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
:: [ 善惡果 , the fruit of the Tree of Knowledge ]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에서 결실한 과실. 일명 '금단(禁斷)의 열매.' 하나님께서는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에게 이 열매 먹는 것을 금하셨으나 그들은 그 명령을 어기고 따 먹고 말았다. 불순종의 결과 그들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고 또 고통과 죽음을 맛보게 되었다(창2:1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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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모든 신화의 창조주들은 선하다. 선한 의도로 그들의 세상을 만들었으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힘썼다. '악'을 행하는 자들을 벌하여 '선'으로 만들고, 선행을 중시했으며, 너그러웠고, 관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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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 '나',는 다르다. 그들처럼 선하지도 않고, 선의로 세상을 창조한 것도 아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며, '악'을 '선'으로 바꿀 마음도 전혀 없다. 이 세상에게 관대하거나, 내가 만든 창조물들에게 선하게 대할 생각도 없다. 세상의 질서를 지킬 생각도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이 멸망한다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딱히 없다.
'선'과 '악'. '균형', '공간', '시간'
내 첫 번째 자식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그들이 전부 수행할 터다.
물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깨져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용과 인간의 싸움이 점점 커져 인간의 편을 드는 용이 생기고, 용의 편을 드는 인간이 생기고, 그렇게 수가 늘어나 천족, 마족, 신들을 포함한 거이 모든 것들이 전쟁을 시작했는데, 그 전쟁이 끝나기 얼마 전 '선'이 잠들었다.
모든 선을 관장하는 '선'이 잠들자 세계는 당연히 '악'의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악'은 '선'을 사랑했고, 그의 곁에서 꼼작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섯 중, 일하는 놈들은 오직 셋뿐이다. 물론 내가 직접 권한을 이용해 '선'을 깨우고 둘을 다시 일을 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창조신이 이런 놈인데, 여기에서 일하는 저 셋도 대단한 것 같다.
아.
나는 그동안 '꿈과 허상'속에 잠들어 있었다. 세상이 살아가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모든 것에 관여하지 않고, 전부. 모든 것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한심한 인간, 어리석은 용, 오만한 생명체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희망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오로지 악행만을 저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세상의 균형은 선한 이들보다 악한 이들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는 편이 지켜보기에는 훨 재미있고, 흥미로우니까.
악한 이들이 제 목적을 위해 더 악해지고, 악해지고, 악해져서 결국 무너져 내리는 구경도 재미있었고, 끝내는 이성을 잃어버려 모든 것을 끝내는 이들도 있었으며, 그들 곁에서 떠는 이들도 있었다. 몸이 상처로 가득 하면서도 상처를 준 이를 지독히 사랑하는 이들도 있었고, 별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모든 중립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었고, 절망 속에서 의지할 곳을 찾아 검을 든 이들도 있었으며, 사랑을 추억하며 울부짖는 이들, 소원이 절실한 자들, '선'이 잠들었음에도 선을 배푸는 이들, 그런 선을 부정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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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들이 내가 창조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했고, 바라보았다. 결국 그들의 끝은 모두 각각 달랐다. 파멸도 있었고, 소멸, 죽음, 희생, 병. 다양한 죽음이였고 다양한 끝이였다. 제가 몇 년을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이들의 모습은 웃기기도 하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건 창조신인 나인데.
그리고, 지금 나는 숲속에 있다.
아니, 정확히는 '숲을 관리하고 있다'겠지만.
당연히 내가 숲을 관리할 이유는 없다. 숲 하나가 죽든, 살든, 내 알바는 전혀 아니였다. 그렇지만, 나와 계약한 이 아이는 '숲의 수호자' 중 한 아이였다. 수호자들은 대게 신의 마력에 반응한 자연에서 태어난다. 그들은 태어난 곳을 관리하고,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몸이 되버린 것이다.
계약한 이유는 간단했다.
"복수를, 복수를 하게 해주세요."
그 말 한마디가 흥미를 이끌었을 뿐이였다. 전쟁 도중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 수호자는 그 사랑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몸을 학대했고, 정신은 피폐했으며,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무너지는 와중에도 숲을 관리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이런 하찮은 이의 목숨, 소원.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궁금했다.
