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타오르는 눈빛
허나 그에게는,훨씬 더 중요한 대면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발에 넘어가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었다
분하지만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미 빼어든 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면서,도로 칼집에 넣었다
"....크........네년......꼼짝말고 거기 처박혀 있어라...내 곧 돌아와 네년을 박살내 버릴것이다"
폭발 직전의 부노를 겨우겨우 억누르고,날개를 전개한 닌자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가 떠난 자리의 땅을 손으로 짚은 에리카가 무언가를 알아채고는,이내 안쓰럽다는 표정을 보이고는
"......당신에겐 아쉬운 일이군요...당신과 나의 재대면은 이제 더는 없을 테니까..."
아마도 이것 역시 그녀의 예언법중 하나인것 같았다
블러드도 날개를 꺼내들었으나,상처가 너무 심해 얼마 날지 못할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또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던 에리카가 손을 펼쳤다
손에서 영롱한 초복빛이 번쩍였다
"......?!?!?!?!?"
어느새 그의 몸은 거의 다 아물어 있었다
이상했다,분명 이렇게 빨리 회복할 상처가 아닐텐데...?
더누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도 낫고 있었다
"설마"라는 얼굴로 에리카를 바라봤다
"설마 네년이..."
"......"
'이제 반말은그만 써도 되겠지...'
"당신이 오스카와 재대결을 벌일 것이란 사실 다 압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죠,그는 이미 당신의 생각을 훨씬 초월해서 돌아왔는데...
그런 그를 상대로 그 몸으로 덤벼서야,자존심에 입을 상처는 곱절로 늘어날 테니까 말이에요
당신이 가진 힘만 믿고 덤비는건 개죽음을 자초하는 겁니다,블러드"
정신병 환자치곤 많이 참은거다
물론 이녀석이 착하다는건 절대 아니다
"이녀석"치고는 상당히 많이 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역시 에리카보다 더 원하는 상대가 오고있었고
힘의 차이를 알고도 또 덤벼들다 온몸이 찢기고 싶지는 않았다
".....닌자보다 내가 먼저 찾아올것이다,각오하고 있거라"
역시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고,금세 점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이 쓴 기술의 여파로,아무것도 남지 않은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리잡고 있었던,풀과 나무들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었다
아무리 차가워졌다지만,비록 식물이라지만,한때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따듯했던 그녀로서는
또다시 자신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그에 따른 영향이 끼친 죄책감이 그녀의 정신을 공격했다
괴로웟다,너무나 괴로웠다
그냥 모두 집어치우고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가서,펑펑 울고 싶다
그렇지만 그녀의 현재는 그것조차도 용납해 줄수 없는 상황이었다
빛진영 최상위 전력인 그녀는 앞으로의 일에 있어 절대로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되었다
악신에 물든 자들은,어떻게든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말고 쓸어버려야 했다
그것만이 유타칸과 남은 가족,동료들을 지킬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럴때...누구라도...내옆에 있어줬다면...
".........."
뭔가가 생각난 듯한 에리카,머리에 찬 머리핀을 뺐다
"......그랬었지...이건..."
3천년전,너무나도 사랑했던 그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준,과거의 그를 느낄수 있는 유일한 물건
머리핀에 달린 깃털들은,창조능력이 약한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유일한 "장식품"
그랬기에,예전의 그의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있을수 있었던 그런 선물이었다
"언제쯤 만날수 있을까요...?"
마리핀을 쥔 손을 가슴에 품었다
역시 이것에서도 뭔가를 읽어낸 그녀의 예언법은
그녀를 근처에 있었던 그의 안식처 "기가틴"으로 이끌었다
엄청난 속도로 바다에서 솟구친 6명의 형체들은 일제히 그들의 진영을 향해 내달렸다
에리카의 예언대로 였는지,그들의 몸에서는 예전에 느낄수 없었던 고귀하고도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이 이 안에서 무슨일을 겪었던 건지,그것은 지금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분명한건 지금 그들은 그들이 원하던 "힘"을 얻어 돌아왔던 것이다
맨 앞에서서 내달리던 은백색의 갑옷을 입은 나키온이 입을 열었다
"이제곧 그들과 맞부딧히게 될거다,그 전에 충고해 주고싶은 것이 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지금 우리들이 얻은 힘으로 충분히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아무리 그 힘이 크다 해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
3천년의 공백을 생각해 본다면 "6장군"들은 그 거대한 힘을 얻은지 족히 수천년은 지났을터,
그에 반해 우리는 지금 막 커다란 힘을 얻은 거라,상당히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있어 방심은 곧 죽음임을 명심하도록,
지금까지 날 따라와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들은 꺾는다면,다크닉스와 정면대결을 벌이게 되겠지
......우리의 유타칸을 지킬수 있는 법은 오직 놈을 꺾는 것 뿐
마지막까지,모두 최선을 다해다오"
진심어린 그의 한마디를 들은 모두가 오른손을 가슴에 대어 경의의 표시를 취했다
그리고는,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그들만의 길을 따라갔다
"하~암"
지루함을 한가득 품은 긴 하품소리가 들려온다
섹시한 몸매에 어린 소녀의 얼굴을 지닌 바위 위의 여자가 낸듯 하다
그렇지만 흰자가 시커먼 색으로 가득찬 그 눈을 보고 판단한다면,이 여자는 예쁘다기 보단 무서웠다
생글생글 웃는 상인데도 어디선가 묻어나오는 섬뜩함은 도저히 말로 표햔하기 어려웠다
그녀의 옆에 뭔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지루해하던 그녀의 얼굴이 바로 활짝 웃는 표정으로 변했다

"...왔니?"
