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타칸 | 빛의 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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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험인 빛의 탑 돌파까지 오신 다크닉스 님과 고대신룡 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시험은 12층까지 있는 빛의 탑 최상층까지 1시간 내로 도달하시면 통과입니다. 자세한 사항들을 설명하겠습니다.
빛의 탑 2층으로 올라가는 워프 게이트 앞에서 다른 장로가 우리가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설명했지만 그다음에 설명하는 정보는 그동안 듣도 보도 못했던 정보였다. 최상층이라...
"2층으로 올라가는 워프 게이트에 탑승하시면 바로 카운트가 시작됩니다. 2층과 3층에는 스톤키퍼-이글이, 4층과 5층에는 스톤키퍼-라이온이, 6층과 7층에는 스톤키퍼-베어가, 8층과 9층엔 스톤키퍼-엘리펀트가, 그리고 10층엔 스톤키퍼-드래곤이 출몰합니다. 마지막 층인 11층엔 스톤키퍼-드래곤과 라이트 오브가 출몰합니다. 라이트 오브를 제압하신다면 라이트 오브가 12층으로 가는 워프 게이트를 열어줄 겁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너 먼저 들어가."
"형 먼저 들어가."
"같이 들어가자."
"콜."
처음으로 워프 게이트를 사용해서 긴장한 우리 둘은 장로는 귀엽다는 듯이 바라봤다. 16살이면 다 컸거든요!
"3... 2... 1...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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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은 동시에 거대한 문 같은 워프 게이트에 몸을 맡겼다. 워프 게이트 속은 이상하게 넘실대는 마력으로 차있었고 중력 따윈 없는 듯했다.
"으아아어와! 떠다닌다아!"
"좀 조용히 해! 시끄럽게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질러..."
둥둥 떠다니던 우리 둘은 갑자기 다른 곳에 떨어졌다. 시간도 느려지나?
"우와! 다른 곳으로 왔어! 진짜 신기ㅎ... 읍읍!"
"조용히 해. 여기부턴 스톤키퍼들이 우글거린다고. 일단 어떻게 1시간 안에 돌파할지 생각해보자. 일단 유일한 규칙 두 가지는 우리 둘이서 서로 싸우는 건 불가능하단 거, 그리고 그걸 제외하면 규칙이 없다는 건데..."
일단 우리 둘이 서로 싸우는 게 금지된 이유는 형제라서 그럴 거고... 규칙이 없어? 왜지? 규칙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어려울 텐데...
"형. 우리가 서로 싸우는 건 금지여도 같이 싸우는 건 금지가 아니잖아? 워프 게이트도 동시에 사용이 가능하고. 그럼 같이 빠르게 돌파하자!"
"그래 맞아! 규칙이 없는 이유는 아무 규칙이 없는 실전에 적응시키기 위한 거였어. 짜식 기특한데?"
나는 고신의 머리를 헝크러트릴려 했지만 고신은 머리를 빼며 일어섰다.
"그럼 빨리 가자! 같이 싸우면 훨씬 빠르게 돌파가 가능할 거야."
내가 대답하려고 했지만 다른 존재가 대답했다.
"끼에에! 끼에엑!"
"젠장! 들켰다. 이제 다른 놈들이 떼로 몰려올 텐데... 일단 빨리 워프 게이트 쪽으로 이동하자!"
빛의 탑은 그냥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탑 형태를 하고 있고 다음 층으로 가는 워프 게이트는 항상 층 정중앙에 있다. 밑으로 내려가는 워프 게이트는 항상 가장 변두리에 있으니 오르는 길은 쉽지만 내려가는 길은 어렵게 되어있다. 우리 둘은 빠르게 중심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스톤키퍼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걸 보면 가까워지고 있긴 한가보다.
"섀도우 대거! 다크 매직 : 버전 애로우!"
"빛의 장막! 홀리 소드!"
나는 멀리서 오는 적들을 요격했고 고신은 빛의 장막을 우리 주위에 두른 후 가까이 다가온 적들을 처리했다. 좋은데? 하지만 우리가 워프 게이트에 도달했을 때 엄청난 수에 스톤키퍼-이글들이 우릴 향해 날아들었다.
"제기랄! 고신!"
"응! 홀리 라이트!"
고신이 잠시 엄청난 빛을 뿜어내 스톤키퍼들을 추춤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다크 매직 : 버전 웨이브!"
내가 스킬을 시전 하자 나를 시작으로 거대한 파장이 퍼저나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궁! 대부분의 스톤키퍼들은 충격파에 기절하거나 파괴되었다.
"가자!"
