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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1
2013-11-25 16:01:34

희망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1

 

 

ㄴ부제 : 16살, 질풍노도의 시기

 

 

 

 

"하율아! 권하율! 빨리 안 나와?!"

 

쨍쩅이는 사나운 고모의 목소리. 듣기 싫었다. 나는 말없이 바이올린을 꺼내들고는 활을 키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선율이 방 안을 가득 매웠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굴이 온통 눈물 범벅이 되었지만 그래도바이올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처럼 흘렀다. 곡은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냅둬라, 얘아. 지 아부지가 죽었는데 어련하겠니."

 

그래, 맞아. 우리아빠 죽었어요. 근데 그게 할머니가 상관할 건 아니잖아요.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나는 바이올린을 한 번 쓰다듬었다. 아빠가 연주하던 바이올린이었다. 아빠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스럽게 다루던 그 바이올린. 아빠의 손떄가 진하게 묻어있는 바이올린이었다. 그리고 아빠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이었다. 아마, 아빠가 줄 수 있었던것이 그것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빛까지 안은 집안에서 아빠가 그 바이올린을 팔지 않았던것은, 자신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아빠는 자신을 너무나 끔찍이 사랑해서, 평생을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다 비통하게 죽었다.

 

'그까짓 바이올린이 뭐라고! 그게 뭐라고! 목숨이 소중하잖아! 나 따위가 뭐라고!!'

 

장례식장에서 죽도록 외쳤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만이 터져나온다. 지금 이 바이올린은 나의 보물 1위이자 목숨보다도 아끼는 물건이다. 아빠가 그랬던 것 처럼, 자신의 목숨보다 그 바이올린을 사랑했던 것처럼 나 역시, 어느새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옆에있는, 세 가족이 행복하게 찍은 액자를 보았다. 다시 거울을 보았다. 진짜, 판박이다. 눈도, 코도, 입도, 얼굴형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빠랑 똑같다. 다만 다른거라면 성별. 이제는 성격까지 닮아가는 것 같다. 어릴 떄 부터 나는 아빠가 아니지만 아빠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빠가 슬플떄는 나도 슬펐고, 아빠가 기쁠때는 나도 덩달아 기뻐졌다. 그것이 부녀관계, 가족관계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친구들은 말하였지만, 자신이 느끼는 기분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냥 따라서 기쁘고 슬픈것과는 달랐다. 심장에 와닿는 짜릿함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아빠도 나의 기분을 나처럼 느낄 수 있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처럼 부녀가 서로를 사랑했기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렸어도 서로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세 가족의 액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제 내 곁에는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다. 두 가지가 나에게로부터 떠나갔다.

 

엄마가 아빠와 이혼한지도 벌써 4년이 넘게 지났다. 그리고 그 4년동안, 아빠는 엄마가 남겨놓고 간 빛을 떠안아야만 하였다. 그 빛을 확인한 순간 아빠가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울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떄 나는 아빠의 기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마치 황량한 들판에 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아빠를 밀쳐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켰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그 때 연주했던 곡이 바로 '사랑의 인사' 였다. 내 평생 이 곡을 연주한것은 딱 두번 뿐이었다. 그 떄와 지금.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나는 행복하고 발랄한 곡을 연주하며 잊으려고 한다.

 

그 떄는 참으로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첫째는 나 떄문에 죽었단 것이 미웠고, 둘째는 이 막대한 빛을 아무 말 없이 그냥 떠넘겨 준 것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엄마도 싫었다. 엄마가 아빠가 이혼하자고 하지 않았다면,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리지 않았다면 자신은 한참 후에나 바이올린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아빠가 평생 빛에 쫓겨 그렇게 비참하게 죽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딩동ㅡ"

 

현관벨이 울렸다. 아, 박시민이다.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박시민은 나와 어릴 떄 부터 소꿉친구였지만 나와는 다르게 돈도 많은 부잣집에서 살아왔기 떄문에 누구보다 더 뛰어났고 누구보다 더 행복했다. 시민의 부모님은 나와 시민이 붙어다니지 못하게 하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 우린 항상 붙어다니는 단짝이였다. 지금은..맞긴 맞는데 거리를 두고 있는 중이다. 벌써 중학교 3학년인 학생들이 남녀가 붙어다니면 무슨소리를 들을지는 뻔히 아는 것 아닌가? 시민도, 나도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시민은 집에서 과외를 하기 떄문에(이 녀석은 벌써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단다) 아얘 공부는 접은 나와 같이 공부하려 이 시간에 꼭 우리집안에 들락날락 거린다. 나는 거울을 보고 운 티를 안내려고 애써 눈물자국을 지우려고 애썼다. 할머니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시민이 왔니?"

 

"네, 안녕하세요 할머니"

 

남자애에게 최소한의 내숭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금세 밝은 표정을 짓고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웃어보았다. 아직도 슬프긴 하지만 남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딸칵"

 

"권하율"

 

"왔냐"

 

시큰둥하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시민은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울었냐?" 하고 말했다. 이 자식, 눈치는 드럽게 빨라요.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를 보니 그래도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나는 눈가 주위를 쓱쓱 닦고서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니가 오는게 하도 싫어서 울었다, 왜"

 

"어? 그럼 갈까?"

 

"그거 장난이지?"

 

"잘 아네"

 

"재미없다"

 

"너도 재미없었거든"

 

항상 이런식이다. 얼굴만 보면 이런 유치한장난으로 맞이하는 우리. 얼마나 친한 친구인지 알 수 있다.

 

 

"자, 시작해볼까?"

 

"뭘"


"공부지 뭐긴 뭐야"

 

"아 ㅆ.."

 

내가 욕을 내뱉으려는 순간 시민이 입을 훅, 틀어막았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쉬ㅡ" 하고 말했다. 나는 움찔, 해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시민이 내 머리를 한 대 툭, 치고는 말했다.

 

"어디서 배운 버르장 머리야 이 오빠한테"

 

"뭔 개소리여, 생일은 이틀 차이밖에 안나면서"

 

"어쨋든 내가 생일이 빠르니까 오빠지"

 

"우리 제발 16살 처럼 행동하자, 너무 유치하잖아"


그래, 우리 16살이니까. 이런 아픔정도에는 맞설 준비가 되어 있잖아?

 

 

***

 

아 라면 먹고 싶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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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입니다!채영님...역시 정말로 잘쓰시네요.... 추천하고 갑니다..요즘 사람들이 정말...정통형식을 싫어하는 것 같아 슬프네요....ㅠㅡㅜ...기분 전환 하고 갑니다~^^

    2013-11-28 16:03:34

  • 음 라면이라 시나브로 님이 그렇게 말하시니 저도 갑자기 라면이 땡기네요 ㅎㅎ
    이번에 아르고 잃고 사기 당해서 기분 별로였는데 시나브로 님 글 보니까 나아진 것 같아요 ^^

    2013-11-25 16: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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