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상 _ 02
3. 난 이미 죽어있다
타다다닥! 길쭉한 손가락이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기계식 키보드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가히 경이로운 컨트롤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마침내 뜨는 알림과 함께 게임 한 판이 막을 내렸다.
"후후, 그래봤자 나에겐 미치지 않는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스윽 닦은 고대신룡이 옆의 생수병을 들이켰다. 키들키들 정신병자 처럼 웃기 시작한 그가 미치도록 울려대는 휴대폰을 마침내 발견했다. 전부터 계속 울렸었는지 얼마 가지 않아 전화가 끊어졌고, 고대신룡이 다시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확인했을 즈음 그의 몸이 식은땀으로 푹 절여지기 시작했다.
[부재중 전화 31통]
[카카오톡 64개]
"......난 죽었다."
알림의 주인공은 다크닉스였다.
4. MORAGUYO?
[하나.]
"앞으로는!"
[둘.]
"반드시 전화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앞으로는!"
......
이후 36번 반복. 고대신룡은 축 늘어졌다. 흐리멍덩한 눈동자가 동태눈같다. 정신은 이미 어딘가로 탈출했다. 허탈한 표정이 썩 보기 좋진 않다. 옆집 엔젤이 보면 그냥 터지겠지만. 책상에 턱을 기댄 체 웅얼거리자 자연스럽게 혀를 깨물었다. 므아. 허 개무러자아. ......으?
"아! 허 깨무러서! 아하! 아파! 아하아아!"
[에휴 잘도 논다. 어쨌든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으하! 아하! 으하아아! 아파하아아아! 끄하아아앙!"
[그러니까 할 말이......]
"으하아앙... 허... 허 개무러어... 흐어앙..."
[나 엔젤이랑 사귄다.]
"..............."
MORAGUYO?
5. 올 때 메로나!
[구라야. 마트 도착했을 즘부터 전화 걸기 시작했는데 이제 살거 다 샀다. 뭐 더 살거 있냐?]
"메로나!"
[......?]
"올 때 메로나!"
죽어있던 동태눈이 살아났다. 상대방에게 보이진 않겠지만 다크닉스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텐션이 높아진 목소리가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대신했다. 다크닉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거 대사 칠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올! 때! 메로나!"
[......기각. 그런거 사갈 것 같냐.]
"이런 닉스같으니라고!"
[칭찬으로 듣지.]
"우에에에에엥! 빼애애애애액! 메에에에로오오오오나아아아아아!"
뚝. 전화가 끊겼다.
6. 이런 츤데레!
"메로나아! 메로나 사줘어어!"
"시끄러, 이 앵무새야. 쨍알쨍알 목이 아프지도 않나."
"으아아아아앙!"
되도 않는 앙탈을 부리며 고대신룡이 메로나 메로나 노래를 부르자 다크닉스가 숨겨두었던 검은 비닐봉지를 고대신룡의 얼굴에 냅다 던졌다. 이거나 먹어라, 이 앵무새같은 놈아!
푸하, 차가워! 차가운 온도의 딱딱한 것이 제 얼굴에 부딪히자 고대신룡이 바닥을 굴렀다. 아파, 차가워, 아파, 차가워! ......잠시만, 차가워? 고대신룡은 급히 비닐봉지의 입구를 쩍 벌렸다. 세상에.
"닉스 최고!"
"흐, 흥. 딱히 널 위해 사온게 아니거든. 그냥 내가 먹고 싶어서 사온거거든."
"어잇할 하호 이에."
"먹고 말해, 먹고."
"닉스는 츤데레!"
"무, 뭐. 그게 뭔데!"
고대신룡은 오늘로 다크닉스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런 츤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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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스는 츤데레입니다. 이런 츤데레같으니라고!
+)욕설 포함, ㅆㅣㅂ. 혀가 ㅆㅣㅂ혔다. 라고 썼는데 그것도 안 돼나요? 음식을 ㅆㅣㅂ어먹는다고 쓸 수도 없는 건가요. ㅆㅣㅂ이 욕인 건 맞지만 이런 점은 개선 가능하다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이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