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9 잊지 않을 추억 (1)
고대신룡은 천천히 다크닉스의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
그리고 모든 힘을 사용하여 빛을 뿜어내자 다크닉스의 등 뒤에서 빛으로 된 창이 하나 뚫고 나왔다.
(“...!!”)
다크닉스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자신의 몸 전체에서 퍼지는 빛의 기운이 그를 잠식하고 있던 어두운 기운을 점차 몰아내기 시작했다.
거의 죽였다고 생각한 고대신룡에게서 이러한 힘이 어떻게 나오는 건지 몰라도 다크닉스는 몇초라도 빨리 고대신룡을 끝내야겠다고 판단했다.
다크닉스가 고대신룡의 배를 관통한 팔을 뽑고서 다른 한쪽 팔에 검은 불꽃을 둘러 휘두르려는 순간.
빛의 사슬이 다크닉스의 손을 감아냈다. 검은 불꽃은 꺼져버렸고 거대한 중압감으로 그의 오른손이 바닥에 추락했다.
그 손을 시작으로 밝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문자들이 다크닉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 주문은 흘러 다니며 다크닉스의 반대 손도 묶어 바닥에 거대한 힘에 짓눌려 떨어졌다.
“훗날 지하던전이 될 그 장소에서 고대신룡은 봉인을 시작했습니다.”
“재료는? 어렴풋이 들었지만…. 그곳에서 빛의 결정체를 구할 수는 없었을 텐데….”
“고대신룡이 무슨 드래곤인지 잊으신 겁니까?”
“고대신룡은 자신의 힘으로 다크닉스의 몸속에 직접 빛의 결정체를 만들었습니다. 아모르의 창조물이었던 드래곤의 몸속으로 전해진 빛은 빛의 결정체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손을 먼저 봉인한 다음은 다리가 다리를 전부 묶은 뒤에는 최종적으로 머리에 법진이 생기면서 다크닉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고대신룡은 빛의 창을 들고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
온몸이 구속된 그를 보았다. 안 속에서부터 복잡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분노, 슬픔 그리고 무력감.
그가 태어났을 처음부터 균형을 지키기 위해 함께해왔던 동료이며 형제인 다크닉스가 어느샌가 홀로 던전을 지키기 시작했고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알던 다크닉스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성을 잃고서 유타칸의 지형들을 파괴하고 드래곤들을 무참히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그가 느끼는 모든 것을 고대신룡도 알 수 있었지만 완전히 자신의 힘에 잠식되어버린 것이었을까 그에게서는….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멍청한 표정이군.”)
(“!!”)
이성을 잃고 이해할 수 없던 눈동자를 하던 다크닉스가 말했다. 봉인이 시작되고 고대신룡의 기운으로 인해 그의 어두운 내면이 약간은 사그라든 것이었을까, 다시 본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분노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공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네놈과 내 꼴을 보아하니, 영 좋은 상황은 아니었나 보군.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가.”)
다크닉스는 구속된 팔과 다리를 보았다. 움직이는 것이 영 불편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난동을 부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가 쓰러진 곳은 익숙한 곳이었다.
(“내 끝을 이런 장소에서 지어주다니,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올 것만 같군.”)
그가 균형을 위해 생활했던 던전 속, 그의 보금자리 그리고 그곳은 나중에 그가 봉인되고 후에 이름 지어진 지하 던전.
다크닉스는 애써 미소를 보였다.
(“미안해.”)
고대신룡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며 손에 있던 빛의 창을 빛을 서서히 꺼트렸다. 고대신룡은 처음부터 그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잘못 지어진 매듭을 풀어낼 능력이 없다면 끊어내야 함이 옳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는거지?”)
고대신룡은 지금에 와서야 다시 그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경험까지는 읽지 못하기에 여전히 고대신룡은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기다려줘.”)
(“무엇을 말이지.”)
물어본다면 다크닉스가 얘기해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험을 듣고서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을 듣게 된다면 마음 편히 그를 내보내줄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그는 나에게 이해를 바랄까?
고대신룡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태초부터 함께 해왔지만, 어느 순간 떨어져 버리며 그 공백의 시간은 그 둘을 갈라놓았다.
어쩌면 이성을 잃은 다크닉스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어두운 힘에 잠식되어서가 아니라 공백의 시간이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드래곤이 되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고대신룡은 다크닉스를 죽이지도 가볍게 살려두지 않는 선택을 했다. 모든 가능성을 남겨놓고서, 아무것도 묻지 않으며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
(“방법을 찾을 때까지.”)
그것이 고대신룡다운 선택이었고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크닉스가 쓰러진 곳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용암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곧 다크닉스 아래에 있는 지반은 저 아래로 꺼져버리고 다크닉스는 그 아래에서 억겁의 세월을 흘려보내야 할 것이다.
다크닉스는 고대신룡의 말을 알 수 없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을 존중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얌전히 추락하면서 지하던전에 봉인 당했다.
다리의 힘이 풀리며 고대신룡이 주저 앉았다. 그리고 다크닉스가 사라지고서 쉼 없이 용암을 뿜어내는 구덩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될 것을 기약하며 반드시 다시 찾아오리라 맹세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 어떤 곳에서도 기록되지 못할 이야기 그리고 자신만이 잊지 말아야 할 추억. 고대신룡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는 당신이 아는 얘기입니다. 다크닉스에게 빛을 넘겨준 결과로 고대신룡은 약해졌고 아모르의 연결마저 끊겨버렸죠. 그 후 빛의 신전이 세워지고...”
금오가 과거 이야기를 끝내고 그녀가 아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어떤 곳에서도 기록되지 않았다면서, 넌 그걸 어떻게 다 아는데?”
“이 이야기를 전한 것이 그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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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룡은 몸에 닿은 바닥이 차갑게 느껴져 깨어났다
멀쩡한 정신으로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번개고룡의 계획이 실패했고 빙하고룡, 파워는 잔해에 깔렸다. 그리고 번개고룡의 생사 또한 불 확실한 상태에서 빛의 결정체를 갖지도 못했다.
그리고 고대신룡은 핑크젤라틴으로 인한 텔레포트에 휘말려 던전까지 끌려왔다.
‘이제 나는...무엇을...’
G스컬을 만나자마자 고대신룡은 한 가지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생각을 멈추고 반드시 끝장내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분명 몸통의 절반을 잘라내고 시작했고 G스컬은 고대신룡의 빛의 검에 그 어떠한 저항도 무의미 했었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싸움은 반드시 그의 승리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그는 베어내어야 할 상대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했고 하늘의 신전은 무너졌다.
(“또 이런 모습인가.”)
흐릿한 시선. 그리고 그때 들었던 그 목소리.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심지어 아주 낯익은 외형을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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