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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혁명 - 5. Stalker Awak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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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80
  • 작성일2017.02.21

(미련이 남다.)


"짠! 아버지 문제는 해결했어!"

디프라이브 교수가 나름 귀여운 몸짓이랍시고 해보이며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셀린을 뺀 모두가 정비를 마친 상태였다. 셀린은 그저, 어찌 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기에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셀린을 위해 디프라이브 교수가 가져온 것이 하나 있었다. 그가 주머니 속에 곱게 접어 넣었던, 푸른 빛의 장갑을 꺼내든다. 장갑을 받은 그녀가 그것을 손에 끼워본다.

"이건...?"
"마나스톤이 박힌 장갑! 이 디프라이브 박사님의 작품이지. 마나를 보다 쉽게 운용하게 해줄꺼야! 한번 라이트 마법이라도..."
"저기, 아저ㅆ...아니 박사님."
"응? 문제라도? 마법을 모른다면 걱정마! 내가..."
"셀린은 마나가 아예 없어요."
"...뭐?"
"마나가 아예 없다구요."
"거짓말-"

그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못믿겠으면 간이 측정기로 재보자며 자신만만하게 측정기를 꺼내들었다. 장갑을 벗은 셀린이 측정기의 양쪽 극을 손에 쥐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극을 반대로 쥔 듯이 본래는 갈 수 없는 방향인, 크론 기호의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기계 고장인가?"

측정기를 내려놓은 그가 양쪽 극을 손에 쥐었다. 수치는 118크론°. 자신의 평균 수치보다 10더 많은 양이었지만 신전의 신성력 때문에 추가되는 마나량이 평균 7이니 빼면 거의 자신의 평균치였다.(사람이 타고나는 평균 마나량은 150 ~ 200크론 수준이며, 300이면 꽤 많은 양을 타고난 것. 디프라이브 교수는 타고난 마나가 평균보다 심하게 적은 경우이다 - 주석)

(°크론[Kron] : 사람이 보유한 마나량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단위. 기호로 Kr. 1000크론은 1크로나(Krona, Kra). 크로나 부터는 마법사 내지는 마나스톤의 마력량을 측정할 때 쓴다.)

"세상에...난 여지까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마나가 적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실 저도 처음 알았어요. 얼마 전에."

그가 헛일을 한 것에 실망하고 있자 그녀가 장갑을 손에 끼운다. 그녀가 그러고 나서 극을 잡자, 아까와는 달리 측정기의 바늘이 쭉 올라가며 350에 닿는다. 디프라이브 교수가 놀라워하며 측정기를 바라본다.

"오오, 나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걸 만든 것 같은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추욱 처져있던 교수는 측정값을 보고는 해맑게 웃었다. 그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을 무렵, 클라이드가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 자. 그럼 이제 준비들 하시고, 검은 로브 여러분 가정방문을 좀 가볼까요, 여러분? 일단 가까운 수중동굴부터!"


오랜만에 카스에 모두가 모여있다. 한 명 빼고. 자벨의 자리인 공석을 남겨둔 채 회의는 시작된다.

"그들이 행동에 들어간 모양이다. 칼라이아의...그..."
"낚시꾼."
"그래, 낚시꾼. 그것들이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말이지."
"쓸만하지?"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우선 가장 먼저 올 곳이 수중 동굴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곳은 낙원의 입구. 어찌 해야 좋을지..."

스트롬이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입구를 무너뜨리면?"
"그랬다간 밖의 회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돼."
(°회개자 : 신성왕국 엘피스에 의해 H자의 낙인이 찍혀 이단으로 몰린 사람, 즉 이단자들을 낙원 내에서 이르는 말.)

스트롬이 손으로 머리를 지탱했다. 회의가 영 힘든 모양이었지만 가도 좋다는 하무트의 말에도 그는 그의 자리를 지켰다.

"이 안 어디에 다른 입구를 만들 방법도 없고..."
"아으, 난 힘으로 몰아붙이는 편이 나은데. 살을 주고 뼈를 깎는 그런 거 있잖아."
"그랬다간 반대로 뼈를 주고 살을 깎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모르나?"

칼라이아가 쳇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마 지금의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론을 낸 것은 하무트였다. 자신과 타협을 마친 그가 목소리를 키운다.

