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프란시스는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니나의 뜀박질에 맞춰 스론의 수신호를 해석하였다. 니나가 제대로 해석했다면, 그래서 내게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 거라면 이건 필히 큰일이였다.
" 수신호를 제대로 해석한 게 아니길 바라기는 이번이 처음인 거 같아. "
첸이 심각한 얼굴로 말을 내뱉자 프란시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똑같이 해석하였다.
- 포마스를 처치할 때 검은 로브로 추정되는 인물을 보았음. 오후 5시까지 시계탑 앞으로.
검은 로브. 30년전에 그들에 의해 완전히 처단된 것이 아니였나?
니나에게서 신호를 전달받은 프란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후 5시까지 시계탑 앞에 그가 나와야 자초지종을 마음껏 들을텐데. 리디에가 불안했는지 프란시스의 손을 꼭 잡았다.
이윽고 5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올리고, 시계탑 뒤로 스론과 레아, 샤레이가 나타났다. 프란시스는 예를 표하는 뜻으로 치마를 조금 들고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레아와 샤레이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긋 웃었다. 리디에와 첸도 따라하자 레아와 샤레이는 멋쩍은듯이 하하ㅡ 웃을 뿐이였다.
" 일단 보는눈이 많으니 희망의 숲으로 걸어가면서 얘기하자. 포마스도 아직 10일이 안 지났으니 일단은 안 나타날거야. "
프란시스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와 샤레이도 어쩌다보니 그들을 따라가게 되었지만, 이미 이런 패턴에 익숙해져있던 프란시스와 첸이였다.
" 몬스터테이머? "
" 예. 옛날에 우리 검은로브의 전 세대의 음모를 막은 쉐도우 헌터가 무슨짓을 꾸미고 있는 거 같습니다. "
사방이 검게 칠해진 방은 단 한 줄기의 빛도 허락하지 않겠다는듯 어두운 오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검은 로브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보고를 받고는 호오ㅡ 하고 웃음을 작게 내뱉었다. 가증스러운 쉐도우 헌터여, 이제 50살이 넘어갈 터인데 아직까지도 우리를 막으려고 드는 건가?
쉐도우 헌터는 꽤 재미있는 인물이였다. 그들이 라테아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실험을 개시한 실험체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결과를 떠안아준 인물이였다.
검은 로브가 그토록 원했던 라테아와의 접촉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라테아에 있는 드래곤들의 힘을 빌려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은 조금 뜻밖이였다.
제일 놀라웠던 점은, 카데스의 힘을 받은 몬스터들을 통솔할 수 있다는 그의 놀라운 능력이였다.
하지만 쉐도우 헌터는 검은 로브의 실험실을 도망쳐나갔다. 그들의 실험체가 도망친다는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 실험체가 각 지역의 대장 몬스터들을 모두 통솔하여 그들의 앞에 나타났을때, 검은 로브들은 웃었다. 정신이 나간것처럼 웃었다. 반은 실험의 성공에 대한 기쁨에, 반은 자신들에게 대드는 실험체에 대한 분노에 엄청나게 웃었다.
그리고 검은 로브는 해체되었다. 그랜드 마스터 산과 함께 그들을 공격한 그에 의해.
몬스터를 통솔하는 능력을 가진 실험체, 그가 몬스터와 친해지는 법을 세상에 공표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또 몬스터들이 인간들과 함께 살 수 없었으니까.
" 수장님. "
소름끼치도록 아름답지만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아까전에 가벼이 웃었던 검은 로브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 조사는 끝났는가? "
" 설마 했는데 진짜 그럴줄은 몰랐습니다. 그녀들은 다크닉스 사건때 멸종하였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
여성이 항의의 목소리를 내자 검은 로브는 다시 웃어넘겼다. 일단 그들은, 몬스터 테이머들에 대한 엄청난 조커카드를 확보하였다.
이번 싸움은 꽤 재밌어지겠어. 잘만 하면 새로운 실험체도 생겨날테고!
