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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혁명 - 7. A New Ord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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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449
  • 작성일2017.05.10

(피를 찾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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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드가 아파서 얼굴을 감싸쥔 동안, 메르헨이 그들에게 살의를 표하며 검을 겨눴다. 단지 이단에게 협력하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이단을 죽일거니까, 내 앞에서 당장 비켜! 아니면, 저 사람하고 같이 죽고 싶은 거야?"
"주, 죽이지 마! 우린 살고싶어! 알타이르 아저씨랑 살고싶어!"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휠체어에 탄 장님 소녀를, 광신도는 차갑게 내쳐버렸다. 그 차가운 손짓에, 놀란 셀린이 입을 가리곤 눈을 꼭 감았다.
넘어진 채로 잘 일어서지 못하는 소녀가 핏덩이처럼 손짓을 해대자 검은 로브의 사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제쪽으로 끌어당겼고, 그 손을 노리고 그가 검을 휘둘렀지만 그에겐 닿지 못한 채 한 사내의 손에 막혔다.

척 봐도 뭔가 머리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사내는, 검이 무슨 막대라도 되는 양 한손으로 꽉 쥐어보였고 그 손에서 흐른 피가 검 주인의 잔인함을 따라 흘렀다.

"아...안돼. 시러. 아무도 밖에서 자면 안된단 말이야. 안돼."
"아망드 샤티에르씨, 칼날은 손에서 놓으세요! 더 오래 잡고 계시면..."
"까만 로브, 도망가! 나, 여기랑 까만 로브 지킬꺼야! 나 지켜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지켜줄거야!"

그가 검을 양손으로 쥐더니 이내 부러뜨려버렸다. 그가 부러진 검을 땡그랑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는 아픈 듯 '아파, 아파...' 하는 소리를 내며손을 부여잡는다.

허나 메르헨의 눈에는 그것이 이단자의 빈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나니.

그가 클라이드가 팔이 반만 없는 사내에게 한방 먹으며 떨어뜨린 메이스를 쥐어잡고는 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고, 그의 머리가 우지직 소리를 내며 우묵하게 패여들어갔다. 그리고 묵직한 소리와 함께, 그는 이내 잠들었다. 밖에서, 영원히.

그리고 곧, 그들은 겁먹은 장애인들이 갈라선 길을 지나 검은 로브와 후드를 뒤집어 쓴 소녀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검은 로브는, 제 쪽으로 끌었던 소녀를 휠체어에 막 앉히고는,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고 그녀를 진정키는 중이였다.

"괜찮아, 콜레트. 괜찮을거니까..."
"그...그치만...요 바로 앞에서...소리가 들리는데요...아망드 아저씨는 어떻게 된거에요? 사람들이 겁먹은 소리가 나. 알타이르 아저씨, 무서워요..."
"자, 콜레트, 진정하고, 심호흡. 심호흡. 있다가 차 한잔 같이 마시는 생각. 네가 좋아하는, 바닷가의 향이 밴 홍차로 할까? 아니면 칼바람 산맥의 눈을 녹인 물로 깊이 우린, 칼바람에 다져진 수국차?"
"이단자, 그 휠체어에서 당장 떨어져!"
"뭐? 이 아가씨는 지금..."

메르헨이 로디아의 보호자 겸 이단자에게 그가 살기를 뻗치자, 그녀가 어물대다간 비명을 질렀고 곧 충격파가 강하게 나가 그를 저 멀리 있는 공터에 처박아버렸다.

"시...싫어. 오지 마, 넌...나쁜 사람이잖아! 살인자. 살인자! 살인자야! 아아아악!"

주춤대며 일어난 메르헨이 검을 고쳐쥐자, 그녀는 더더욱 겁먹은 표정으로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살인자! 저리 가! 죽이지 마! 안 돼! 싫어!"

메르헨이 그저 납작 엎드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겠다 싶어 바닥에 낮게 엎드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입과 턱만 감싸쥐던 클라이드가 슬슬 걸어와 예의 느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워허, 아가씨. 목청이 꽤나 대단한데? 여러 사람 귀청 날렸겠어."
"아악! 아아아...네? 무, 무슨 소리세요? 그보다 알타이르씨가 낮선 사람하고는 대화하지 말랬는데..."
"기다려, 로디아. 내가 상대할테니까."

