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게임 <<드래곤 빌리지>>의 스토리와는 무관합니다.
+다만 스토리는 원작의 전개를 조금씩 반영하였고, 기존 설정을 도입, 각색했습니다.
+이제 막 가입한 류루률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한줌의 환상
written by, 류루률(ruerurule)
00. 어둠
오늘도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물론 하늘이 회색빛을 드리우는 것은 별반 다를 것 없는 기후현상 중 하나일터. 하지만 이 현상은 고작 1~2일 간 지속되는 현상이 아닌, 벌써 몇 달째 계속되는 현상이었다. 그것도 아직 비가 먹구름에서 쏟아질 장마철이 아닌, 한창 따뜻해질 3월의 날씨에 먹구름이라니. 그리고 이 현상과 더불어 이상한 현상은 계속 하늘과 땅을 드리우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빛을 잘 견디지 못하는 지하동굴 드래곤이 어두운 하늘에 정적을 깨며 지상 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소년은 그것을 동그란 눈으로 멀뚱히 쳐다보았다. 갑자기 찾아온 어두운 하늘, 옛날에 봐았던 드래곤들의 활동에 변동. 그리고 그것의 이유를 찾는다며 자신의 드래곤들과 함께 집을 떠난, 기사단의 직위를 갖고 있던 제 형. 그리고 그 뒤로 흘러간 시간이 벌써 몇 달째.
겨우 몇달 전에 보였던 푸른 하늘이 오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 여동생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것을 확인하며 소년은 일그러진 웃음을 내비쳤다. 허약한 체질의 제 여동생은 새하얗게 질린 혈색을 가지고 있었다. 맑은 기후에서 생산되던 약초로 만든 약을 서서히 일그러져 가는 어두운 기후로 인해 먹지도 못해 건강상태가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 여동생. 한창 뛰어놀아야할 나이에. 소년의 눈이 그늘에 잠겨 탁해졌다. 그런 소년의 눈은, 동굴 속에 반짝거리며 빛날, 맑은 푸른색이 조금씩 감도는 자수정의 색을 닮은 보라색 눈을 갖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이지만, 순수함을 담고있는 소년의 눈은 입 밖으로 내쉬는 한숨으로 접혀지면서 슬픔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소년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자신의 손목에 걸고 있던 팔찌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하얀색과 검은색의 구슬이 번갈아나있는, 동글동글한 구슬이 매끄러운 표면을 자랑하는 팔찌. 제 형이 기사단에 다시 호출되기 전에 준 것이었다. 떠나기 5분 남짓 전, 제 형이 여동생도, 부모님도 몰래 자신에게만 준 팔찌. 자신도 하나 갖고 있으니, 유대를 상징한다고 엷은 웃음을 띄며 건네준 것이었다.
그 미소가 잊혀지지 않았다.
혈색이 부드럽게 감돌던 따뜻한 얼굴에 드리운 엷은 미소,
그리고 그 미소에 감춰진, 환한 햇살 속에서 이변을 드러내듯 드러내는 먹구름처럼 나온 어두움.
소년의 형은, 제 파트너 드래곤인 「툰드라 드래곤」의 특성을 따 기사단에서 「리미트(Limit)」라는 코드네임을 진채 살아오는 남자였다. 나이는 소년의 나이가 현재 14살인 것을 기준으로 해서, 대략 19살 정도. 키는 181 정도에, 머리카락은 마치 거짓말처럼 새하얀 백색을 띈, 겨울에 내리는 새하얀 눈을 닮은 백발이었다. 아무렇게나 걸쳐입은 붉은 제복 옷깃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린다. 긴팔의 남색 셔츠와 푸른색을 띄는 긴바지, 그리고 갈색 구두는 전체적으로 제 파트너 드래곤인,- 이름은 「아리아(Aria)」- 아리아와 얼추 비슷한 색상이다. 그 정반대에 서있는, 뿌연 청록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20대 후반의 남자는 소년의 형을 무감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거대한 드래곤, 「다크폴」은 소년의 형을 잡아먹을 듯이 서있었다. 그 크기와 남자의 눈과 매우 닮은 색의 뿌연 청록색의 눈은 소년의 형과 아리아를 단숨에 잡아먹을 기세이다. 그에 맞서 아리아도 시리도록 빛나는 푸른 안광을 드러내며 위협을 표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년의 형은 주먹을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꽉 쥐었다. 젠장, 소년의 형이 낮게 읆조렸다. 어두운 신전의 지붕이 그들의 위험한 무대를 드리운다. 그리고 먼저 이 위험한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소년의 형이었다.