우리는 지체할 틈도 없이 빠르게 워프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일단 2층 클리어.
"이번 층도 스톤키퍼-이글이야! 아까랑 똑같이 가자!"
"접수!"
이번 층은 수가 아까보다 많은데? 그래서 워프 게이트에는 충격파에 휩쓸리지 않은 녀석들이 몇 있었고 그런 녀석은 고신이 빠르게 정리했다. 역시 호흡이 잘 맞아. 우린 빠르게 다음 층으로 넘어갔다. 워프 게이트에도 슬슬 적응되기 시작했다.
"크르렁! 어흐흥! 크라!"
"스톤키퍼-라이온들이다! 전략은 동일하게!"
"알았어!"
스톤키퍼-라이온들은 중단거리에서 위협적인 놈들이라 원거리에서 요격하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문제는 얘네들이 속도도 느리지 않다는 점이지!
"다닉! 시간 벌 테니까 뭐라도 해봐!"
"5초! 부탁한다!"
나는 눈을 감고 시전에 들어갔고 고신은 빛의 장막을 몇 겹으로 설치한 후 빛을 뿜어내고 라이트 애로우로 적을 요격하는 등 정신없이 싸웠다.
"언제 끝나! 슬슬 장막 찢기는데!"
"조금만 더!"
2초... 1초...
"뚫렸어!"
"시전 완료! 다크 매직 : 버전 익스플로젼!"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스톤키퍼들을 응시했다. 갑자기 스톤키퍼들 사이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쾅! 쿠광! 고신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쪽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눈을 감지 않았다. 스톤키퍼들은 거의 다 터져나갔고 남은 몇 마리의 스톤키퍼들은 겁먹은 듯 말 그대로 꼬리를 감추고 사라졌다.
"형! 괜찮아? 그거 어떻게 한 거야?"
"괜찮아. 그냥 빨리 가자."
우리 둘은 바로 다음 층으로 넘어갔다. 이번 층에는 더 많은 스톤키퍼-라이온들이 있었고 버전 익스플로젼을 사용하려면 아직 쿨타임이 있으니 이번 5층은 그냥 돌파하기로 했다.
"섀도우 메이스!"
"형, 나 큰거 하나 시전중이니까 게이트까지만 버텨줘!"
"큰 거? 에라, 모르겠다!"
나는 메이스를 휘두르며 전진했다. 메이스는 이렇게 중거리에서 달려드는 놈들한텐 최고지.
"고신! 다 왔어!"
"나도 얼추 끝나가!"
도대체 뭐길래 저러지? 엄청난 거 하나 쓸려나 본데?
"홀리 에스터크 레인!"
고대신룡의 말을 시작으로 천장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 마법진에선 뾰족한 것들이 솟아나나 했더니 평소에 고신이 자주 사용하는 에스터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맙소사... 너 이런 걸 언제...?"
"놀라긴 아직 일러! 에스터크! 적을 따라가 섬멸하라!"
고대신룡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러자 쏟아지던 에스터크들은 갈팡질팡하던 스톤키퍼들을 따라갔다. 스칵! 푸욱! 퓨슈슉! 거대한 대학살(스톤키퍼도 생명체인진 모르겠지만) 이 끝나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스톤키퍼들과 그들에게 꽂혀있는 에스터크들을 지나 우린 워프 게이트에 다시 몸을 맡겼다. 이제 곰인가...
"이제 스톤키퍼-베어다! 얘네들한테 맞으면 꽤 뼈아프니까 무조건 못 다가오게 해야 돼!"
"그렇다면... 홀리 엑스!"
"도끼? 나쁘지 않은데? 엑스 오브 다크니스!"
우린 다가오는 스톤키퍼들을 모두 도끼로 나무 찍듯 베어나가며 천천히 전진했다. 얼마나 많은 스톤키퍼들을 찍어 넘겼을까. 어느새 게이트와 많은 스톤키퍼들이 저 앞에 보였고 우린 양 손에 도끼를 하나씩 들고 돌진했다.
"흐라압!"
"흐읍! 거의 다 왔다!"
"쿠아아! 크롸아!"
스칵! 쩌적! 빠직... 빠캉!
"도착했다! 빨리 들어가!"
다음 층에 도착하자마자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후우... 이제 한번 더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구나... 귀찮은데 그냥 포기해버릴까..."
내가 포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도중에 고신이 힘차게 일어나더니 나를 일으켰다.
"빨리 끝내자! 이제 벌써 7층이야!"
"에휴... 그래도 너 때문에 계속한다..."
고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피식 웃으며 계속 전진했다.
"이제 슬슬 쿨타임 돌았는데 이번엔 믹스해볼까?"
