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타칸 |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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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할로윈. 뭔진 잘 모르겠지만 웬 남자가 죽기 싫어서 생쇼 하며 수명 연장하다 결국엔 뒤져서 세상을 떠돌게 된 날이라고 한다. 잡았다 요놈!이 왜 생각나지... 어쨌든 오늘은 그런 날인데 마이아는 내게...
"다크닉스! 다크닉스 이거 한 번만 입으면 안 돼?"
반은 벗고 반은 입은 것 같은 인큐베이턴지 인큐버스인지, 하여튼 그 옷을 입으라고 하고 있다...
"내가 이걸 왜 입어! 너나 입으라고오!"
내가 왁왁거리며 완강히 거절했지만 마이아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오늘만 살기로 작정하고 옷을 입었다. 옷은 상체를 화끈하게 까버리기로 작정했는지 어깨와 가슴 부분만 검은색 천 쪼가리로 조금 가리고 있었고, 다행히 하체는 검은색 정장 바지로 되어있었다. 제기랄. 그리고 마지막으로 10센티는 넘을 듯한 외뿔을 마이아가 내 머리에 달아버렸다.
"너... 이걸 왜 입으라 한 거냐..."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가 죽일 듯이 묻자 마이아는 휴지로 터져 나오는 코피를 막으며 대답했다. 코피가 왜 나는 건데!
"그게... 그냥 할로윈이니까...?"
"그냥 내가 이 옷 입은 걸 보고 싶었던 거지!"
"하핫... 들켜버렸네..."
하아... 진짜 이건 나중에 배로 갚아주마 마이아...
"그래도 너무 화내지 마..! 나도 변장할 거니까!"
"아아~ 그러셔? 뭘로?"
내가 심드렁하게 묻자 마이아는 내 옷이 나온 가방에서 주섬주섬 한 옷을 꺼냈다. 이건...
"짜잔! 뱀파이어입니다!"
이 옷도 가슴 위에 상체는 그냥 까버리고 하의는 짧은 착 달라붙는 치마가 한 세트인 검은 베이스에 붉은색 장식이 달린 옷이었다.
"어? 다크닉스 코피 난다!"
코피가 이래서 나는 구나... 나는 흘러나오는 코피를 닦으며 마이아에게 물었다.
"너 그거 진짜 입을 거야...?"
"응! 사탕 받으러 가야지!"
잠시 후, 뱀파이어 옷을 입고 변장을 완료한 마이아를 본 나는 올해 흘릴 코피는 다 흘렸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코피를 터트려버렸다... 할로윈도 존재 이유가 있구나...
"다크닉스, 괜찮아? 그냥 하지 말까?"
이 저주받을 옷은 당장 벗고 싶었지만 기대하는 마이아(의 옷)의 실망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을 받으러 가...기 전에 마이아는 내가 해야 할 동작을 알려주었다.
"먼저 가슴부터 시작해서 목까지 쓰다듬은 후에 손키스를 쪽! 하고 날리는 거야!"
"가슴부터... 목까지... 그리고 손키스?"
나는 천천히 마이아가 말한 동작을 마이아에게 따라 했고 말 그대로 코피를 분수처럼 쏟는 마이아를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 옷에 이상한 동작...
"아아... 깜짝 놀랐다... 코피가 이렇게 터질 줄이야... 다크닉스 잘하는데?"
"... 이 동작은 안 할 거니까 그냥 빨리 끝내자..."
"아아~! 왜에에! 여심저ㄱ... 아니 아니 멋있는데 왜!"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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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떼를 쓰는 마이아를 무시하고 먼저 첫 번째 집에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나왔다.
"무슨 일이길래 밤에 남의 집 문을 두드ㄹ..."
"ㅅ... 사탕 주... 어어?"
내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작게 사탕 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여자는 코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다행히 쓰러지기 전에 내가 여자를 잡아서 바닥에 쓰러지진 않았다...
"괜찮으세요?"
"네..? 아아 네에..."
무슨 일이지? 왜 다 코피를 흘리는 건지... 참. 나는 이런 상황에서 사탕을 달라고 하기에도 뭐해서 그냥 죄송하다 사과를 하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이아에게 갔다. 마이아와 다음 집으로 걸어가면서 힐끔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는 아직까지 문가에 서서 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다음 집에는 마이아가 문을 두드렸다. 똑또로똑! 경쾌한 소리가 작게 울리고 한 꼬마가 문을 열었다.
"꼬마야 안녕? 누나한테 사탕 좀 나눠줄래?"
마이아는 밝게 웃으며 말했지만 문을 열은 그 꼬마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매혹적인 뱀파이어 옷을 입은 여자를 무서워해야 할지 마찬가지로 밝게 웃으며 사탕을 줘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나였어도 당황하겠다... 결국 그 꼬마는 울며 엄마를 찾는 선택을 해버렸고 머쓱해진 마이아와 마찬가지로 머쓱해진 나는 다음 집으로 같이 갔다. 마이아가 문을 두드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한 꼬마가 나왔다.
"Trick or Treat!"
마이아는 장난스럽게 외쳤고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 멘트는 왜 하는 건데...
