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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혁명 - 4. Under the Fallen Wings (3)[재연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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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276
  • 작성일2017.02.06
※ 본 소설 《검은 혁명》은 장편 소설입니다. 이전 편을 모두 정독해주셔야 스토리의 이해가 가능합니다. 세계관도 읽어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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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드가 환자복을 벗고 사제복으로 갈아입었다. 편한 옷으로 해달라는 그의 말을 신전에 남은 사제들은 잊지 않았다. 활동에 아무런 제약도 주지 않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사제복을 갖춰입은 그가 문을 나선다. 뒤에서는 차가운 인상의 간호사가 의무적인 목소리로 무의미한 말만을 지껄인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들었다.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 말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가 발길을 돌린다. 문을 나서던 그에게, 다리에서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하고 있는 레넬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의 메르헨도. 아마 그가 침대에서 누워있는 사이, 자기들끼리 나갔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모양이었다. 의젓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레넬과 그 옆에서 조곤조곤 말을 꺼내는 메르헨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친다.

"그륵..."
"조금만 참아, 레넬."

마을로 나서자 문자 그대로 처참한 폐허가 보였다. 성기사들과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청소로 그나마 깨끗해지긴 했어도, 곳곳에 널린 건물 조각과 사람 조각이 그 당시의 참사가 얼마나 광적이고 폭력적이었는지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서 있는 고대신룡 조각상이 그의 눈에는 그 때 보았던 '더 폴른'이라는 자의 모습인 양 꼴도 보기 싫었다. 그가 인상을 구긴 채 옆을 돌아보자, 입은 것이라고는 뭔가 잔뜩 묻은 누더기가 전부인 중년의 거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사제님...하...한 푼만..."
"좀 바빠서. 마을이 이 꼴이라."

빈민 구제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그가 고개를 홱 돌리고 신전 방향으로 향하다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 부랑자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불길한 느낌을 받고 몸서리를 쳤다.


조용하던 마을을 그가 다시 터뜨리고 다니자 사람들이 굉장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도망치거나 숨느라 바빴지만 여기 있는 그들만은 예외였다. 검은 날개의 그를 쫒는 클라이드, 메르헨 그리고 성기사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이 원하던 목표물 - 낙인을 찍는 '틀' - 을 자기 손에 넣고는 그들 앞에서 흔들어보였다.

"짜잔- 이거 하나가 날 이렇게 만든 게 놀랍지 않아?"
"당장 내려놔."

그가 혀를 낼름 내밀어 보이고는 그것을 들고 뛰어오른다. 클라이드를 향해 총을 쏘려는 기척을 느낀 성기사가 뭐라도 해보려는지 방패를 그의 앞에 세웠다. 방패가 꽤나 두터웠는지 총알이 방패에 진동을 주었을 뿐 그의 심장을 뚫진 못했다.

"오호...?"

클라이드가 그에게서 방패를 빼앗아 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잠시 주춤했던 그였지만 곧 쉽게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보고 더 폴른이 조금은 놀랐는지 빠르게 뒤로 뛰어간다. 그가 더는 안되겠는지 방패를 들었던 성기사를 불렀다.

"야! 아까 방패!"
"예! 2소대 소속 테오도르 레키엘!"
"너 이거 들어! 난 못들겠다."

그 말에 아까 전에 방패를 들고 있던, 테오도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성기사가 그에게 달려가 방패를 다시 들었다. 그러고서는 앞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그가 휘두른 방패를 간신히 피한 그가 총을 난사하지만 몇은 빗나가고 몇은 방패에 막혀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다가가 더 폴른에게 강한 타격을 주었고 그대로 붕 날아가버린 그가 땅에 처박히지만 다시 빠르게 일어섰다. 그러고는 다시 그를 향하는 성기사를 향해 그가 무언가를 던졌다. 덫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폭탄이었다. 안타깝게도 그가 그것을 봤을 때는 이미 조금 늦은 뒤였고, 그가 덫을 밟자 폭탄이 터짐과 동시에 덫이 그의 다리를 자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허나 성기사가 입은 갑옷은, 비록 대주교의 비리로(이는 클라이드만 알고 있었다. 장부를 조사한 결과였다.) 강도가 좀 약하긴 했지만 꼴에 풀 플레이트 아머라고 제 주인의 다리가 날아가는 대참사만은 막아주었다. 하지만 그 성기사는 아마 덫이 해체되기 전까진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이런..,! 이게 왜 안...빠져!"
"아하하하- 덫에 걸려들었네? 옛날의 내 모습같아! 캬하하하하-"

클라이드가 그 모습을 보고는 뭔가 떠오른게 있는 듯 그 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에 신성력을 응집해 활을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쏘아냈다. 폴른 또한 그에 응사했고 신성력의 화살은 총알은, 총알은 신성력의 화살을 각각 무력화시키는 데에 그쳤을 뿐이지만, 거기에서 그는 해답을 찾았다.

