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글쟁이(조무사)
밝다. 분명 하늘은 짙은 재와 먹구름에 둘러싸여 단 한 점의 빛도 뚫고 들어올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눈앞을 메우는 찬연한 금빛 광채는 이토록 선명한가.
그에 다크닉스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친우가 그리도 비싼 몸을 일으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나 느리다. 이미 수많은 용의 피는 검붉은 강이 되어 바다에 섞여들고, 그들의 살점과 뼈는 거대한 산을 이뤘다.
인간, 그리고 같은 용들의 선망 대상이 되었던 고대의 용들조차 빈 껍데기에 불과한 육신을 남기고 하늘로 돌아갔으니. 진정 우습기 그지없는 일이다.
친우여 나의 영원한 동반자여 그대는 진정 어느 때에나 느리구나. 그녀가 외로이 죽어갔을 때도 네가, 아니 그분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부질없는 짓이다 다크닉스"
청명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수많은 생이 흩날리는 잿가루처럼 바스러지는 전쟁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기품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아아, 멋져라. 그래 그대는 언제나. 고고하고, 아름다웠지. 비루한 나하고는 다르게도. 다크닉스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려 조소를 흘렸다.
"부질없다. 무엇이 부질없나? 그분에게 반기를 든 것? 아니라면 이토록 많은 살생을 저지른 것? 그것조차 아니라면 그대를 떠난 것?"
"그건 네……."
고대신룡은 입을 닫았다. 그의 파르르 떨리는 눈초리가 다크닉스를 응시한다. 아, 이제야 깨달았는가 친우여 그대와 나의 관계는 고작 대화 정도로 끝마치기에는 너무 뒤틀려 있네.
선량하고 과묵했던 어둠은 미쳐버린 학살자로 영락했고, 아름답고, 찬란했던 빛은 구원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왜 그러는가? 무엇을 망설이나. 지금이 아니라면 그대는 결코 날 넘을 수 없다네. 아니라면 죽어 나간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셈인가?"
고대신룡의 떨리는 눈동자를 인지한 다크닉스의 잇새에서 비틀리고, 그슬린 음성이 튀어나온다.
차분하기 그지없던 붉은 눈동자에 광기가 몸을 들이민다. 체 형용할 수 없는 역겨운 살의가 고대신룡에게 진득이 달려든다.
[네놈들이 그녀에게 그리했듯?]
형태를 갖추지 못한 괴성이 튀어나온다. 완전히 핏빛으로 물들어버린 친우의 눈동자를 바라본 고대신룡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허리 언저리에 매달아 놓은 금빛의 탈라스만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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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계속 언급되는 그녀는 미이라 아오립니다. 듭1,2,m 에서 짤막하게 나오는 그 친구요
더 쓰면 잠 못잘것 같아서 줄입니다.
그나저나 역시 단편이 잘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