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된 날 이였어. 대충 사람이 많아 보이는 무리에 들어가서 친구를 사귀었지. 내 눈에 띈건 밝은 갈색 머리카락에 큰 눈을 가진 여자아이였어. 보통의 여자아이와 다를 바가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애였지. 집 가는 방향이 같았기 때문에 우린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
그 애의 특징은 거짓말을 잘 못하고 고지식하다는 거였어. 아이들끼리 다같이 누구 한명에게 장난치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도, 그 애는 거짓말 하는게 다 티가 났어. 커진 동공, 약간 떨리는 목소리. 딱딱하게 굳은 얼굴. 그 애는 장난치기 어렵겠네. 거짓말이 다 티가 나니까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단지 여름방학만을 기다릴 뿐인 지루한 어느 날, 학교에서 틀어주는 공포 영화는 이미 봤던 거라 잠이나 잘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더니 자기 꿈 얘기를 들어 보라는 거야. 내가 좋아할 거라나? 내가 호러 매니아라는 건 반 전체에서 꽤나 유명한 이야기였거든.
꿈에 누군가가 자기를 마주보고 서 있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리고는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시험 끝난 뒤부터 매일 매일 꾸고 있다는 거야. 주위로 같은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세세한 디테일이 추가되기 시작했어. 거기서 추가한 건지, 아니면 진짜 꿈이 그런 모습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다들 관종 기질이 있잖아, 그치?
중얼거리던 말?
-……줘. …줘. 앞에 말은 잘 들리진 않지만, ‘줘’ 라고 끝난다는 거겠지. 뭐, 어쨌든 같은 꿈을 매일 매일 꾸는 건 흔한 일이 아니잖아? 특이한 꿈이네― 싶어서 넘어갔지.
방학식이 시작하고 나서도, 단체 톡방에서는 그 애가 하루 하루 그 꿈을 꾸었다는 거였어.
오후 2시쯤 일어나서 101개쯤 밀린 카톡을 살펴보면 아침 일찍 일어난 그 애가 오늘도 그 꿈을 꿨다는 말로 시작했지. 그리고 점점 무언가가 추가되기 시작하더라. 꿈에 나오는 아이의 얼굴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하고, 이제 여자아이란 것도 알게 되었대. 목소리도, …꿔줘. 라고. 좀 더 잘 들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뭘 꿔 달라는 거야, 걔 가난하대? 같은 우스갯소리만 있기에. 그 꿈을 이 주째 꾸고 있는게 신기하기도 해서 난 이렇게 적었어. 정말 장난같은 한마디였어.
‘절대 꿈 속에 인물에게 뭘 주지 마.’
아이들은 무섭게 왜 그러냐, 너 또 그런다 이러면서 무시하고 지나갔지. 그 애도 마찬가지였어. 2주째 꾸고 있으니까 이제 좀 무섭긴 하다. 그 애의 감상이었어.
3주째가 되던 어느 날…말야. 선명해진 꿈 속 아이의 얼굴을 보았대.
자기 얼굴이었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아마도……… 무슨 말인지도 알게 되었대.
그건 ‘바꿔줘’ 였어.
아이들은 무섭다, 무섭다 연발이길래 내가 물어보았지.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설마 승낙했어?’
‘글쎄?’
뭔가가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지. 다음 날 부터는 그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어.
2학기가 되어, 수련회에서 하룻밤 자는 날. 난 내 옆에 누운 그 애에게 몰래 물어봤어. 정말 아무 말도 안하고 깬거야? 그 꿈은 이제 더이상 안 꾸는거야?
그 애는 나에게 속삭였어.
‘그 다음 날 부터, 나와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돌려줘‘ 라고 말하는 꿈을 매일 꾸고 있어.’
그 목소리에서는 어떠한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고, 마주 보고 있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굳건했어. 말을 마치고 싱긋 웃는 표정에선 어떠한 이상함도 느낄 수 없었지. 마치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난 그 애 쪽을 향해 돌렸던 몸을 반대로 다시 돌렸어. 그 애를 등지고 말야.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잠들수 없었어. 아마, 그 애도 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 하지만 뒤로 돌 수 없었어.
수련회 이후로 우리 사이는 점점 멀어졌어. 그게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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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지급은 드빌1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