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가진 기계는 - 3
배준식
이 세상은,
이 빌어먹을 세계는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몇 년, 몇 대를 걸쳐서도 피 비린내는 멈추지 않았고, 그 냄새는 이미 땅에 베어들어 비가 오는 날 조차도 씻겨내지 못했다.
"아아아아아아아! 아들아....아아아..!"
"어머니 제발..제발 좀..."
종족과 종족 사이에 전쟁은 멈추지않았고, 인간들의 내분은 멈추지 않았으며, 그 속에서 피를 묻히는 자를 앞새워 기름냄새 나도록 배를 채운 돼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어휴 군단장님..저희 아들이 몸이 참 불편해서 군에 들어가는건 민폐일꺼 같고 하하. 일단 이게 그렇게 좋다는데 말이죠."
"어허 이 사람이..! 내가 그러면 몸이 불편한 사람을 군사로 쓸 정도로 야박해보이나? 으하하하하 이건 내가 감사히 쓰도록하지. 걱정마시게나!"
팔수스 테르라룸(falsus terrarum)
이미 그들의 그릇된 욕망으로 일그러진 유일한 세계, 유일한 대륙.
유일한 대륙에 유일한 승자가 되기 위해
그들의 무기는, 지성은, 능력은 발전했다.
그리고 무한히, 무한히, 무한히 죽어나갔고 죽여나갔다.
악마 천사 정령 괴수 수인 인간 그리고 '신'
"너희 애들이 더 잘할까, 내 애들이 더 잘할까."
악마와 괴수를 창조한 테네브리스(tenebris)는 악의 축에,
"시끄럽다 테네브리스. 우린 그저 저들의 결과만...."
천사와 인간을 창조한 클라라(clara)는 선의 축에 서서
방관했다.
창세기 1500년 째 되는 날
전쟁은 악의 승리도, 선의 승리도 아닌
그저 고통만 남기고 멈췄다.
-끝나지않았다.
전쟁을 멈추는 조건으로 악의 집단과 선의 집단은 계약을 맺었다. 악은 정령들과의 전쟁에 선이 개입하지않는 것으로,
선은 수인들과의 전쟁에 악이 개입하지않는 것으로 말이다.
결국 신의 가호를 받지못한 불쌍한 종족,
정령은 악마와 괴수의 에너지원으로 사냥당하는 꼴이 됬으며,
수인은 천족와 인간의 노예가 됨으로써,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끝나지않은,
멈춰있는 전쟁을 준비하며 그들은 무기를 만들고,
기술을 배웠으며, 강해졌다.
인간은 천사와의 계약으로
'마법'을 익혔고, 천사들은 인간의 기술 '과학'을 배웠다.
그렇게 천천히, 천 오백년의 절망은 다시한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