"암흑기사단을 투입한다. 그리고 그들을 입구와 최대한 먼 방향으로 유인하고, 그 뒤 입구 봉쇄 플랜 A를 실행한다. 수중동굴의 붕괴 여파가 최대한 적게 퍼지도록 하며, 칼라이아가 만든...그...왜 그 배교자로 만들었다가 나한테 된통 혼난 그것이...뭐였나, 칼라이아?"
"추적자?"
"그래. 추적자. 추적자도 투입한다."
"파괴자나 약탈자가 낫지 않겠어? 파괴자는 나가고 싶어서 안달복달하고 있다고. 약탈자는 좀 덜 만들어지긴 했는데 말이지...그래도 그 떨거지들 제압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우리의 전력을 전부 노출해선 안된다, 칼라이아."
"아이고, 네-"

회의가 해산되고 칼라이아를 포함한 모두가 각자의 구역으로 향한다. 연구동을 겸하는 실험실에서 사람의 상반신을 띄우고 있는 전차형 기계가 포를 발사하며 출력테스트를 하고 있다. 허리 아래부분이 어디론지 가버리고 없는 사람의 상반신은 그마저도 허리부터는 기계로 대체된 모습이다. 요구 출력에 도달했다는 결과를 듣고는 만족의 미소를 지은 그녀가 기계장치를 부른다.

"야. 고간포°."
"고간포가 아니라 파괴자라고! 파!괴!자!"
(고간포° : X담 등의 사람형 기계장치의 영 좋지 않은 위치[아 그러니까 여기가 그 다리 사이 거긴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에 달린 포. 엔하위키 미러 왈, 미국말로는 Bellygun이라 하는데 모양보단 기능에 중점을 두는 듯 하다고. 또 사실 고간포를 다는 위치가 기체의 무게중심이 위치한 곳이라 포를 장착하기 가장 이상적인 위치라 카더라...)

고간포라고 불린것이 그렇게 성질이 나는지 '파괴자'가 그녀를 향해 상반신을 돌리고는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빽 소리지른다. 전차를 닮은 기계의 위에 부유한, 사람과 기계가 반씩 섞인 남성의 상반신 형상의 그것이 하반신을 맡은 전차위를 벗어나 그녀에게 스르르 다가와 눈을 맞춘다. 헬멧 비슷한 것을 뒤집어 쓴 채라 눈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파괴자라고 부르란 말이야! 니가 이름 그렇게 지어줘놓고!"
"만들어 놓고 보니까 고간포더라고. 아무튼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왜?"
"너 또 여기 짱박혀 있으래. 추적자를 내보낼 거라는데."
"왜! 왜! 생각도 혼자 못하는, 물렁살에 고철 몇개 붙여놓은 애가 뭐가 좋다고! 나는 뭐 개밥에 도토리도 아니고 이게 뭐야!"

'생각도 혼자 못하는, 물렁살에 고철 몇개 붙여놓은 애' 라는 건 아마 추적자를 가리킬 터였다. 그러던 파괴자의 상체가 어어 하며 공중에서 허우적대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져 그대로 엎어졌다.

"으아아아- 누가 좀 도와줘-!"
"이런...마나 부양 장치가 덜 됐나? 아니 그것보다, 하체를 니 쪽으로 옮기면 되지 않아?"
"안되니까 이러지! 낙원 최강의 병기가 이러고 있는데 안도와주기야? 삐진다?!"

계속 떽떽거리는 파괴자의 상체를 그녀가 들어다가 다시 하체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자 다시 상체가 살며시 떠오르며 그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아직 장기간 분리되어 있는 건 무린가봐."
"그러시겠지. 아직 프로토타입 상태니까. 각개 조작 문제도 그렇고. 그러니까 추적자가 걔네들 상대하는 동안 너는 업그레이드 좀 하고 있어. 선물도 있으니까."
"선물? 와! 선물! 선물! 빨리 주라!"

기계주제에 어린아이마냥 해맑은 목소리로 선물을 기대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같다. 분명히 상반신만은 건장한 남성의 체형인데도. 칼라이아가 추가적으로 장착할 파츠를 하나 보여준다. 앞 범퍼 부분에 해당하는, 그의 앞에 선 것을 모두 꿰뚫어버릴 가시를 가지고 있는 부속. 장착을 마치자 그가 만족스러운 듯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린다.