알타이르가 가녀린 여인, 로디아를 제지하며 클라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을 잘 듣고 물러선 로디아는 메르헨을 주시하고 있다가, 그가 일어서려 할 때 마다 겁에 질린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일로 이 곳에 왔지?"
"그야 댁 잡으러 왔지. 그러게 발자국 좀 지우고 다니지 그랬어."

궁지에 몰린 알타이르가 마지막 도박을 시도했다.

"기다려. 난 검은 로브가 아니야. 우선 집 안에서 이야기하지. 모두. 물론 저 광신도는 빼고 말이야. 다들, 문이 열리기 전까지 이들을 해치지 말아요."
"저 아망드 죽인 살인자 X랄빼기 새X도 말입니까? 그게 말이 돼요?"

거친 입을 가진, 클라이드의 얼굴을 반만 남은 팔로 쳤던 사내가 살기를 드러내며 그를 죽이려 들자 알타이르가 그를 막아섰다.

"우선은,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알았수다, 우리 마을에서 최고 친절한 양반."

셀린과 클라이드가 악마의 소굴로 끌려들어가는 양, 메르헨이 그들을 뜯어말렸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검은 로브의 집은 의외로 정결했다. 아모르의 경전이 종류별로 꽂혀있고, 창가쪽엔 고대신룡의 목상이, 벽에는 마과학의 힘을 빌려 조명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2개 달려있다. 밖에서 본 것보다 조금 좁다는 걸 제외하면 완벽한 엘피스 주민의 집. 그가 허브차를 내오자, 셀린이 약간 반응을 보였다.

"응? 이거 혹시 반 데르 사말 가의 독특한 방식으로 우린...차에서 차 향기 말고도 다른 향이 섞여 있어요. 이건 이 숲의 향기네요. 좋다..."
"그래. 아까 전의 휠체어 소녀, 콜레트가 알려줬지."
"아...영광이네요. 이 방식으로 우린 차를 맛보는 건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반 데르 사말 가 내에서도 일부만 이렇게 우리는 법을 안다던데. 저도 한번 외에는 못 마셔봤어요."
"그런가. 우리기 전에 말린 찻잎에 햇볕을 2시간 정도 쬐어준다던데. 햇볕을 쬔 장소에 따라 향도 미세하게 달라지는 모양이야. 여러 곳에서 실험해봤거든. 바닷가에서 햇볕을 쬔 건 바다 향이 배어난다던지. 이건 이 숲속에서 햇볕을 쬐인 거고."
"...쉽게 배웠다고 막 발설해도 되는 건 아닌데."
"비결은 더 있다만."

대화가 잠시 끊기자, 차를 조금 마시곤 음미한 뒤 상 위에 내려놓기만 한 셀린과는 다르게 클라이드는 그걸 물이라도 되는 양 꼴깍 마셨다. 그러자 들어오는 셀린의, '차는 그렇게 마시는게 아니에요.' 하고 들어오는 타박과 클라이드의 '나는~ 다도같은~ 고급진건~ 모른다네~' 는 덤. 메르헨? 물론 밖에서 이단과 대화하지 말라고 부르짖으며 일행을 찾고 있고.

"어서 나오세요! 그 이단이 무슨 술수를 부릴 줄 알고...!"
"시끄러워, 등신아! 그보다 왜 우리를..."
"한가지, 이야기할 게 있어서."

그는 제 과거를, 거짓 과거를 술술 풀어놓았다.

그는 과거, 부모님이 검은 로브라서 그들을 따라 검은 로브가 된 단원이었지만, 그들의 악행을 보고 진저리가 나서 탈출하려 했다가 들켜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을 것인지, 아니면 싸우다 죽을 것인지 정하라는 선택지에서 싸우는 것을 택했고, 검은 로브 셋과 흑마법으로 싸워 이겨 나올 수 있었고 지금은 이들과 살고 있다는 내용.

"...그래서 그쪽은 손 씻고 나오셨다?"
"그래. 다만...옷은 나도 어쩔 수 없어."

