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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혁명 - 5. Stalker Awakes (2)

0 카타스트로프
  • 조회수319
  • 작성일2017.02.15

(오늘의 표지 모델 : 추적자.)

반짝반짝. 도망쳐. 누가 너를 찾는다.

반짝반짝. 도망쳐. 바로 뒤에 있어.

성수를 써. 안되네. 빨리빨리 뛰어.

멈추지 마. 도망쳐. 네 영혼을 노린다.


클라이드는 마을 아이들이 빽빽대며 불러대는 노래에 아주 정신이 나갈 노릇이었다. 대체 누가 그를 까려고 만든 노래인지 아주 대차기도 한 가사가 다시 들려오자 그가 창문을 열고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한다.

"꺼져! 꺼지라고! 아아아악!"
"으...으아아아아아아앙!!!"

아이들을 단체로 울려버린 책임같은 건 느끼지도 않는지 그가 창문을 도로 닫고는 귀에 귀마개를 끼운다. 그러고서 문서들을 한참 뒤지고 있었을 때, 한 사람이 그를 부르나 귀마개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을 알고 그를 톡톡 친다.

"클라이드님. 클라이드님!"
"왜?"
"그들 내부에 침투시킨 십자단원들이 그동안 그들의 본거지에서 조사한 결과에...입니다. 봐주세..십시오."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네 그 기묘한 말투만 빼면."

귀마개를 뺀 그가 문서를 펼쳐들었다.

[...현재 그들은 영광의 성채라고 일컫는 장소에서 군대 비슷한 것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 정리 사항입니다.

* 디스페어 - 자크 - 엘
 - 용의 인자를 기본으로 만든 생명체. 갑옷에 신성마법부여가 전부 되어있어 갑옷을 벗겨내야만 신성마법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그 외의 약점은 4원소 마법. 최근 전량 폐기되었다. 이유 불명.

* 추적자
 - '카데스의 천사'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개체의 모양이나 이름을 통해 볼 때 추적에 능하도록 설계된 개체로 추정. 현재 1기 보유중.

* 파괴자
 - '카데스의 천사' 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 설계도면에 나온 사항으로 볼 때 무언가의 파괴에 주력한 개체로 보임. 현재 1기 제작중.

* 약탈자
 - '카데스의 천사' 프로젝트에 수록된 개체로, 보내는 시점을 기준으로 아직 생산되지 않음. 정말로 약탈을 위해 만들어진 개체는 아닌것으로 보임. 추후 확인 요망.


이 외에도 많은 종류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제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정도이며, 아래는 주요 인물 목록입니다.

* 카스의 검 칼라이아
 - 24세 여자로, 왼손에 의수를 하고 있음. 평소 본인의 앞에서 한 행동을 볼 때 전투능력은 약한 것으로 보이며, 기술적인 면을 책임지고 있음. 완전히 과격파인 성향으로 항상 하무트와 마찰을 빚고 있으며 스트롬과 의견이 잘 맞는 것으로 보임.

* 카스의 지팡이 스트롬
 - 40대 중반 즈음 되어보이는 남자로, 본인에겐 그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음. 다만 흑마법쪽에 정통하다고 하며 그를 기반으로 추정한 전투력은 중상급. 칼라이아와 같은 과격파로 보이나 그 정도는 조금 약한 것 같음.

* 카스의 두루마리 살바도르
 - 61세의 남자. 전투력은 전무하나 남들을 이끌고 가르치는데에 능숙한 인물.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며 현재 마리아 헤리온을 포함한 4명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음. 부드럽고 온화한 그의 성격상, 회유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

* 카스의 방패 하무트
 - 65세의 남자. 의지가 굳고 정론적인 인물로, 그렇기에 회유는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 20년쯤 전 평화의 달 8일에 있었던, 검은 로브가 일으켰던 사건에 관련된 인물로 보임. 칼라이아와 항상 마찰을 빚고 있음. 전투력은 알 수 없음.

* 카스의 샘 자벨
 - 50세 중후반의 남자. 카스 내에서 중도를 지키는 인물로, 암흑 기사단을 이끌고 있음. 그 외에는 잘 알 수 없었으며, 비밀이 꽤나 많은 인물이었기에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음.