"믹스? 뭘 어떻게?"
"콜블랙 홀리 에스터크 익스플로젼."
고대신룡은 나직하게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스톤키퍼들에겐 그 웃음이 사악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오오... 천잰데?!"
시전을 위해서 나는 잠시 섀도우 파트너를 소환해서 보호를 부탁했다. 고신은 내 눈에 양 손을 대고 우리 둘은 말없이 시전에 들어갔다. 스칵! 키킹! 섀도우 파트너가 고군분투하며 우리 둘을 보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옆으로 빠져! 간다 고신!
"응!"
"콜블랙 홀리 에스터크 익스플로젼!"
"콜블랙 홀리 에스터크 익스플로젼!"
우리 둘은 동시에 외쳤고 그 말을 시작으로 천장엔 다시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같이 밝게 빛나는 것이 아닌 석탄같이 어두운 색이었다. '폭발하는 석탄색의 성(聖)에스터크'라... 좀 길지만 멋있단 말이야. 역시 이런 스킬들엔 쓸데없는 수식어가 붙어야 멋있어. 이번엔 나의 눈동자도 고신의 눈동자처럼 빛났다. 각자 자신의 눈동자 색과 같은 색깔로 눈이 빛나고 있었다.
"에스터크! 적을 따ㄹ... 아니다."
고신은 이번에도 에스터크를 컨트롤하려 했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에스터크들이 떨어지는 즉시 터져버리는데 몸성히 나올 수가 없지. 스칵! 쿠광! 스칵! 쿠광! 검이 적이든 바닥이든 꽂히고, 그 후에 터져버리는 소리가 구름 속 물방울 수만큼 떨어지고 난 후에 우린 워프 게이트로 전진했다. 물방울 수가 얼마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아주 많았다~ 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남아있는 적은 없었다. 순간 7층에 쓰기엔 스킬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형. 저 스킬 7층에 쓰긴 조금 아까운 것 같지 않아?"
...... 소름 돋네. 우리가 형제긴 형제인가 봐? 그것도 쌍둥이 형제.
"나도 그 생각했어. 좀 소름 돋는데?"
"뭐 이미 썼으니 어쩔 수 없지. 일단 남은 에너지로 최대한 돌파해보자."
"엉."
슈와악! 8층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뭔가가 다르단 걸 느꼈다. 스톤키퍼가 엘리펀트여서인지, 아니면 스톤키퍼-엘리펀트들의 수가 다른 스톤키퍼에 비해서 월등히 적어서인진 모르겠지만 느낌이 더 쉬운듯 하면서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코끼리를 모티브로 한 스톤키퍼다. 수가 적긴 하지만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야."
"지금껏 본 스톤키퍼중 가장 약점이 적어 보이는데? 정면돌파는 최대한 피하자."
"정면돌파를 피하자니... 네가 생각이란 걸 했었어?"
내가 놀란 듯 묻자 고신은 내게 달려들려 했지만 룰을 떠올리고 구시렁대며 스톤키퍼들의 동태를 살폈다. 정면돌파를 피해야 한다면...
"그래! 어떻게든 워프 게이트까지만 가면 되는거잖아? 그럼 새라든지 그런 작고 빠른 동물로 폴리모프해서 날아가자!"
내가 아이디어를 내자 고신은 좀 불쾌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란 걸 인정한다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크큭. 나는 가장 빠른 새인 군함조로, 고신은 노란 꾀꼬리로 폴리모프했다. 노래 부를 것도 아니고 웬 꾀꼬리? 하지만 역시나 생각이 없는 우리의 고신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고신은 너무 쉽게 지나가면 재미가 없으니 자기가 난이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니 멍청아! 조용히 날아가도 모자랄 판에 '우리 여기 있으니까 밟아 죽이러 오세요!'라고 광고를 하냐! 우린 최대한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벌써 도착했지만 고신은 저 멀리에서 오는 게 시력이 좋은 새의 시력으로 간신히 보일 정도였다. 에휴. 그냥 나 먼저 가야지. 다행히 다음 층인 9층은 고신이 없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느린 스톤키퍼-엘리펀트들을 피해서 돌파할 수 있었다. 고신 녀석. 지금쯤 최대속도로 그 작은 날개로 날고 있겠지? 그럼 이제 마지막 층 바로 전인 10층에 도착했다. 스톤키퍼-드래곤이라... 얼마나 강할지 궁금한데? 워프 게이트를 타고 도착한 10층은 다른 층에 비해서 텅 빈 듯 느껴졌다. 물론 스톤키퍼가 한 마리밖에 없어서 그렇다는 것일 뿐이고 그 스톤키퍼-드래곤이 내뿜는 위압감은 지금까지 있었던 층들의 스톤키퍼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내가 갑자기 다시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하자 스톤키퍼-드래곤은 흠칫하더니 나에게 기계같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 수호자 시험, 여기 통과, 원함?"