그 말을 끝으로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검은로브 단복은 그들이 흑마법을 이용해 몸에 아예 '꿰메두어서' 어쩔 수 없이 입고있는 것이고, 흑마법으로 이뤄진, 이 보이지 않는 실을 끊어내려고 해봤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포기했다는 말을 끝으로 그가 말을 마쳤다. 그리고 보여준, 소매 부분의 흉터.

사실 낙원의 정교한 기술력으로 해낸 재접합 수술의 흔적이었지만, 그걸 알리가 없는 그들은 홀라당 속아넘어갔다. 그들이 충격에 빠져있을 무렵, 메르헨이 기어이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너, 사제님과 셀린에게 무슨 짓을...! 그, 그 자국은 뭐야?"
"...옷이 내 몸에 꿰메진 부분에 남은, 흑마법 실이 남긴 자국이다. 내 가련한 생이라도 끝내주러 왔나? 이 옷 외엔 그 어떤 옷도 입을 수 없고, 그 덕에 신성왕국 엘피스에 귀의하지도 못하는 이 가련한 삶을?"
"무슨 소리야?"
"아, 죽을 때 수의 정도는 입을 수 있겠군. 죽고 나면 흑마법 실이 몸에서 뜯어지는 고통은 모를테니까. 그래, 지금 죽여. 죽이라고! 당장! 이 망할 단복하고 같이! 으극...아악!"

제 옷의 멱살을 쥐어잡아가며, 괴로움에 찬 듯 한 소리를 내어가며 하는 알타이르의 명연기에도 메르헨은 전혀 속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향해 부러진 검을 휘둘렀다. 그걸 본 클라이드가 그 팔을 향해 매서운 손날을 휘둘렀고, 광신도는 결국 제 칼을 떨어뜨렸다. 그가 떨어뜨린 칼을 셀린이 멀찍이로 밀어버렸다.

"멈춰, 이 띨띨한 광신도야. 이 정결한 성도에게 손가락 끝이라도 댔다간, 아까 너 때문에 그 빈 머리통이 아작난 아망드인지 아몬드인지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겠어. 알아들어?"
"사제님...! 지금 속고 계신 거라고요!"
"속아? 소옥아아? 네가 니 머릿속 신한테 속고 있겠지! 나는 내 앞 광신도 누구씨나 광장에 들어갔던 폭탄마랑은 다르게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하거든? 그러니까, 더 멀쩡한 사람 말 들어라, 띨띨아!"
"사제님, 그렇지만...!"
"내, 말에, 따라!"

그의 목소리가 분노를 삼킨 듯, 굉장히 거칠게 들렸다.

"이 인간이 그렇게 찌르고 싶으시면 나부터 찔러 보시던지. 넌 분명히 아모르의 성도인 인간이 검은색 로브 입고 있으면 다 썰어버릴거냐? 이거 무서워서 승천절(할로윈) 코스튬이나 입고 돌아다니겠나. 거기다가 이 인간은 스스로 입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벗지도 못해!"
"사제님이 모두에게 속고 있다면요? 저 장애인들이 전부 이단이라면요!"
"닥쳐! 저놈들이 전부 이단이라고 해도, 난 일단 이 자리에서 널 막아야 쓰겠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골빈 놈을 쳐죽이는 것도 모자라서, 이단의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아모르의 성도가 분명한 사람을 죽이려 들어? 무죄 추정의 원칙도 모르는 놈아?"
"저딴 놈이, 성도일리가 없어요!"
"이 미X놈아! 파괴신 카데스도 지 믿는 놈들은 안 쳐죽여! 알긴 아냐? 참 말 안통하는 새X네!"
"그래서 저 놈을 살리시겠다구요? 빈민가에서 오시다 보니, 검은 로브가 별로 안 나쁜걸로 보이시나?"

메르헨이 그의 리미트를 건드리자마자, 클라이드의 행동이 잠깐 멈췄다. 마치 무슨 선이나 끈이 끊긴 것 마냥.