* 파르신
 - 젊다는 것 외에는 나이를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는 남자로, 카데스의 예언자. 한쪽 눈을 늘 앞머리를 내려 가리고 있는데, 거리감각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장애가 있는 것 같으며 자체적인 전투능력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데스가 이 자에게 무언가를 베풀었을 가능성이 있음.

* 테마리
 - 고용된 용병으로 추정되며, 과거에 전리품으로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검은 로브의 기술력이 쓰인 갑옷과 검을 장착중. 왼쪽 다리 위쪽에는 항상 붕대를 감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적이나, 적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고용해서 아군으로 만들 수 있을수도 있음.

이 외에도, 이 곳에는 여러 이단자들이 그들의 수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회는 원로원과 비슷한 구조의 정부 기관인 카스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거대한 개미집같은 모습이며, 어느 소설에 나온 것 처럼 생산되는 모든 물건이나 식량은 하나의 창고에 넣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엘피스의 화폐는 통용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백마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이며, 대신 흑마법이 발달했고 과학또한 이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백마법과 함께 아모르님의 은총이 있으니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본거지와 영광의 성채의 정확한 위치는 잘 알 수 없으나, 영광의 성채의 입구는]

다음 부분은 문서가 찢어져 있어 알 수가 없었다. 아마 급하게 뭘 하다 찢어진 모양인 듯 그 모양이 고르지 못했다. 그가 짜증을 부리며 문서를 집어던졌고 그 문서를 메르헨이 다시 주워서 읽는다.

"위치가 안 나와 있으면 어쩌라는 건데! 아아아악! 안 그래도 지금 성질 나 죽겠는데 이 종이쪼가리까지 나한테 이따위로 굴어?!"
"음..."
"뭐라고 말 좀 해 보라고!"
"일단 유타칸 안에는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 유타칸을 다 뒤지자고? 웃기는 소리 작작 하시고..."
"네!"

어이가 없어지다 못해 증발한 클라이드가 그를 엄청나게 나무라기 시작했다. 자기를 디스한다고 멋대로 정의내린 그 노래 때문에 난 성질과 애매한 곳에서 잘린, 꼭 아침드라마의 마지막 장면같은 위치 정보때문에 화가 난 것이 틀림 없으리라. 그가 화가 나서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는 소리에 주변을 지나가던 사제 게일이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성물을 전부 떨어뜨렸다. 메르헨이 그에게 달려가 성물 줍는 것을 도울 동안 클라이드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다.

"입구가 어디냐고. 입구는 뭐. 뭐!"
"혹시 과거에 검은 로브와 관련된 뭔 일이 있었던 장소 아닐까요...아니, 아닙니까?"
"...천잰데?"
"아차! 가봐야겠네! 혹시 뭔가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십자단에 들르셔서 절 찾으세요! 맞다. 전 라이츠 타르크라고 해요. 그럼!"

라이츠라고 하는 십자단원의 일원이 조잘거리다가는 휙 몸을 날렸다. 담을 꽤 능숙하게 넘는걸로 보아 저 작은 나이에 급수를 좀 올린 모양이었다. 그의 은혜로 신발을 바꾸는 김에 갑옷과 방패까지 튼튼한 걸로 싹 바꾼 테오도르가 그에게 와서 자신이 도울 일이 없냐고 묻자, 클라이드가 유타칸 안에서 과거에 검은 로브와 관련된 무슨 일이 있었던 장소 목록을 죽 뽑아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테오도르는 별 동요도 없이 제 입에서 목록을 읊었다.

"20년 전 과거에 검은 로브 관련으로 일이 있었던 곳이라 하면, 다크 프로스티 사건이 있던 칼바람의 산맥, 그들이 실험을 진행했던 도적의 이글루, 정령과 융합된 스파이크 젤이 발견된 오색호수, 기계와 융합된 만드라고낙이 발견된 몽환의 수정터, 그리고 혼돈의 틈새나 해골요새, 수중동굴 정도가 있겠는데요."
"뭐...뭐야 너? 어떻게 그걸 다 외워?"
"그...그냥...심심하면 옛날 얘기 읽고 읽고 또 읽고 하다보니까...?"

