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Prototype
유리아의 그것으로 추정되는 여인의 하반신을 가지고 그들은 장례를 치뤘다. 메르헨은 울 기운조차 없다는 듯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고들을 겪었다.
"..."
"...오빠. 힘내요."
셀린의 다정한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그는 쭉 멍한 상태였다. 레넬이 그의 그런 얼굴을 들여다보지만 그의 시선은 유리아의 관에 고정되어버린 듯 그 어느 방향으로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훌륭한 여인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녀는 여성적인 마음을 남성적인 용기로 바꾸어 어둠의 재림을 막았고 검은로브를 몰아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소멸될지어다."
어두운 밤이었음에도 회중은 '검은 로브'라는 이름이 언급될때마다 '그들의 이름은 소멸될지어다.'라는 말을 소리내어 외치며 방울들을 흔들어댔다. 그 꼴을 아니꼽게 보는, 뒤편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사실 그들은 회중의 축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 때, 저 망할 년만 없었으면 우리가 이리 고통받을 일도 없었을텐데..."
그들의 소망은 회중의 소망과는 반대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아. 저 여자만 없었으면 우리 엄마, 아빠도 안 사라지시구, 이런 비참한 생활 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을꺼야."
"마리아 언니, 쉬이- 사제가 들을지도 몰라."
"아, 응."
그 때, 그녀의 속삭임을 누가 들은 듯 굉장히 거친 손이 마리아를 잡아끌었다.
"꺅! 누구야! 도와줘! 살려줘!"
"언니! 다들 도와주세요! 괴물이 언닐 잡아먹어요!"
성기사의 손에 가녀린 아이가 잡혀가는 것을 돈이 많아보이는 회중들은 바라보지도 않았다. 알리시아, 리카르도, 카밀레와 근처에 있던 말라 비틀어진 사람들이 최대한 마리아를 잡아가는, 성기사의 탈을 쓴 괴물을 붙들고 있었지만 그들은 어린 아이들과 말라 비틀어진 사람들일 뿐이었다. 다부진 체격의 성기사가 다리를 들어 그들을 걷어차자 무력하게 굴러 떨어진 아이들은 제 누나 이름만 외쳐댈 뿐이었다. 성기사는 몸을 털어내듯 빈민가의 가난한 이들을 먼지처럼 털어냈다.
"언니-"
"마리아 누나!"
"큰누나아- 아앙-"
아이들의 눈물따위가 안중에도 없는 듯, 성기사는 마리아를 어디론가 데리고 사라져버린다.
◆
한시간 쯤 전이었을까. 아델은 마리아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아이에게 별 감정은 없었지만, 그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가족을 잃어버리는 고통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으므로.
아델이 조용히 뒤로 물러나 넓은 소매 안쪽에 장착한, 자신이 받은 무기를 작동시켜 보았다. 꽤나 단순하게 생긴, 불필요한 장식들은 전부 떼어낸 실용적인 형태.
'히든블레이드라고 했던가. 이거.'
손목 보호구처럼 보이는 부분에 조용히 잠들어 있던 단검 길이의 칼날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튀어나가며 정확히 그가 원하는 지점으로 향했다.
"아주- 잘- 작동하네."
그가 칼날을 집어넣은 뒤, 한시간 쯤 전에 성기사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져 그가 고개를 돌아보았다.
"아델 오빠!"
"아델레온 형아! 우리 누나 구해줄꺼야?"
아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 차올랐다. 그들의 웃음에 그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형아, 조심해! 누나를 꼭 구해줘!"
"알았어. 다녀올께."
그가 밤의 어둠을 틈타 지하감옥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입은 어두운 색 후드가 그를 어둠속에 감춰주었다. 마리아는 필경 감옥에 갇혀있을 터였다. 그리고 온갖 괴악한 고문을 받아가며 잘못했어요 라는 말을 꺼내게 한 다음 이단으로 몰아붙이고 낙인을 찍은 뒤 마녀라는 죄명을 덧씌워 그녀를 한줌의 재로 만들리라는 것을 그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성기사의 갑옷과 투구 사이, 뒷목 부분을 겨냥한 그가 칼날을 내보내 그를 '아모르의 품'으로 보내버렸다. 그의 시신을 뒤져서 나온 열쇠로 그가 문을 열었다. 그 행동 하나하나 모두 거리낌이 없었다.