"와- 이로써 갈수록 강해지는 거야! 이 파괴자님이 니가 말한 영웅들인가 뭔가를 쓸어버릴 때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떠있지 말고. 그리고 그 중에는 아모르의 사제도 있어."
"사제...사제...?"

그가 가만히 생각하다가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악...머리가 아파...!"
"응? 왜?"
"몰라...머리가 아파! 찢어지는 느낌이야...!"

그녀가 상태를 살피더니 연구원들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어째 뭐가 덜 된거 같은데."
"어쩌면, 무의식 중에 남아있는 기억이 올라오는 걸지도."
"그러면 곤란해. 만약 최악의 경우가 터지면 우린 저놈한테 부어넣은 모든 기술력을 뺏기는 거라고."
"일단 다시 지우면 되구요. 정 궁할 경우에 생각해놓은 건데,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시, 그대로 폭사시켜버리면 어떻겠습니까?"
"폭사라...저 장치를 다 폭발시키자는 건가?"
"그런 셈이죠. 상반신의 마나스톤과 하반신의 녹스 크리스탈과 접촉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에 기폭제 역할을 해줄 뭔가만 있으면 마나와 검은 마나의 연쇄 반응으로..."

그 연구원이 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속삭였다.

"퍼-엉."
"문제는 어떻게 접촉시키는가야."
"힘은 이용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반발력을 뒤집으면 인력이 되니까. 그정도 기술력은 있는걸로 알구요. 아니면 저 안에 비상시에 접촉시켜서 폭발시킬 마나스톤 부스러기를 넣어두면, 녹스 크리스탈이 펑- 할때 격렬한 마나반응으로 마나스톤도 영향을 받아서 따라서 펑- 하지 않겠어요? 마나스톤은 본래 굉장히 민감한 물질이니까요. 테스트라도 해보는게...?"

그 말을 들은 칼라이아가 솔깃했는지 실험을 지시한다. 아직도 괴로워하는 파괴자에게 그녀가 다가간다.

"으윽...아아...! 이 기억은 뭐야...! 나...나는 왜 여기...아아아아!"
"이런, 윗 세계의 몹쓸 것들이 심은 가짜 기억이 널 괴롭히나 보네. 하지만 괜찮아. 잠 한번 자고 나면 모든게 편해질꺼야. 덤으로 부양장치 좀 고치고. 그리고 명심해. 지금 떠오를듯 말듯 하는 그건 그들이 심은 가짜 기억이야. 넌 성기사도 아니고 아모르의 개도 아니야. 명심해. 두번 명심해. 그들이 널 그동안 갖고 놀았던 거라는 사실을. 본래 낙원 출신인 너를 그들이 갖고 논 뒤 쓸모가 없어지니까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건 기억하고 있지?"
"그...그래. 기억해...그런데 내가 왜...그 꼬마 이름이 아델레온? 내가 방금...무슨 소릴 했지? 아파, 아파아아!!!"
"침착해. 아델레온은 널 구해준 사람이잖아. 심호흡 하고, 그 기억들을 최대한 머릿속에서 밀어내. 그리고 낙원에 대한 생각을 하는거야. 그럼 눈 감고, 낙원을 생각하는거야. 진정 됐으면 니 전원 끌께."

파괴자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리자 그녀가 조용히 빈민가의 동요를 속삭인다. 그러고는 스위치를 내릴 준비를 했다. 빈민가의 자장가가 들려오자 파괴자는 상당히 진정된 모습을 보인다.

"아가야 빨리 잠들어라. 잠시나마 현실과 인사해 두렴. 낙원에서 노는 행복한 꿈을 꾸렴. 안그러면 현실이 비참하게 다가온단다."


해골요새를 지나쳐 그들이 수목신의 묘지를 지나칠 때였다. 다크 머더러 하나가 스윽 나타나 그들이 전투태세를 갖춘다. 그러나 그 몬스터 역시 나이트 드래곤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마법을 쏘는 손이 바르르 떨린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그들을 향해 손사래를 친다.

"다...다...다가오지 마! 마법 한번 더 쏴버린다! 지나가기만 하면 되니까 절대 다가오지 말라고! 절대 뭘 좀 찾고 있단 말은 못하겠고...!"
"자기 입으로 뭐 찾는다고 다 불어놓고 무슨..."
"...아차! 으아아- 나 큰일났다- 장로님한테 혼날꺼야- 와아아아-"

입이 방정인 다크 머더러가 제 혼자 뱅뱅 돌고 난리가 난 사이에 그들이 멍 하니 서있는다. 이 얼빠진 몬스터는 또 뭐란 말인가. 셀린이 먼저 말을 건다.

