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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암무명(無暗無明)[단편]

43 Star.Kingdom
  • 조회수424
  • 작성일2018.11.17

 


"저희 유타칸 반도의 평화 위원회는, 올해로 21년 째를 맞이한 유타칸 대 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유타칸 반도 중앙에 우뚝 솟은 호텔 라운지에서 열린 이번 축하연에는 어김없이 반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의 잔을 들었다 놨다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평화를 최대한 만끽하고 있는데, 누가 보기에 그 모습이 마치 자신들의 노고를 자축하는 공로자들의 잔치이다.

여기저기서 술이 따라부어지고 구석에선 헐벗은 계집 용들과 사내 용들이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등 잔치장 내는 내내 북적북적하여 도저히 잠시의 침묵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그 중 취기가 심히 오른 몇몇은 난데없이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고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크고 작은 언쟁-거의 정치적인 얘기이다.-을 벌이기도 한다. 누가 보면 과연 이것이 평화를 기리는 잔치가 맞는 것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래도 그 뭣이여 다크닉스 고놈 아새끼가 있을 때가 좋기도 했제, 그 자슥은 그래도 용들을 시잘때기없는 색안경 없이 다같이 아껴줬거든."

"니 미럴, 다같이는 무슨 다같이여, 얼어죽을 양반아. 어둠 속성 아닌 용 중에 고놈한테 다정한 손길 한번 받은 용이 있는감?"

"아, 고것은 당연히 느그들이 하나같이 어둠 속성 용들만 배척하고 딴놈들끼리 어깨동무해서 잘먹고 잘살자 해서 그런거 아녀? 아니 생각을 해보랑께, 지랑 같은 속성을 가진 용 아그들이 사회에서 그렇게도 배척을 당하고 사는디, 느같음 고놈들 편을 들어 주갔어, 아니면 고놈들 무시하는 다른 속성 용들 편을 들어 주갔어?

민주주의라느니 평등한 세상이라느니 염병을 하면서 정작 고거 글자 한번 실현해보려 진정으로 노력하는 놈을 본 적이나 있는감, 다른 용들중에? 다크닉스 고놈만이 유일하게 어둠 속성 놈들 보듬어준 천사같은 놈이었던겨. 그에 비하면 이게 지금 뭐여, 시 부럴. 평화는 개뿔이. 우리랑 다른 놈들 다 저기 그 뭐냐, 사회 밑바닥으로 내던져놓고 우리끼리 부어라마셔라 하는 이기, 이 지금 이게 잔치여? 응? 우리가 기뻐하는 이 날이 고대신룡 그짜슥한테 다크닉스 고놈이 찢겨죽은 그 날이여. 사실은 우리가 젤루 슬퍼해야 하는 날이라 이 말이여!"


이런 얘기를 가만히, 이곳 라운지에서 제일 눈에 띄는, 중앙에 세워진 안락의자에 조용히 앉아 듣고 있는 고대신룡은 가시방석에라도 앉아 있는 것 같다. 1년마다 평화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축하연 날이면 날마다 거의 의무적으로다시피 참여하는-고대신룡에 의해 세워진 날이기에,-고대신룡은 요즘들어 부쩍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부풀어진 것을 온몸으로 뼈가 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21년 전, 정치계에서 다른 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다크닉스는 그 당시 사회적으로 심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던 어둠속성 용들에 대해 지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용이었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거스르는, 어둠 속성 용들만을 위하는 정치를 펼치던 그를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를 유타칸 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가로막는 걸림돌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결국 그동안 쌓여왔던 어둠 속성 용들에 대한 사회의 차별-결국 그 역시 어둠 속성 용이었기에, 사회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에 대항한다는 식으로 그들을 대변하여 법조계의 다른 인사들에게 즉각적인 법률적 조치를 취하기를 요구하는 압박을 여기저기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성 용들을 배려하는 여러 정책을 선보이며 정치계의 다른 인사들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였는데, 그런 그의 프로파간다 정신은 시민 용들의 민심을 얻기는 커녕 고정화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괜스레 과한 이상주의적 사상을 퍼뜨리는게 아니냐는 여론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의 행동을 오랜 시간 달갑지 않게 바라보던 여럿 정치계의 용들은 결국 그에게 반사회적 범죄자라는 허물을 씌워, 사회의 정의를 상징하는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던 용들 중 가장 후한 민심을 얻고 있던 고대신룡을 시켜 그를 죽이게 했다.


"시방 좀 조용히 혀, 고대신룡이 저기 떡하니 앉아있는데 말소리를 그리 크게 해야 햐?"

"다 들으라고 하는거 아니여, 들으라고. 그라고 저놈도 문제여, 시킨다고 고거를 진짜로 죽여배려? 유독 다크닉스랑 친하게 지내던 놈이라고 알고 있었는디, 아따 고놈 나이도 다크닉스랑 동기라매?"

"안 죽였음 또 어뜨케 될지 몰라서 그러남, 자기들 말대로 죽이기만 하면 뒤에서 든든한 빽이 되갖고 고대신룡을 지원해준다는디, 자네같음 그 마당에서 용케 그 압박을 견디고 다크닉스를 살려둘겨?"

"...젠장흐럴, 공산주의 국가도 아이고 어뜨케 윗놈들 입맛에 안 맞다고 이리 죽여버리남, 그것도 친한 친구를 시켜서리."

"자네도 다 그런 식으로 이렇게 탄탄한 빽 있는 윗놈이 된 거잖여. 이제 그만하세. 자네나 나나 너무 취한 거 같으니께, 괜히 서로 더 얼굴 붉히지 말드라고."


평화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한 구성원의 권리를 아예 신경쓰지도 않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지도하는 유타칸 반도의 사회. 그 분위기를 깨뜨리고자 노력했던 한 용은 사라져 영영 없고, 그 용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용들은 자신들의 구세주를 잃었단 슬픔으로 차별로 얼룩진 인생을 살아간다.

어둠이 없어진 세상에선 빛의 광명함도 사라져버렸다. 다크닉스가 정치적 죽음을 당했단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 용들은 그를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더 이상 유타칸 반도라는 섬의 통치자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둠 속성 용들에 대한 자신들의 차별 행각을 인지하고 없애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섬이 민주주의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위장한 실은 무차별적인 공산주의 사회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하염없이 떨 뿐이다.


오랜 세월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죄책감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심장이 터질듯 답답한 삶을 살아가던 고대신룡은 결국 2년이 더 있은 뒤, 추락하는 어둠 속성 용들의 삶의 권리와는 대조되게 드높이 솟아 있는 호텔의 라운지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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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툰게시판에서 활동하는 Star.Kingdom입니다.

야심한 새벽에 그냥 뭔가 심상이 떠올라서 짧게 단편 소설 써봤습니다. 분위기 무거우라고 문장들을 빼곡하게 붙여서 쓴점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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