"드래곤을 모티브로 해서 저렇게나마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그래. 나 다크닉스는 수호자 시험에 참여해서 이곳을 통과하길 원한다. 나를 그냥 보내준다면 나도 해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갈게."
"누구도, 통과, 불허. 빛의 사제, 명령, 나, 따른다."
하지만 이런 말로는 통하지 않는 듯 했다. 아쉽네. 결국 싸워야 하는 건가...
"그래. 결국은 다 그런 거지. 그럼 한번 실력 좀 볼까? 일단 시작은 가볍게 다크 매직 : 버전 애로우!"
5개의 화살이 스톤키퍼-드래곤에게 발사되었고 그는 화살 따윈 가소롭다는 듯이 무영창으로 실드를 시전 했다. 실드를 무영창으로 사용한다... 나도 그정돈 할 수 있지만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란 말이지? 그럼 더 센 걸로...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영원히 불타는 심연의 불, 카르마여. 지금 내 부름에 응하여 나에게 그 종속되지 않는 힘을 빌려줄 지어다!"
시동어 진짜 쪽팔리네! 내 특기는 아니지만 잠깐은 사용할 수 있겠지... 시동어를 외치자 마자 땅이 갈라지고 거기선 어떻게 보면 붉고 어떻게 보면 푸른,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불꽃이 피어났다.
"오래 못 사용하니 빨리 끝내주마! 소드 오브 카르마 : 버전 바스타드 소드!"
퍽! 푸화르륵! 벽난로 속에 장작을 던진 것처럼 퍽하는 소리가 나더니 카르마로 이루어진 검이 카르마에 감싸진 내 손에 생겨났다.
"좋아. 가볼까?"
"스톤 소드 샤워!"
하지만 내가 시전 하는 동안 저 녀석도 놀고 있던 건 아니었나 보다. 저거 아까 우리가 쓴 스킬이랑 비슷한데?
"카르마!"
나는 검을 쥐고 있지 않은 손을 검이 쏟아지는 천장으로 치켜들었고 카르마로 된 막이 내 위를 덮었다. 돌검들은 나를 향해 떨어지다 카르마에 닿고 소멸되었다. 스톤키퍼-드래곤은 이제서야 카르마의 위험을 조금 알아챈 듯했다.
"너, 위험, 제거, 시작"
"기계도 아니고 말투가 왜 그러냐? 그리고 뭐? 제거? 어이가 없어서... 큭.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고통 없이 빠르게 끝내주마. 카르마 애로우!"
스톤키퍼는 이번에도 실드를 치려고 했지만 카르마 애로우 한 발에 실드는 바로 찢겨나갔다. 쾅! 쾅! 쾅! 쾅! 네발의 카르마 애로우가 스톤키퍼-드래곤을 직격으로 맞췄다. 퐈륵! 화르륵! 화살이 맞은 부분은 카르마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끝났군. 스톤키퍼-드래곤은 물을 소환하는 등 카르마를 제거하려 했지만 소용없다 이놈아. 저건 목표가 태워질 때까지 절대 꺼지지 않는, 고대어로 하면 'Unerlöschliche Flamme', 절대 꺼지지 않는 불이란 말이다.
"이 불, 제거 불가, 최선의 선택 : 자폭."
뭐? 자폭? 젠장 막아야 한ㄷ... 콰앙! 화르륵! 푸와악!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살짝 눈을 감고 자동적으로 올라간 양 팔을 얼굴 앞에서 내렸다.
"카르마..? 네가 날 보호한 거야..?"
강렬한 불꽃이 내 앞에서 커다란 장벽을 이루고 있었다. 불꽃까지 먹어치우는 심연의 불꽃 카르마... 자의식까지 있는 거야?
"고맙다 카르마.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그 어떤 불꽃보다 어둡지만 심연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 카르마여, 이제 다시 네가 가장 빛나는 심연 그 밑바닥으로 돌아가라."
화악... 슈와왁! 카르마는 순식간에 피어난 틈으로 다시 사라졌다. 시험이 끝나면 작업에 들어가야겠는데? 어쨌든 다음 층으로 넘어가 볼까. 슈우욱! 그곳에는 돌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붉은 구체와 그 옆에 떠다니는 5개의 돌검이 있었다. 저 녀석이 마지막 관문을 지키는 건가?
