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을로 하늘은 물들어가고 있었다. 햇빛 덕분에 황금빛으로 물든 바다는 더욱 출렁거렸고, 부끄러움 많은 해는 어느새 산뒤로 숨어 있었다. \"흑야?\"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른다.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보는 친구였다. 외로움이 많은 나는 친구조차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아이가 말을 걸어오는 것은 나에게 특별한 순간이었다......\"넌 누구니?\" \"난 흑청이라고 해.\" 이름조차 비슷한 이아이는 나와 말을 몇번 붙이더니 금새 친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흑청은 매우 착한 아이였다.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며, 희생을 할 줄 아는 친구였다. 어느날 그녀는 나와 약속을 하기로 했다. \" 이것을 받아..\" 청록색 보석. \"우리 가문의 가보야. 하지만 가족도 없는 나에게 무슨 쓸모가 있겠어??? 두개가 있으니, 네가 하나 가지면, 우리 둘이 단짝이라는 증표가 되는거야.\" 가만히 청록색 보석을 들여다 보았다. 투명한 보석속에 또다른 나의 얼굴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햇살 때문에 청록색이 아닌 빠알간 색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내 이름도....이 보석 덕분에 지어진 거지.....\" 흑청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나도 가족이 없다. 아니, 보고 싶지도 않다. 버리고간 주제에, 뭘 존경하란 말인가? 흑야. 처음으로 내 이름의 뜻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검은 밤이라는 뜻.약속. 그녀가 내게 약속 하나를 하였다. 언제 어디서든지 너를 따라가겠다고. 죽어도 같이 죽고, 뭘하든지 같이 하는 사이가 되자고. \"그런데 죽어도 어떻게 널 따라가? 죽으면 끝이잖아.\" 내가 물었다. \"아냐. 죽어도 몸만 죽는 거지, 영혼은 죽지 않는다구. 영혼만으로도 널 따라갈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지.....\" 영혼이라......육체를 벗어난 다른 존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렇다. 내가 태어났을 때 누군가가 분명 그런말을 했던것이 기억난다. \"네가 죽으면, 너의 속에서 영혼이란 것이 새로 태어난단다. 육체란 영혼을 감싸고 있는 비닐일 뿐이지. 넌 비닐을 벗고 훨씬 더 대단한 존재로 태어날것이다. 말그대로 흑야니까 말이다.........!\"흑야.....분명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 자신의 비밀을 알아내고야 말거다. 청록색 보석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으음...?!\" 이상하다. 보석이 빛을 잃고 창백해보이기까지 했다. 윤기를 잃은 보석을 보고, 흑청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가는 내내 숨이 찼지만 상관하지 않고 게속 내달렸다. \"헉.....\"그녀의 집이 불에..불에 타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던 단짝의 집이. \"안돼!\" 난 소리지르며 달려들었지만 불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집으로 들어가려는 날 막아서는 불꽃이 사방에 튀겨 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집을 나오는 모습을. \"흑청!!!!\" 하지만 흑청이 아니었다. 불청객....? 나와 똑같이 생긴 용이 날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 내가 조용히 물었다. 그는 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뜻 모를 말을 하였다. \"늦었다. 하지만 잊지 말거라.\" 그리고 사라졌다. 구슬같은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빠가....가버렸어.....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보통 용이라면 불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 아빠는 보통 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영혼?\" 그래. 이미 아빠가 죽었다면 분명 영혼이 되살아나 불사신이 될 수 있을것이다. 또 늦었다니.....그럼 흑청은 이미......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였다. 내가 오기도 전에 죽어버리면....어떻해... \"흑처어어엉~~!!!!\" 나는 고함을 치며 주먹을 쾅 하고 내리쳤다. 폭포수처럼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미 몇달이 지난 뒤. 그때보다는 마음이 나아졌으나 아직도 사건을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이 욱신거린다. 비내리는 오후. 나는 소파에 앉아 잡지책을 보고 있었다. 하나 같이 재미없는 것들. \"쳇.....\" 나는 티비를 켰다. 또 재미없는 뉴스. 내가 한숨을 쉬기 무섭게 정전이 일어났다. 모든 것이 밤처럼 캄캄해졌으며 어둠은 나를 감싸안았다... \"흑야.....\" 누군가가 날 불렀다. 어? 정전이 순식간에 풀렸다. 아니, 풀린게 아니었다. 내 옆에 있던 존재에게서 나오는 빛이었다. \"약속했지.....?\" \"흑청......?!\" 그랬다. 내 앞에는 흑청이 있었다. 설마...영혼이 되살아난 거야?? 진짜로...?\"내가 죽어도 언제까지나 널 따라갈 거라고 했지....?\" \"그래.....\" 난 더 이상 이 세상에 있기가 싫었다. 난 흑청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었다. 나는 옆에 있던 칼로 내 배를 찔렀다. 아픔도 잠시, 눈을 뜨자, 흑청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도 중얼거리듯이 이렇게 말하며 손을 잡았다. \"네가 죽으면....나도 죽을게.....언제까지나....따라...갈거니까...\" 환한 빛이 감돌고, 우리는 사라졌다. 아무도 모르는, 제 2의 세계로 환생을 하러......그날 뒤로 내가 있던 마을은 정전이 풀리지 않았다. 검은 밤으로.....검은 밤.....흑야라....흑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