"마리아, 금방 구하러 갈께. 구해지고 나면 카데스나 찬미하라고."
그의 시선이 한 성기사에게로 향한다. 그 옆의 동료나 그 성기사나 아델의 존재는 모르는 듯 했다. 기둥 뒤의 아델이 검은 로브에서 지급한, 입으로 불어 쏘는 다트를 조용히 꺼냈다. 다트 1개를 끼워 장전한 그가 기둥 뒤에 숨었다가 성기사를 향해 매섭게 불어내자 다트는 그의 급소에서 약간 아래쪽을 찌르고 들어갔다. 허나 상관없었다. 만약에 대비해 발라둔 맹독이 그를 안식의 땅으로 인도할 것이었으니까. 자기 앞에서 멀쩡히 자신과 대화하다가 갑자기 날아온 다트에 맞더니 죽어버린 동료에게 놀란 성기사가 패닉상태에 들어가 근처의 알람을 울리기 시작했다.
'아뿔싸. 이건 예상 못했는데.'
예상 밖의 행동에 놀란 그가 빠르게 그 성기사에게 다가가 히든블레이드를 작동시켜 뒷목을 찌른다. 그는 아마 곧 자기 앞에 있었던 동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알람소리를 들은 성기사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며 그를 포위하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그가 검은 로브에서 지급한 호루라기 비슷한 것을 꺼내어 불었다.
'호르르르르--'
"무슨 수작이냐, 침입자 녀석!"
"산채로 잡아다 종교재판에 회부시켜라!"
호루라기를 불고 나서 얼마나 되었을까. 곧 그들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잇는 통로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파르신이 튀어나왔다.
"파르신? 테마리가 아니고?"
"테마리는 개인적 용무로 좀 바쁘다. 뭐...내가 충분히 도와줄 수는 있겠군."
그가 자신의 한쪽 눈으로 기사 중 체격이 가장 좋은 자를 응시했다. 그는 마주친 눈을 통해 그 아둔한 자의 모든 생각을 지워내고 자신의 명령을 주입하고 있었다.
'저들을 죽여라. 그것이 네가 짊어진 과업이니. 나의 말에 복종하라. 내가 곧 아모르의 의지이니라. 사제 파르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기사는 곧 멍하니 풀린 눈이 되어 한때 자기와 같은 소속의 기사였던 자들을 해하고 있었다.
"레...레노...크하악-"
"무슨 더러운 술수를 쓴거냐! 큭...! 정신 차려!"
기사의 검은 그 직책에 맞게 예리하고 빠른 공격을 수반했다. 그와 저항하는 성기사들이 가엾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 기사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난 틈을 타 아델레온과 파르신이 그 자리를 떠나 마리아에게로 향했다. 파르신이 나왔던 통로가 닫히며 멀쩡한 벽으로 되돌아왔다.
◆
"마리아! 어디 있어!"
"마리아? 그게 네가 찾는 여인의 이름인가?"
"그러니까 너도 같이 좀 찾아달라고! 마리아-!"
그가 아무리 크게 소리쳐 보았으나 마리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파르신도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해 마리아를 찾으려 노력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얻어낸 것이 없었다.
"어디 있는 건지...다른 식구들이 그 애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그 때, 희미한 비명소리가 텅 빈 감옥의 쇠창살을 울리고 들어왔다. 그들이 그 비명소리를 쫒았다. 그 끝에서 그들은 가혹한 고문으로 인해 망가질대로 망가진 마리아를 볼 수 있었다.
"마리아!"
"아아...흐으으..."
"여인이 아니라 어린 소녀였단 말인가? 이런 잔인한 인간들이 성기사고 사제라니...하. 역시 아모르란."
아델이 감옥의 쇠창살을 흔들었다. 창살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가 감옥 안으로 시선을 돌리자 감옥 안에 방치된 열쇠꾸러미가 눈에 띄었다. 그는 자신의 말라비틀어진 손을 창살 틈새로 비집어넣고 열쇠꾸러미를 꺼내들었다.