그가 장소들을 메모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클라이드를 불렀다.

"아, 클라이드님!"
"왜 불러?"
"그게, 지금 해골요새 지역 쪽은 접근이 금지되었기도 하고, 혼돈의 틈새 쪽에서 강한 어둠의 힘이 새어나오는 바람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서 접근이 완전 통제상태에요. 혼돈의 틈새 쪽에 파견된 사제들이 한달...? 그 쯤 부터 정화는 하고 있는데, 아직 갈길이 삼천리라나 봐요."
"...돌겠네. 가까운데 부터 가려고 했더니."
"그럼 채비를 할까요?"
"그 전에, 사람들 좀 모아야지. 메르헨이랑, 셀린이랑, 너랑, 또..."

그가 사람들의 이름을 대강 메모했다. 때마침 셀린이 신전 안으로 들어와 그와 만나게 되었고, 그는 그녀에게 디프라이브 박사를 불러와 달라고 부탁했다. 고개를 한번 끄덕인 그녀가 나가다가는 누군가와 부딫힌다. 메르헨이 달려가서는 그녀와 그녀와 부딪힌 누군가를 일으켜 세운다.

병원에서 클라이드에게 차가운 말을 듣고 뛰쳐나간 그 간호사였다.

"아...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손 잡으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디프라이브 교수님이, 클라이드씨 불러오라고 시키셔서요. 자기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시겠다고."
"그럼 여기로 좀 와달라고 말씀드려."
"앗, 네!"

간호사와 셀린이 다시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동안 그가 자신을 도울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뭐가 나올 리 만무했다. 그러다가 그가 그 떠벌떠벌 말 많고 말투도 기묘한 하급 십자단원을 생각해냈다.

'이름이...뭐랬더라?'

일단 가보기로 하는 그였다. 테오도르에게 그가 오면 자기 목적을 말해달라고 한 뒤, 그가 문을 나선다.


십자단의 본거지는 꽤나 조용하다. '루나 팩토리'라고 하는, 또 다른 귀금속 세공업체와 겉으로는 갈등을 빚는 척 하고 있는 귀금속 세공업체, '골든 글로우'의 탈을 쓴 암살단원들에게 그가 향했고, 사제복의 주머니를 금화라는 이름의 금조각들로 채운 그가 걸을 때 마다 짤랑이는 소리가 나는 것이 들렸는지 누군가가 건물에서 나와 그를 부른다.

"거기- 사제님! 금 묵주 필요 없으세요? 싸게 만들어 드릴게. 지금 오시면 20퍼센트 할인!"
"그거 말고. 나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예? 누구...?"
"어..."

그가 간신히 그의 이름을 생각해냈다. 물론 조금 틀리게.

"라이스 타르트였나..."
"라이스 타르트요?"
"아마 그걸껄?"
"우리 쪽에 그런 음식같은 이름인 사람이 있던가...?"
"몰라. 그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뼉을 짝 마주치며 그가 말하려 했던 이름을 꺼낸다.

"아아, 라이츠 타르크 말씀하시나요? 신전에 심부름 보냈던 수습 꼬맹이?"
"아! 걔! 걔 맞아. 좀 불러와봐!"

그러자 그가 쪼르르 달러가서는 라이츠를 불러낸다. 붉은빛을 띄는 머리카락과 파란 눈의 색이 약간 따로 노는, 그 때 봤던 앳된 소년이 달려나와 그를 맞이한다.

"앗, 제가 필요한 일이 있나요?"
"어. 너 나랑 좀 같이 다녀줘야겠다. 뭘 찾을 일이 있어서."
"물건인가요?"
"장소."
"저...사제님? 그거라면 좀 더 뛰어난 사람을 데려가시는 게...이 녀석은 수습에다가 출신도..."
"됐어. 얘로 해. 돈 많이 들어갈 거 아냐. 돈!"
"아니, 그러니까 걔는 출신이..."
"됐고, 얼마야? 빨리 안 말하면 그냥 데려가 버린다?"