"왜 그래...?"
"앗! 안돼안돼! 장로님이 이 근처를 지나가는, 아모르네 사제랑, 사제랑 같이 다니는 인간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어!"
"우리가 도와 줄 수도 있잖아."
"안돼안돼안돼-! 그랬다간 아모르네 사제랑 성기사가 우릴 다 죽일꺼랬어! 장로님이 한 말은 틀림이 없다구! 우리가 믿을 건 암흑 기사단 뿐이랬어!"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다크 머더러들의 특성 때문일까. 아직 좀 작은 것이 어려보였지만, 그들에게 절대 자신의 목적을 상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클라이드가 슬슬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하자, 다크 머더러가 겁을 집어먹고 슬슬 물러선다. 그러고는 와아아앙 하고 울음 비슷한 걸 터뜨리며 멀리 사라져버린다.

"저건 뭐야...맞아, 저놈이 찾는 거, 같이 찾아볼까?"
"뭔줄 알구요...?"
"뭐든 간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


다크 머더러의 자취를 한참 쫒았을까. 수목신의 묘지 깊은 곳에서 그들은 길을 잃고 헤매던 아까의 그 작은 다크 머더러를 발견했다. 레넬이 다가가자, 다크 머더러가 주춤주춤 물러서다가는 나무에 뒤통수를 부딪친다. 부딪친 부분이 아픈 듯 제 머리를 쓰다듬는 다크 머더러에게, 다시 셀린이 다가가 말을 건다.

"저기, 왜 그래...?"
"으악! 저리가, 저리가! 그 장갑! 싫은 느낌이 나!"
"장갑...?"

그녀가 장갑을 벗어 디프라이브 교수에게 맡겼다. 그러자 다크 머더러가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얼굴이라 할 부분이 어딘진 모르지만 아무튼 간에) 그녀를 향해 선뜻 다가온다.

"우와- 너한테선 좋은 느낌이 나네- 그 장갑, 다시는 끼지 마! 니 좋은 느낌을 싫은 느낌으로 바꿔버려. 우웅...암흑 기사들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구우- 아무튼 넌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뭘 찾고 있는지 말해줄래?"
"으응...비밀인데...알았어! 넌 믿을 수 있는 느낌이 나."

작은 다크 머더러는 자신이 찾던 것에 대해 술술 풀어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 그는 페어리 고스트 친구와 놀러갔다가 까만 빛을 내는 보라색 보석 두 조각을 발견하고 하나는 페어리 고스트 친구에게 주고 하나는 자신이 가졌다고 했다. 그런데 둘 모두를 인간에게 빼앗겼고, 그걸 암흑 기사들에게 말했더니, 그 보석이 어딨는지 파악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그 자리를 찾아봤는데, 인간의 이마에 박혀 있어서 고심중이라고 하는 말. 그 말을 듣고, 클라이드가 협상의 키를 찾은 듯 눈을 반짝였다.

"그 말은, 그걸 좀 빼달라?"
"응응! 앗차, 사제한텐 말하지 말라구 했는데!"

자기 입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다크 머더러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는 셀린을 안내한다. 한참을 그러고 안내하던 다크 머더러가 무언가를 보고는 멈춰선다. 저 앞에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잔뜩 기운 후드를 뒤집어 쓰고 얇은 옷을 걸쳐 입은 것이 전부인 중년의 남자가 피칠갑된 도끼를 들고 비척비척 걷는 모습이 제 정신은 아닌 것 같이 보였다. 어깨에 간신히 걸려있는, 버클이 달린 끈은 그가 아마 총사일 것이라는 힌트를 전한다. 다크 머더러가 그 인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저...저 인간이야. 머리에 우리가 찾은 보석이 박혀 있어! 보석 찾아줘!"

비척대는 걸음으로 주변을 헤메던 남자가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들이 기척을 숨기자 인영이 다시 돌아서서 비척거리는 걸음을 옮긴다. 조용히 숨어있던 가운데에서 누군가 하나 사라진 것을 알아챈 것은 의외로 다크 머더러였다.