" 검은 로브는 30년전에 모조리 소탕된 거 아니였어? "
첸이 경악하는 얼굴로 희망의 숲에 들어서지마자 냅다 내질렀다. 나무괴물 역시 심상찮은 상황이라며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스론이 그런 둘을 모르는 체 하며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레아와 샤레이도 마음이 무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신신당부 받았던 말이였지만, 실제로 검은 로브를 보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던지라 그들 역시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다. 기껏해야 에그헌터를 만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리디에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프란시스의 손을 꼬옥 잡았다. 프란시스가 웃으며 리디에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일단 괜찮을거라고는 말하는 그녀였지만, 그녀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쉽게 안심할 수 없었나보다.
희망의 숲은 정적이 감돌았다.
" 그래, 나뿐만이 아니라 엘피스를 비롯한 모든 마을이 검은 로브가 온전히 사라진 줄 알고 있지. "
스론이 붉은 눈빛을 번득이며 말하자 프란시스도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눈을 번득이는건 보지 못했다).
검은 로브, 30년전 라테아에까지 눈독들이고, 드래곤과 정령과 기계를 합성시키고, 엘리시움과 메탈타워의 괴물들을 다시 불러낸 조직. 프란시스는 그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머리를 짚었다. 정말 드래곤들은 별 문제를 다 일으키고 다니는 거 같다니까.
스론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하지만 아닌가봐, 며칠전에 검은 로브의 일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았고, 내 친구들 중에서도 밤에 몬스터 서식지를 겁없이 나돌아다니다가 검은 로브의 사도를 보고 드래곤을 뺏기거나 지금까지 혼수상태에 있다는 사람들이 많아. "
" 검은 로브의 사도? "
" 꽤 고위층에 있는 검은 로브의 일원이야. 드래곤들의 피를 흡수하여 체력을 이어나간다는 설이 있어. 여하튼 그 소문이 다 사실이면.. "
" 검은 로브가 돌아왔다는 거지? "
" 맞았어. "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리디에가 흘끔 쳐다보니 레아와 샤레이는 꽤 믿음직해보이는 드래곤테이머들이였다. 3달동안 몬스터테이머인 스론과 함께 다니고 있다는 것만 해도 장난이 아니지 않은가!
이따금 몬스터테이머를 넘겨주면 30만 골드를 준다면서 드래곤 테이머들을 유혹하는 악덕 길드가 가끔씩 눈에 들어오곤 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몬스터 테이머를 싫어하며, 대게 그런식으로 넘겨받은 몬스터 테이머를 죽인다는 말도 있고, 불구로 만들어 돌려보낸다는 말도 있다. 한번은 고문을 엄청나게 잔인한 방법으로 하여 하마터면 본부가 들통날 뻔한 상황이 있었다, 고 프란시스에게 들었던 리디에라서 그녀는 샤레이와 레아를 전적으로 믿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우리를 도와 검은 로브들이 나타나면 같이 싸워줄까.
레아와 샤레이는 역대 최고의 난제에 부딪혔다. 장사를 하고싶어 집을 나와 여행을 시작하다가 몬스터 테이머를 구하게 되었다. 처음 그가 몬스터테이머인 걸 알았을때 레아가 펄쩍 뛰었던것이다. 신고해버리겠다고, 갈갈이 날뛰는 그녀를 그가 간신히 막았던 기억이 있어 샤레이는 풋 하고 웃음을 새어버렸다. 다행히 레아가 눈치채지는 못한 거 같지만...
그런데 그들이 구한 몬스터테이머가 검은 로브가 있을 거 같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샤레이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다. 검은 로브면 희귀한 돌 같은 걸 갖고있지 않을까.
레아가 그런 샤레이의 마음을 읽었는지 발을 콱 밟았다.
" 으악! "
샤레이가 발을 감싸쥐고 한발로 꽁꽁 뛰어서 모두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론은 웃지 못했다.
문득 그들이 희망의 숲의 중심부에 이르렀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와 프란시스의 바로 옆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