그가 그를 고용하는 데에 들어갈 돈을 말해주자 그 만큼의 액수를 꺼내든다. 남은 돈을 어떻게 쓸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그의 눈에 그가 입고 있던 낡아빠진 옷이 보인다. 그는 그것도 그런대로 편한 듯 잘 입고는 있지만 클라이드 자신이 보기 싫어서 견딜수가 없었다.

"야. 옷이나 사러 갈래?"
"새 옷? 새 옷 좋아요!"
"몆살이냐?"
"열 네살!"

열 네살? 그렇게 보기에 라이츠는 덩치가 지나치게 작았다. 열 두살이라고 해도 간신히 믿을 정도랄까. 그가 재차 확인에 들어갔다.

"정말로?"
"나 열 네살 맞는데요-"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작아요?"
"어? 어어... 많이 작지."
"어릴 적에 많이 못먹어서 이렇대요. 나는 저-기에서 컸거든요."

그가 빈민가를 가리킨다.

'어째 낡아빠진 옷을 꽤 편하게 입는다 했지...'

일단 그를 데리고 몸에 맞을 옷을 골랐다. 어째 두 살 내지는 세 살, 심지어는 네 살 아래까지의, 전투하기엔 너무나도 부적합한 아동복만 맞는 몸 사이즈에 그가 골머리를 썩히다가 결국 대사제의 옷장 속 어딘가에 짱박혀 있을 옷을 리폼해서 입히기로 한다. 게일이라면 그것을 능숙히 해내리라 믿고.


"만-신의 신 그분께서- 왜 고초 당했나- 이 벌레같은 날 위해 그- 보혈 흘렸네-"

회랑에서 찬송가 가락이 울려퍼진다. 자동으로 연주되는 악기의 선율에 맞춰 살바도르가 지휘를 하고 있다. 그가 지휘를 마침과 동시에 음악이 끝나고 사람들이 그에게 집중한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보혈을 흘려주신 카데스님의 은혜를 항상 생각하며, 그분의 은혜에 늘 보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쪽의 사람들에게 저희의 복음을 설파해야 하지요. 죄인을 회개하게 만ㄷ 위해서 말입니다. 모두 섬기는 자의 전서°를 펴서, 그 곳에 수록된 제크로 복음의 15장 8절부터 10장까지를 읽어봅시다."
(° : '죄악의 전서'를 검은 로브에서 부르는 말. 사실 '죄악의 전서'라는 이름은 엘피스 사람들이 멋대로 붙인 이름일 뿐이다.)
"어느 여자가 열 다이아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도록 부지런히 찾지 않겠느냐. 또 찾은 즉 벗과 이웃을 불러모으고 말하되 나와 함께 즐기자 잃은 다이아를 찾았노라 하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카데스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리라."

군중의 목소리가 홀을 메우고 난 뒤, 살바도르의 인자하지만 근엄한 목소리가 회랑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말은 곧, 카데스님께서는 한 죄인의 회개를 그 누구보다 반기신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표를 보십시오. 그들이 카데스님의 사자들을 대신하여 찍은 표를. 카데스님께서는 저희의 탄생 이전에 저희에게 표를 찍어주셨습니다. 저 또한 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오른쪽 손등에 말이지요."

살바도르가 제 오른쪽 손등을 들어 H자의 낙인 형상을 보였다. 물론, 그것이 살바도르가 다른 이단자들을 좀 더 쉽게 이끌기 위해 제가 스스로 찍어낸 낙인인줄은 그 혼자만이 알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저희가 가진 표를 드러내어 저희들이 회개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죄입니다. 남은 회개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은 회개하지 않는 것. 그것 또한 죄이고 고쳐야 할 부분입니다. 아모르를 섬기는 그들은 너무나도 밝은 빛에 눈을 뜨지 못하여 아무것도 보지 못하니, 우리가 부드럽게 어둠으로 눈을 감싸 그 눈을 쉬게 하여주고 눈을 뜰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카데스께서 저들의 눈을 쉬게 하시고 감싸주시리니."

다시 홀을 메우는 군중의 목소리. 그리고 살바도르가 기도회의 해산을 알리는 인삿말을 내뱉었다.