회색의 정장을 입은 하늘색의 빛깔이 나는 장신의 청년,물의 수호자 샤크였다
그를 본 크리스가 놀랍다는 얼굴로 다시한번 웃음을 보인다
"우와~~~예상과 너무 달라서 신기한데?그런 잘생긴 얼굴로
수천의 동족들을 다 쳐죽였다니...상상이 안가는데...
난 적어도 우리 다크닉스님 정도로 무서운 얼굴일것 같았는데 말야..."
"............"
"그래 뭐,,,네 과거야 아무래도 좋긴 한데...그정도의 힘이라니,관심이 들어서 말야
어때?나에게도 그 광전사의 힘을 보여줄래?그럼 나 되게 기쁠것 같은데,응?"
"................."
그녀의 말 속에 묻어난 광기는 실로 엄청났다
남극에라도 온듯이,주변의 공기가 싸해졌다
이정도라면 충분히 그의 속을 흔들어 놨을거라 생각한 그녀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
예상과 너무 다른 반응,내가 알기론 이게 아닐텐데...하며 어리둥절한다
이상한건 동족 말살 사건에 대해선 엄청나게 민감했던 그가,이런 도발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만 해도 그는 이런 소리의 절반도 듣기전에 눈이 돌아갔을 것이다
이 과거는 그의 가장 큰 트라우마였다.그런 그의 속을 충분히 흔들어 놓을수 있는 말이었는데 왜...
"......너 샤크 맞아?왜 아무 반응이 없어?
듣던 것처럼 어서 내게 달려들어봐,날 죽일듯이 노랴보라고,어서!"
"................."
"...................아 뭐야 재미없게...나 무지 기대하고 왔는데 이런식으로 나오면 많이 슬퍼..."
'슬퍼...
슬퍼...
슬퍼...'
마지막 말에 뭔가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어쨌건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아무런 분노도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뭐야 너......할말 있으면 해...어디서 그런 눈으로 봐?참고 있는거 안보여?"
생글생글 웃던 얼굴은 어디갔는지,순식간에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하지만 전혀 기죽지 않던 샤크가 대답했다
"할말 있으면 하라고 햇나?
그럼 대답해주지,
날 도발할 생각은 집어치워라
난 이미 과거의 기억에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심해로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이런건 감히 마음먹지도 않았겠지만
지금은 달라,난 이제 얽매이지 않겠어
내가 지은 죄는 모두 받을것이고,영원히 잊지 않고 계속해서 짊어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길에 있어 더이상 내 발목을 잡게 하지는 않을것이란 거다
죽도록 자책하며 틀어박혀있다 죽는것 보단,차라리 비록 그 죄책감을 잠시 내려놓더라도
내와 내 동족에게 비극을 가져다 준 악신을,내손으로 직접 처단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내 죄에 조금이라도 나의 다짐을 전할 것이다"
그의 진심을 제대로 알아들었단 뜻이었을까
더이상 소녀의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뭐...?죄책감을 내려놔...?...네가 뭔데 이미 죽은 녀석들의 마음을 판단해...?
그것도 네가 죽인 생명들을 상대로...뭐라고?...웃기지마...웃기지 말라고...
너 말야...그거 알아?나도 너랑 좀...일맥상통하는 과거가 있거든...
도저히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말야,그래도 너처럼 그렇게...그렇게가볌게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
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맘에 안들어
봐줄까 생각했는데 안되겠어
죽이겠다,너"
어느새 샤크를 지나쳐있는 소녀,크리스
샤크의 얼굴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그에게 공격을 꽂아넣었던 것이다
그를 소름끼치는 눈으로 쳐다보던 크리스가,자신의 목에서도 피가 나고 있다는걸 발견했다
순간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다가,그제서야 자신이 공격을 하던 순간 샤크가 반격을 했다는 걸 알아챘다
"......우리의 속도에 반응하고...그대로 읽어내서 반격할 정도라고...?
.......아 그래,너희들 설마...다크닉스님이 말하시던 그 힘을 얻은건가?"
"............"
"..........줄곤 무시하고 있었는데,이정도란걸 알았으니 이제 그러면 안되겠네
그럼 지금부턴 진지하게 상대해줘야겠어
너도 그걸 원하지?"
샤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간단 관계도입니다
자세히 못그려드려 죄송합니다
조만간 웹툰게시판에 다크닉스와 에리카의 단편만화를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