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족들은 모두 평등했다. 그러나 나의 동족들 중 나의 가문이 우리 동족들을 이끌었다. 누군가 종족을 이끌어나가기는 해야 했고, 그것을 나의 가문이 맡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착했던 섬도 나의 가문이 앞장서서 찾아다닌 끝에 찾아낸 보물 같은 섬이다.
나의 동족들은 나의 가문을 '왕가'라고 불렀다. 계급은 없었지만 자신들을 이끌어 나가기에 그렇게 불렸다.
그래서, 나는 '공주'라고 불렸다. 우리 가문의 외동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우리 종족을 이끌어 나가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어렸던 나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
그랬어야 했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평소처럼 평화로웠던 날이었다. 나의 가족들은 섬을 옮길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이 붉어졌다.
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가셨고, 어머니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피난처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
피난처로 가던 중, 어머니가 갑자기 휘청이셨다.
땅이 흔들렸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흔들림은 너무 갑자기 왔고, 갑자기 사라졌다.
지진이 아니다.
갑자기 등 뒤에 그림자가 생겼다.
땅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크지는 않지만, 아주 많이. 그리고 그 사이에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가 고개를 흔드신다. 어서 가라는 듯했다.
어머니가 나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하다. 무언가 걱정되는 것 같다.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겁을 먹었던 나는 어머니의 등에 꼭 매달렸다.
"으아악!"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린다.
지금 들린 것이 아니다. 아까부터 주변에서 계속 들려온다.
어머니는 점점 더 빠르게 피난처로 간다.
드디어 피난처에 도착했다. 어머니가 나를 먼저 피난처에 들여보낸다.
어머니가 들어오시려는 순간. 문 옆에서 무언가가 어머니를 밀쳐냈다.
어머니가 쓰러졌다. 어머니를 밀친건 흙과 바위로 된 괴물이었다. 어머니는 날 보호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문을 닫으셨다.
문이 닫혔다. 밖에서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온다.
무섭다.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나는 봐버렸다. 아버지가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하는것을.
나는 들어버렸다. 어머니가 괴물에게 공격당해 죽음을 맞이하는것을. 나의 동족들이 정체불명의 괴물들에게 학살당하는 것을.
나는 보고만 있을수밖에 없었고, 듣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했다. 나는 힘이 없었다. 그런 나약함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주변이 잠잠해지고, 나는 피난처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밤이었다. 고요했다. 너무나 고요하여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들리는것은 바람소리 뿐이었다.
모두 죽었다. 끔찍했다.
어린 나는 받아들일수 없었다. 부모님이 죽었다는것을.
나와 함께 놀던 친구들과 인자했던 주변 어르신들 그 모두가 죽었다는것을.
나는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관을 찾아 머리에 썼다. 어머니의 말로는 이 관이 '힘'을 준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길로 섬의 해변에 있는 배를 탔다.
배를 조종하는 법이나 바닷길은 알지 못했지만, 그때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단지 배를 타면 다른 누군가가 나를 반겨줄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유타칸이라는 대륙에 도착했고, 아무도 없는 수중동굴 깊은곳에 자리를 잡았다.
몬스터들은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관이 나를 지켜주었다. 어머니의 관에서 나오는 오오라가 몬스터들을 잠재웠다.
이곳에서 나는 나의 동족들을 학살한 장본인을 찾아내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나의 마음은 그 자를 찾아 없애고 싶지만, 그래선 그자와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자의 사죄를 듣고 싶다. 하지만, 사죄로 나의 상처가 아물지는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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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고 동족을 전부 잃은 어린 소녀는 학살자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