"자. 오늘의 기도회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제 자리로 돌아가시고, 생업에 종사하시어 낙원의 발전에 힘을 쓰십시오. 카데스님의 영광 아래에 모두가 평등해지길 바라면서."
"아멘. 알겠습니다, 살바도르 님. 카데스님의 영원한 낙원이 속히 도래하기를."

기도회가 끝나자 그들이 우르르 흩어진다. 그가 사제 모자를 벗자 성성한 백발이 드러난다. 아이들이 놀고 있을 방으로 향하다가 문득 자신이 비친 거울을 본 그가 자신도 꽤나 늙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그를 반긴다. 손자를 안듯 막내인 카밀레를 안아올리자 좋다고 까르르 웃는 모습이 그의 눈에 귀엽게 비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얼마를 지켜보았을까. 하무트가 들어와 그를 부른다.

"살바도르?"
"응? 아아, 하무트. 나 귀 아직 안 어둡네. 오히려 밝아서 탈이지. 작게 좀 말해주게."
"그게 말일세. 자벨 그 놈 말에 따르면, 몇몇 암흑기사가 스파이인게 밝혀졌네."
"무...뭬야?! 그 안에 스파이라고? 난 그런 건 꿈에도 생각 못했네만...!"
"나도 처음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네. 자벨 역시 최근에야 알게 된 모양이더군. 칼라이아가 그 놈들에게서 캐낸 정보에 의하면, 본거지와 이곳의 위치와 이곳의 입구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저들에게 넘긴 모양이야. 적다가 숨기느라고 찢어진 것을 그대로 전서구를 통해 밖에 날렸다고 자백하더군. 물론 심문하는 방식이 조금...잔인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 성십자단은 약탈자 제작에 쓰겠다며 막무가내로 가져가버렸고...대체 그런 잔인한 기술로 후일에 어쩌겠다는건지 정말 걱정되네."
"그런가...칼라이아 그 아이는 항상 뭐든 가장 확실히 할 수 있는 길을 택하는 아이고, 카데스님께 충성하기 위해선 무엇이든지 하는 아이잖나. 파르신 역시 그 아이는 카데스님의 선봉장이자 경비대장, 그리고 적을 도륙하는 날카로운 검이라고 했고. 자네가 이해해주게."

하무트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그 아모르의 개였던 놈을, 자네는 믿는건가?"
"빛에게 상처입은 이들은 모두 자신의 백성이라고 카데스께서 말씀하셨네. 그의 상처 역시 빛에 의한 것이고.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다만...조금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 그리고, 낙원의 기밀은 아마 괜찮을걸세. 내가 일전에, 암흑기사들의 기억을 살짝 조작한게 있거든."
"...자넨 너무 사람을 쉽게 믿는단 말이야. 그보다, 카데스님의 은총을 쓴 건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무트가 길게 자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러던 그가 물어보기로 생각한 것을 죽 묻는다.

"무슨 기억을 지웠나?"
"궁극의 병기, 데모크라틱(Democratic)과 낙원의 정확한 위치, 그리고 이 성채의 위치."
"...잘 했네. 자네는 항상 철저한 면이 있군 그래."
"내가 이래뵈도 의외로 똑똑하단 말일세. 고등교육도 나름 받았고."
"그러고 보니, 현재 데모크라틱 프로젝트 진행도는 얼마라고 하던가?"
"48%. 칼라이아가 말하기를, 화기는 다 만들었는데 여기저기 갖다 붙이니 영 꼴불견에다 엉망진창이고 무게중심도...음...칼라이아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판'...이라 외형을 뜯어고치는 김에 무장 몇개를 추가하거나 바꾼다나..."
"으음..."

그가 가만히 눈을 감는다. 살바도르가 펴뒀던 '섬기는 자의 전서'의 페이지 수가 바람을 받고 넘어가 끝 장에 닿고는, 곧 불어온 역풍에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간다.


