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지가 죽었다.
다크닉스는 절규했다. 왜 그를 죽였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신\'답지 못했다. 그것이, 이유? 자문하고 또 자문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좀 더 신답게 행동한다면 더 이상 죽는 이는 없겠지, 적어도 이것이 희생이 가장 적은 길이라는 것을 아니까. 다크닉스는 그를 따르는 신도들의 의견에 따라 정든 팀에서 나가 그들이 정해준 대로 살고 통치하였다. 이렇게라도 그들을 지키고 싶어.
쉐도우가 죽었다.
다크닉스는 절규했다. 왜 그를 죽였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신답지 못했다. 무엇이, 신 답지 못했다는 거야. 모든것을 뜻대로 하였는데. 하지만 더 이상 죽은 친구들이 없었으면 했다. 그것이 옳은 길인지 고뇌하고 생각하면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신답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적어도 이것이 가장 희생이 적은 길이라는 것을 아니까, 어리석게도. 이런 방법으로라도 그들을 지킬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
다크 프로스티가 죽었다.
다크닉스는 절규했다. 왜 그를 죽였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신 답지 못했다. 왜? 무엇이 잘못된거야? 어디서 부터 매듭이 엉키고 꼬여 여기까지 와 버린거야? 하지만 그마저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좀더 신에 가까워진다면 더 이상 앞으로라도 지킬 수 있을꺼야. 남은 이들이라도 지켜야만 해. 미래만을 바라보며 다크닉스는 생각하였다. 적어도 이것이 가장 희생이 적은 길이라는 것을 아니까, 어리석게도. 당신들을 지킬 거야, 이렇게라도. 그러니까, 살아있어줘.
유니가 죽었다.
다크닉스는 절규했다. 왜 그를 죽였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동일. 신 답지 못했다. 어째서? 그들을 죽여? 그들이 죽는 것은 나 떄문이야? 그렇다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 그들이 죽지 않을 수 있어. 잘못된 생각을 머릿속에 넣는다, 그것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겁쟁이, 라고 해도 좋았다. 친구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 정도 양심은 없어도 좋았다. 적어도 이것이 가장 희생이 적은 길이라는 것을 아니까, 어리석게도. 당신들은 그 자리에서 웃고있어 줘. 영원히.
결국,
크레센트가 죽었다.
그 날은 모든것이 끝나는 날이었다. 빛의 세력을 제거하는 최후의 날. 유타칸 반도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다크닉스는 시체들을 즈려밟고 모든 이들의 왕이라 불렸던 하얀 신은 바라보았다. 푸른 눈, 하얀 깃털. 아아, 아름다워. 이제 뭘 해도 좋았다. 모든 이들이 죽었다. 더 이상 후회는 없었다. 그저, 기계처럼,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끼릭끼릭, 움직이고. 하얀 신은 피에 젖어들어갔다. 곧 온 깃털이 피로 물들고 픽, 하고 쓰러졌다. 모든 이의 왕으로 군림했던 하얀 신 고대신룡, 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생명이다. 키득키득, 그래,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바꿀 수 밖에.
다크닉스는 퀸을 죽였다.
어둠의 용들은 분노했다. 자신들의 퀸, 블랙이 죽었다는 것에, 무엇보다 그것을 신이 죽였다는 것에 더욱 분개하였다. 그들은 무지막지하게 몰려 다크닉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옛날의 나약한 꼬마가 아니었다. 즈려밟고, 지나갔다. 숨 쉬는 것처럼, 지나가는 자리마다 피가 터지고 목이 날라갔다.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나도, 당신들과 같은 드래곤이야. 신 같은건, 이제 싫어, 라며. 하소연 하여도, 들을 자 없는 세상이 미워서.
이제 어떻게 할까.
차라리 이 세상을 지워버릴까-
터무니 없는 생각. 하지만 꽤 나쁘지 않았다. 붉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세상이 없어지고 있었다. 신의 권능, 오직 그만이 행할 수 있는 멸망의 길. 처음부터 내 길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다만 그들이 있어 행복했는데. 왜, 눈물이 흘러? 붉어져,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는 울고 있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다크닉스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꺠어나지 않을 수 있길, 간절히, 간절히 빌었다.
-
여긴, 어디?
눈을 뜬 곳은 어두운 동굴. 사방이 돌벽으로 들이막혀 있어, 꽤 답답하였다. 숨쉬기도 힘들었다. 마나가 부족한 지역인가.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살아있지?
분명 자신이 세상을 지워버렸다. 생명체인 자신도 없어져야 한다. 그는 몸을 더듬었다. 팔, 다리, 모든 신체가 말짱했다. 어떻게, 된거야? 분명 나, 하반신 두동강 났었는데. 혼자 어리둥절 해 하며 다크닉스는 일단 너무 어두우니 불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여 작은 반딧불이같은 불을 하나 만들었다. 역시, 마나가 부족한 지역인가.
빛에 비추어 지는 팔 다리는 너무나 연약하였다.
어라라, 하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보았다. 연약했다. 2000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단단한 몸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 생체 실험? 아니면 뭐 도플갱어라든가. 하지만 그런게 존재 할 리가 없지. 내가 세상을 지워버렸는데. 눈을 깜빡이며, 다크닉스는 등에 달린 날개도 확인하였다. 심지어 날개도 작아. 어떻게 된걸까, 과거로 돌아가기라도 한 걸까.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과거로 돌아왔다면, 다시 만날 수 있는건가.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의미가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망령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그냥 망령. 다크닉스도, 비아도 될 수 없는 그냥 망령. 망령에게 친구, 같은 건 없었다. 친구 라는 말을 입에서 도르르 굴렸다. 역시, 아무 감흥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갈 이유도 없다. 어릴 떄처럼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 곳도 나쁘지 않은 걸. 고독도 괜찮은 거니까, 의외로.
눈을 감았다.
부디 깊은 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