"말라비틀어진 게 이럴 때 유용할 줄이야..."
그가 혼잣말을 하면서도 자물쇠를 따는데에 집중했다. 한참을 시도한 끝에 찰칵 하는 소리가 공기를 울리며 문이 열렸다.
"마리아! 괜찮아?"
"으...아아..."
"일단 빨리 옮기도록 하지. 낙원으로."
"너무 멀지 않아?"
"카데스님께 받은 권능을 쓰면 된다. 좀 오래 걸릴 것이다. 기다려주겠나?"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르신이 기도하듯 꿇어앉아 속삭였다.
"카데스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소이다. 많은 사람이 있어 나를 가리켜 말하기를 저는 아모르에게 도움을 얻지 못한다 하나이다..."
그 때, 통로 반대쪽에서 세뇌가 풀린 다부진 체격의 기사와 남은 성기사들이 들이닥쳤다.
"그 불경한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느냐! 저주받은 이단들! 잘도 나를 가지고 놀았겠다!"
"파르신, 빨리 좀 해보라고!"
그럼에도 파르신은 꿋꿋이 기도하고 있었다.
"카데스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니이다. 내가 나의 목소리로 카데스께 부르짖으니 그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파르신에게 지배당했던 기사의 검이 아델을 날카롭게 찌르려 들었고 그 움직임에 아델이 마리아를 부둥켜 안고 웅크렸으나 그 검과 아델의 사이를 검은 방어막이 가로막았다.
"모두 장비에 지급된 성수를 뿌리고 이단 정화태세에 돌입한다! 저들은 카데스의 앞잡이다!"
기사들이 곧 제 무기와 방패에 성수를 뿌렸고 곧 무기에서 백색으로 빛이 비쳤다. 그 무기들이 검은 방어막을 치자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파르신은 그 자세 그대로였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카데스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천만인이 나를 둘러치려 하여도 나는 두려워 아니하리이다. 카데스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
"방어막이 깨지면 저 이단 주술사부터 잡아라!"
"구원은 카데스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들에게..."
곧 방어막이 깨어지며 빈 공간이 파르신의 왼편에 생겨났고 기사단장의 칼이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파르신의 왼쪽 눈 거의 바로 옆까지 들이닥쳤다. 그리고 정확히 그 때, 파르신의 기도도 끝이 났다. 그의 모습은 자기 얼굴 왼쪽의 검을 보지 못한것 마냥 차분했다.
"..내리소서!"
검은 방어벽이 곧 기사들을 밀어내는 강한 충격과 함께 깨어져 나가며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기사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의 몸을 찌르고 파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 공간 사이를 잇는 통로가 생겨났다.
"이쪽으로!"
파르신이 먼저 공간 사이를 잇는 통로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마리아를 업은 아델이 따랐다. 그들이 둘을 따라 들어가려고 힘겹게 몸부림쳤지만 통로는 순식간에 닫혀버렸다.
◇
클라이드가 일을 마치고 메르헨과 함께 신전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일이 끝마쳐지고 난 뒤였다. 기사 하나가 다급하게 그에게 달려와 보고를 시작했다.
"클라이드님! 보고드립니다! 이단 두사람이 감옥에 수감중이던 마녀를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마녀를?"
"광장에서 불경한 말을 하던것을 잡았습니다. 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심문 중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시인해 화형에 처하려 하였으나..."
클라이드가 그 마녀의 신상정보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기사단장의 입에서 곧바로 답이 튀어나왔다.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10대 초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빈민가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모양이던데...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가봐야지. 물론 기사단장, 넌 빼고."
그가 메르헨에게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메르헨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 그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런데, 어딜 가요?"
클라이드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가정방문."
◇
빈민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클라이드는 최대한 조심하며 빈민가 안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에서 그를 향한 욕설이 마구 날아다녔다.
"X같은 사제새끼!"
"나가 X져라, 아모르의 개X끼야!"