"어라? 덜 자란 인간 수컷이 사라졌다!"
"덜 자란 인간 수컷? 뭔 소리야?"
"빨간머리 파란 눈인 덜 자란 인간 수컷! 인간들 말로는 '소년'이라구 한댔나...?"

그들이 그것이 라이츠를 의미하는 소리인 줄 알아채자 서둘러 그가 간 방향이 어디인지 생각해낸다. 숲 한쪽에서 인간의 비명이 들리자, 그들이 빠르게 뛰어 그 쪽으로 향한다.


"으아- 환자분은 얌전히 좀 계세요오오-!"

라이츠가 그 남자의 머리 위에 매달려 이마의 보석을 후벼파고 있다. 손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단검으로 이마의 보석을 파내려 온갖 시도를 다 해보지만, 보석은 마치 이마에 뿌리라도 내린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깊이 박혔어? 보통 이정도 후벼팠으면 머리뼈가 긁히는 수준까지 가야 되는데...!"

그러던 그가 손 하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힘줄 내지는 핏줄이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자리를 휙 그어버렸다. 어깨 너머로 봐온 실력일 뿐이었지만 꽤 정확했는지 피가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목을 부여잡은 그 남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동안, 그가 다시 이마의 보석을 후벼판다. 그 자리 주변의 머리뼈가 다 드러나고 있는데도 보석은 빠지질 않는다.

"설마 보석이 뇌랑 악수라도 하고 있나...?"

그 생각을 마친 그가 칼자루를 사용해 드러난 머리뼈를 쾅쾅 내리친다. 그러고 있을 무렵, 나머지 일행이 도착했다.

"라이츠! 뭐하는 거야?"
"사제님! 도와주세요! 보석이 깊게 박혀있어요! 아무래도 뇌에까지 뿌리를 내린 것 같은데...! 무슨 원리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꼬마주제에 뭔 정보를 그렇게 세세하게 알고 있는 거야? 아무튼 슬슬 비켜!"
"네!"

그 남자의 머리 위에서 근처의 나무 위로 몸을 옮긴 라이츠가 빠르게 내려와 그들과 합류한다. 셀린이 장갑을 끼우자 마나스톤이 푸른 빛을 발한다. 그 무렵, 라이츠가 자신이 그의 팔목에 낸 상처가 아물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거...만든 지 얼마 안된 상처였는데...!"
"한마디로 저거 재생괴인이다?"
"아...아마도요?"

보석을 이마에 박고 있는 남자가 라이츠를 향해 도끼를 휘두른다. 라이츠는 간신히 피했지만, 인간을 초월한 무식한 힘에 주변 땅이 함께 패일 정도였다. 셀린 품의 크노첸이 불을 화악 하고 뿜어보지만 도끼에 막혀 아무 상처도 내지 못했다. 그 남자가 짐승의 울음소리라고도 못할 괴이한 음을 낸다.

"으어어어...아아..."

다크 머더러가 흑마법을 날려보지만 흑마법을 빨아들인 보석이 검은 빛을 더하게 했을 뿐이었다. 당황하고 있는 다크 머더러를 수풀 속에 잘 숨겨준 셀린이 되돌아와 그와 마주한다. 그러고는 주먹에 마나를 모아, 달려오던 그의 배를 강타했다. 그 충격이 꽤나 강했던 듯 남자가 쿨럭거리다가는 셀린을 상대할 생각을 접었는지 어쨌는지 셀린을 내리찍는 척 하다가는 그녀 옆에 있던 애꿎은 크노첸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는다. 어린 용의 허리를 스치고 간 도끼날에 피가 묻었다.

"캬아아악! 캬아-!"
"크노첸!"

갑작스러운 공격에 상처를 입은 크노첸을 보자, 근처에 다크 머더러와 함께 숨어있던 다비타가 셀린을 향해 소리쳤다.

"저한테 맡겨주세요! 일단 제가 봉합은 할 테니까!"
"앗, 고마워요!"