"빛의 탑 최상층으로 향하는 자여, 여기까지 온 것을 축하한다. 마지막 관문인 나, 라이트 오브를 이긴다면 친히 최상층으로 가는 포탈을 열어주겠네. 그럼 너의 실력을 보여라. 과연 나를 꺾고 최상층에 도달할만한 실력자인지 궁금하군."
"문지기 주제에 혀가 기네? 아, 넌 혀가 없구나. 크큭."
"입이 거칠어. 아니면 나를 도발할려던 것인가?'
"정확해. 근데 안 흥분하네? 역시 기계적이야."
"지략은 대충 본 것 같고 실력이나 볼까?"
"좋지.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볼까? 다크 스피어!"
스파앗... 쉭! 슈슉! 나는 바로 다크 스피어 세 개를 소환해서 붉은 구체의 정중앙을 노렸다. 챙! 채챙! 하지만 그 붉은 구체 주변을 떠다니던 5개의 돌검 중 세 개가 반응해 내 다크 스피어를 쳐냈다. 저거 보통 돌검이 아닌데?
"흠. 공격력은 약해. 방어력은 어떨까."
이렇게 말하고 라이트 오브의 검 중 네 개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모두 궤도가 다르고 변칙적으로 날아와서 전부 피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섀도우 파트너! 다크 클로!"
"저 녀석은 뭐야? 임무는?"
"일단은 이것부터 막자."
챙! 카캉! 스키키킹! 저 본체는 움직일 수 없는 건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겠어.
"섀도우 파트너라... 흥미로운 기술이군. 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은 기술 아닌가?"
"이런, 들켰네. 우리 둘만에 비밀로 간직하자고."
나의 냉소적인 태도에 라이트 오브는 조용해졌다. 더 할 말은 없는 건가? 그럼 슬슬 작전 개시다.
"야. 저기 저 본체인 구체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아. 기회가 나면 접근해서 바로 꿰뚫어버리자."
내가 소곤거리며 파트너에게 작전을 설명하자 라이트 오브는 인간이라였다면 껄껄 웃었을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본체가 움직이지 못하는 건 맞지만 과연 그 기회가 날지는 잘 모르겠구먼."
"젠장. 다 듣고 있었나. 계획대로 가자."
"이미 계획을 들킨 시점에서 계획을 그대로 강행하는 건 무모하다 생각되오만."
"다크 매직 : 버전 실드! 소드 오브 다크니스 : 버전 양날 롱소드!"
"다크 매직 : 버전 실드! 소드 오브 다크니스 : 버전 양날 롱소드!"
나는 라이트 오브를 무시한 채 파트너와 함께 한 손엔 검, 한 손엔 방패를 들고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인원이 둘로 늘었다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듯한데..."
"말투 굉장히 거슬린다?"
"인 정."
우리 둘은 라이트 오브에 꽤 가까이 다가가 있었고 라이트 오브의 주위를 둥둥 떠다니던 검들은 우릴 향해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캉! 캉! 방패로 두 개 봉쇄. 스칵! 챙! 채챙! 검으로 두 개 봉쇄. 정확히 지금! 나는 섀도우 포탈로 라이트 오브 뒤에 비친 그림자로 순식간에 이동했지만 남아있던 검 하나가 내 배를 꿰뚫었다. 푸욱!
"작전... 쿨럭! 성공."
파트너는 씨익 웃고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페이크다 자식아! 검 둘은 본체와, 검 둘은 갑자기 사라진 적에 잠시간의 공백,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파트너의 배에 꽂혀있었다. 본체는 라이트 오브의 앞으로 섀도우 포탈을 사용해 도달한 후 검을 본체인 붉은 구체 속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하지만 내 파트너와 싸우다 상대할 적이 없어진 검 두 개도 동시에 내 등에 꽂혔다. 푸욱! 푹!
"페이크를 주는 작전 자체가 페이크였다니... 좋은 작전이다. 너는 최상층에 도달할 자격이 충분하다. 어서 들어가도록."
라이트 오브는 처음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워프 게이트를 생성하며 말했다. 팍! 퓨슉! 나는 등에 박힌 돌검 두 개를 동시에 뽑아내며 거친 목소리로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앞으로 다시 볼 일 없길 바란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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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와악! 마지막 워프 게이트를 타고 도착한 최상층인 12층엔 나를 놀라게 한 인물이 서있었다.
"마이아? 장로님들까지?"
내가 놀란 듯 묻자 마이아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사실 여기까지 오면 내가 직접 빛과 어둠의 수호자 칭호를 내리는 거라서... 숨긴 건 미안... 그래도 미리 알려주면 서프라이즈의 의미가 없잖아?"