수선이 끝난 사제복을 받은 클라이드가 그것을 막 씻고 나온 라이츠에게 휙 던졌다. 디프라이브 교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옷을 낑낑대며 갈아입는 라이츠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클라이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이, 아마 오지 않는 것에 대해 화라도 낼 참인 모양이다. - 라고 생각한 게일이 슬슬 자리를 떴다. 라이츠가 옷을 다 입고는 클라이드의 앞에 나섰다. 옷이 꽤 마음에 드는 듯 라이츠는 좋다고 헤헤거렸다. 그가 뭐라고 크게 한소리 하려다가는 꾹 참고 조곤조곤하게 한소리 한다.

"라이츠. 넌 이제 사제나 다를 바 없는 몸이야. 그렇게 병...아니. 얼빠진 모습 더는 보여주지 말라고."
"앗. 네...죄송해요."

라이츠가 축 늘어진 모습으로 근처 바닥에 털썩 앉았다. 기다리다 못한 클라이드가 그를 찾아 나서려고 생각할 때 즈음,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인물이 간호사 하나와 함께 나타났다. 신전에 왔던 그 간호사였다.

"아아. 날 불렀다고 했나?"
"예. 다름이 아니고..."

그가 디프라이브 교수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들, 그들이 있을지 모르는 장소, 그리고 협조를 구하는 말까지. 모든것을 들은 디프라이브 교수가 가만히 생각하는 모습과 대조적이게, 따라온 간호사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정의감에 소리쳤다.

"저...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응? 너...아니, 자매님 보고는 따라나오라고 한 적 없는데요...?"
"자원봉사 몰라요? 제가 도울 수 있는게 있다면, 그래서 유타칸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뭐든지 할께요! 그러니까 저도 참가하게 해주세요!"
"...고려해 보겠습니다. 자매님."

어디서 새어나왔는지 모를 용기로 소리친 간호사가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고는 얼굴을 푹 숙인다. 주제넘은 소리를 한 것 같아 불안해하던 도중, 그녀의 귓가에 다행스러운 한마디가 들려온다.

"그거라면 나도 돕겠네. 저 아가씨도 같이 해줄 수 있겠나?"
"예? 당연하죠! 한 명이라도 모자란 때니까요."

그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을 꼭 붙들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그가 감명이라도 받은 듯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말하며 손을 맞잡았다. 셀린도 마침 신전 안으로 들어선다. 사정을 들은 셀린이 고개를 젓는다.

"아빠가 더는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뭐? 지금 와서 그러면...!"
"아, 혹시 아버님이 '안티온 배너티'씨 맞습니까?"
"...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해결하겠다며 가뿐한 발걸음으로 신전을 나선다. 셀린은 걱정이 앞섰다. 과연 저 남자가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아니 그 이전에 집에 들어갈 수나 있을지.


그가 해맑은 발걸음으로 그가 있을 곳을 향한다. 배너티 저택의 수많은 창문이 그를 노려보는 입구에서, 경비 하나가 그를 막아선다. 그가 열심히 설명을 해보지만 '다음에 다시 오십시오'라는 반복적인 어구만을 내뱉는 경비가 지겨워 죽겠는지 미리 준비한 장치를 손에 슬쩍 끼우고 그들에게 악수를 시도한다.

"뭐...그럼, 나중에 봅시다."
"네. 그럼 잘..."

교수의 손을 잡은 그가 말을 마치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다간 쓰러져버린다.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일까. 그가 손에 장갑을 끼우고 배너티 박사의 저택 방향으로 향하려던 찰나, 배너티 공작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경비는 왜 기절시켰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만."


그가 자신이 온 목적을 배너티 공작에게 죽 설명했다. 셀린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공작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안되는 겁니까?"
"내 딸은 소중한 아이다. 그런데에 내보낼 순 없어."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먹히지 않자, 그가 전략을 바꿨다. 그가 지나가던, 꽤 젊은 집사에게 주판이 있는지 물었고, 그러자 그 집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판이요? 언제적 물건을 찾으시는 겁니까?"
"있는가 없는가를 물었네."
"있기야 있지요. 공작님이 창고 정산할 때 쓰는 주판 하나. 공작님. 빌려드려도 됩니까?"
"...카웰, 빌려드리게."