"...검은 로브 성도, 찻잔에 실례 좀 해도 되냐?"
"마음대로. 찻잔은 몇개 더 있고, 뫼비우스 반 클라나드 씨에게 부탁하면 되니까. 알다시피 그쪽은..."
"도자기 명가 반 클라나드고 뭐고 알 바 없고, 아무튼 깨도 상관 없다는 거네."
"그렇다고 보도록."

대답이 나오자 그가 몸을 서서히 일으키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날랜 몸놀림으로 그의 얼굴에 찻잔을 굉장한 속도로 집어던졌다. 쨍그랑 하는, 찻잔이 머리에 부딫혀 박살나는 소리가 났다.

메르헨이 찻잔 조각이 눈에 들어갈세라 잠깐 눈을 감은 사이, 클라이드가 그에게 쇄도했고 바로 그 감은 눈에 주먹을 한방 먹였다. 메르헨의 비명이 찻잔 조각에 닿았고, 그 동안 클라이드가 찻잔의 손잡이 부분을 쥐었다. 손잡이는 멀쩡하지만, 충분히 예리한 조각이 된 상태. 아예 메르헨을 눕힌 뒤, 그의 위에 올라타서 철저한 우위를 점한 클라이드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너 오늘 빈민가 출신 사제놈 성질 맛좀 봐라. 그 곱상한 몸뚱이 어디에 흠집을 내줘야 이 새끼를 최대한 아프게 하면서 조지진 않고 비싸게 팔아먹게 할 수 있으려나? 요새 부자 아지매들 취향을 알아야 말이지. 저 어디냐, 예-전에 벗은 년 주점 쪽에서 들었던 말에 따르면 테디베어라고, 팔다리를 관절 아래까지 날려먹은 모양새인 사람이 있다던데. 그렇게 만들어 줄까, 우리 곱상한 '전' 도련님?"

메르헨이 잠시 공포에 질렸다간,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가 잡지 않은 다른 쪽 팔로 그의 멱살을 잡은 뒤 제 이마를 클라이드의 머리에 냅다 들이박았다. 클라이드가 고통과 반격의 여파로 잠시 주춤한 틈을 탄 그가 클라이드를 걷어차 제 위에서 밀어내버렸고, 클라이드가 엎어져있는 사이 뒤로 물러나선 제 부러진 검을 집었다. 없는것 보단 분명 나을 터였다. 분노한 클라이드의 눈빛이 피에 굶주린 야수마냥 사납다.

"저, 애미애비라곤, 불에 다 탄, 찌꺼기 새X가! 잿더미 속에 있던 찌꺼기면, 찌꺼기답게 찌그러져 있으라고! 이 지가 늑대인줄 아는 개X끼가!"

야수의 울부짖음같은 목소리가 매섭다. 곧 그의 분노를 담은, 손잡이가 달린 찻잔 조각이 그의 살을 꿰뚫어버릴 듯 날았고, 메르헨이 그 조각을 검으로 튕겨내곤 그를 향해 돌진할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그 간극을 노리고 다시 날아드는 찻잔 조각. 둘의 살기는 좀체 수그러들줄 몰랐다. 

정확히는, 셀린이 개입해서 둘을 막아내기 전까지. 셀린이 클라이드를 잡아채고는 제 주먹으로 명치쪽에 강하게 충격을 줬고, 그 여파인지 잠시 콜록대는 틈을 타 메르헨에게 달려든 뒤 목을 틀어잡고는 벽에 메다꽂았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전에 없었던 큰 소리로.

"둘 다 그만해요! 지금 여기서 싸운다고 해서 뭐가 남길래 이렇게 싸우는 거에요! 그것도 남의 집에서!"
"켁, 콜록. 아흐...아파라...성질 먼저 긁은 건 저쪽이다?
"어쨌든요! 서둘러 돌아가요. 저흰 할 일이 많아요. 진짜 검은 로브도 막아야 하고, 언제 그...폭탄마가 팔을 수복하고 올 지도 몰라요. 그리고 메르헨 오빠, 이 마을엔 다시 들어오지 말아요. 제가 아빠한테 말씀드려서 감시 븥여달라고 할테니까, 몰래라도 와서 이분 죽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요!"
"...알았어."
"아이고, 삭신이야. 근데 너 원래부터 그렇게 논리와 기백이 넘치는 애였냐?"
"클라이드님, 농담할 상황이 아니라구요! 빨리 와요. 오늘 훈련 맡긴 크노첸도 찾으러 가기로 했단 말이야."


