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lver
4화
난 갑작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이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잠시 움찔했다. 저 구멍이 보여주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생각이 교차하며 날 계속 주저하게 만들었다.
왜,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볼 용기가 없다면 보지 말고 잊어라.
사실은, 그러고 싶다. 인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난 볼 용기가 없다. 밖에 뭐가 있을지 전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봤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난 소심한 성격이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어느 정도 겁쟁이의 성격을 지닌 채로 살아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보면, 이건 솔직히 환생을 했다, 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
환생이라는 건 내가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환생작엔 몬스터가 등장한다. 나 역시 몬스터가 존재하는 세계로 왔을 거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지금 내가 떨고 있는 것은 밖에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그 생각 하나로 보내다가, 결국은 결정을 하긴 했다. 눈만 갖다대기로.
나는 천천히 내 눈을 그 빛이 새는 구멍에 댔다.
순식간에 엄청난 빛이 내 동공을 찌르는 바람에 잠깐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 빛도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이 사그라들자 난 내 눈의 시력이 훨씬 좋아졌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전에도 눈이 좋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멀리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아마도 시력이 좋은 생명체 중 하나로 환생한 모양이었다.
내 눈이 보이는 것은 전부 초록색이었다.
들판, 풀숲, 덤불…
숲, 이었다.
나는 숲이라는 것에 살짝 놀라면서도 다행히도 밖에 몬스터가 없단 사실에 살짝 안도했다.
이 곳으로 온 뒤에 드는 감정은 전부 복잡미묘한 감정들 뿐이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갑자기 내 시야에서 다시 한 번 빛이 폭발할 듯 반짝였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순간 그 구멍에서 땔 뻔했다. 아무래도 두 번이나 보니 눈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번에도 빛이 사그라들기는 했다. 저번의 자연광처럼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팍 하고 다 사라져버렸다. 언제 그렇게 빛났는지 모를 만큼.
내 눈 앞엔, 홀로그램 창이 떠 있었다.
난 처음은 꽤나 당황했지만, 이내 심호흡하고 똑바로 들여다 보았다.
반투명 홀로그램. 환생.
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이어붙인다면, 환생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반투명 홀로그램, 이다.
누가 봐도 상태창이고 말이다.
상태창은 이 추리가 마음이 들었는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메시지를 보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 곳, 즉 행성 N0730-K1003으로 환생했습니다. 당신이 환생한 종족은 ‘드래곤’ 입니다.]
어쩐지. 일반 파충류 같지가 않더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