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날 내가 한 행동은 정말로 이 세계의 신이라는 것을 죽음으로 인도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상황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 죄책감을 지워버릴만큼 냉정해지지는 못한다. 이도저도 아닌 그런 느낌이지만 뭐 , 그게 나라는 인간 . 아니 드래곤 ? 일테니까..
내가 신을 죽이게된 계기 . 이런 경우에는 소멸이라고 해야하나 , 애초에 신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 하여튼 내가 신을 이 세계에서 완전히 소멸해버린 것에는 아무런 동기도 , 원한도 이유조차 없었다. 확실히 가끔씩 이런 불합리한 세계를 만들어낸 신에게 투정 비슷한 걸 담아 빌어본적도 있긴 했지만 이건 확실히 그것과는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삼켜버린 것 일지도 모른다.
아아 , 그럼 이제까지 내가 사용한 표현은 잘못된 것일지도 . 내가 삼킨것이라면 신은 죽은 것따위가 아니다 . 지금도 내 몸의 양분이 되어 살아있다 .
그 때문일까 , 지금의 나의 몸은 분명 나 자신일텐데도 내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 통제를 벗어난 내 몸은 그저 충동에 휩싸여 멋대로 날뛸 뿐이다. 날뛰고 , 또 폭주한다 . 그 동안 나를 가두고 있던 모든 속박에서 풀려난 내 몸은 지금 수 많은 생명을 유린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점점 달아오르는 듯한 머리는 나에게서 생각을 앗아갔고 , 이젠 일그러진 쾌락만이 나를 잠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
나를 무시했던 모든 이들에게 , 나를 부정했던 모든 이들에게 지금 전한다 —
이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 , 종언의 신이 다시금 깨어났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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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몇년이나 전쯤의 이야기 . 어렸던 자신의 이야기.
아주 어릴 적부터 불합리함과 차별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철이 일찍들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는 나에게만은 아주 불공평했으니 ,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
드래곤 전쟁이 끝난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드래곤과 인간의 하프 , 그들의 취급은 두 종족 모두에게 꽤나 골치아픈일이였다.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 그게 그들의 입장이었고 , 나의 입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