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위에 올라가서 눈 감고 노래 한 곡 듣고 있어... 금방 갈게...”
나무 위에 자리 잡은 그 곳은 소년의 아지트였다.
한 쪽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의 음성.
‘괜찬아... 난 원래 혼자였잖아...’
굳게 닫힌 소년의 이빨 사이로 한 줄기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눈앞이 번뜩거린 것과 아대가 풀린 것은 한 순간이었다.
섬뜩한 기운이 스멀스멀 한쪽 눈을 타고 올라온다.
어스름 어스름 달이 저물고, 소년의 한쪽 눈이 번뜩거림과 동시에 소년은 절대 해선 안되는 ‘용의 대리인’.
소년의 등 뒤로 펼쳐진 그림자. 그 그림자는 용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소년은 그녀를 위해 기꺼이 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