지가 되돌아왔다.

"어라, 아들 왔네- 연구 자료는 보면 안된다고 이야기했지? 나중에 아빠가 연구 끝내면 보여줄께. 알았지?"

아델레온이 아버지를 향해 미소지었다.

"응, 아빠. 연구 열심히 해. 맞다. 먹을 거 좀 가져왔어. 오늘은 오랜만에 고기 반찬이야. 맛있겠지? 천천히 먹어야 돼."
"알았어. 근데, 마을 사람들한테 좀 나눠줬니? 모두들 배가 고플꺼야. 애들한테 좀 나눠주려무나."
"알았어. 걱정하지 마. 양은 꽤 많으니까."

아델이 고기를 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을의 어린 아이들이 몰려왔다. 고기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와- 아델레온 오빠 고기 굽는다! 알리시아! 가자!"
"마리아 언니- 리카르도하고 같이 가야지-"
"알았어. 카밀레도 데려와! 아델레온 오빠가 고기 굽는다고 말해. 꼭!"

곧 그의 집 앞에 어린 아이들이 한가득 모여들었다.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향해 외쳤다.

"오빠 고기 굽는거 우리가 다 안다-"
"고기를 내놓아라-"
"안 그러면 괴물같은 사제들이 잡아간다-"
"앗, 들켰네. 기다려줄래? 기다리는 동안 이그나이트랑 놀고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기다리는 동안 이그나이트와 놀고 있으라고 말한 아델이 주방으로 돌아갔다. 기다리는 동안 이그나이트와 노는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어두운 뒷골목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며 그곳을 조금이나마 활기차게 만들었다. 

"이그! 불 뿜어봐! 불!"
"에이, 바보야! 그러면 집이 탈지도 모른단 말이야. 이그! 나 안아줘!"
"앗! 나두, 나두-"

아델레온이 고기 몇점을 우선 아버지께 드리고 나서, 자기 몫을 챙긴 뒤 남은 것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작은 입으로 고기를 우물거리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기쁜 감정이 넘쳐흘렀다. 고기 한점 먹고, 이그나이트와 놀고 하던 아이들이 해가 지자 제 부모님에게 줄 것을 싸서 집으로 가져간다.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오빠 고마워! 오빠는 꼭 낙원에 갈꺼야!"
"고마워요! 낙원이 오빠한테 칭찬해 줄꺼에요!"
"하하. 내가 뭘."
"오빠는 착하니까요! 낙원에서 오빠를 보고 있을꺼에요."
"고마워, 알리시아."
"형아 고마워. 바이바이-"
"응. 카밀레도 바이바이-"

아이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아델레온이 미소짓는다. 그가 다시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고기 접시는 다 비워져 있었다. 그가 그릇들을 모아 설거지통에 넣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집안의 케케묵은 정적을 깨고 그의 아버지의 귓가에도 닿으려 노력했다.


레넬의 발걸음 소리가 숲 속의 조용한 공기 사이를 가르고 지나간다. 그의 앞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내 구역이라고! 돌아가!"
"레넬, 부탁해!"

보통의 테이머들이 그렇듯, 메르헨 또한 그가 '동물'들의 고유 영역을 침입했다는 생각은 없이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레넬이 소환한 조각상의 검이 숲고릴라의 몸을 훑고 지나갔고 숲고릴라도 레넬을 공격하려 노력했지만 성체인 레넬의 갑옷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레넬이 앞발을 몇번 휘두르자 숲고릴라는 도망치듯 나무 위로 사라졌다. 숲고릴라가 지나간 길이 붉게 표시되었지만 그는 그 표시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다.

"자, 레넬, 조금만 더 가 보자."
"그르릉..."

숲고릴라가 흘린 피는 안중에도 없이, 그가 자신의 길을 간다.


"셀린, 뭐라고 말 좀 해보라니까..."
"..."

클라이드와 셀린의 의미없는 대화가 걸음을 따라 쭉 이어지고 있을 무렵에, 그들의 앞을 닌자사슴이 가로막았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수행중인 것을 그들이 방해한 모양이었다.

"...수행중이오. 조금 돌아가주셨으면 하는데...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해칠 생각은 없소."
"하나만 묻자. 이런 사람 못봤어?"

닌자사슴에게 클라이드가 유리아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보여주었다. 닌자사슴은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모르는구만...여하튼, 수행 잘 하시라고."
"그럼... 아, 잠시...용을 데리고 있었소?"
"설마 지금 봤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인형인가 뭔가 하는 인간의 놀잇감인줄 알았소.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이 애, 상태를 봐주세요."