셀린이 그들을 끌고가는 형국을 한 채 순백의 마을을 떠나자, 알타이르가 벽의 스위치 몇개를 조작한다. 그러자 그의 집이라고 했던 정결한 곳은 순식간에 카데스의 성소 비슷한 공간으로 변했다. 곧 입이 거친, 반쪽짜리 팔을 한 사내와 휠체어의 장님 소녀를 필두로 한 장애인들이 그의 집으로 들어섰다.

"그 아모르 짭새 X끼들 간거 맞지요, 알타이르님?"
"제 수술 자국을 보고 그 사제와 아가씨가 모두 속아넘어갔으니, 별일 없을겁니다. 앞으로는요. 그들이 내가 입은 단복을 몸에서 제거해 주겠다고 들이닥치거나 그 광신도가 절 썰어버리겠다고 들이닥치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그럴 일, 요 귀족 아가씨 뒈X기 전까지는 없을테니 걱정 마쇼. 여기에 수감된 귀족가 자제가 각 집안 별로 다섯이 넘는 판국인데도 아무도 안 오잖아? 그리고 광신도 놈은 우리 빈민가 출신 이단들이 빈민가 애들이랑 같이 막아줄께, 걱정 말아!"

휠체어에 탄 장님 소녀, '콜레트 반 데르 사말'의 등을 그가 툭툭 치자 알타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저 장애인이라고 내쳐진 여러 귀족 자제분들을 그들은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으니. 오늘 돌아가신 샤티에르 가의 장남, 아망드 씨 같은 경우도 말입니다."
"아망드 그 놈...머리는 좀 그래도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 광신도 X자식...!"
"제니스 바스씨, 진정하십시오. 우선은 죽은 이를 애도합시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외팔 사내, 제니스가 눈을 천천히 감고는 기도하듯 무릎을 꿇었다. 휠체어의 소녀 콜레트도. 모두가 무릎을 꿇자, 알타이르가 조용히, 하지만 분노의 떨림을 온전히 지워내지는 못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존재하는 신이시자 이해하고 공감하시는 신, 카데스 님이시여. 샤티에르 가의 버려진 장남 아망드 샤티에르의 정결하고 순수한 영혼을 부디 라테아로 인도하소서. 그의 영혼이 부디 둠에서의 시련 없이 라테아로 편안히 갈 수 있게 해주소서."
"아멘, 아멘. 그의 영혼이 라테아에서 안식을 찾기를."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이단의 회였다. 마을에서 한참 떨어져서 걷고 있는 광신도와, 만사가 편한 빈민가 출신 사제, 그리고 부잣집 아가씨는 모르겠지만.

알타이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또한 인간에게 시련과 벌을 내리시고 무참히 짓밟으시는 신, 카데스 님이시여. 부디 저 아모르의 광신도 놈을 당신께서 창조한 시련과 고통의 공간인 둠에 처박아버리시고 영원한 고통을 주시옵소서. 그가 부르짖거든 쳐다도 보지 마옵소서. 당신의 충실한 종인 저 알타이르가 이렇게 간구하나이다. 아멘, 아멘."


"그래서 이제 어쩔꺼냐, 부모라곤 숯덩이밖에 없는 광신도 새X야?"
"저 뼛속까지 어두운 주제에 사제복만 걸쳤다고 뻗대는 게...!"

클라이드와 메르헨이 격하게 싸우는 동안, 셀린은 그들을 버리고 앞서갔다. 우선 셀린이라도 잡자, 하는 생각에 그들이 다시 앞으로 뛰어나갔다. 클라이드는 예의 그 속편한 농담으로 셀린의 기분을 풀어보려 노력했고, 메르헨은 그녀의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으르렁대길 수 차례. 우선 오늘은 헤어지기로 합의한 셋이 각자가 가야 할 방향으로 향한다. 아, 메르헨과 같은 방 쓰기도 싫다며 일방적으로 대사제의 방에 무단침입해 그 고급진 침대 위에 드러누운 클라이드만 빼고.