이런 이의 죽음은 어떠할까?
피폐해져 결국 스스로 죽어버릴까? 아니면, 타살일까.
그저, 이 피폐한 아이의 일상이 궁금했고, 이 아이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즐거웠다.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려하고, 끝내는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버리는. 그 꼴이 우습고 재미있었다. 웃음이 나와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물었다.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신은 여섯이야. 그건 알고있지? 나는 그 신들 중 하나야. 선일 수도, 악일 수도, 공간일 수도, 어쩌면 시간이나 균형. 그도 아니면 '창조'. 일 수도 있지. 그냥 심심해서 그러니 네 몸에서 살게 해줘. 그냥, 나는 네 인격 중 하나가 되어 네가 내 힘을 원할 때만 깨어날 거야. 그정도면 엄청난 조건 아니니?"
당연히, 그 아이는 제 몸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평소에 난 이 아이의 몸에서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 물론 엄청 재미없다. 하필이면 숲을 관리해야하는 수호자인 녀석이라, 세상을 돌아다니는 여행자 쪽이 좀더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식물 돌보기나 숲 가꾸기는 나도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 아이는 처음에는 무척이나 떨고 있었다. 무너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울고 있었고, 분노했으며, 힘을 원했고, 복수를 원했고, 모든 것의 끝을 원했다. 전쟁의 끝도 좋았고, 제 자신의 끝도 좋았다. 사랑하는 이의 부활을 원했고, 제 자신의 목숨을 버리길 원했다.
이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많았다. 이 아이의 사랑하는 이는 내가 직접 세상의 끝에, 아니, 지옥에 끝에 묶어놓았다. 그 영혼이 이 아이를 만나게 되면 이 아이는 행복해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의 불행을 사랑한다. 즐겁고, 아름다운, 절망하며 우는 그 괴로움이 사랑스러웠다. 행복해 웃는 모습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스스로 상처입히고 그 상처에서 떨어지는 피가 흥미로웠다. 상처의 아픔이 새로웠다.
그리고 이런 흥미로운 것은 사라져서는 안된다. 좀 괴로울 지도 모르겠지만, 창조된 것들은 창조한 자의 말을 들어야지. 창조물의 자유는 창조주가 만드는 것이다. 모든 선택지는 창조주의 창조된 것들. 그러니 이 아이의 선택은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거부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은 이 아이에겐 전혀 없다. 위대한 창조주와 여린 잎과도 같은 숲의 수호자.
힘의 우열은 싸우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였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부가 설명이 너무 길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간단했다. 나는 이 아이를 포함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적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기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글자로 기억되지도 않는다. 입으로 전해지고 전해지지도 않는 이야기다. 그저, 심심한 창조주의 취미와도 같은 것이다.
아직 이곳에는 살아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동안 봐온 이들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떠올릴 생각이다. 이 아이의 숨겨진 인격으로 존재해 몸속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길고 기나기니까, 내가 기억한 것들을 전부 떠올려도 시간을 충분할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간단한 부가 설명일 뿐이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는지에 관한. 그래서 다음부터는 좀더 긴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다. 무엇이 너희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까? 나는 아는 이야기들이 많고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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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안녕하세요 거이뭐 2년만에 온 것 같은데... 엄청 오랜만이네요~ㅠㅠㅜ 다름이 아니라 너무 심심해서 오랜만에 잠시 들렀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저희집 자캐와 세계관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서 큰일남....,,, 간단하게 몇 자 끄적거리고 이만 사라질게요~
다음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가 될까? 댓글로 의견을 적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에는 트위터에서 서식하고 있어요^^
1. 붉은 용의 기사
2. 푸른 별의 하트퀸
3. 별을 바라보는 아이
4. 숲의 수호자
5. 하얗고 붉은 타락천사
6. 흑요석과 꽃
이 6개들중.. 끌리는 번호 간단히 골라주세요~ 가장 많은 수를 가진 이야기부터 서서히 써내려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