그가 주판을 가져오는 동안 그가 바뀐 전술로 그를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아까와는 달리 굉장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어조였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딸아이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어서, 가문의 이미지가 상승한다면?"
"오호..."

마침 집사가 주판을 가져왔다. 그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주판을 타다닥 튕기며 그의 귓가를 즐겁게 할 내용들을 죽 풀어놓는다.

"가문 이미지 상승 뿐 아니라 신전에서 당신의 가문을 영웅의 가문이라 추앙하며 금전을 아끼지 않고 바치겠지요. 영웅을 좀 더 뽑아내기 위해서. 그럴 경우의 이득은 대강 이정도. 거기다가 따님이 영웅이 된다면, 어떤 사내가 결혼을 마다할까요?"
"맞는 말이지. 나라도 무슨 수를 써서든 결혼하려 들테니. 물론 내 딸만 아니라면 말이야."
"역시 그렇겠죠. 거기다 그 시점의 당신은 이미 유타칸 전체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부호가 되겠지요. 그 뿐인줄 아십니까? 분명 대주교의 아들이 당신 딸애와 결혼하려 하겠지요. 자의든 타의든 말입니다. 그럴 경우 당신은 이 왕국의 신성한 권력과도 결탁할 수 있게 되는겁니다. 모두가 못해서 안달인 그거요."
"그 쪽, 말을 꽤나 조리있게 잘 하는군. 계속 해보시오."
"그럴 경우의 이득까지 고려하면 단위는 10만 다이아 (20억 골드. 1다이아는 세계관 상 20000골드. 참고로 현재 배너티 공작의 재산은 대강 1만 3천 다이아 수준이다.)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됩니다. 거기다가 추가적으로, 권력과 결탁한 당신이 살아있을 때 들어오는 뇌물이나 조공의 전체 액수를 고려하면 이만큼. 그리고 영웅이 된 당신 딸의 앞에 올 각종 지원까지 합치면..."

그가 주판 튕기는 것을 멈췄다. 주판알이 거의 대부분 올라간 채로. 단위는 천만 다이아까지 올라가 있다.

"이런, 주판이 많이 좁군요."
"...당신 화술덕에 허락하는 줄 아시오."
"화술은 아니지요. 이건 계산입니다. 논리이고, 지식을 활용하는 일이지요."
"그래도 당신 꽤 마음에 드는군. 당신같은 비서 하나 있으면 좋겠어. 카웰 대신 말이야. 하하하...좋아. 딸애가 영웅이 되는 걸 허락하겠네."
"아, 굉장히 감사합니다!"
"단, 그 애가 시체가방으로 돌아오면 자넬 무슨 수를 써서든 죽일거야. 그러니까 강제로 내 집사로 들인 다음, 보수는 단 1쿠퍼도 안 주면서 과중한 업무 따위의 것들로 꽉꽉 눌러서 포로 만든다는 말이지. 하하하하!"

디프라이브 교수가 미소짓는다. 이로써 성공. 거기다가 이 일을 계기로 배너티 공작과도 친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시덥잖은 농을 치는 것을 보니 상대도 자신이 마음에 든 상황. 그가 시키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하며 응접실을 나선다.

"대화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주판질도 해보고 말이지요. 아, 저는 유타칸 왕립대학의 마법공학과 소속 디프라이브 박사라고 합니다. 제가 필요하시면 연락 주시길. 간단한 마법공학 도구의 수리는 알아서 척척이니까요."
"하하하, 그래. 내 뭔가가 고장나면 자네를 꼭 부르도록 하지. 대신 보수는 300골드 정도로 빵빵하게 쳐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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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진노가 터지는 날 그 재산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착한 행실은 죽을 자리에서 빠져나오게 해준다.

    - 잠언 11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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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티 교수와 디프라이브는 세계관 공인 [데이터 말소]입니다. 물론 얘들보다 심한 쓰레기가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여기서는 그 쓰레기력이 안나오긴 합니다만.

참고로 섬기는 자의 전서 = 세계관 글에 나왔던 죄악의 전서 입니다. 여기서 죄악의 전서는 엘피스 사람들이 섬기는 자의 전서를 부르는 이름이라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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