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과장 강아지같은 놈!!!!"
화가 잔뜩 난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한 직장인이 걸어간다
"내가 왜 니 보고서를 써주고 계속 꼰대질만 한 니 이름을 또 보고서에 왜 넣어줘야 하는데?? 대체 왜??!! 왜???!!??!"
잔뜩 쌓인 분노는 마치 큰 화산이 터진 듯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후...그래... 못난 내가 잘못이지..."
분노로 가득찼던 발걸음은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이 되었다
"돈도 없어, 스펙도 딸려, 거기다 빽도 없어...승진은 커녕 잘릴까봐 급급하고... 내 인생도 참..."
계속 불만을 하소연하며 걸어가던 중 평소에는 못 보던 포장마차가 보인다
"...? 이 골목에 포장마차가 있던가? "
꼬르륵, 그냥 지나가려고 하였지만 마침 배가 밥 먹을 시간이라고 보챈다
"..뭐 한 번 정도야 괜찮겠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온화한 모습의 주인이 나타난다
"어서오세요"
따뜻한 주인의 목소리는 무언가 포근하였다
"...여기는 뭐가 제일 잘나가나요?"
직장인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메뉴를 물어본다
"이 곳은 메뉴가 없답니다"
"..? 뭐요? 주인장 저 오늘 장난할 기분 아닙니다 장난하지 말고 빨리 메뉴나..."
"박과장님이 많이 속상하게 했나보군요"
"?!!!"
마치 마음이라도 읽은 듯 포장마차의 주인은 직장인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요..."
직장인은 당황했는지 말을 버벅댄다
"하하! 긴장마세요, 이 곳은 메뉴가 없는 대신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 드립니다"
"...그럼 오늘은 라면이 땡기네요"
"라면이라.. 그럼 우리집에서 라면먹고 갈래~?"
움찔
"허허.. 죄송합니다 오늘 별로 기분이 안좋다고 하셨는데.. 오늘따라 장난이 마렵군요"
"...조금 주의해 주세요..."
주인장은 가스레인지에 불을 키고 냄비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졸졸졸졸...냄비에 물이 가득차고 물이 출렁거리는 냄비는 가스레인지로 향하였다
넘실~ 넘실 물이 넘칠까봐 조심히 조심히 움직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라면봉지를 뜯고 라면사리를 꺼낸다
바삭바삭한 라면사리는 부글부글 끓는 냄비 안으로 들어갔고, 라면스프의 봉지를 열자
주황빛의 가루들이 조금 떨어졌다
탈탈탈탈 조심스럽게 라면스프를 털어넣고 후레이크까지 넣고나서 냄비의 뚜껑을 닫았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라면은 군침이 도는 향기를 풍기며 익어가기 시작했다
주인장은 타이머를 맞추고 직장인을 향해 걸어갔다
"..회사에서는 많이 힘든가요?"
"...뭐... 사람사는게 다 힘든거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사는거라... 그럼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삶이라... 드럽게 힘들고 고달픈거 아니겠습니까"
"열심히해도 늘 뒤쳐지고.. 재능이 없으면 뭐든 불가능하고.. 가끔은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내요..."
"...잠시 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삶이란게 원래 마음대로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마음대로 되었음 해요"
"어머니는 저를 낳으면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회사짤리고 공사장일 하시다가 돌아가시고..."
"신이 있다면.. 정말로 있다면.. 한 마디 하고 싶네요....."
"...."
"왜!...왜!!..왜!!!...왜...어째서...이렇게 까지 고통받게 하는 거냐고...."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했군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순간
따르르르릉!!
시끄러운 타이머소리가 울려퍼졌다
"삶이란 것은 확실히 힘들고 고달픕니다 가끔은 울고 가끔은 화내고 가끔은 절망하고.."
"하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확실합니다 행복이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주인장은 맛있는 냄세를 풍기는 라면을 가지고 나왔다
"자, 보세요 살아있다 보니까 이렇게 행복이 찾아왔잔아요~!"
먹음직스러운 라면을 보자 배가 더욱더 요동을 쳤다
"..그럼 이것만 먹고 가겠습니다.."
젓가락을 들고 꼬들꼬들한 면 발을 큼직하게 들었다
마침 배고파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그저 맛있던 걸까 첫 입을 마친 후 홀린듯이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웠다
"..정말 맛있군요"
"ㅎㅎ 누가 만든건데요"
"사크씨"
"?!!"
아까전과 같이 또 생각을 읽은 것 마냥 나의 이름도 알고 있었다
"삶이란 원래 힘들고 고달프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갑니다! 살아가다 보면 행복이 찾아오거든요"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만나는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참 멋진말을 하셨군요"
"??!!! 잠깐만요..방금 뭐라ㄱ..."
"쉿! 이제 그만 가봐야 되요..아! 당신의 아버지께서 부탁한 한 마디가 있으신데"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살아있어서야! 그 어떤 시련이 와도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현제로 나아가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해...라고"
"..ㅎㅎ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정말 멋진 분이 셨어요... 샤크씨, 죽지말고 나아가세요 겁먹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렇다보면 언젠가 행복해져 있을 겁니다"
파앗
밝은 빛과 함께 이곳에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것도 없었다
...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상사는 계속 나를 갈구고 언제 짤릴지 몰라서 안절부절하지만...
그래도 어째선지 예전보다 더 잘 웃게 되었다
"살아가기에 행복이 온다..."
"..."
10년전
"아빠..! 정말로 괜찮은 거야?"
"..짜식이 괜찮대도..."
"..."
아버지는 회사에서 짤리시고 어머니 없이 큰 나를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시며 살아가셨다
늘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닌 살아가기에 만나는 것!" 이라며 웃으셨지만
나는 이해되지 않고 또 바보같았다
...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간다
우리는 살아간다
그렇기에 수많은 인연과 수많은 사건을 만나고
그러면서 우리는 행복이라는 보석을 발견한다
아..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