크노첸을 다비타에게 넘겨준 그들이 다시 전투태세로 돌입한다. 레넬이 발톱으로 그의 몸 곳곳을 상처입혔지만, 곧 회복해버려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다. 클라이드가 자신의 신성마법만이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자각하자,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메이스를 오랜만에 꺼내든 뒤 손목을 강타해 도끼를 떨어뜨리게 만들자 테오도르가 도끼를 집어 저 너머로 치워버렸다. 메르헨이 가지고 있던 성수를 검에 조금 뿌렸고, 그러자 검이 희게 빛났다. 발목을 노린 검을 잡아내는 남자의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 상처가 꽤 깊은 모양이었다. 그러느라고 자세를 낮춘 틈을 탄 클라이드가 메이스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보석에 뇌를 침식당했을 남자의 머리를 완전히 부숴버려 그대로 멈추게 만들자 셀린이 입을 가린다. 메르헨도 표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피며 뇌수며 묻어서 더러워진 사제복을 보고도 그는 별 감흥이 없는 듯 나중에 빨면 된다고 할 뿐이다. 다크 머더러마저 시체에 다가가길 주저하자, 라이츠가 시체를 손수 뒤집어 이마에 박힌 보석을 파낸다. 보석은 아까와는 달리 몇번 파내자 쏙 빠져나왔다. 그가 보석을 집어들자, 보석이 갑자기 검은 빛을 발하더니 시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린다. 그러고는, 검은 보석은 바사삭 하고 깨져버렸다.

"뭐어야 이게..."

클라이드가 그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보석 조각의 빛들이 다친 크노첸을 감싼다. 상처를 부드럽게 치료하는 작은 빛무리가 용을 감싸고 돌자 다비타가 경외하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남겨진 가루 약간과 보석 조각 하나를 디프라이브 교수가 집어 미니사이즈 시험관에 담고는 매고 온 가방에 그것을 도로 넣는다. 클라이드가 핀잔을 주려는 기색이 보이자 그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네'라는 상투적인 핑계를 대며 어물어물 넘겨버렸다. 클라이드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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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 깨지더니 용을 고쳤다고?"
"네네! 똑똑히 봤어요! 보석에서 나온 까만 빛이 용한테 착 붙더니 샤라라라라 하고 말끔하게 치료됐다니까요? 아, 흉터 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싼 인간들이 어린 다크 머더러에게 질문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그의 이야기가 셀린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들이 후드 뒤에 감춰진 눈을 빛낸다.

"...마나스톤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기분나쁜 파란색 보석이 박힌 장갑을 낀 여자가 있었는데, 벗으니까 순식간에 암흑 기사단님들하고 똑같은, 좋은 기운이 났어요. 그 사람이 그 보석한테 치료받은 용 주인이고, 또..."
"검은 마나가 흘러나오는 여인이라고?"
"아, 그걸 검은 마나라 하나요? 그럼 맞아요! 검은 마나가 그 여자한테 가-득!"

그 가운데에서 아델레온이 여기저기를 기운, 제 덩치를 훨씬 넘는 사이즈의 로브를 추스르며 슬쩍 일어섰다.

"그 여자, 어떻게 생겼지?"
"그러니까...갈색 머리를 질끈 묶고, 파란 눈을 했어요. 가벼운 느낌인 옷을 입었고...맞다! 얼굴이 꼭 우는 것 같았어요!"

그녀의 외양 설명을 듣자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걔가 그것들이랑 한패라고?"
"네! 맞아요 맞아요!"
"...직접 만나봐야겠어. 이그나이트. 너도 갈 꺼지?"

이그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결정. 내가 만나러 갈꺼야. 물론 너희들도 같이. 진중한 대화를 좀 해봐야겠어."
"...그것이 선구자님의 뜻이라면."
"선구자라고 부르지 마. 난 그냥 아델이야."
"상부에서 그렇게 지시하고 있어 변경은 힘듭니다."
"...그럼 그렇게 해. 나머지는 그 보석에 대한 조사 더 하고 있어. 부스러기 남은거라도 찾아보란 말이야."

차가운 목소리가 발걸음을 따라 멀어진다. 그의 뒤를 그의 수하에 있는 정예요원 몇이 쫒는다. 셀린을 만나면 할 말도, 일도 많을 것이다. 아마 싸워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셀린에게로 향했다. 굳어진 입을 지나 허공에 흩뿌려지는 그것은 이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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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알아채주었기에 나는 너를 사랑해
부디, 나를 사랑할 수밖에는 없다고
각인된 그 손금 담긴 너의 두 손으로
나의 목을 졸라줘

 - 김소연, 마음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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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뽐에서 뭔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 저는 극단적 정통소설 주의자 라는 것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검은 혁명은 비슷한 재목의 다른 소설같은 연극 대본이 될 일이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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