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았고, 새벽은 여명이 밝아오기 전까지 너무 길었다.
사람들은 한 송이의 붉은 꽃이 그의 잎을 떨어뜨리듯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쓰러져 갔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눈에 덮인 평야 위에는 모든 걸 잃은 한 소년이 우두커니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둡고 차가우며 고요히 변해버린 주위에선 여전히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왔고, 눈앞에서는 자신을 기다리던 그의 동료가 적의 칼 앞에 쓰러지는 환영이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라도 눈을 뗐다 다시 돌아보면, 기운차게 일어나서 웃어보일 것만 같은 친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항상 웃는 얼굴로 그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던 소녀에게서, 그는 더이상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얼굴로 일그러뜨리며, 그들을 잃었다는 사실은 애써 부정해보는 그였지만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 없었다.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을 덮어버릴 기세로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했으나 그는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엇다.
"왜 홀로 서서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냐."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 무엇하나 내가 지킬 수 있는 건 없었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잘 알던 그였기에,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눈앞에 쌓여가는 눈을 바라보며 힘 없이 말을 내뱉었다.
"왜 지킬 수 없었던 것이더냐."
누군가가 물었다.
"계획이 실패했거든."
얼마안가 그가 대답했다.
"그렇더라면 어찌하여 실패할 계획을 세웠던 것인가."
낮으면서도 진정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그에게로 흘러갔다.
"모두를 살리기 위했던 거였지만, 지금 보니까 그건 내 욕심이었어."
그제야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본 그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뭐라도 달라졌네."
그리고는 고개를 뒤로 돌려, 감정이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다른 한 소년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도 늦었네. 아무도 구할 수 없었어."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소년을 보고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고르."
그의 말이 고요한 평야에 맴돌았다.
"이제 끝내자."
눈보라는 그치지 않았고, 세상을 차가운 눈으로 덮어갔다.
오랜만에 단편
생각해보니 글쓰기 귀찮으면 그냥 단편을 끄적이면 되는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