마이아는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상상도 못 한 사람이 날 반겨주는군. 절대! 절대 마이아가 있어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건 아니야!
"내가 널 어떻게 말리니... 시간은 얼마나 지났어?"
"정확히 21 분하고 47초."
"아아... 아쉽다... 어둠의 전사가 적으면 적을수록 편한데... 장로님들. 저 혹시 바알을 제 유일한 어둠의 전사로 삼으면 안 될까요? 바알은 2인분은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장로들은 생각에 잠긴 후 상의하기 시작했다.
"바알 님이라... 확실히 그 힘만큼은 다크닉스 님과도 호각을 이룰 정도라 들었지만 규칙은 규칙이니 전 반대입니다."
"확실히... 규칙을 깨는 건 싫지만 바알 님이라면 믿고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전 찬성입니다."
"하지만 규칙은 그것을 지키라 만들어진 것이지 그것을 깨라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저도 반대입니다."
"바알 님은 다크닉스 님과도 관계가 돈독하고 전투 방식도 비슷하니 시너지가 좋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전 찬성하겠습니다."
찬성 둘, 반대 둘로 의견이 갈릴 때 눈을 생각에 잠겨있던 마지막 장로가 입을 열었다.
"의견이 반으로 갈리는군요.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바알님이 고대신룡님의 빛의 전사 두 명과 싸워서 승리한다면 받아들이는 건."
그 말을 들은 다른 장로들도 납득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바알이 고신이 선택한 빛의 전사 두명과 싸워서 이기면 된다는 거죠? 알겠습니다."
내가 그 제안을 수락할 때 고신이 힘겹게 마지막 층으로 오며 말했다.
"후우... 저 녀석 까다롭군. 어? 마이아? 장로님들?"
다크닉스는 그들이 왜 여기 있는지 설명했고 자신들에게 속할 빛의 전사들이 두 명이란 것도 말해줬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용된 예외적인 규칙도.
"빛의 전사 두 명? 음... 알겠어. 그런데 바알이 빛의 전사 두 명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바알이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난 믿는다. 넌 누굴 선택할 거야?"
"나? 어렵네... 으음... 스파이시하고 라파엘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데..."
"걔네 둘이면 좋지. 바알한텐 어렵겠지만."
"다 정했으면 일로 와봐."
옆에서 기다리던 마이아가 그들을 불렀다. 다섯 명의 장로들이 마이아의 뒤에 서있었다. 나와 고대신룡은 신성한 부름을 느끼고 마이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빛의 첫 번째 자손인 키르여. 그대는 가혹한 시험을 통과했으며 이제 내 물음에 답하라. 빛의 첫 번째 자손으로서 이제는 만물의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하나의 수호자로써 자애롭고 신성한 만물의 어머니가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수호할 의무를 받아들이겠는가?"
"빛의 첫 번째 자손인 키르, 거룩한 신명을 걸고 맹세하노니, 그 의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지금 이 시각부터 그대를 신성한 임무를 받드는 어둠의 수호자로 명한다."
"어둠의 수호자 키르, 이제 그 신성한 칭호를 받아들이겠나이다."
작은 숨소리조차 신성모독이 될 것만 같은 숨 막힐 듯한 신성한 분위기였다. 나, 아니 키르의 어깨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키르의 어깨에 얹어진 의무가 너무 막중하단 듯이. 하지만 나의 눈빛만은 모든 악을 섬멸할 것처럼 붉고 단호히 빛나고 있었다. 숨 쉴 틈이 끝나자마자 마이아의 입은 다시 열렸다.
"그럼 이제 당신에게 묻겠다. 빛의 첫 번째 자손인 히르여. 그대는 마찬가지로 가혹한 시험을 통과했으며 빛의 첫 번째 자손으로써 이제는 만물의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하나의 수호자로서 자애롭고 신성한 만물의 어머니가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수호할 의무를 받아들이겠는가?"
"빛의 첫 번째 자손인 히르, 거룩한 신명을 걸고 맹세하노니, 그 의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지금 이 시각부터 그대를 신성한 임무를 받드는 빛의 수호자로 명한다."
"빛의 수호자 히르, 이제 그 신성한 칭호를 받아들이겠나이다."
끝... 난 건가...? 옆을 슬쩍 보니 고신은 잔뜩 긴장해서 잡생각 따위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듯했다. 수호자라... 너무 막중한데? 나는 피식 웃었고 그걸 본 고신은 '너 드디어 미쳐버린거냐' 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앗. 웃어버렸다.
"자, 이제 나를 통해서 아모르님의 힘이 전해질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고신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ㅅ... 설마...?!
