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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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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을까? “
“ 응? 뭐가? “
“ 아오라를 혼자 다크닉스에게 보냈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연약한 아이를 그 녀석에게…… “
고대신룡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 아오라 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연약하지 않아. 그리고 그 아이를 형한테 보낸 건……. “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대신룡을 바라보는 엔젤 드래곤에게 그는 안심시키듯이 말했다.
“ 그냥, 감이지 뭐. “
“ 뭐? “
임신한 아내를 안심시키기보단 더 혼란스럽게 만든 고대신룡이었다.
“ 그 아이라면 형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둘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
“ 야 고대신룡 너……. “
“ 마이아 걔도 은근 얼굴에 약하다니까? “
고대신룡은 핏 웃으며 동굴 밖을 바라보았고 엔젤 드래곤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 다치진 않겠지? “
“ 형이 다치게 하진 않을 거야. 애초에 다치게 하기도 어려운 앤데, 뭐.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리는 빗소리만이 둘의 레어를 채웠다.
“ 괜찮을 거야. “
“ 그러길 바라야지. “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고대신룡과 달리 불안해 보이는 엔젤 드래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같은 시각, 다크닉스와 아오라의 상황은 고대신룡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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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그거 그만 좀 하라고! “
“ 자꾸 왜 그러시는데요! “
“ 아니 이유는 알 거 없고 그냥 그만해! “
“ 그러니까 그 이유를 알려주셔야지 제가 그만둘 거 아니에요! “
비가 오는 숲속에서 다친 산새를 발견한 아오라는 바로 신성력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난…….
“ 난 신성력이 싫단 말이야……. “ 난 작게 속삭였다.
“ 에? “
어둠과 혼돈 속성의 힘을 사용하는 나에게 신성력은 극상성이다. 그래서 내가 사제들을 싫어하는데 마이아 아오라, 저 인간이 사제였다니…….
“ 그냥 불쾌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라고! “
“ 풉…… 푸하하하! “
마이아는 갑자기 치료하던 새를 내려놓고 웃기 시작했다. 치료는 벌써 끝났는지 산새는 지저귀며 다시 둥지로 날아가버렸다. 웃어? 지금 날 비웃는 건가?
“ 너…… 지금 나 비웃는 거냐? “
“ 아니, 그…… 프흡……. “
아오라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은 건가.
“ 그냥…… 귀여워서요. “
“ 뭐? “
뭐?
“ 평소에는 차갑고, 도도하고, 콧대높은 다크닉스 님이신데, 신성력에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는게……. “
아오라는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다시 웃기 시작했다. 이게 그렇게 웃길 일인가. 역시 이상한 인간이야.
“ 어? 그러고 보니 신성력에 약하시면……. “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이는 아오라를 보니, 저절로 불안해졌다.
“ 너, 무슨 생각을 한……. “
“ 홀리 필드! “
저 X친 인간이!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주변을 채웠고 난 무릎에 힘이 빠져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저 인간, 도대체 뭐야! 이정도 양의 신성력을 아무 무리도 없이 다룬다고? 이 나를 주저앉게 할 정도의 신성력을? 대사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 어, 어라……? 진짜로 될 줄은 몰랐는데. “
“ ㄴ, 너…… 이거 빨리 풀어라……. “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니 목소리에도 힘이 없다. 젠장! 내가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야 하다니…… 나중에 제대로 손봐주마.
“ 음…… 기왕 이렇게 된 거……. “
아오라는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눈높이가 맞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 너…… 뭘 하려고……. “
이젠 말할 기운도 없다. 그저 아오라가 등 뒤에 숨긴 무언가가 굉장히 불안할 뿐이다.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이 X친 인간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 잠시만 가만히 계세요……. “
그리고는 내 얼굴로 손을 뻗는다. 난 눈을 질끈 감아버려서 아오라가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
“ 짜잔! 이제 다 됐어요! “
아오라가 이 말을 함과 동시에 내 몸을 짓누르던 신성력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가 다 됐다는 거지, 아니 상관 없어. 각오해라. 난 벌떡 일어나며 마이아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그녀는 내 귓가를 가르켰다. 응? 귓가?
그러자 무언가가 손에 만져졌다. 이건…… 단풍?
“ 헤헤……. “
민망한 듯 웃는 그녀를 바라보는 내 표정은 어땠을까. 당황스러움? 놀라움? 그것도 아니면……
“ 귀엽기는. “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네? “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웃었어? 귀엽다고 했어?
“ 젠장, 기억을 지워야겠군. 네가 방금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잊어라. 영원히. “
내 눈이 번쩍였다. 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최근 3분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인간에게 감정을 느끼다니, 이런 멍청한 짓을.
“ 거기 멍하니 서서 뭐해? 가자. “
이 정도면 됐겠지. 난 이렇게 생각하며 먼저 몇걸음을 걸었다. 하지만 아직도 멈춰서있는 아오라를 보자 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 왜 가만히 서있어? 가자니ㄲ…… “
“ ……도요. “
“ 뭐? “
“ 다크닉스 님도 귀여워요. 엄청. “
발그레해진 볼을 손으로 가리며 수줍게 말하는 아오라를 보자 난 등골이 서늘해졌다.기억이…… 안 지워졌어? 이건 또 무슨……
“ 너…… 그걸 어떻게 기억해? 내가 분명 기억을 지웠을…… “
“ 헤에…… 그런 계열 마법은 저한테 잘 안 통하더라고요. 절대로! 안 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 해보실 생각도 마시구요. “
이렇게 말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 걸어가는 아오라의 뒷모습을 보는 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왜 기억이 안 지워지지? 그러면 정신 계열 마법이 안 통한다는 건가? 아니 애초에 인간이 저렇게 많은 양의 신성력을 한번에 운용할 수 있나? 저건 고대신룡 자식이나 하던 건데? 모든 물음은 결국 하나로 축약되었다.
“ 저 인간…… 도대체 정체가 뭐지? “
난 저만큼 멀어져 크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오라를 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