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놔주시면 안 돼요? 이렇게 놀고 있으면 길드장이 싫어할테고, 그리고 제발 꽉 껴안지 마세요. 그때처럼 갈비뼈 다 부러져요."
점차 조여오는 바일의 사랑어린 괴력에 숨을 훅하고 들이쉬었다. 사랑하는 부길드장이지만 한 편으로는 무섭기 짝이 없었다.
그 이유가 뭐냐면 한 번 길드에서 술자리(나는 술만 먹으면 예상불가한 난리를 다 피워서 스스로 안 먹는다며 거부했다)를 했다.
그때 즉석에서 토너먼트 비슷한 싸움이 열렸다. 운이 나쁜 나는 준우승으로 올라간 내가 1차에서 이긴 바일이랑 싸우는 게 걸렸다. 그리 무기로 먹고살지 않고 드래곤에게 의지하는 나는 필요할까 싶어 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는 고풍스럽게 세공이 섬세히 박힌 단검 하나 꺼내 싸웠다.
나는 그때 박자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바일의 공격을 방어만 했다.
조금 있다가 항복하려 했다. 그런데 술독이 아주 제대로 온 바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등 뒤로 슬며시 다가와 괴물같은 힘을 조절하지 않은 채 퍽하고 소리 나도록 등짝을 갈켰다.
그걸로 얼마나 다쳤냐면 갈비뼈 3개가 부러지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3주 동안 침대에 한 번도 못 일어났다.
그 후로는 미안한지 바일은 날 더 세심하게 챙겨줬다.
"알았어. 우리 귀여운 막내. 그땐 정말 미안했지. 술에 취하니까 눈에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지 뭐야?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 드래곤 관련된 거라도 도와줄게."
바일은 언짢은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알았어요. 길드원들 왔어요?"
"왔지. 다들 다른 곳에 보내고 길드장이 자기가 처리한다면서 구경이나 하래."
길드장이 직접 싸운다니! 나는 얼른 바일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 그리 멀지 않은 아까 몬스터가 있던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바일과 시온 또한 내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저 멀리에서는 몬스터와 길드장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황소처럼 돌진만 하는 놈인 거 같지만 몬스터도 알 건 아는지 기회만 노리곤 섣불리 공격부터 하진 않았다. 한번 떠볼 속셈인지 아니면 때리고 싶었던 건지 길드장은 낫을 들더니 날의 뒷부분으로 투구를 후려갈겼다.
마지막에 몬스터에게 입을 벌려 뭐라 말했지만 멀어서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뭔 말인지 짐작이 갔다.
'뭐가 이리 단단해? 돌머리야.'
뒤에서 그걸 지켜보던 바일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고, 나는 간이 콩알만해서 죽어도 못 할 짓을 저리 천진난만하게 한다는 게 부러우면서 정신나간거 같다고 생각했다.
몬스터는 어이가 없어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모욕당했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도끼를 들어 몸을 두개로 쪼개버릴 생각으로 내리쳤다.
그걸 노린 길드장은 낫에 날을 두 손으로 잡아 숨겨진 괴력으로 묵직하게 내리치는 도끼를 튕겨내고 당황한 몬스터의 투구에 힘껏 낫을 박아 넣었다.
그러니 몬스터의 투구 밖으로 귀가 찢어질 정도의 비명소리가 메아리가 치면서 밖으로 검은 형태가 빠져나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몬스터의 갑옷은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더니 그것마저도 검은 연기가 되어 날아갔다.
길드장은 바닥을 툭툭 차다 멀리서 나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잘 봤어?"
난 또 화려한 전투를 기대했건만 간단하게 끝나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수고한 길드장에게로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를 들어 보였다.
---------
(이미 죽은 유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