"나와 접촉을 해야 한단 거지. 아, 물론 19금으로 생각하진 말고."
마이아는 마지막 문장에서 풉 하고 웃었다. 왜 웃는거지... 하지만 옆을 보니 누군가는 19금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에휴...
"누가 먼저 할래?"
"내가 할게. 매도 먼저 맞는 게 덜 아프다ㄱ... 아아!"
고신은 촐싹거리다 마이아에게 맞으며 앞으로 나섰다. 진짜로 때리는 건 아니겠지...?
"모두 눈 감아. 조금 눈부실 거야."
"눈 감으면 때릴... 아 왜 자꾸 그냥 때리는데!"
"조용히 하고 있어라."
마이아는 나직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고 그 웃음에 고신은 얼어붙었다. 살기 어린 웃음... 그냥 조용히 있지.
"셋... 둘... 하나... 눈 감아!"
파아앙! 눈을 감았지만 엄청난 빛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왔다. 라이트를 사용할 때 나는, 하지만 훨씬 더 거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엄청난 빛이 마이아를 감싸 안았다 라고 느끼던 순간 후 그 빛은 사그라들었고 고신은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놀란 듯이 내게 말했다.
"형. 나랑 한번 싸워보자."
뭐래. 난 고신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날렸다. 팡! 하지만 고신은 그 주먹을 잡아내며 놀란 얼굴로 다시 말했다. 그냥 잡네..?
"갑자기 힘이 넘쳐..! 이 힘은... 뭐지?"
"아모르 님이 힘의 일부분을 내 몸을 매개체로 사용해 전달하신 거야. 그 힘을 제대로 다루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할 걸? 그럼 이제 다크닉스 차례."
마이아는 생긋 웃으며 나를 불렀다. 뭔가 긴장되는데... 나는 마이아 앞에 섰고 마이아는 내 목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고신이 이마를 만진 걸 보면 이마를 맞대려나.
"그럼 이번에도 내가 신호 주면 눈 감아. 셋... 둘... 하나!
파아앙! 아까와 똑같은 소리가 들렸고 나는 마이아의 신호에 눈을 감았지만 그 엄청난 빛을 느낄 수 없었다. 내 몸의 신경은 내 입술에 맞닿아있는 마이아의 입술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얘는 뭔...! 이성은 입술을 때려 했지만 감성은 내 몸을 굳게 만들었다. 대부분은 이성이 승리하지만 이번엔 감성이 너무 강했다. 3초쯤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눈을 마구 찌르던 빛이 사라지기 전 마이아는 입술을 떼며 대충 '갑자기 그런 선물을 선사해서 미안하지만 너의 입술을 본 순간 어쩔 수 없었다'라는 의미가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 대답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마이아는 빛이 사라지자마자 몸을 돌려 걸어갔다. 하지만 나는 터질 듯이 붉어진 그녀의 귀를 놓치지 않았다. 마이아가 다시 1층으로 가는 워프 게이트를 타기 전 내 머릿속엔 선명한 전음이 울려 퍼졌다.
'10분 후, 티프발트에서.'
'응'
아직 전음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내 전음은 상당히 흔들렸을 것이다. 내 귀에서 계속 울리는 수호자의 임무를 끊임없이 되새기는 장로들과 '듣긴 귀찮은데 빠져나갈 수는 없어서 계속 듣는' 표정으로 그 설교를 듣던 고신을 뒤로하고 1층으로 가는 워프 게이트에 몸을 맡겼다. 고신 녀석 고생깨나 하겠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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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1층에 도착한 나를 반겨주고 끝없는 지평선으로 그 빛나는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태양이 내 눈에 바로 들어왔다. 푸우... 힘들다... 정신적으론 힘든데 신체적으론 짱짱한 그런 느낌? 일단 빨리 가야겠다. 벌써 기다리고 있으려나... 빨리 가야겠다. 화악! 나는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한 후 날개를 펼쳐 희망의 숲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아, 물론 희망의 숲에선 다시 인간으로 폴리모프했다. 나를 제외하곤 단 한 명만 아는 그 공간엔 그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마이아는 앉아있던 쓰러진 나무에서 일어나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해가 거의 다 져버려서 숲 속은 꽤 어두웠다.
"응. 그런데 슬슬 어두워진다. 라이트 부탁할게."
"알았어. 라이트! 쨘! 이제 환하지?"
마이아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근데 무슨 일로 부른거지?
"고마워.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거야?"
"그... 아까... 어... 그러니까... 내가 갑자기..."
"괜찮아. 내 첫 키스였는데... 이제 나 책임진다는 말 하려고 부른 거야?"
