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스의 수호자들:파이널
8화. 동쪽의 끝을 향하여
“빨리 봐봐요! 뭐라고 되어있어요?”
천둥이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빛이가 천둥이를 진정시키는 동안, 마루미르는 스크롤을 펼쳐서 그 안에 적혀있는 것을 읽어보았다.
“태초의 속성이 모두 모여 증명을 하면 막힌 길이 열리리라.”
“태초의 속성? 그러면 혼돈과 신성 속성 아니야?”
릴리가 물었다. 하지만 마루미르는 스크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스크롤에 그려져 있는 그림에는 3마리의 드래곤이 있어요. 그러면 다른 속성의 드래곤도 필요하다는 건데, 태초에 있었던 다른 속성의 드래곤이 있나요?”
마루미르가 스크롤에 그려진 형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설마……”
데스퍼라티오가 말하자 다른 드래곤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림자 속성을 말하는 것 아닌가? 그림자 속성 드래곤들도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네.”
마루미르는 움찔하며 사이커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그가 너무 성급하게 적을 해치웠을 수도 있다.
“저, 정말 그림자 속성의 드래곤일까요? 빛 속성일 수도 있잖아요?”
별빛이가 물었다.
“빛 속성 드래곤은 신성 속성 드래곤으로부터 나왔다네. 사실 신성과 혼돈이 고대의 빛과 어둠 속성이라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다른 속성들도 신화속에서 태초와 혼돈 속성 드래곤이 창조했다고 했었고.”
그러자 데스퍼라티오가 바로 반박했다. 그 말을 듣고 마루미르는 가만히 사이커의 머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루미센트는 마루미르의 옆에 와서 스크롤에 그려진 그림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증명을 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냥 셋이서 동시에 필살기를 쓰는 것일까?”
릴리가 미묘하게 흐르던 침묵을 깨고 물었다. 마루미르는 다시한번 그림을 보았다. 아무래도 세 드래곤이 불을 내뿜는 모습인 것 같았다. 그 뜻은 아마 필살기나 그런 비슷한 스킬을 써야되는 것 같다.
“젠장. 내가 너무 성급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사이커를 살려둬야 했던건데.”
마루미르가 스스로를 자책했다.
“꼭 그렇진 않아. 사이커 그녀석이 우리들의 말을 따를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릴리가 마루미르를 위로했지만, 그녀의 표정도 어두웠다. 꽤 낭패였다. 반드시 제거해야될 적이 아이러니하게도 구원을 위한 열쇠였다니.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어떻게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런데 남은 그림자 속성 드래곤이 사이커만 있는게 아니지 않나요?”
그때 별빛이가 물었다. 마루미르는 바로 지난 전투에서 살아남았던 그림자 속성 드래곤을 떠올렸다. 딱 하나 있었다. 스케일.
“스케일이라는 애가 있었지. 그때 살아남아서 도망갔었어. 하지만 그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잖아.”
마루미르가 마침내 말했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더 나은 소식이었다. 릴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그녀석도 메탈타워에 있을지도 몰라. 이참에 같이 이곳 수색에 협조하는게 어떻겠나.”
다크라이트가 물었다. 마루미르는 그의 검은 속내를 파악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메탈타워의 잔업무를 떠넘기려는 거였다.
“아니, 일단 동쪽 끝을 탐험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우선 마루미르와 천둥이는 동쪽의 끝으로 보내도록 하죠. 그 길을 아는 메탈타워의 드래곤이 길잡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군요. 그 사이에 이곳에 릴리와 별빛이는 남아서 스케일을 찾는데 협조하겠습니다. 한편, 저는 엘피스로 돌아가 제 전사들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엘리시움에도 이 사실을 알리겠습니다.”
루미센트가 바로 다크라이트의 제안에 대안의 제시했다.
“스케일 생포 작전이 시작되는군.”
다크라이트의 옆에 앉아있던 자룡이 중얼거렸다. 루미센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림자 속성 드래곤이 없는데 왜 굳이 저 둘을 먼저 보내려고 하지? 결계가 열리지 않으면 하염없이 시간만 낭비할텐데.”
다크라이트가 불편한 표정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글쎄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여기에 있는 세번째 드래곤이 그림자 속성 드래곤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어쩌면 세번째 드래곤은 두 속성의 드래곤이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속성의 드래곤일 수도 있습니다. 즉,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일단 태초의 속성이 확실한 마루미르와 천둥이는 어서 동쪽의 결계에 가야합니다.”
하지만 루미센트의 설명에도 다크나이트는 여전히 확신이 안서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비록 확률은 지극히 낮으나, 어쩌면 내부에서 결계가 열렸을 수도 있고, 가는 도중에 스케일이나 다른 그림자 속성의 드래곤을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확률이 지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제 작전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동쪽 끝의 결계에 가야합니다.”
루미센트의 말에 다크나이트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메탈타워에서 길잡이 역할을 할 드래곤이 필요합니다.”
루미센트가 이어서 말했다. 그러자 릴리가 손을 들었다.
“사실 제가 길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비록 가보지는 않았어도, 그 위치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릴리의 말에 루미센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 당장 이 셋은 떠나는 걸로 하죠.”
루미센트의 명령에 마루미르는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사실 그는 장거리 비행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 너희들 정도면 쉬지 않고 충분히 도달할 수 있어. 이래뵈도 너희들은 최강의 드래곤들이잖아?”
릴리의 말에 마루미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긴 했다. 이 기세라면 1주일 내에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할 것 같으니까/
“그래, 그러면 어서 가. 이곳 걱정은 하지 말고.”
루미센트가 말하자 마루미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둥이를 불렀다.
“자, 그러면 이제 가자.”
릴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별빛이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천둥이를 붙잡았다.
“잘 다녀와, 알겠지?”
별빛이가 천둥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너도 몸조심해.”
천둥이가 별빛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러헥 릴리, 마루미르, 그리고 천둥이는 갑작스럽지만 예고된 모험을 시작하러 나갔다.
작가의 말: 다음 화는 다시 엘피스로 돌아갈 겁니다! 그나저나 요즘 소설 쓰는 감을 잃어버렸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