"내가 저거랑 푸닥거리하고 있을테니까 너희들은 저 놈 포위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가 다시 화살을 쏘아냈다. 그는 그것을 피하고 맞춰가며 그를 어떻게든 맞춰보려 애를 썼지만, 주변의 성기사들도 신경을 써줘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었다. 그가 미간을 살짝 짚었다.

"하...이거..."

그러다가는 씨익 미소짓고는, 뭔가를 집어던져 그들의 시야를 돌렸다. 던진 것은 연막탄이었고, 연막이 퍼짐과 동시에 그가 자신을 포위하던 성기사의 머리를 밟고 뛰어내린 뒤 빈민가 방향으로 질주해 포위망을 벗어났다.

"어차피 죽을 거, 도박이라도 해 봐야지?"
"이...이런, 잡아!"
"굿바이- 얼간이들!"

다시 그가 테오도르를 붙들고 있는 폭발 덫과 똑같은 덫을 바닥에 깔았다. 그들이 가지 못하고 있는 동안, 클라이드가 손에 든 신성력의 활을 들고 시동어를 나직히 속삭인다.

"홀리 스피어."

그러자 활이 곧 창으로 바뀌며 그의 손에 딱 맞는 형태가 되었다. 그가 아직 멀리는 가지 않았을 그의 실루엣을 향해 던졌다. 뭐가 오나 하고 뒤를 돌아본 그가 창을 향해 총을 난사하지만 이번 것은 화살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총이 몇발이 날아들든 튕겨낸 그 창이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가 재빠르게 옆으로 굴렀지만 창은 아까 전까진 그리지도 않던, 아래로 향하는 곡선을 그리며 그의 팔에 꽤 깊은 상처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덫도 터져나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윽...! 클라이드...!"
"지금이야, 잡아!"


사람들이 몇 들어있는 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간은 완벽한 방음이 되어있는 듯 밖으로 아무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용의 인자를 추출하고 능력의 원천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던 그녀에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희소식이 날아든 건 마지막 하나를 남긴 참이었을 때였다.

"칼라이아 님! 완성입니다!"
"오! 그거? 추적자?"

그는 말할것도 없이 그녀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여인의 상반신에 갑주를 장착한 그것이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현재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분석을 빠르게 수행한다. 4개의 다리로 조용히 움직인 그 기계도 사람도 아닌 어중간한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예를 갖춘다. 목소리는 억양이 없었고 기계음이 섞이긴 했지만, 여인의 그것이었다.

[카스의 검을 뵙습니다.]
"이야- 내가 설계했지만 이렇게 멋질줄은 몰랐는데? 좋아! 그럼 실험을 어디에 진행할까?"

더 폴른이 잡히기 직전이라는 긴급 보고가 때마침 들어왔다. 그건 그녀에게 적절한 실험장소 제공과 동시에 그 멍청이에게 자신이 카스의 검이라고 강력하게 각인시켜줄 수단을 만들어주었다.

"신성왕국 엘피스에 있는 광장으로 향해서 더 폴른을 구해와라."
[목적을 재확인합니다. 신성왕국 엘피스의 광장으로 향해 더 폴른을 구하는 것이 맞습니까?]
"그래. 어서 가 봐. 급한거 같으니까."

기계장치가 움직이며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더 이상 인간으로 볼 수 없는 그 장치에서는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건 누가 봐도 알 터였다.


"하하...이거이거, 대화로 풀 수는 없는 부분인가?"
"그럴거 같았으면 마을을 터뜨리질 말았어야지. 멍청아. 인두 내놔."

그의 손에서 H자의 낙인을 찍는 인두를 빼앗자 그가 순식간에 표정을 싹 구긴다. 대체 그것을 가지고 뭘 하려 했기에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클라이드에게 그것은 안중에도 없는 일이었다.

