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나는 '악'에 사로잡혔었다.
그 '악'이 나의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나의 의식은 깨어있었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고고학을 좋아한다. 예전에도 좋아했지만 지금도 좋아한다.
고대의 것은 나에게 흥미로움을 가져다 준다.
종종 위험한 물건들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위험한것은 위험한 대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려버렸다.
지하성채를 탐험하고 있었을때였다.
어두운 기운을 마구 뿜어내고 있는 돌을 발견했다.
그냥 돌이 아니었다. 문양이 조각되어있는, 무언가를 상징하는듯한 돌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적 있는것 같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 돌을 피해 가려 했다. 흥미로웠지만 아무리 봐도 건드려서는 안될 물건같았다.
하지만 나의 몸은 이미 그 돌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그 돌을 건드렸을때, 나는 알수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분노, 슬픔, 쾌감 등등 여러 이상한 감정들이 나에게 들어왔다.
그 순간부터 나는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 돌을 가지고 희망의 숲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나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의 날개에 주문을 각인시켰다.
원래 나의 능력은 돌이나 흙덩어리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했지만 새긴 주문으로 아주 거대한 바위라도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럴 계획은 없었다.
이건 내가 한게 아니다. 이상한 돌에 의해 조종되는 내 몸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믿었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몸은 강화된 능력을 이용해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유타칸 반도의 밖으로 날아가 섬들을 보이는대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내 능력으로 바위 골렘들을 만들어 섬에 사는 생물들을 모두 죽였다.
'학살'
끔찍했다.
많은 비명과 슬픔이 느껴졌다.
그 때, 나는 순간적으로 '희열'을 느꼈다.
나는 '희열'은 이상한 돌에 의해 조종되는 나의 몸이 느끼는 것이라고 믿었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몸은 계속해서 섬들을 파괴해 나갔다.
나는 막아보려 했지만 의식뿐인 나는 막을수 없었다.
그렇다고 믿었다.
그러던 중 한 섬에서 희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몸을 가진 드래곤들을 보았다.
그들이 나의 몸을 막을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냈던 드래곤들 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제대로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학살'당했다.
그들의 왕으로 보이는 한 드래곤이 나에게 달려왔다.
싸우려는것 같았고, 아니나 다를까 나의 몸이 소환한 골렘들에게 포위당해 죽었다.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도 계속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그 순간, 먼곳에 피난처와 그곳으로 들어가려는 드래곤이 보였다.
나는 그 드래곤이라도 살길 바랬다. 하지만 되지 않았다. 그 드래곤까지 죽어버렸다.
나는 절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주웠던 돌은 누군가를 조종할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카데스의 파편.
이 파편은 사악한 기운을 파편을 만진 자에게 악한 감정과 생각을 불어넣는다.
결국 이 '학살'을 저지른것은 돌에 조종당한 내 몸이 아니었다. '나' 였다.
깨어있다 생각했던 나의 의식은 파편에 조종되기 싫었던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파편의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내 몸이다. 느껴진다. 내가 섬을 파괴하고, 학살했다.
자괴감이 밀려온다. 절망감이 밀려온다. 더이상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어딜가나 나에게는 '학살자'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닐것이다.
더이상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
'속죄'
지금 내가 세상에서 살아갈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 속죄하며 살아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학살자' 라는 이름으로 죽는다면 그것으로 속죄 할수 있을까?
아니,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평생 모욕과 질책을 받아야 한다. 내가 저지른 일은 용서받지 못할 끔찍한 일이다.
속죄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야 할 유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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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일을 저질러버린 과거를 후회하는 다굼은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