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08 용병 (8)
석두는 먼저 네 번째의 객실에 들어왔다.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고 쉬려고 소파를 찾았다.
“..네 번째는 오지 않은건가.”
“뭐…?”
그때 그자가…. 석두를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던 첫 번째가 거실 책상에 앉아있었다.
“당신이 여기 왜 있어?”
“잠깐 얘기 좀 할까.”
그때의 그 압박감은 없었다. 그래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네 번째가 말한 첫 번째의 설명 때문일까. 석두의 눈에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당신과 할 얘기가 있나?”
“장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목소리가 한없이 낮아서였을까 그때 그 뒤틀린 힘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졌다. 석두는 조심스레 그의 맞은편에 앉았지만, 턱을 괸 채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 채 말했다.
“...내게 할 말이 뭐지?”
“우선 경계를 좀 풀었으면 좋겠군. 난 공격 의사가 있지 않으니.”
“뭘 믿고?”
“의심이 많군. 원래 성격이 그런가?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나?”
“도시 사람들은 믿으면 안 된데.”
“안된다라.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알아서 뭐 하게.”
“그런가….”
첫 번째는 돌 탁자에 손가락을 ‘툭’ 한 번 치고 말했다.
“잡담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나는 네 번째가 계승식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줬으면 한다.”
“그게 무슨…. 잠깐 내가 막는다고 막히는 거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기가 찼다. ‘막아줬으면’한다니. 그게 가능했다면 당연히 했을 것이다. 원래 목적이 계승식을 마치는 게 아닌 살아남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 있는 자는 그 첫 번째였다. 어떤 속셈을 가지고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능하다면. 도울 셈이냐.”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너무나도 수상스러웠기 때문에 석두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잠깐잠깐.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야? 당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
“내 힘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계승식 전까지 서로에게 간섭할 수 없다.”
첫 번째는 무쇠 같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면서 무심히 석두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그 납치는….”
“조금 오해가 있었지만. 알다시피, 내가 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네가 한 것도 아니었고.”
“두 번째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나?”
“두 번째라…. 네 번째가 그렇게 말하던가?”
첫 번째가 눈썹을 미세하게 움직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확률이 크다고 했지.”
“두 번째는 네 번째를 좋아하진 않지만 일을 번거롭게 처리할 녀석이 아니다. 그러니 이건 정말로 외부의 소행이다.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
“광천도 일 처리가 빠르진 못하네.”
“그래서, 도울 것인가.”
“방법이 뭔데?”
“초대의 장례식에 네 번째가 있지 않으면 된다. 그곳에서 계승식이 진행되고 그곳에 있는 초대의 핏줄만이 계승식의 후보로 결정될 것이다. 네 번째가 후보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위협도 받지 않겠지.”
“그럼 당신이 모든 것을 계승 받게 되는 건가?”
“...그건 말할 수 없다.”
“역시 수상하네…. 도와주는 이유도 모르겠고. 당신의 의도도 전혀 모르겠어.”
아까부터 석두는 감각을 최대로 키워보았지만, 첫 번째의 의중은 견고한 벽 너머에 있는 것처럼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보기 힘든 건 대장밖에 없었는데….’
“알 필요 없다.”
할 말을 다 했는지. 첫 번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석두를 지나 현관문으로 나갔다. 그런데 어떤 한 마디가 석두를 자극했다.
“용병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면 이 방법밖에 없을 테니.”
“뭐?”
석두는 그 말을 듣자마자 주먹부터 나갔다. 싸워서 이길 확률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주먹이 나갔다. 첫 번째는 그 주먹을 은색 눈동자에 담았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게 무슨….”
“신기,”
‘어?’
“어느 때나 고난은 있는 법이란다.”
석두는 ‘신기’라는 말을 듣자마자 대장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갑옷은 부서지고 주변 무기는 망가져 쓸 수 없었다. 동료 용병들은 전부 쓰러져 있지만 적들은 아직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게 전장에서 거의 죽을 뻔했다 싶을 때
“적이 끝도 없다면, 아무리 보통의 강한 자들이라도 지치고 말 거야.”