"넌 최소 사형각이다. 알아?"
"알고 한건데?"

그가 키득거리다가는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는다. 

"뭐야? 왜 주저앉고 난리야? 못일어나?"
"아, 하도 날뛰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메르헨은 그럴 만 하다고 여겼는지 몰라도 클라이드는 아닌 듯 대놓고 그를 걷어찼다. 아마 마을 청소가 그에게 가져오는 불쾌감이 상당한데 마침 그가 주저앉아버리자 화 내지는 짜증이 폭발한 모양이었다.

"빨랑 일어나지 못해! 마을에 청소거리만 만들어놓은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쉰다 만다 난리야!"
"아아, 그러지 말라고...나 삐진다?"

그가 킬킬거리자 클라이드가 성질이 제대로 난 듯 화를 내려던 찰나, 메르헨이 그를 말렸다. 그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가면서. 그 말에 클라이드는 넌 누구 편이냐 라며 화를 냈고 더 폴른이 그것이 코미디라도 되는 듯 깔깔거렸다. 누가 보아도, 한편의 희극같은 그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나 엔딩을 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오지 않았다면 희극은 4막을 넘어 5막, 6막까지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반신은 여자이고 반신은 기계인 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렸다.

[더 폴른 확인. 구조작업 진행 이전에 방해요소 제거 돌입.]


"칼라이아! 칼라이아!"

화가 난 듯 보이는 하무트의 목소리가 성채의 홀을 울렸다.

"왜요? 나 바쁜데. 용건만 말하고 끝냅시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칼라이아에게 하무트가 거의 다 탄, 여인의 다리를 들이밀었다. 그녀는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자기가 버린 것을 유타칸 주민이 제사랍시고 지낸 다음 아무데나 집어던진 것이었으니까. 고개를 삐딱하게 고정시킨 채 대답하는 그녀의 태도가 건방진지 하무트의 분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그에 따라 얼굴도 붉어졌다.

"와하, 할배요. 그건 어디서 주워오셨대요?"
"어디긴, 희망의 숲 속이지! 구덩이를 파서 묻은 것도 아니고 대놓고 버려놨으니 내가 보고 주워오지! 자네, 누가 기계에 대한 인체실험을 허가했던가? 응?! 내가 불허하지 않았나! 생명이란 경외하고 받들어야 하는 존재인데 어디서 그들을 한낱 금속 덩어리에 불과한 기계와 동일한 존재로 추락시키는건가!"
"...우선 한가지만 확실히 하자고. 난 그 다리 태워먹은 적 없어."
"이게 카데스님의 의지일리 없네, 예언자 놈도 바람이 들어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틀림 없고! 애초에 그 놈은 아모르의 개가 아니었던가! 카데스님이, 생명을 해쳐가며 위의 세계를 파괴할 리 없네!"
"그래서, 그렇게 생명을 지켜서 그동안 나온게 뭔데?"

그녀의 눈빛과 말투가 매서워졌다. 그럼에도 하무트는 계속 반론을 제기하며 그녀를 압박하려 애썼다.

"저 위의 사람들과 대화로 풀어볼 생각은 안해봤나? 한번도? 그들이 아무리 무지하여도 평화를 바라는 것은 같을 터!"
"그 놈들이 우릴 인정할까?"
"과학 기술의 남용도 문제네! 그것들이 남용되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는 전례로 알고 있잖나! 그렇게 되면, 우리가 몰지각하고 잔인한 존재로 추락할 수 있단 걸 잊었나! 24년 전, 바람의 달 8일(5월 8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은거냔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내 일 아니잖아? 그건 그쪽이 자초한 일이야. 그들의 전력을 예상하고 만들었어야지. 빛 속성에 대한 면역도 갖추지 않고 만든 당신 잘못이고. 그리고 나, 최소한 용들 권리는 존중했다? 저 윗세계의 돈 많고 많아서 그게 다 썩어나가고 계신 사람들을 그냥 원숭이랑 동급으로 보고 권리를 존중 안해서 그렇지. 날 그렇게 잔인해빠진 X년으로 매도하지 않맜으면 해."
"그리고, 그들과 대화해서 온전한 절반을 얻어낸 뒤 후사를 도모할 수도 있을 터! 어째서 그렇게 잔학무도한 존재로 추락하려 하는가! 우리는 고귀하신 카데스님의 정결한 사도다! 한낱 살인귀로 추락해선 안되는 것이야! 그리고 자네가 하는 짓은...인간도 아니다! 인간이 인간을 가지고 장난질을 친다니!"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 그녀의 과학 기술을 '인간이 인간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것'정도로 매도된 탓이리라. 평소 그녀가 자기 기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자신감을 보면 그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그녀가 냉정함을 잃고 하무트를 향해 소리쳤다.

