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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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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287
  • 작성일2014.06.28

-옛날 옛적에 착한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왕이 죽자 백성들은 온갖 보물을 왕의 시체와 함께 묻었습니다.
어느 날 무덤의 보물을 노린 도굴꾼들이 왕의 무덤을 찾아왔습니다.
도굴꾼들은 수많은 보물을 가졌지만, 가장 귀중한 보물은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무덤 이야기]

덥고 건조한 날씨에 지칠대로 지친 프레딕은 마을 인근의 우물에 기대어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의 이름은 프레딕 존스로, 베스 대학 고고학 교수였다. 지금 그는 왕의 피라미드를 연구하기 위해 바다 건너 이집트 주변의 어느 마을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막은 프레딕이 책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고, 사나웠다. 고글을 찾용하고 있음에도 따가운 모래를 실은 바람이 얼굴을 때렸고 이동할 때마다 푹 꺼지는 모래바닥은 삽시간에 체력을 고갈시켰다. 그는 땀을 닦은 빛바랜 손수건을 배낭에 대충 집어넣고, 대신 작은 종이 쪽지를 꺼내들었다. 이주일 전 그의 연구실 책상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던 인장까지 찍힌 고급 편지지였다. 장난 치고는 공을 많이 들였다고 프레딕은 생각했다. 장난이라면 누가 청첩장에나 쓰는 고급 편지지에 인장까지 찍어두겠는가. 장난 여부는 어쨌든 그는 편지에 적힌 내용에 흥미가 생겼다. 그건 오래된 왕국의 무덤에 대한 내용이었다. 정확히는 왕국의 내용과, 무덤의 좌표가 표시된 편지였다. 프레딕은 찬찬히 젖어드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별에서 멸망한 과거의 왕국. 그 잊혀진 과거와 위용을 확일해 볼 수 있는 단서나 다름없었다. 물론 가짜일 경우를 배재할 수 없음에도, 그는 누군가의 편지만을 믿고 사막횡단을 결정한 것이었다.

\"존스 씨?\"

막연히 편지지를 보고 있던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새카맣게 탄 얼굴과 근육질의 그는 약간 다혈질인, 길동무 레스코였다. 프레딕과는 사막을 횡단하던 중 만난 사이로, 무덤 사냥꾼이었다. 레스코는 곳곳에 세워진 크고작은 피라미드에 들어가 보물과 역사적인 유물을 발굴하고 비싼 값에 박물관에 넘기는 전문가였다. 프레딕은 그의 직업과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현지인인 레스코의 사막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에 이끌려 함께 행동하게 되었다.(레스코는 그가 도굴한 무덤이 일흔 개나 된다고 말하곤 했다. 누가 믿겠냐 멍청아.)

\"존스 씨? 곧 목표점에 도착할테니 어서 일어나세요.\"

레스코가 재촉했다.

\"여기서 가까운가보군. 중간에 헤매긴 했지만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야.\"
\"가죠.\"

프레딕이 일어나자 레스코가 앞장섰다. 그는 신기하게도 매번 길을 잘 찾아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올바른 길을 찾아낼 것이다. 마트에서 식수를 구입하고 값을 치름 뒤 두 사람은 마을을 떠났다. 가게 주인이 프레딕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레스코와 함께인걸 보자 주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느낀 프레딕이 뒤돌아 봤지만 주인은 이미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황혼인지 새벽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시각, 두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반듯한 돌이 있는 곳에 다다랗다. 그 돌은 프레딕의 키보다 살짝 크거나 혹은 그의 키 만했으며 그가 고개를 숙인다면 들어갈 수 있을만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것은….
ㅡ세상에, 이건 피라미드잖아.
커다란 피라미드의 대부분이 모래바닥에 잠겨 가장 윗부분의 돌만 보이게 된 것이다. 피라미드의 입구는 굉장히 어두웠다. 어둡다 못해 어딘가 으스스한, 죽은 자의 냄새가 풍기는 무덤 입구에 레스코는 자신의 가방을 밀어넣으며 말했다. 

\"뭐하쇼. 안들어가요?\"

