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 잊을 수 없는 추억 (7)
“나고 자란 곳이라 했었지….”
“어린 고대신룡이여 그대는 어디서 나고 자랐지?”
1대 고대신룡은 아모르에 의해 빚어졌다. 그렇다면 2대 고대신룡은?
그의 탄생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드래곤은 현재 1대 고대신룡. 하지만 그가 죽은 이상 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건 형님의 얼굴과.. 신전 안이었던 것만 기억나.”
그런데도 2대 고대신룡의 첫 기억이 빛의 신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당연한 사실이지, 고대신룡이니까. 하지만 이상한 건 그대가 모든 드래곤들이 갖는 보편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거다.”
드래곤은 나고 자란 곳에서 힘을 얻는다. 그럼 1대 고대신룡에게서 파생된 2대 고대신룡은 어디서 힘을 얻는가?
“빛의 신전….”
“이미 무너졌지. 그리고 그대의 형도 함께 사라졌다.”
고대신룡이 자란 빛의 신전은 무너졌고 그를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1대 고대신룡 또한 사라졌다. 그러면 원래 법칙에 따르면 2대 고대신룡은 힘을 공급받을 곳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대는 여전히 빛나는 빛의 기운을 내뿜고 있어. 지금은 거의 기억하고 있는 이가 남지 않은 아모르의 빛이.”
“아모르? 그게 말이 돼?”
번개고룡이 따졌다.
“그대들과 함께하던 드래곤이 고대신룡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건가? 현재는 사라졌어도 그 뿌리는 거스를 수 없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그의 진정한 힘이다.”
“그래도 말이 안돼. 법칙을 거스를 순 없어! 1대 고대신룡도 다크닉스와의 싸움 이후 아모르와 연결이 끊기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두 눈앞에 있는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모자란 일이지.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네를 위해. 내가 생각해본 가설을 설명해주겠다.”
번개고룡은 눈썹을 꿈틀거렸고 서펜트는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다.
“첫째, 빛의 신전이 무너졌지만 그건 우리의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무너졌다 한들 존재는 하기에 힘을 공급해주는 것.”
“아니 그럴 수 없어. 빛의 신전 자체가 1대 고대신룡의 의해 유지되었으니까.”
“나도 안다, 말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인제 와서는 결국 가능성의 문제겠지.”
서펜트는 뜸을 들이다 고대신룡을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두 번째.. 애초에 1대 고대신룡이 죽지 않은 걸 수도 있다.”
“그럴리가! 분명….”
그 말에 고대신룡이 소리쳤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펜트는 가만히 앉아 차분하게 말했다.
“죽는 걸 목격했나? 마지막으로 그가 죽은 그 모습을 목격한 건지를 묻고 싶군.”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사라진 상태이었어.”
“지금까지는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이군.”
서펜트는 만족한다는 듯 결론을 내렸다.
“그가 살아있다면 지금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지?”
“살아있다면…. 현재 어떠한 이유로 행동에 제약이 생겼거나, 혹시 모르는 일을 위해 어딘가에 고의로 숨어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뭔가 짐작 가는 거는 없나?”
서펜트는 고대신룡을 보며 물었다.
“....아니 없는 것 같아.”
“그런가…. 그럼 잡설은 이제 그만하고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지. 어린 고대신룡이여, 그때 내게 보여줬던 그 검으로 감옥을 부수면 된다. 자네라면 손쉽게 가능할 테야.”
고대신룡은 서펜트가 말한 대로 빛의 검을 빈손에서 생성했다. 이젠 원래 가지고 있던 검이 없어도 자연스레 그의 형처럼 무형의 빛의 검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감옥에는 여전히 흉악한 드래곤들이 갇혀 있으니, 다른 방에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고 저 벽만 무너뜨리면 된다. 어차피 방음까지 되어 있으니 다른 소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고대신룡은 끄덕이며 검의 크기를 조절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고대신룡이 빛의 검을 휘두르자 감옥의 벽이 폭발하듯 파찰음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뭐…. 뭐야? 어떻게 나온 거지!?”
감옥 앞에 있던 나이트 드래곤이 놀란 듯 소리쳤다.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아하니 수습 나이트 용이었나보다 서펜트는 그에게 달려가 방울을 흔들어 잠재웠다.
“빛의 조각이 있는 곳은 저쪽이다.”
“잠깐!”
떠나려고 하는 서펜트를 향해 번개고룡이 소리치며 잠시 멈춰 세웠다.
“우...우릴 왜 도와준 거야!?”
“?”
“지금까지 방해하고 심지어 내가 모은 재료들까지 몽땅 빼돌렸으면서 이제 와서 용서라도 바라는 거냐고!”
번개고룡은 어색해하며 말했다.
“허…. 참 기묘한 드래곤이군. 그동안 본 시간이 있는데 이것을 도움이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하지는 말게나.”
“이상하잖아!”
“나는 그대들의 선택을 응원한다. 어쩔 수 없이 그대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나는 항상 그대들이 그자보다 먼저 그 목적을 달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서펜트는 그리고 그 여느 때와 똑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참 이상한 드래곤이다.”
“뭐가?”
그동안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파워가 입을 열었다.
“저렇게 깊은 슬픔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은 처음 본다. 마을에도 슬픈 드래곤 많았지만, 저 드래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뭐,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거겠지.”
고대신룡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서펜트는 이해할 수 없다며 딱 잘라 말했기 때문에 더 관여하진 않겠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렇겠지만, 보통 일은 아니었을 거다. 고대신룡이 형을 잃은 것처럼. 매우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한 눈이었다.”
“그래…. 나도 알아. ”
“너희, 도움 한 번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저 녀석 몸에 묻어있던 피 못 봤어? 이미 돌아올 수 없다고.”
번개고룡의 말에 파워와 고대신룡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침묵에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녀는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적어도 빛의 조각만 있다면 시간이 다시 걸리더라도 되돌릴 수 있으니까….’
번개고룡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침내 빛의 조각이 있는 곳으로 보이는 공간에 도착했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 희미한 빛이 빠져나오며 감옥의 복도를 빛내고 있었다.
“열게.”
번개고룡은 긴장하며 문을 열었다. 문 끝자락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우중충한 감옥의 복도와는 대비 되는.. 도저히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공간과 그 가운데에는 그 공간을 비추고도 남는.
“저것이...”
빛의 조각이 있었다.
“빛의 조각이지.”
그건 빙하고룡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고대신룡과 파워는 빛의 조각을 모른다. 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누군가가 그들을 대신해 말했다.
“그리고 결정체이며, 하늘의 신전을 유지하는 심장이자 원동력.”
쇠가 바닥에 끌리며 긁히는 소리를 내며 누군가 나타나며 말했다.
“너희들의 존재는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알고 있었다.”
“제우스...?”
제우스가 매우 거대하고 긴 삼지창을 머리 위로 한 바퀴 돌리며 바닥에 내려찍었다.
“쉽게 가져가진 못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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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우스.... 시험 준비하면서 천천히 쓰고 있어서... 마무리는 7월을 넘길 것 같네요. 진짜 예상을 해보자면 드래곤 빌리지는 50화 안에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최근 말고말랭이님이 그림게시판에 올린 화이트 보드에다가 최선을 다해서 그린 캐릭터 낙서가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헬청장이랑, 전에 단편으로 썼던 드래곤 슬레이어 (No.1) 그림이 있는데... 부끄러우니까 찾아서 보란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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