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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전장으로

1 DrPico
  • 조회수140
  • 작성일2017.08.08

전장으로

​-단편-



1.

 "야! 엎드려!"

 

 몽상에 빠져있는 나를 깨우는 소리였다. 누군가 발목 지뢰를 밟았던 것이다. 이 지뢰는 20도 이하에는 영향이 없으니 뛰어가 재빨리 몸을 던졌다. 굉음과 함께 탄이 터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발목이 나갈 뻔 했다.

 

 여기는 전쟁터이다. 매일 수백개의 수류탄이 터지고, 수만발의 실탄이 오고가고, 수천명의 병사들이 삶을 끝내는 곳. 이 지겨운 전쟁은 약 7달 간 지속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상병으로 전쟁에 참전했다.

 

 지뢰가 터진 탓에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땅에 얼굴을 파묻고 양 손으로 귀를 싸매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에서 실탄이 몇 개 남았는지 세었다. 하나, 둘.....총 오십 오발 이었다. 섬광탄은 5개, 수류탄은 2개 있었다. 다시 일어나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적군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대대장의 각개전투 명령이였다.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아군은 적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적군을 향하여 총탄을 쏴댔다. 그 수천발의 오고 가는 실탄에 아군이 부러진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졌다. 그 아군의 시체들을 밟고 아군은 진격했다. 전쟁에는 인간성 따위 필요없다. 아군의 죽음을 위로할 수도 없고 적군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멈출 방법을 토론할 수도 없다. 그저 적군을 얼마나 많이 죽이느냐가 중요하다.

 

 순간 내 목에 실탄이 스쳐 지나갔다. 붉은 피가 목을 타고 내려왔다. 살짝 스쳐 지나간 것이 왜 이리도 아픈지 전쟁 경험이 없는 나는 피나는 목을 잡고 신음소리를 냈다. 그것을 보고 병장이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일어나라."

 



2.

 난 원래 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고지에서의 전투가 기간도 길고 공을 세우기도 쉽다는 단순무식한 생각이 나를 전투에 참여하게 한 것이다. 그런 멍청한 이유; 전쟁 영웅이 되고 싶다는 것이 내가 전쟁에 나온 이유이다.

 

 적기의 소리였다. 이는 곧 폭탄이 투하된다는 신호이다. 적기의 소리가 들리자 우리는 다시 땅바닥에 엎어졌다. 약 3초 후 '콰광! ' 하는 굉음이 여러번 들리면서 파편이 튀었다. 나하고 가까운 곳에서 터졌다. 그리고 몇몇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 병사는 얼굴의 반이 나가고 남은 얼굴마저 검붉은 피로 뒤덮여있다. 다른 한 병사는 얼굴이 없어져 있었다. 폭탄에 바로 맞은 것이다. 곧 숨줄이 끊길듯한 '하아..하아..' 하는 숨소리도 들렸다. 그들은 모두 고통스러워보였다. 하지만 전쟁에서 고통스럾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때 대대장이 그 병사들; 폭탄에 의해 몸의 어딘가가 날아간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탕! 탕! 탕!' 그리고 그 병사들의 숨줄은 끊어졌다.

 

 "왜 아직 살아있는 병사를 죽인 겁니까?"

 

 "곧 죽을 병사는 장애물이다. 한 명의 부상병에는 두 명의 멀쩡한 병사가 달라붙는다. 아군에게 걸리적거릴바에는 차라지 죽어 영웅이 되는 것이 더 낫지."

 

 잔인한 상사의 말을 대충 듣고 적을 향하여 연발 소총을 쏴댔다. 내가 쏜 총알에 적군의 병사가 피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쓰러졌다. 쓰러지는 적군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전쟁은 잔인하다는 생각은 하면서 나는 어느새 적을 향해 잔인하게 총을 쏘고 있었다. 나도 살인자가 되었다.

 



3.

 적 병사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아니, 총소리와 전투기 소리에 파묻힌 것이다. 주변에 널려있는 창백한 시체들에는 소리 없는 절규가 들러붙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을 볼 여유가 없다. 저들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저들과 나의 목숨은 연결되어있다. 저들을 죽여야 내가 산다. 내 발길은 앞로 죽여야할 수많은 적군을 향했다. 내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가슴에 있는 수류탄의 안전 핀이 꽂혀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적을 향하여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내 눈 안에 붉은 빛이 차올랐다. 




4.

  전쟁중에 나는 수십만의 적을 죽였다. 내 소원대로 나는 전쟁 영웅이 되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는 나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에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밤에 잠들 때마다 내가 죽인 수십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죄로 나한테 죽은 것인가? 그저 나와 다른 군에 속했기 때문에? 사실 그들 중에는 직업군인이 아닌 제대한 후 5년이 안된 사람, 이제 막 인생이 시작할 나이에 재수없이 전쟁에 참여한 죄없는 20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인생을 허무히 끝냈는가.

 

 "이 상병, 기쁘지 않는가? 왜 무표정인가?"

 

 "...."

 

 대대장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기뻐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대장은 전쟁에 대해 너무나도 무덤덤한 사람 같았다. 아니, 어쩌면 너무 많이 겪어 무감각해진 것일테다. 감옥에 갇혀있는 가난한 절도범은 범죄자이지만 수십만의 사람을 죽인 나는 국가의 영웅이다. 사람들은 절도범은 욕하지만 살인자는 칭송하고 우러러본다. 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게 주어지는 표창을 받으며 말했다.

 

 "잘...모르겠습니다..."

 

 그 후에 나는 군에서 나왔다. 처음에 많은 사람이 나를 말렸다. 군대에는 당신과 같은 위인이 필요하다고, 다음 전투에서도 활약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소위로 진급시켜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 국가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서 나를 이 자리까지 끌어올렸으나 나한테는 이 곳이 안 맞는 것 같았다.

 



5.

 전쟁이 끝났다. 전쟁은 우리나라와 상대국 원수가 정전 협약을 맺으면서 끝이 났다. 이렇게 끝날 전쟁이었다. 그렇다면 적군의 젊은 영혼들, 아군의 동료들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나는 평범하게 직장을 얻고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미래조차 얻지 못했다. 

 

 오늘은 꽤 일찍 퇴근했다. 이렇게 빨리 끝난 일에 감사하며 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그 때 라디오에서 추모곡이 흘러나왔다. '아, 오늘이 정전 협약이 된지 1년 되는 날이구나.' 하며 추모곡을 감상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기억 속에서 이름 모를 수십만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그 즉시 목적지를 바꿨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고지 전장에 다시 가보았다. 내가 영웅이 되었던, 내가 살인자가 되었던 그 곳이다. 푸른 나무와 풀이 있던 그 언덕은 이제 황무지가 되었다. 불탄 나무와 노랗게 마른 풀. 한때 생기 넘쳤던 생명의 언덕은 황토색의 황무지가 되어 전쟁 기념 공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그 황무지에서 사라진 넋을 보았다. 사방으로 흩뿌려진 검붉은 피와 무질서하게 널부러진 시체들의 이미지가 이 황무지에 겹쳐 보였다. 




6.

 나는 그 언덕 위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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