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24 광천 그리고 용병단 (1)
“빠르게…? 제압? 무슨 자신감이야?”
대놓고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말에 기보르는 고개를 양옆으로 까닥거렸다. 아까와 달라진 점은 신발이 변했을 뿐이다. 도저히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의 이름 정 연, 전 베르헴 윈드 특수부대 단장이었다. 첫 번째를 만난 후 도움을 받아 신기를 얻었으며 그 계기로 전역 후 첫 번째의 경호원이자 비서로서 일하고 있다.
윈드 드래곤들은 대개 이동에 관련해서는 물리법칙을 뒤트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연은 공기저항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어?”
연은 뒷짐을 진 채 순식간에 허공을 딛고 바람을 가르며 기보르를 걷어찼다. 그녀는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쉴 틈은 없었다.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기한데? 그 신발의 능력인가!”
그녀의 주먹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아까와는 달리 기보르는 그의 신발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한 기색을 내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신기 헤르메스를 신은 채 발만으로 기보르를 공격했다. 그는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 움직였고 기보르는 막기 급급했다.
“아까의 여유로움은 어디 갔습니까? 당신의 동료보다는 나을 줄 알았는데요.”
“뭐? 누구?”
힘들게 공격을 막으면서도 기보르에게 말할 여유는 있었다. 기보르에게는 지금 싸움의 승부보다 누구보다 뒤떨어진 건지 아는 게 중요했다.
“지금 광천에 있는 사람 중에서는…. 기분 나쁠 사람이 노마랑 예소더밖에 없는데….”
연은 그녀가 전투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까의 말 이후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연의 공격은 제대로 막았다.
“그게 중요합니까?”
“나한테는 엄청 중요해.”
그녀 주변 전기의 출력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빠짝 솟았고 몸 주변으로 노란 전기가 바닥을 그을리기 시작했다.
‘...조금 위험하겠군요.’
조금씩 튀는 스파크들은 치명적이진 않았으나 연에게도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최대 출력도 아닌 것 같지만 전에 봤던 두 번째님과….’
그는 오래전에 두 번째의 대련 상대가 되어준 적이 있었다.
“봐줄 필요는 없어. 베르헴의 전 특수부대와 싸워보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거든.”
“알겠습니다.”
[신기 - 헤르메스]
연은 두 번째의 말대로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그는 도약할 준비를 마쳤고 두 번째는 황금빛이 나는 전기를 팔에 감았다.
연은 헤르메스의 능력을 사용해 순식간에 두 번째의 뒤로 움직였다. 두 번째의 속도를 시험하려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를 시험해서는 안 됐다.
“역시, 들은 대로 신기한 능력이네.”
두 번째는 연이 무엇을 하든 방어할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팔에 감은 전기를 바닥에 내리쳤다. 팔에 감긴 전기는 바닥에 흘러 방출됐다. 두 번째를 중심으로 번개가 터져나갔다. 연은 어떤 방어도 할 수 없었다.
연은 기보르를 보고 그 생각이 났다.
‘그때만큼 제한된 공간은 아니지만, 이 여자도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른다…’
“무슨 생각해?”
멀리 있었던 기보르가 주먹에 번개를 두른 채 단숨에 그의 앞으로 도약했다. 연은 눈으로 그녀를 좇으며 멀리 달아났다.
“빠른데?”
일반적인 드래곤들보다 빠른 속도지만 연은 전부 볼 수 있었다.
‘도약할 때 스파크가 튀었었다. 그리고 주먹에 번개를 감았고, 전기를 이용해서 신체를 강화하는 방식인가?“
연이 보았을 때 그녀는 두 번째처럼 전기를 자유자재로 방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야?! 제대로 붙어보자고!”
그 말을 하는 순간에 연이 그녀의 옆에 나타났다.
“한 번 쫓아와 보시겠습니까?”
“뭣,”
잠깐의 사이 그녀의 왼쪽 어깨가 둔기로 가격한 것처럼 아파졌다. 연은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나 오른 다리를 가격했다 기보르의 오른 다리가 힘없이 쓰러졌다. 왼쪽 다리로 버텨보려 했지만, 그 왼쪽 다리마저 연이 뒤에서 아작댔다.
“뭔데…? 갑자기?!”
기보르는 순식간에 오른팔 말고 전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왼 다리를 작살내고 사라졌던 연은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죽일 거냐?”
“잠시만 쉬고 계십쇼,”
그는 그녀의 머리를 노렸다. 잠시 기절시키고 가리온을 도우러 갈 생각이었다.
“잡았다…!”
“!?”
연은 기보르의 팔을 떼어내고 그녀로부터 멀어졌다.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다면 분명 감전되었다,
“아… 아쉽다.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였는데… 아니면, 좀 더 출력을 높였어야 했다?”
기보르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번개로 신체 강화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가능 할 거란 건, 고려하지 않았군요.’