"장난질? 넌 이게 장난질로 보여? 저건 진화요 일대 혁명이며 너 따위가 살던 시절의 그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야! 네놈 따위가 해결 못한 백마법 내성도 내가 해결했고, 무엇보다도 저 디스페어 - 자크 - 엘이랑 추적자를 한번 보라고! 저게 장난질이야? 너는 저게 한낱 애들 장난감으로 보여? 네가 해내지 못한 일, 내가 대신 해내주는 거라고! "
"칼라이아! 예를 갖춰라!"
"예는 개뿔! 미안하다, 예는 조금 전에 그 배교자년 허리 위쪽에 붙은 뼈랑 고기로 푹 우려낸 국물에 훌훌 말아 먹었거든! 그리고 뭐? 온전한 절반? 집어 치워! 난 온전한 절반보다는 파괴된 전부가 더 나아. 그건 사다르 아저씨도 마찬가지고. 선지자도 그렇고, 예언자는 그렇게 안하면 우린 이 지하에서 영영 썩어야 한다고 했어! 아니면 다 죽던가! 난 늙으신 분들이 땅콩이나 까 처먹으면서 지껄이는 평화주의 선언인지 땅콩 까먹기 계획표인지 그런 종이쪼가리에 쓰인 단어들 따위는 듣지도 믿지도 않아. 예언자의 신빙성 있는 한마디가 난 더 중요하다고! 알아들어?!"

한바탕 소리쳐서 열기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냉정을 되찾은 칼라이아가 숨을 하 하고 짧게 내쉬며 남은 열기를 빼낸 뒤 다시 으레 그렇듯 냉정한 시선으로 되돌아갔다. 아주 차가운 목소리가 홀을 울리며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니까 넌 신경 끄시지, 그 잘난 협상은 너랑 자벨이랑 살바도르, 셋이 해봐. 난 신경 안써드릴 테니. 난 너 싫거든? 그러니까 서로 관심 갖지 말자고. 알아듣지? 보청기 안하고 왔으면 얘기 해. 종이에 친히 써서 드릴테니까."

또각또각 하는 구둣발 소리가 홀을 지나 실험실이라고 쓰인 문 너머로 들어간다. 하무트가 한숨을 쉬었다. 그 때 그 일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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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기계로 몸을 약간 교체한 마리아가 자기 남매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을 꼭 끌어안는 따뜻한 언니, 그리고 누나로써의 모습은 기계를 달기 전이나 후나 똑같았다. 감격스러운 남매상봉이 끝나고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살바도르가 지켜보는 아래 그들이 노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저 아이는 위의 성기사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다던데...'

아이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명랑한 모습이었지만, 기계로 된 몸이 그것을 증거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의 광신도 집단이 아닐까...?'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일부 집단일 뿐이라고 그는 생각을 고쳤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이들이 제 언니가 가져와준 사과를 아삭아삭 소리와 함께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린다. 살바도르가 예의 인자한 모습으로 웃으며 마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얘야. 나도 하나 줄 수 있니?"

그 말에 그녀가 사과 하나를 건넨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자 부끄럽다며 몸을 뒤로 물리는 마리아의 모습에 그가 미소짓는다. 그녀의 순수한 모습을 일부 집단이 오해해서 그랬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 그 링크가 갑자기 끊긴 개체의 상태는 어때?"