메르헨은 그런 말을 듣고싶지 않다는듯 귀를 막았지만 클라이드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가 마리아라는 마녀의 집을 찾았고 문을 두드린 뒤 아무 소리도 없자 그가 문을 열어젖혔다.
"계세요?"
"앗! 얘들아, 들어가 있어!"
한 어린 소녀가 남자아이 둘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 다음 그들을 맞이했다. 클라이드가 열어둔 문을 힘겹게 닫은 소녀는 오래된 찬장 속을 뒤져서 접시와 사과 두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하나를 깨끗이 씻어 칼로 8등분한 뒤 둘에게 접시째로 내밀어 나눠주었다.
"드세요. 저는 사과 깎는걸 못해서."
방 안에서는 아이들의 아우성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 클라이드를 향한 욕설이었다.
"못된 자식! 마리아 누나를 내놔!"
"누나 돌려줘! 돌려달란 말야! 알리시아 누나, 문 열어줘!"
그런 그들을 향해 알리시아가 꽤나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리카르도, 카밀레, 조용히 해! 대화중이야."
"그 더러운 사제랑 무슨 대화를 해!"
"누나 얘기야! 죄송해요. 아직 어려서...뭘 모르거든요. 헤헤."
"그러는 너도 어린 애잖아."
클라이드의 말에 알리시아가 배시시 웃는다. 그 웃음에는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언니 때문에 온거에요?"
"어. 그게...이단들이 너희 언니를 데려갔거든. 마녀라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던데."
그러자 알리시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뒤, 그녀가 제 손에 잡혀있던 사과를 그의 얼굴을 향해 던지며 신랄한 저주를 퍼부었다.
"X자식! 언니를 괴롭혀서 그런 소릴 하게 만든거지? 찢어죽일 자식! 고대주니어한테 잡아먹힐 새끼! 아모르의 성수에 튀겨죽일 놈! 나가 X져버려!"
"워허. 아가씨, 꽤나 입이 험하신데."
"닥쳐! 죽여버릴꺼야! 널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서 너희들이 사육하는 용들 밥으로 줘버리겠어!"
그녀가 클라이드에게 칼을 매섭게 휘두르던 그 때, 그녀가 닫았던 방 문이 열리며 아이들 둘이 나왔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위로 올려 문을 열게 한 듯, 작은 아이가 큰 아이의 무등을 타고 있었다. 큰 아이가 꽈당 하고 넘어지며 작은 아이를 내려놓았고 작은 아이, 카밀레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울 법도 하건만은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을 하고서도 작은 고사리 손으로 클라이드의 다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바보 멍청이 똥개! 이 살인자야! 나는 뭐 너 좋은줄 알아? 싫어! 싫다고!"
"리카르도! 카밀레! 이 사제자식이 우리 언니를 괴롭혀서 마녀라고 말하게 만들었대!"
"뭐-?!"
그들을 바라보는 셋의 눈이 제법 매섭다. 빈민가의 비인간성은 그 아이들을 아주 짙게 물들여둔 모양이다. 리카르도의 신호를 본 카밀레가 문을 열고 바깥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우리 언니를 괴롭혀서 마녀로 몰고 죽이려고 한 사람이 여기 있어요!"
"뭐? 마리아를 끌고간 사람이 네녀석 집에 왔단 말이야?"
클라이드는 상황파악이 그렇게 느린 편이 아니었다. 그는 생명의 위협이라도 느낀 양 그에게 소리쳤다.
"튀어!"
"네?"
"제끼라고, 이 등신아!"
그래도 말을 이해 못하는 메르헨을 위해 클라이드는 직접 그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골목길을 빠르게 달려 번화가 쪽으로 향한 그들이 성기사 하나와 조우할 때 까지, 빈민들은 그들을 계속 쫒았다.
"에라이, 불리하니 남한테 들러붙는건 벼룩새끼나 사제새끼나 틀릴게 없구만!"
"가세, 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자, 3남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잔뜩 분노한 표정으로 클라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리시아는 손에 칼까지 쥔 채 그를 언제든 찔러 죽일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을 한 사내가 가로막았다.
"얘들아...이제 가자. 짐 정리는 다 했니?"