「당장 말해. 나를 여기까지 불러온 이유가 뭐야,」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기류가 정확하지 않은 강풍.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어두운 신전.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그저 그들의 분노의 광채만이 빛나는 신전. 마치 파멸을 의미한다. 소년의 형은 입술을 바득 깨물며 남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소년의 형이 기대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대신 소름끼치게 울러퍼지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헤집는다. 크, 크하하하! 지금까지 웃음을 참아온 듯, 아까 전까지의 무감정만이 들어있던 청록색의 눈에는 광기가 넘쳐흘러올랐다. 얼굴은 비웃는 투로 일그러져있다. 그리고 조소를 머금는 입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너는 나의 꼭두각시라고. 나는 너가 가진 그 권력을, 그 힘을 보태어 무너뜨리겠다고 폭로했다. 제기랄! 소년의 형이 괴롭게 울부짖는 소리에 아리아가 크게 울부짖었다. 차가운 바람이 갑자기 기류를 바꾸며 새하얀 얼음폭풍이 그들을 감싼다. 추위가 그들을 향해 덥쳐온다. 그러나 남자는 미동도 안하고 손을 들어 다크폴에게 신호를 보냈다.
두 용의 울부짖음이 신전을 삼킨다.
소름끼치고, 장렬하고, 한쪽이 쓰러지게 될,
마지막의 끝을 알리는.
파멸을 의미하는, 울부짖음.
아리아가 먼저 다크폴에게 달려들었다. 온 몸이 얼어버릴듯한, 제 고향인 툰드라 지역에서 살기 위해 배워온 얼음폭풍을 내보이며 지천을 흔든다. 신전의 기둥들이 새하얗게 얼어붙는다. 얼음조각들이 끼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라붙는다. 거대한 발톱을 땅에 내리박은채, 장렬히 울부짖는 아리아의 주위에 생긴 얼음파편들이 다크폴에게 달려든다. 순식간에 일어난 얼음파편의 공격에, 다크폴은 맨 몸으로 그걸 맞으며 이빨을 더욱 갈았다. 번쩍거리는 발톱이 아리아의 몸을 세차게 갉는다. 소름끼치는 용의 굉음과 함께 더불어 그 공격에 맞은 소년의 형이 비명을 지른다. 제 주인의 상처에, 아리아는 금세 다시 정신을 차리며 얼음조각을 내새운다. 순식간에 얼려진 얼음기둥들이 소년의 형을 보호하리라듯 주위에 꽂혀 소년의 형에게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순간 거대한 어둠이 회색 하늘에서 내리쳐 아리아에게 꽂혔다. 쿠콰강, 돌이 세게 부서져는 굉음이 들리면서 소년의 형이 아리아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 소리는 아리아의 괴로운 굉음에 묻혀 희미하게 사라졌다. 천지를 뒤흔드는 움직임. 새빨간 피가 얼음조각에 묻혀 흘러내린다. 소년의 형은 제 파트너를 향해 손을 뻗어보려 하지만 얼음기둥에 막혀 닿지 못했다.
그때, 다크폴이 순간 시선을 바꾸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그 눈은 다름아닌 소년의 형을 향해 나있었다. 회색 발톱이 얼음기둥에서 반짝거렸다. 아마도 저 용은 얼음기둥을 부수어 자신을 죽이려는 것. 소년의 형은 자신이 그저 미개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지라, 저 용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몰려오는 수치심과 절망에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그 발톱을 막아선건 아리아였다. 어둠에 맞아 서서히 침식되가는 몸을 이끌면서도 제 주인, 자신을 늘 지켜주고 함께해준 제 주인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리아는 다시 한번 괴로운 숨을 토해내었다. 용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차가운 지면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푸른 안광이 소름끼치도록 매섭게 빛나며 무언가라고 울부짖었다. 아마도, 용들에게서 통하는 언어를 굳이 해석하자면, 어둠에 침식되어 썩어들어가는 놈이구나. 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둠에 침식되는 아리아의 몸은 더이상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무너져내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다. 아직, 아직 아니다! 아리아가 용의 언어를 울부짖으며 붉은 피를 창공에 토해냈다. 그리고 그걸 보는 소년의 형의 사지에서도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무언가에게 갉아먹히는 고통. 조이는 느낌. 소름끼치는 발톱의 긁히는 소리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처량하구나, 피에로. 」
제 본명을 부르는 소리에 소년의 형이 있는 힘을 다해 괴롭게 눈을 치켜뜬다. 제 동생인, 소년과 닮은, 그러나 조금 더 진한 보라색의 눈에 절망이 깃든다. 백발에 어울리지 않게 붉은 각혈이 기분나쁘게 흘러내리는 느낌에 소년의 형은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렸다. 넌, 이 세계를 제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소년의 형이 가까스로 신음을 삼키며 말한다. 그러나 남자는 소년의 형, 피에로의 말을 한 귀로 흘러들으며 마지막 명령으로 손짓을 다크폴에게 보여주었다. 아리아는 남자에게 구속당해버렸다. 이제 남은건, 소년의 형. 그 혼자였다.
커다란 입이 소년의 형을 어둠으로 끌고 가기위해 드러내었다. 보라색 눈에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거대한 신전은 어둠으로 둘러싸여 어떠한 생명체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