"어... 잠시만..."
꼬마가 아니네?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이는 나와 비슷할 것 같았다. 하지만 키가... 푸흡! 나는 그 꼬ㅁ... 아니 그 애가 다시 문으로 나와서 사탕이 많이 없다고 말하며 사탕 하나를 건넬 때 웃음을 참느라 노력해야 했다. 그래도 하나라도 받은 게 어디야. 세 번째 집 문은 내가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남자가 나왔고 그는 근육질에 날카로운 눈빛과 어두운 인상에 인큐버스와 유혹하는 듯한 옷을 입은 성녀처럼 생긴 여자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자신의 목숨을 거두러 온 줄 알았나 보다. 남자는 주저앉아 뒤로 기며 소리쳤다...
"흐... 으아아! 살려주세요! 사탕 다 드릴게요! 저 죽으면 제 아내는 어떡합니까! 그러니 제발..."
"안 잡아갑니다... 그냥 사탕 받으려고 온 거예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내가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남자는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참... 부끄럽구먼... 원, 분장을 그렇게 잘하면 놀라지 않겠는가! 사탕 주겠네. 잠시만 기다리게나."
그리고 남자는 안으로 사탕을 가지러 사라졌다. 마이아는 약간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았고 나는 약하게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러게 왜 이런 걸 하자고 해서..."
"힝... 나는 이런 반응일 줄은 몰랐지..."
마이아가 머리를 쓰다듬는 사이에 남자는 어느새 두 손 가득 사탕을 들고 다시 왔다.
"이거 받고 좋은 할로윈 되길 바라네! 그럼 좋은 밤 보내길!"
남자는 이 말과 사탕을 남기고 호탕하게 웃으며 문을 닫고 들어갔다. 반응이 참 재미있는 아저씨야. 나는 사탕을 한가득 안고 헤헤 웃는 마이아를 보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지으며 지난번에 앉았던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았다. 분수대 가까운 곳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는 비교적 떨어진 곳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어? 저기 아까 그 꼬맹이도 있네? 그 애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키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워낙 특별해서(큭... 크큭...) 쉽게 눈에 띄었다. 내가 그 꼬마... 가 아닌 애를 관찰할 때 마이아가 내게 말했다.
"사탕을 이~만큼이나 받았네... 우움!"
마이아는 사탕을 바라보며 행복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재미있긴 했어.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그럼 나도 기분 좋아."
"그렇다니 다행... 에... 에츄!"
마이아는 말을 하다가 추운지 재채기를 했다. 그런 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니면 추울 만도 하지.
"어어? 추워? 어떡하지... 지금은 옷도 없는데..."
하지만 마이아는 아주 간단하게 이 작은 문제를 해결했다. 자신에게 플래시 힐을 사용한 것이다. 계속 체력이 회복되니 재채기가 나올 작은 틈까지 봉쇄되는 듯했다. 편하겠는데?
"헤헤... 이렇게 하면 끄읕!"
"편하겠다..."
"그런가? 힛. 그런데 할로윈이 벌써 끝나버렸어어... 히잉..."
"그래도 오늘 재밌게 놀았으니 됐지 뭐. 안 그래? 사탕도 많이 받았고."
"그건 맞아! 사탕은 반으로 나누자!"
"음? 아냐 너 먹어. 나는 괜찮아."
나는 사탕을 마이아에게 다 몰아줬지만 그런 나와 반대로 마이아는 사탕을 반으로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계속 거절하자 마이아는 내 바지 주머니에 사탕 하나를 쏙 넣어줬다.
"그럼 그거라도 동굴 가서 먹어...! 나 먼저 들어간다!"
마이아는 이렇게 인사를 하고 먼저 어두운 밤거리 사이에 빛의 탑 방향으로 사라져갔다. 춥지 않으려나... 어쨌든 이 옷 빨리 벗고싶으니까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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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도착한 나는 바로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했다. 슈왁! 그리고 동굴에는 고신이 있... 을거라 생각했지만 쪽지 한 장이 있었다.
"나 오늘 엔젤이랑 사탕 많이 받으러 갈 테니까 먼저 자...? 에휴... 그래라, 그래."
나는 혼자서 잠자리에 들려다 순간 마이아가 내 주머니에 넣어준 사탕이 떠올랐다. 사탕은 내가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하는 바람에 사라진 바지 주머니에서 빠져 동굴 입구에 떨어져 있었다. 무슨 사탕이지?
"우리 둘의 마음처럼 끈적하고 달콤한 밀크 캐러멜...?"
나는 떨어져 있는 사탕, 아니 캐러멜의 포장지에 써져있는 문구를 읽었다. 얘는 이걸 알고 준 거야, 모르고 준 거야... 달콤하긴 하네. 내가 캐러멜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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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제가 원래 이 글을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독일과 한국의 시차, 오니유튜브 님과의 합작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머니가 노트북을 압수하셔서 글이 하루 늦게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ㅠ 다들 행복한 할로윈 보내세요!... 라고 쓰고싶지만 이미 늦었으니 다들 행복한 할로윈 보내셨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