닌자사슴이 셀린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적잖이 놀란듯 싶었다. 그러나 곧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며 용의 상태를 살폈다. 발톱, 머리의 뼈, 피부등을 살피는 모습은 사람의 그것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소만."
"어떻게...방법이..."
"마을로 들어가, 치료해준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가 안타깝다는 듯 한 눈빛을 지었다.

"부탁드릴께요...어떻게 안될까요?"
"......"

닌자사슴이 셀린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셀린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아...! 감사합니다!"
"단, 저기 있는 사제는 두고 가야 할겁니다."

그 말에 클라이드가 일단 의심하는 눈빛을 지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닌자사슴의 눈빛에선 - 대주교와는 다르게 - 용에 대한 순수한 동정심 외의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었기에 클라이드는 마지못해 허락했다.

"그럼 다녀와. 허튼 짓 했다간 알아서 해!"


몇시간이나 흘렀을까. 이내 닌자사슴이 셀린을 업고 되돌아왔다. 용은 아주 건강해진 상태였다.

"갸릉-"
"자...도착했소, 아가씨.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우리의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는 절대 비밀이라오. 만약 발설하면 큰일이 나게 될테니까..."
"알겠어요."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그가 셀린의 손을 잡고 닌자사슴에게서 떨어지게 했다.

"이리 와, 셀린. 수색 계속해야지."
"...알겠어요."

닌자사슴은 그에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인사를 마친 뒤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용은 그 자리를 한참이나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드래곤 이름은 뭘로 할껀데?"
"크노첸(Knochen.)이요."
"...심오한 뜻이 담겨있나 보네."

잠시동안 가만히 서있던 그녀가 이번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어? 야! 같이가!"

그의 애탄 부름에도 셀린은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래, 연구 과제가 남아있었지...
연구를 시작해야지. 그럼.

그런데...이게 무슨 연구였더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테니까.

"아빠, 아직도 연구중이야?"
"참, 왜 이렇게 그 연구란건 늦게 끝나나 몰라."

그래도, 이게 끝나야 아들과 함께할 수 있겠지?

"알았어. 아빠, 연구 열십히 해! 응원하고 있을께."

이게 끝나면, 오랜만에 이 마을 밖의 공원에 나가보자.
내가 어릴 적에도 비둘기는 많았지...
셀린은 그 비둘기를 그렇게 싫어했는데.
그러고보니, 셀린이 집에 안들어온지 오래 됐는걸...
셀린은 어디로 갔지?


...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래, 연구 과제가 남아있었지...
연구를 시작해야지. 그럼.

그런데...이게 무슨 연구였더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테니까.

"아빠, 아직도 연구중이야?"
"참, 왜 이렇게 그 연구란건 늦게 끝나나 몰라."

그래도, 이게 끝나야 아들과 함께할 수 있겠지?

"알았어. 아빠, 연구 열십히 해!"

이 연구가 끝나면 셀린을 찾아봐야겠어...


...

내가 뭘 하고 있었지...?


...그래, 연구 과제가 남아있었지...
연구를 시작해야지. 그럼.


그런데...

이게 무슨 연구였더라?


각자 나름의 수색을 마친 그들이 헌터들과 조우했던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모두들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어떤 증거도 손 안에 - 혹은 주머니 안에 - 없었다. 클라이드는 이 상황에서도 느긋했다.

"사제님. 유리아가 걱정되지 않으세요?"
"어...별로."
"나쁜 사람들이 잡아갔을 수도 있잖아요!"
"그게 나랑 무슨 관련이 있는데?"

그 말을 마친 그가 지어보인 표정은, 메르헨이 알고 있던 인자한 사제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 여자랑 나랑 무슨 관련이 있길래 내가 걱정을 해줘야 하냐고."
"사제님...!"
"나는 그저 내 살기 편하면 된답니다- 예전에도 그랬었고,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럼 왜 유리아를 찾자고 하셨어요?"
"왜냐고? 사람들 시선이 있거든. 그래뵈도 그 아줌마, 추종자가 많단 말이지. 그 추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함일 뿐이야. 그리고 여기저기 도움도 많이 되니까. 넌 뭘 모르는구나? 꼭 동화책만 보던 어린애같네."
"그런..."
"뭐...시시한 대화는 이 쯤 해두고, 뭐 농담따먹기라도 할까?"