내가 짐짓 슬픈 척을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하자 마이아는 무슨 소리냐며 내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귀엽단 말이ㅇ... 이젠 말이 아니라 생각도 조심해야 하나...
"왜 불렸냐면... 짜잔! 이거 줄려고 불렀어!"
마이아는 가져온 작은 크로스백에서 평범한 무색의 팔찌를 꺼냈다. 설마... 아니겠지...?
"이제 16살이기도 하고 수호자 시험도 통과했으니까 내가 주는 선물이야! 자!"
아니나 다를까 마이아는 내게 그 팔찌를 내밀었다. 생일 선물 겸 시험 통과 선물인가.
"이게 그냥 팔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착용자의 마력에 반응해서 그 모습과 색깔을 바꾸는 무려 미스릴로 만들어진 팔찌래..!"
하아... 어디서 또 그런 잡상인에게 속아서... 신의 광물이라 불리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팔찌?
"그러니까... 내가 이걸 차면 내 마력에 반응해서 나한테 맞는 모습과 색깔로 바뀐다는 거지? 그리고 이건 미스릴로 만들어졌고?"
"응응!"
마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너무 순수해서 문제라니까...
"그럼 차 볼게?"
"으응..!"
나는 그냥 체념한 채로 장단에 맞춰주며 팔찌를 찼다. 뭐가 바뀔 리가 없... 어? 내가 팔찌를 왼쪽 손목에 차자 팔찌가 잠시 마력을 흡수하는 듯하더니 팔목을 완전히 감싸는 멋있는 진한 보라색 팔 보호대로 바뀌었다. ㅈ... 진짜라고?!
"봐봐! 진짜지!"
"아니 이거 뭐야... 나한테 너무 딱 맞으면서 가벼운데? 그럼 이게 진짜 미스릴로 만들어진... 대박."
내가 놀라서 팔 보호대를 만지고 무게를 가늠해보는 사이에 마이아는 배시시 웃으며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저... 그런데 이 팔찌 말이야... 한번 차면 못 푼대... 하핫."
. . . ?
"뭐? 이거 그럼 귀속이야? 아..."
그 순간 내 눈에 어떤 게 들어왔다. 저건... 난 마이아의 팔목을 잡았다.
"너도 이 팔찌를 차네? 비슷해 보이는데 우연의 일치일까나?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실은 말이지..."
내게 자신의 팔찌를 딱 들킨 마이아는 내 생일 선물을 사려고 마을에 들렸다 떠돌이 잡상인에게 이 '커플'팔찌를 팔찌당 단돈 50 골드에 사게 됐고, 이 팔찌의 색깔로 그 '연인'들의 궁합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색깔? 너는 빛나는 노란색이잖아. 궁합이 어떻대?"
내가 궁금해하며 묻자 마이아는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같은 색깔은 천생연분이고 색깔이 비슷할수록 잘 맞는대. 그리고 정반대인 보색의 경우는 만나면 안 되는 악연이거나 시간과 공간, 그런 건 초월한 사랑을 이루게 될 인연이래에..."
마이아는 이 말을 하며 얼굴을 가렸다. 얼씨구? 자기가 사놓고선...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내가 어떻게든 풀 방법을 찾아볼..."
"마음에 들어."
"에에? 진짜? 다행이다..! 다크닉스가 팔찌 안 좋아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잖아? 네가 선물한 건데."
마이아는 배시시 웃다가 그 다음에 오는 내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왜 그러ㅈ...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그럼 이 팔찌 절대 풀면 안 돼. 알겠지!"
"그래. 앞으로 절대 안 풀게."
나와 마이아는 웃으며 말했다. 어느새 밤이네...
"벌써 어두워졌다. 내가 데려다줄까?"
"아냐 아냐 괜찮아. 내일 보자..!"
마이아는 먼저 인사를 하고 빛의 탑 방향으로 달려갔다. 어두운데 괜찮으려나... 왜 항상 혼자 가는 거지... 나도 늦으면 안 되니까 빨리 가야겠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 일이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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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드디어 길고 긴 6화가 끝이 나네요! 앞으로는 길어지게 된다면 상/중/하 이런 식으로 나눠서 올릴 예정입니다..! 첫 1인칭으로 쓴 6화가 완전히 끝났는데 어떠셨는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번 베스트 댓글은
늘푸른놈 님,
듭린사랑 님 그리고
봄이오면꽃은핀다 님입니다! 세분 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덧) 이번 화 분량 길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수호자 시험 (3)만 거의 14000자) 원래 수호자 시험은 한번에 올릴려고 했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