"앗, 오빠! 다 했구말구! 집에 다- 있어! 리키랑 카미 장난감두 챙겼구, 인형하구, 또..."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고. 사제한테 화는 그만 풀고."
바짝 말라비틀어진 그가 아이들을 다독이며 그들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비록 그의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그는 때마침 아주 적절하게 나타나준 그 마른 남자에게, 그리고 그를 때마침 보내주신 아모르님께 속으로 감사인사를 했다.
'아이고. 하느님 아버지, 감-사드립니다-'
그 사내가 3남매를 데려가고 나서야 클라이드가 성기사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성기사가 적잖이 놀란 듯 뜬금없는 관등성명을 시작한다.
"서...성기사단 4소대 소속 마엘 스트롬!"
"갑자기 웬 관등성명...아무튼 고맙다."
"벼...별말씀을 하십니다."
그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꽤 나이가 있는 성기사였지만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클라이드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보면 성기사들은 사제에게 반드시 존대를 해야하는 모양이었다.
"그 남자...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거 같은데..."
메르헨이 기억을 더듬어 내려갔지만 기억 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
"예쁜 언니, 저희 언니는 어디 있어요?"
"마리아 누나 어딨어요?"
아이들은 어린 마음에 걱정이 앞섰는지, 낙원에 오자마자 처음 만난 칼라이아에게 제 남매의 안부부터 물었다.
"마리아는...꽤 괜찮아."
"꽤 괜찮다뇨...? 어디 아파요?"
알리시아의 촉은 정확했다. 마리아는 모습이 확연히 달라져있었다. 기계로 대체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눈에 띄었다. 더불어, 눈을 가리는 천도.
"그 놈들이 얼마나 독하게 고문을 해댄건지...몸이 성한데를 찾는게 더 빨랐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지. 아, 마침 들어오네. 너희 언니 새 눈!"
사람의 안구를 닮은 둥근 기계 3개가 하나씩 차례로 들어왔다. 말을 마친 칼라이아가 자판을 딸깍거렸고 곧 그 기계들이 떠올랐다. 그와 거의 동시에 누워있던 마리아가 깨어났다.
"으응..."
"언니이-!"
"누나! 괜찮아?"
"난 괜찮아. 그건 그렇고...시야가 좀 이상한데. 내 키가 컸나?"
칼라이아가 그녀에게 거울을 보여주었고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눈 - 정확히는 눈을 대신하는 기계들 - 을 움직여 자신의 모습을 자각했다.
"..."
"미안하다. 이게 최선이었어. 아으...3년 전에 인체실험 승인만 받았으면 니 다리고 눈이고 진작에 고쳐줄 수 있었는데!"
칼라이아가 분노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충격이라도 받으면 어쩔지 고민하듯,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또 살폈으나 소녀가 내놓은 답은 그녀의 걱정을 모두 달아나게 만들었다.
"아니...괜찮아요. 그 사람들이 한 일, 나 사실 조금은 기억하고 있어요...중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못 움직이던 날 아델오빠가 데려온 것도 기억하는걸."
마리아는 그녀에게 따듯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녀의 눈 3개가 동시에 움직여 그녀의 가족을 세 방향에서 응시했다.
"다들 하나도 안다쳤네. 다행이야."
"누나아..."
"울지 마, 카밀레. 울면 크리마용이 선물 안준다?"
눈물을 그치는 카밀레의 모습을 그녀의 '눈'이 눈높이를 맞춰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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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정보
이름 : 마리아 헤리온
나이 : 14
성별 : 여성
특이사항 : PROJECT OLYMPIA의 Prototype, 부상이 극도로 심각하여, 어떻게든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음.
- 베네지브램블드래곤(이하 베네지)의 유전자를 투입해 유전자를 조작, 그 결과로 신체와 골격의 전반적인 내구도 및 재생력이 베네지와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전체적인 근력이 증가했다. 평범한 성인 남성의 1.5배 수준.
- 또한 베네지의 발톱과 유사한 골격조직이 생성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그녀의 의사에 따라 외부로 드러내 근접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외부로 드러난, 날개와 유사한 조직의 생성 역시 확인했으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 비행은 그녀가 호박벌이 아닌 이상 불가능함.