둘의 대화가 종지부를 찍고 나서 한참 지나자, 헌터들이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아마 유리아 실종의 증거쯤 되리라고 생각한 클라이드가 흘긋 보더니 가볍게 입을 연다.

"왔어?"
"어...증거를 찾긴 찾았는데 말이지."
"그럼 보여봐. 뭔지 보기나 하게."
"아가씨도 있고 해서..."

헌터의 두목 쯤 되는 사람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클라이드가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 사람의 손에서 자루를 빼앗은 그가 표정을 확 구기며 자루 안에 든 것을 땅에 버리듯 풀어놓았고 셀린의 비명이 숲속을 울렸다.

"꺄아아아아악-!"
"뭐...뭐야 이게...!"

그 가운데에서도, 클라이드만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와하. 꽤나 도발적인 단서인데 그래?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지."


자루에서 나온 것은 허리 아래만 남은 여인이었다.

-----------

알리시아, 그만 자야지.

잠이 안오는거얼- 나 아직 쌩쌩하다구!

내가 옛날 이야기 들려줄께. 그러니까 이불 덮구 누워.

그래, 언니. 재미없으면 안잘꺼야!

걱정마, 재미있을꺼야.


옛날 옛날에, 용을 키우던 한 기사님이 있었대.
그 기사님은 고아 출신이었어.

그는 아내와 딸, 아들을 정말 사랑했어...
그런데 어느 날,
아내와 딸이 없어지고 말았다고 해.
기사님은 슬픔을 떨쳐내기 위해서
용과, 그리고 아들과 함께 긴 모험을 시작했어.

산도 넘고,
강도 건너서,
드디어 기사님은 멋진 보물을 찾아냈어!


그래서 언니! 그 다음은?

기다려봐. 얘기해줄께.


기사님은 보물을 찾아서 임금님이 사는 성으로 향했어.
그런데 그 기사님이 성으로 가던 중에,
한 여관에 묵게 되었어...


어라, 잠들었네.
나머지는 다음에 말해주자.

-----------

아가, 아가. 조용히 해.
이 시끄러운 요물°아. 잠들어라.
빨리 잠들지 않으면
큰 성직자가 널 잡아먹는다.

아가, 아가. 네 소리가 나면
저기 갑옷입은 성기사가
널 갈가리 찢어죽일거란다.
고양이가 쥐를 찢듯 널 찢을거야.

그리고 널 마구 때릴꺼야.
널 육편°°으로 만들고도 계속.
그런 널 한 조각씩 먹어치우고는
네가 거기 없었다는 듯 입을 닦겠지.

그리고 아가. 아모르의 개같은 네가
어서 빨리 잠들지 않으면
밤하늘의 달이 겁을 먹고 늦게 떠버려.
낙원이 우리에게 늦게 온단다.

그러니 아가야 빨리 잠들어라.
잠시나마 현실과 인사해 두렴.
낙원에서 노는 행복한 꿈을 꾸렴.
안그러면 현실이 비참하게 다가온단다.

                                          - 빈민가의 마더구스°°° 동요

(°요물 : 요망한 물건 혹은 사람.)
(°°육편 : 고기 육 자에 조각 편 자를 써서, 고기 조각이라는 의미.)
(°°°마더구스: 이 단어에서는 쓰일 당시의 사회적 부조리를 잔인하게 표현한 것의 의미라고 쓰인다. 사실 대부분의 마더구스 동화, 동요가 이런 내용이니 이렇게 설명해도 무방할듯.)

==========

구직활동때문에 몇 일...아니 2주 정도 못 왔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얼추 끝났으니 이제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위의 마더구스 동요는 실제 마더구스 동요를 일부 개사한 것입니다. 진짜로요. 영국 동요일겁니다. 아마.

그리고 본인은 마더구스 사례에 대한 조사나 크툴루 신화를 좋아합니다. Ia! Ia! Cthulhu, Fthagn!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이신 크툴루님께서 돌아오실 것이다! 인류의 기술은 단지 니알라토텝께서 가진 지식의 편린일 뿐이고 우주는 단지 아자토스님의 꿈이며 인간은 단지 미생물일지니! 믿는자 외쳐라!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행성이 모두 정렬되는 날 그분이 돌아오시리니/철컹

아 이거 놓으세요 저거 그냥 컨셉입니다 저 크툴루 광신도 아니에요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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