"상태는 좀 어때?"
"이 사람, 마력을 이용해 자기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정상으로 회복되었지만요. 다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근데 아델, 이 사람은 누구야?"
"...데르사 박물관에, 살아있는 악마라고 전시되어 있던 사람이야."
"왜 구해온건데? 이러면 시선이 우리한테 올 수 밖에 없다고."

그 말에, 아델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열었다.

"난, 나는, 남이 무력하게 구경거리인 채로 있는 건 싫어. 그거, 정말 지긋지긋하도록 겪었단 말이야. 얼마나 화가 나고, 슬프고, 또 괴로운데. 그걸 표현할 수도 없으면 두배, 아니 열배, 백배는 괴롭다고. 그런걸 당하는 건, 나 하나만으로 족해."
"어, 음...미안. 아무튼 간에, 얘 유전자 레벨은 분명 평범한 인간인데. 그러니까 얘네가 살아있는 인간을 악마라고 속여서 전시했다고? 진짜면 쟤네 정말 정신병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그렇다고 봐야지."
"대-단한 정신병자들 납셨구만. 그치, 칼라이아?"
"와, 사다르 아저씨가 맞는 소리를 다 하네."

칼라이아와 사다르 둘이 아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살바도르와 자벨이 그들이 있는, 만들어진 악마가 회복중인 곳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그의 모습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게 저들의 악행이란 말인가! 아아, 카데스시여, 정의를 자처하던 그들은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카데스시여...젊은이, 눈 떠보게. 괜찮은가? 젊은이!"
"진정하십시오, 살바도르 씨. 우선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으음...미안하네, 자벨. 쓰러진 젊은이들만 보면, 의식 중에 일어난 사고 때문에 죽은 내 형이 생각나서..."
"카데스께 선택받은 어린 양이 달아나기 직전에 했다던 의식 말입니까."

살바도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몇분 쯤 뒤, 그 방 안에 파르신과 테마리까지 들어왔다. 테마리 쪽은, 들이닥친 것에 가깝지만.

"사장님들-! 뭘 그리 모여서 계십니까아-!"
"테마리, 제발 조용. 난 이곳에 카데스님의 은혜를 베풀러 온 거다. 그것도 카데스님께서 직접 부탁하신 일이지."
"...그래. 대신 끝나고 나한테 글 가르쳐 주는거다!"
"아아, 왔구만! 그대, 제발 저 가엾은 생명을 살려주게. 아니, 카데스님의 손이자 입이여! 제발, 저 어린 영혼을 살려주십시오!"

파르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곧 그들이 길을 비켜섰다.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못한 상태. 그가 만들어진 악마의 위로 제 손을 뻗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약간 울리는 소리. 카데스가 자신의 은총을, 직접 내리는 모양이었는지 그 자리에 있던 카스의 일원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가여운 영혼아, 생명이 다한 몸을 벗어던지고 쉬고싶은 그 심정은 이해하나, 네 안에서 끓고 있는 복수심을 무시하지 말라. 나 카데스는 용서하되 반드시 복수하는 신이다. 내 이름으로 너에게 다시금 생명을 주리니, 널 가두고 구경거리로 만든 그들을 짓바수어라. 여기 있는 나의 사도들이 널 도울 것이니, 라테아에 가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저 거짓된 정의들에게 복수하거라. 라테아 걱정은 하지도 말라. 이미 내가 라테아에 너의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었나니."
"아멘, 아멘. 저희가 이 자의 무구가 되어 이 영혼을 돕겠나니, 카데스님이시여, 저희와 이 자를 축복하고 지켜주시며 저 거짓된 정의를 짓바술 힘을 주소서."
"네 심판날은 아직이니, 부디 돌아오라. 억울함을 안고 스러져가는 영혼이여, 나의 기병이 될 이여. 너는 복수자요 저들의 방패에 있는 큰 균열이니, 나를 따르며 도우라. 그들을 짓바수고 상처를 후벼파며 그 위에 소금을 얹어주도록 하라. 나 카데스가, 나의 손이 된 자의 입을 빌려 말하노니."