긴박한 상황인데도 대장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여유롭게 걸었다. 그러나 적들은 이상하게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대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대장의 어깨에서부터 보랏빛을 반사하는 검은 비늘 갑주가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 신기 – 패도 ]
“하지만 잘 보렴. 네가 보기엔 나는 어떻니?”
앞에 있는 적들이 몇이든 상관없다는 표정. 대장의 표정은 오만했지만, 확신에 차 있는 표정이었다. 저 적들이 절대로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표정. 갑주에 박힌 검은 비늘들이 뽑히며 적들에게 날아갔다. 움직일 수 없던 적들은 몸통에 큰 구멍을 남기고 쓰러졌다.
“이건, 신기란다.”
대장은 비늘이 꽂힌 갑주를 톡톡 건들이었다.
“평균적인 삶이 짧고,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전장에서는 보기 힘들겠지만, 아마 도시로 들어간다면 지금보다는 쉽게 볼 수 있을 거란다. 하지만 신기를 가진 자를 보게 된다면 맞서 싸우려 하지 말렴. 아마, 상대하기 어려울 거란다.”
‘대장은 그렇게 말했었다.’
미세한 차이로 석두의 손은 첫 번째에 얼굴에 닿지 못했다. 그때 그 압력이 석두를 짓누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차이였지만 첫 번째의 표정은 변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닿지 않을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살기를 거두어라, 그대로 짓눌리기 싫다면.”
“당신…. 신기를 가지고 있었나…!?”
“아직도 궁금한 게 남았나.”
석두는 압력을 버티며 일어서려 했다. 중간에 무릎이 한 번 접질려서 발목이 삐었지만 그런데도 일어서려 안간힘을 썼다.
“어 방금 걸로 존x 많아졌어. 당신, 대장하고 아는 사이지? 어쩐지 이상했어. 이상하리만큼 순조로웠지…. 도대체 내가 뭐라고….”
“불지위복, 네가 정말 바라는 게 용병 생활의 청산이라면, 답을 찾으려 노력하지 마라. 그게 네게 좋을 거다.”
첫 번째는 그렇게 사라졌고, 잠시 뒤 압력 또한 사라졌다.
“그래서 바닥이 이렇게 된 거라고요?”
그리고 네 번째와 하나가 왔고, 석두는 그들에게 설명할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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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데? 당신 같은 용인은 처음 봐! 어느 소속에 있던 녀석이지!?”
쌍검과 강철 장화가 서로 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전장에서 익힌 검술들이 고작 발만 움직이는 움직임에 전부 막히고 있었다.
“불쾌하군요.”
극한으로 벼려진 두 검이 이상한 장화 하나 제대로 베지 못했다. 수상함을 느낀 그는 수상한 장화를 신은 자와 멀어지고 혀를 차며 말했다.
“큭, 장비만 더 좋았어도. 나도 비슷한 거 쥐여주던가!”
“허, 광천의 침입자 주제. 제가 비슷하게 상대해드려야 한다는 뜻입니까?”
장화를 신은 자는 불길할 정도로 갈무리된 살 육성을 아무렇지 않게 뿜어내는 그가. ‘멀쩡한 도시 사람일 리 없다’ 판단했다.
“나 침입자 아니야! 정당하게 들어온 거라고!”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건 나도 몰라!”
대답은 순박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사람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얌전히 잡혀주셔야겠습니다.”
“누가 잡혀준대?”
“제가 착각했군요. 당신은 그저 범죄자일 뿐인데.”
그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멀쩡한 장화를 벗었다.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발에서는 새로운 신발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건….”
“ [ 신기 – 헤르메스 ], 10초 안에 끝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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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신기(神器)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정확히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그러나 누군가 가장 가깝게 추론한 것은 순혈 드래곤에게만 일어난 현상이었다는 것이고 능력이 보조 형태의 도구로 가시화 된 상태로 보고 있다. 한 번 형태가 확립이 된 신기는 불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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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바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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