- 다만 이미 제 기능을 잃을 정도로 훼손된 신체부위는 재생되지 않아 심하게 훼손된 신체부위를 기계로 대체했음. 안구는 주변의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데, 공격기능이 탑재되어 있음. 큰 공격은 그녀의 시야를 잠시 가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 공격 한번이면 다 날아갈테니 괜찮을 것으로 사료됨.
◇
사람들은 믿고 의지할 진리가 필요하다.
종교, 사상 따위의 것.
그리고 사람들은 날 믿고 있지.
나를 의지하고 있다고.
나를 진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야.
진리는 영원불변이지...
그래, 이것은 내가 진리의 역할을 자청하는 것일 뿐이다.
절대 내 개인적인 사심이 아니다.
아모르의 이름으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이단자
어차피 이단이라고 했으니 죽은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나.
시...싫어! 내가 어째서 너 따위에게...!
이 악마! 살인마!
판그루이 므글루나파 씨털후 르 라이에 그나글 파탄...
시...싫어! 아아아악!!!
무슨 일이십니까, 대주교님!
이단이 회개하지 않아...
아모르님의 은총을 빌어 그를 소멸시켰습니다.
이단이 사라졌으니 아모르님이 기뻐하실 것입니다.
다행입니다, 대주교님.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십시오.
그대들의 앞에 아모르의 축복이 함께하길.
판그루이 므글루나파 씨털후 르 라이에 그나글 파탄...?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음...
맞아! 아버지가...
추방당하시기 전에!
마엘. 뭘 그렇게 궁시렁대고 있는거야?
근무 서러 가야지.
어? 어어. 그래야지.
단순한 착각이기를...
제발...
◆
스트롬 자네, 내 말좀 들어보게.
칼라이아의 말에 따르면,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하네.
아...그것이? 몇기가 있다고 하나? 하무트.
아직은 7기 정도지만, 곧 양산이 가능하다고 하더군.
다만 문제는 컨트롤 수단의 부재가 걸려서...
그거야 내가 해결해 주지.
칼라이아의 기술력과 내 흑마법을 합치면,
완벽한 통제 수단이 나올거야.
...바로 절대적인 하이브 마인드(Hive Mind)말이야.
하이브...마인드? 그게 뭔 소린가?
나는 이런 분야엔 문외한이란 말일세.
알아먹기 쉽게 설명해주게.
음...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그래!
저들을 벌이나 개미와 비슷하게 만든다고 보면 돼.
벌들, 개미들은 각 개체마다 역할이 정해져 있지.
그 프로토타입도 각 개체별로 역할을 정하는 거야.
칩을 심는다거나...세뇌를 한다거나
아니면 이성을 지우고 임무를 각인시킨다거나 해서.
그러면 각 개체는 생존이 급할 때 외에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충실하게 돼.
간단하게 말하자면, 각 개체에 설정을 입력하고
그거에 맞게 행동하게 통제한다는 거지.
뭐...설정은 칼라이아가 할테니 별 상관 없겠지만.
오호......
그러고보니...자네 본명은 대체 뭔가?
계속 스트롬이나 스트롬 씨로만 부르고 있으니...
아, 알고 싶나? 대답은 딱 하나야. 안알랴줌!
.....
자네랑은 대체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아, 프로토타입 이름은 뭐라고 한다고 했지? 말 안했나?
'디스페어 - 자크 - 엘(Despair - Zaq - El)'이라는 가칭이 붙은 듯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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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았으니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저희가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저희의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 마태오 복음 23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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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벌은 해부학상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나온, '그들의 이름은 소멸될지어다.'라고 말하며 방울을 흔드는 장면은 유대인들의 명절인 부림(Purim)절에, 에스더 서를 읽다가 하만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그의 이름은 소멸될지어다.' 라고 말하며 요란하게 총을 쏘는 전통을 따온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집엔 성경이 총 4권 있고 거기에서 참고를 잘합니다. 물론 본인은 무교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지. 신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