연은 다시 도약 준비를 마쳤다.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기보르는 기쁘다는 듯 웃었다.
“좋아…! 이번엔 따라가 볼 테니까?!”
전에도 경험하지 못한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은 그녀를 더욱 강렬하게 자극했다. 용병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결투가로서 저 앞의 사내로 자신을 증명해보고 싶었다. 출력을 더 높이고 전류를 눈에 그리고 팔에 집중했다. 눈조차 깜빡일 수 없었다. 모든 집중을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 쏟아냈다.
‘고속 이동이라면 반드시 그 궤적이 보이게 돼 있지. 반드시 네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해내 주겠다고…!’
“모든 힘을 눈에 집중한다…. 당신의 능력에 걸맞은 좋은 판단이군요. 하지만….”
하지만 전부 소용없었다. 기보르가 정신 차렸을 땐 이미 공중을 부유 중이었다. 배가 아팠다. 아무래도 복부를 가격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부터 맞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연은 기보르를 걷어찬 그 장소에서 날아가는 그녀를 지켜보다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부유하는 기보르의 위에 나타나며 말했다.
“신기는 결코 능력으로 메꿀 수 없습니다.”
‘졌네.’
연은 기보르를 내려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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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의 공격 패턴은 단순했다. 빠른 스피드를 기반으로 하는 치고 빠지기, 간단히 말하면 체력싸움이었다. 가리온의 잔상을 남기는 공격은 까다롭지만, 관리인과의 싸움을 지켜본 덕분에 공격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까지 똑같은 공격만 하실 겁니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모르십니까?”
가리온은 노마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노마가 이번엔 기습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말이 맞아. 난 이렇게 하면 네 ‘진짜’ 실력을 볼 수 있을 줄 알았거든.”
노마가 단순히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 했던 건 이유가 있었다. 노마가 느끼기엔 아직 그녀가 진심으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얼마 전에 되게 굴욕스러운 일을 당했는데. 이제는 뭔지 알 것 같더라고.”
노마가 가리온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아까 너와 그 모자 쓴 남자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알겠더라고. 도대체 그게 뭐였는지.”
‘대장과 그 엄청나게 빠른 녀석은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신기한 도구를 만들어냈다.’
(“그럼 ‘자네’도 알 텐데? ‘신기’라는 건. 원래 그런 역할인 것을”)
“신기, 그렇게 말했지. 그 녀석도 갖고 있었고, 그리고 마치 너도 갖고 있다는 소리처럼 들렸어. 맞지?”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거 꺼내. 그러면 알 수 있을 것 같거든.”
노마는 눈을 한 번 깜박였다.
“너라면 완성 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의 시야가 잠시 흐릿했다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입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리온의 몸의 부위에서는 어떤 것은 붉고 어떤 것은 녹색의 빛을 띠었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공간에서도 같은 입자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발현 단계에 진입한 건가. 시간을 끌어선 안 되겠어.’
“피차일반이니.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가리온은 손을 내밀어 허공을 쥐어짜듯 비틀었다.
“후회하십쇼, 폐쇄된 공간을 잡은 건 당신의 착오였습니다.”
그러자 낡은 시멘트벽과 철골 구조물들에 균열이 생겼고 접히며 찢어졌다. 칼날로 도려낸 듯 낡은 철골과 시멘트벽이 어긋난 단면을 드러내고 찌그러졌다. 퀴퀴한 먼지 냄새 대신 서늘하고 진한 솔 냄새가 쏟아졌다.
“정말 대단한데?!”
노마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 신기 – 알브헤임 ]
찰나의 순간 먼지가 날리던 폐공사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들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깊은 산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info.
알브헤임.
베르헴에 존재하는 어느 산맥의 이름이다.
info.
신기 - 헤르메스
도구형
온전한 이름은 폭풍의 장화 헤르메스.
누군가를 반드시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신기.
소환하면 즉시 발에서 소환된다. 신발이 있다면 신발을 덮어쓴다.
착용한 상태에서 허공을 디딜 수 있게 해준다. 특수 능력으로는 착용자의 시야 내에서 원하는 공간만큼 공간을 접어 순식간에 이동 할 수 있다. 순간 이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것이므로 운동에너지가 보존된다. 대신 공간을 접은 거리만큼 뇌에 부담을 주게 된다.
info.
신기 - 알브헤임
구현형
온전한 이름은 오래된 고향 알브헤임.
떠난 고향의 그리움에서 비롯된 신기.
소환하는 순간 소환자의 중심으로 일정 구역을 뒤덮으며 소환된다. 그 구역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신기에 의해 갇히게 되며 소환 해제 되기 전까지 숨을 수도 나갈 수도 없다.
구현되는 장소는 소환사의 기억에 기반한다. 완전히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면 불완전하게 소환되며 이는 소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래는 월요일날 올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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