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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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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520
  • 작성일2019.12.30



 시계탑 [2화]



 찢긴 깃발 같기도 한 물체는 두어 번 자리에서 펄럭이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다시 한 번 흙먼지가 일었다. 살펴 보니 그 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 쪽으로 다가가려다 다리에 무언가가 널려 넘어졌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먼지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먼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물체의 윤곽이 드러났다. 어... 물체는 아니었다.

 "저기, 괜찮아?"

 용이다. 푸르스름한 털을 가진 용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느다란 몸과 길지만 얇아서 불안해 보이는 팔과 다리, 마찬가지만 길지만 폭이 좁은 날개와 대조적으로 상반신이 두드러져 보이는 용이었다.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나. 이게 뭔 상황인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 용은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안 보여. 괜찮냐니까? 혹시 벙어리야?"

 "벙어리? 고개 저었잖아! 그걸 못 쳐 보고 벙어리라는 소리를 지껄이냐? 이 상한 칠면조 같은 자식아!"

 "칠...면조? 기껏 구해줬더니, 말 다했어?"

 "그래 말 다했다. 어쩔래? 그리고 기껏 구해주기는, 바라는 게 있어서겠지. 내가 맞춰볼까? 멍 때리며 비행하다 추락한 멍청한 나를 제발 도와주세요!"

 그러자 그 용은 갑자기 말을 못했다. 되는대로 지껄인 건데 진짜인가.

 "누가 언제 멍 때렸다고 그래!"

 "맞나 보네."

 "아니거든! 이건 진짜..."

 "네. 뭔가 고상하신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그런데 저는 벙어리인데다 기껏 구해준 은혜도 모르는 망할 자식이라 어떤 도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 잠깐. 잠깐! 기다려!"

 배은망덕한 놈이고 뭐고, 저런 건 안 엮이는 게 최고다. 늑대나 멧돼지나 곰으로도 성가셔 죽겠는데 용이라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될 소리인가. 어른들한테 대충 말하면 쫓아내든 구워먹든 하겠지.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내일 아침 쯤이면 갈지도 모르고. 내 안락한 수면과 평안한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후자가 더 마음에 드는군.

 그 때 숲 속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다시 한 번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 용이니 짐승이니 해도 일단 내 마음은 알아주나 보다. 얼른 마을에서도 내 기억속에서도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아저씨. 나 왔어요."

 나는 식당 안 주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저씨가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 오는 거냐? 망할 자식."

 "망할 자식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왔죠."

 "그게 뭔데."

 "몰라요."

 그러자 아저씨는 머리를 한 대 더 쥐어박았다.

 "그보다 급여요."

 "있겠냐? 그런 거."

 "일을 했으면 급여를 줘야죠."

 "일을 하기는 했냐?"

 "했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맛없는 칠면조 한 마리면 될 것 같은데."

 나는 그러면서 멜트 형을 흘끗 바라봤다. 물론 멜트 형은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껄껄 웃으면서 또 한 번 내 머리를 쥐어밖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맛대가리가 암만 없어도 칠면조는 네놈 급여로 치기엔 너무 비싸."

 그리곤 주방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칠면조 구이 하나를 내게 건넸다.

 "옜다 망할 놈아. 이거 가지고 얼른 망할 짓해라."

 "우와, 감사합니다."

 나는 그대로 칠면조를 받아들고 밖으로 향했다. 그 때 한 번 더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건 도대체 뭔 소리에요?"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아저씨한테 물었다.

 "몰라. 아까 한 바탕 소란스러웠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 내일 사람들 모아서 저 쪽에 한 번 가봐야 하나."

 "나한테도 나중에 가르쳐 주세요."

 "가르쳐 줄까보냐."

 가르쳐 주시겠죠! 나는 혓바닥을 내밀고선 얼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칠면조가 식기 전에 냅다 숲으로 향했다.

 용은 아까 있던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야-호-"

 "뭐야."

 용이 눈을 찌푸리면서 이 쪽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내 손에 들린 칠면조를 보고 반색을 했다.

 "그거 뭐야?"

 "너 닮은 거."

 그러면서 나는 칠면조를 용한테 던져주었다. 용은 나를 슬쩍 흘겨보았지만 이내 칠면조를 뜯어먹었다. 그리고 울상을 지었다.

 "맛 없어."

 "알아."

 "맛 있는 거 없어?"

 "통나무에 눈이랑 흙먼지 뿌려서 쳐먹던가."

 "너 말 참 곱게 한다."

 "자주 듣는 말이야."

 용은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바로 몸을 웅크리고 칠면조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우득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내일 어른들이 이 쪽으로 온덴다."

 "응?"

 "귀머거리야?"

 "...아니거든."

 이제 용은 그닥 세게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픽,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내일 어른들이 이 쪽으로 온다고."

 "그래서?"

 "죽고 싶지 않으면 튀라고."

 "못 튀어."

 용이 몸을 뒤적뒤적 틀면서 날개와 몸이 닿는 부분을 보였다.

 "아까 떨어지면서 이 쪽 근육이 찢어진 것 같아. 당분간은 못 날아."

 "그러게 왜 떨어졌냐?"

 나는 혀를 쯧 걷어찼다.

 "이상한 생각 하고 있었지?"

 "아냐! 제대로 날고 있었는데 갑자기 뚝..."

 "그럴 리가. 제대로 날고 있다가 괜히 이상한 생각해서 갑자기 뚝..."

 "아니라니까!"

 "아, 그래그래."

 용은 어느새 칠면조를 다 먹고 뼈를 한 쪽으로 치웠다.

 "더 없어?"

 "없어. 그런데 진짜 못 튀냐?"

 "응."

 "달려서도 못 튀어?"

 "내 다리는 뛰라고 있는 다리가 아니야. 팔이랑 같이 몸을 지탱하라고 있는 거지."

 "그럼 내일 저녁은 상한 칠면조 구이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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