곧 어두운 빛이 그의 손에서 발했고, 그 빛이 사그라들자 침대에 누워있던 만들어진 악마가 거친 기침과 함께 깨어났다. 그와 동시에 쓰러지는 파르신. 너무 큰 권능을 빌었기 때문이었을까.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테마리가 그를 번쩍 안아들고는 제 숙소 방향으로 뛰어간다. 그걸 본 그들이, 시선을 다시 만들어진 악마에게 돌린다.

"...여긴?"
"웰컴 투 낙원! 여긴 검은 로브의 지하도시야!"
"아니, 사다르 아저씨!"
"검은...로브..."
"아이, 그러니까. 한가지만 확실히 할께. 난..."
"젊은이! 다행일세, 다행이야! 난 정말 그대가 죽는줄만 알았다네. 아아, 카데스시여. 인간을 이해하시는 자비로운 신이시여. 이 늙은이의 심정을 이해해 주시니 감사하기를 이루 말할 데가 없습니다. 당신의 자비에 감사를 표합니다. 아멘..."

침대에 누운 '악마'는 영 사태파악이 덜 된 듯 주변만 두리번댔다. 그리고, '쉬고...싶...'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위로 쓰러졌다. 놀란 하무트와는 달리, 침대 위에 누운 그의 꽤나 평온한 느낌이다.

"...잠들었어. 몇일, 어쩌면 몇주나 몇달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링겔 하나 꽂아줘. 이 사람, 밤에 박물관에 가도 잠들질 못하고 있었으니까. 잠들면 전기충격이 가서 깨어났다나 봐."

아델의 한 마디에, 살바도르가 마지막 찬양을 끝으로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왠지 결연해보였다.

"그래, 알겠네. 위의 인간들은, 헤리온 일가의 아이들이 속한 곳의 인간들을 제외하면 모두 쓰레기라는 걸 깨달았어. 분명 파르신 그 자의 눈도 그들이 제 권력을 위해 뽑아냈을 걸세. 이제부터 나는, 감히 그분께서 선택한 예언자이신 그를 의심하는 짓 따윈 하지 않겠네."
"할아버지, 드디어 올바른 사도가 됐네!"

칼라이아의 기쁜 미소에 살바도르가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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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 년 주점은 10년 전의 젖꼭지 주점을 말합니다. 당시 신장개업 상태였구요.

그리고 저 뫼비우스라는 사람은 팔이 없이 태어난 반 클라나드 가의 장애인으로, 태어나자마자 존재 자체가 '가문의 명성' 하나 때문에 비밀에 부쳐졌으며, 가문의 특제 도자기 만드는 법을 교육받고 13살 때 순백의 마을로 나온 경우입니다. 손이 없는데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발과 턱을 이용해 만드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콜레트 반 데 사말은 7살때, 가문 특유의 차를 만드는 법과 우리는 법, 그리고 향으로 차를 감별하는 법을 배우고 나왔습니다.

다들 이렇게 가문의 기술을 하나씩 배우고 있는 이유는, 순백의 마을 관련 조항에 '장애우들이 순백의 마을에서 최소한의 생활과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서 내보내지 않을 경우 종교재판에 회부시킨다. 다만, 그 징벌의 수준은 사제에 대한 욕설 이하로 한다.' 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우린 쟤들 부양 안 할테니 쟤들이 혼자 살 수 있게는 해놓고 내보내라.'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제가 생각한 20년 뒤 유타칸은 인성왕국 헬피스...네? 택배요? 올게 없...당신 누구야! 읍읍!

그리고 아델은 그렇게 사악하기만 한 인물이 아닙니다! 여러분 아델은요! 읍읍읍!! 으으읍! 읍!

(이 아래의 내용은 신성왕국 엘피스에 의해 검열되었습니다.)




소뽐이 왜 썩은 물인지 알 것 같습니다. 소뽐 식구니 뭐니 하는 사람들끼리만 추천 주고받는 광경도 잘 봤습니다. 그래도 전 이거 연재합니다. 왜냐고요? 아직 정통식이 건재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려고요.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나는 정통식의 계승자, 카타스트로프다! 하면서, 대세인 대본식 앞에서 뻗대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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