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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검은 참회자

27 Zero.롤랑
  • 조회수382
  • 작성일2021.04.21


...

한 남자가 묘지로 왔다. 아무도 없고 엉성한 묘만이 있는 고요한 언덕 위에서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요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텅 비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남은 건 검은 연기만 하늘을 뒤덮었다. 전쟁을 통해서 얻은 자원을 통해 승자는 성장할 수 있었지만 패자는 한없이 떨어져 역사의 뒤로 사라져갈 뿐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본 그는 절망하고 자책하며 승자의 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죽어간 자들의 묘지로 찾아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을 반성한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한다.


"내게는 고통 밖에 없습니다."


다른 묘지를 걸어가며 말한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고통은 내게 충실했고,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내 영혼이 심연의 바닥에서 헤맬 때에도, 고통은 늘 내 곁에 앉아 날 지켜주었으니 어떻게 고통을 원망하겠습니까. 아 고통이여, 너는 결코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기에 나는 마침내 너를 존경하기 이르렀다."


그리고 자신이 죽인 소중한 이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나는 이제 너를 알겠다. 너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너는 가난한 내 마음의 화롯가를 결코 떠나지 않았던 사람을 닮았다. 나의 고통이여, 너는 더없이 소중한 연인보다 다정하다."


그리고 그녀의 묘지를 바라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듯 고개를 숙였지만 이내 다시 들며 말한다.


"나는 알고 있나니 내가 죽음의 자리에 뜨는 날에도 너는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와 나와 함께 가지런히 누우리라."


그리고 자신의 검을 몸에 꽂는다. 서서히 죽어가는 그는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떠오르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추악한 도시에서 악착같이 버티며 살아온 한 사람은 오늘 묘지 앞에서 죽었다. 그리고 그 묘지 뒤로는 누군가가 다시 찾아온다.


이름 없는 검은 이는 오늘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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