그녀가 갑자기 하이브마인드에서 이탈한 디스페어 - 자크 - 엘에 관한 보고서를 들고는 그것을 꼼꼼히 살폈다. 여느 다른 개체와 다를 바 없을텐데, 왜 그 개체에게만 그런 일이 생긴걸까. 그녀가 상황을 최대한 냉정하게 파악하려 애썼다. 평범한 오피스 책상 위에는 이런저런 종이들이 마구 어질러져 있어 뭐가 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바퀴가 달린 의자에 주저앉아 책상 위까지 다리를 뻗고선 문서를 읽고 있는 그녀의 앞에서, 검은 로브의 단복을 입은 사내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저기, 그게 말입니다. 좀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카데스님의 직속 사도로써요."
"...엥? 직속 사도로써? 카데스님이 관련되어 있기라도 해?"
"우선은 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발길을 돌려 자크가 있을 연구실로 향했고, 그 개체가 입을 연 순간 그녀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창조한 흉물의 몸을 빌어, 자신의 신인 그가 현세에 강림했음을 인함이었다.

"그래, 나의 가장 충실한 사도 칼라이아로구나. 네가 이 몸을 만든 것이냐?"
"카...카...카데스님이시여! 모든 존귀와 영광을 받을 분이시여...! 어찌하여 이런 추악한 신체를 입으시나이까! 제가 당장..."
"아니, 괜찮다. 지금은 우선 일어나거라."
"워...원하신다면 따르겠나이다."

그녀가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일어섰고, 카데스가 깃든 개체가 입을 열어 진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온 것은 이 흉물과, 네가 사로잡고 있는 4대 속성과 빛, 그리고 신성 속성의 용들 때문이니라."
"예...? 그들을 현재 가둬두고 있습니다만...처형을 바라신다면 즉시 처형해 그 피를 당신께 제물로 바치겠나이다. 원하시는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그들의 피를 헛되이 흘리지 말라. 내가 요청하는 것은, 그들을 가축처럼 대우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혈기 넘치는 어린 사도, 칼라이아야."
"예. 즉시 이행하겠나이다. 들었지? 당장 잡아온 용들 전부 어둠, 혼돈, 그림자속성 용들처럼 대우해! 용 관리 인원 필요한 만큼 끌어다가 늘리고! 카데스님의 명령이시다! 빨리 움직여!"
"또한, 이 흉물을 모두 없애라. 이 가짜 용은, 진짜 용들을 욕보이는 것일 뿐이니."
"그럼 당신의 육신은 무엇으로..."
"필요없다. 내 말은 파르신이 전할 것이니. 나는 그저 너희를 지켜보고, 꼭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겠노라. 아버지의 마음, 자애로운 마음으로 말이다."

칼라이아가 경외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카데스가 깃든 흉물이 마지막 한마디를 꺼냈다.

"내 후일 너를 직접 찾아가마, 칼라이아. 그때까지 조심하거라. 조만간 큰 환난이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흉물이 쓰러졌고, 이내 살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칼라이아가 조용히 고개를 들며 남은 인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카데스님의 명령이시다. 디스페어 - 자크 - 엘을 전부 폐기시켜."
"네...?! 그렇지만 거기에 들어간 예산이..."
"시끄러워! 실존하는 절대자께서 명하신 일이다! 충실히 이행해!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너희들 목이 달아날줄 알아!
빨리 움직여!"

칼라이아가 남긴 말은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 다음 그녀는, 경외감에 빠진 채 주저앉을 뿐이었다. 제 눈으로, 제가 섬긴 신을 똑똑히 본 충격에 주저앉은 그녀가 걱정되는 AI만이 제 입을 놀리고 있었다.

'칼라이아님. 갑작스러운 행동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칼라이아님? 칼라이아님? 생명 정지는 아닌데, 무슨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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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수단이다. 그것은 인간이 기술로 무엇을 만드느냐, 기술이 인간의 무엇을 위해 기여하느냐, 그리고 어떤 조건 하에서 그 기술이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 과학 기술의 가치중립에 대한 야스퍼스(Jaspers, K)의 주장

Next Chapter : Stalker Awa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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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안녕하십니까 부활이 특기인 고대 화석입니다.
요 몇달 사이 일이 너무 많아서 + 직시장발 + 정리해고 + 미칠듯한 갈굼 의 4단 크리로 인한 모랄빵 회복과, 드빌 세계관 초 정독에 시간을 다 씀으로 인해 소설을 연재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구한 알바의 미칠듯한 한가함 + 소뽐의 발전을 의해 노력하고 싶음이 모여 복귀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알고보니 파르신 얘 아오라급이더랩니다. 드빌 설정이 제 캐 설정을 파괴하는 기묘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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