순간 프레딕은 들어가면 안될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빈 손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그는 먼저 들어간 레스코를 따라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입구에 몸을 밀어넣었다. 입구는 무덤의 통풍구였는지 매끄럽게 가공되어 있었고, 또 아래로 경사져 있었다. 만약이라도 그가 피라미드 안을 탐사하다가 힘이 모두 빠지면 그는 이 경사진 통풍구를 기어 올라와야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고, 그렇게 되면 그는 알 수 없는 이 깊은 사막에 꼼짝없이 생매장 당하게되는 것이었다. 험난한 여행에 모든 걸 걸어도 좋다던 프레딕도 객사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는 올라올 때를 대비해 벽면에 단검으로 홈을 파며 통풍구를 내려갔다. 마침내 통풍구가 끝나자 그는 아주, 아주 커다란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와 있었다. 먼저 도착한 레스코가 불을 횃불을 만들고, 대에 꽂아났기 때문에 그곳은 통풍구보다도 훨씬 밝았다. 횃불의 빛이 무덤의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작아 전체를 둘러볼 수가 없었지만, 그것은 이 거대한 사각추의 건물이 왕의 무덤임을 뜻했다. 피라미드의 규모는 권력을 상징했다. 이렇게 큰 규모는 왕이나 왕족외엔 건설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엄청난 규모로 볼 때 필시 무덤의 주인은 살아생전 존망받던 왕이었을 터였다. 프레딕은 존경을 표하며 횃대를 들고 커다란 공간을 내려갔다. 그곳은 대개 계단의 연속이었다. 통풍구에서 빠져나왔을 때부터 수많은 계단이 펼쳐져 있었고, 각 계단이 끝나는 곳엔 새까만 어둠을 드러낸 방이 아ㄱr리를 벌리고 있었다.
딸깍.
아래의 좌측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프레딕이 황급히 돌아보았다. 멍청하긴. 이곳엔 두 사람 외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도굴꾼 레스코가 작업에 착수한 모양이었다. 지금쯤 그는 황금 가면 따위를 뜯어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프레딕은 소리가 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레스코는 저 곳에 있다. 좌측의 방에 가까워질수록 프레딕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발소리가 큰 공간을 가득 울리고 있었다. 저 방 안에 레스코가 있다면, 작업중이니 프레딕의 발소리를 듣지 못할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스코가 작업하는 연장도구의 소리 정도는 프레딕에게 들려야 했다. 좌측의 방에선 이따금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고 큰 숨소리만 들려올 뿐, 그 밖의 쇠붙이가 내는 고유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던 것이었다. 무언가, 이상하게, 일이, 틀어진 것이다. 인간의 숨소리가 저렇게 컸던가. 프레딕은 혹시나 있을 위협에 잔뜩 긴장 한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레스코? 거기있소?\"

딸깍. 딸깍.
젠장,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깜깜한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그 소리나는 곳에는….  
드래곤이 있었다. 왕의 가면을 쓴 황금빛 몸뚱아리는 마치 투탕카멘의 관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리고 놈이 입을 벌리자, 프레딕의 팔뚝만한 크기의 이빨이 좌르륵 펼쳐졌다. 얼마나 오래 전, 몇 명이나 잡아먹었는지 알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바닥에 뒹구는 해골의 수를 봐선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 그는 눈만 움직여 방을 훑어보았다. 피로 점철된 벽, 바닥엔 침으로 생각되는 액체가 흥건했다. 거대한 몸집의 드래곤은 노란 눈으로 프레딕을 노려보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믿을수가 없음에도, 그는 어느순간 드래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는 도망쳤다. 그가 도망치고 있다는 인지를 하기도 전에 그의 발이 먼저 움직였다. 방을 나오자마자 프레딕은 왔던 계단을 오르고 통풍구를 필사적으로 기어올라갔다. 레스코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마을로 돌아온 프레딕은 넋이 나간 채 피라미드가 있던 방향의 반대편을 보고 있었다.

\"선생? 괜찮으시오?\"
마을의 구멍가게 주인이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그것보다도 레스코 혹시 못 보았소?\"
\"아까 함께 오신 검은머리 일행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못 봤습니다.\"
프레딕은 눈을 감았다. 더이상 생각이란 녀석을 했다간 그의 머리에서 증기가 새어나올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뭐가요?\"
\"아까 선생과 함께 오신 일행분 말씀입니다.\"
\"그 친구가 왜요?\"
\"제가 이번 해로 예순 넷인데 그 남자는 제가 아주 어릴때 보았던 도굴꾼과 너무 흡사했거든요. 벌써 오십년이 다 된 이야깁니다. 제가 어릴적 수십명의 도굴꾼이 왕의 무덤을 발굴하러 이 마을에 머물렀었죠. 그 무리를 이끌던 사내와 당신의 일행분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놀랐습니다.\"

그 방.
피와 내장으로 점철된 벽.
구역질을 일으키는 끔찍한 냄새.
수많은 해골로 뒤덮힌 바닥.

그렇다면, 그렇다면 레스코는 대체 누구였을까.
딸깍.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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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시리즈는 아주 가끔 연재되며 무조건 이런 식의 단편으로만 구성됩니다.
※원래 증명된 사료를 이용해야 되는데 귀찮아서 그 부분은 상상으로 매꾸었습니다.
ㄴ실제로 피라미드 안은 덥고 건조한 밖의 사막과 달리 일정한 서늘함이 유지된다고 합니다.
또한 왕(족)이나 기타 귀족들을 미라로 만들 때 내장을 빼고 만든다고 하며 때문에 냄새가 심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내장은 따로 항아리에 담아두는데, 내장을 담을 항아리를 카노픽이라고 합니다.
제가 기초지식이 짧아 여기까지밖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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