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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12화
2019-02-08 19:26:25




"..세크레트, 아니 이제는 바알이라 불러야되나?"


 상처난곳을 어루만지며 앞에 서있는 네게 중얼거린다.


 믿었는데, 너를 정말 목숨과같이 여겼는데..


 "불쌍해서 못 봐주겠군, 키킥. 어떠냐? 네가 믿던 친구의 정체가."


 옆에서 비웃는 G스컬에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오지 않는다. 나는 이 현실이란 것을 부정하고 있으니까.


 "아스타, 뭐해?! 빨리 피해야된다구!!"


 옆에서 옷깃을 잡고 질질 끄는 세레나.


 ...시끄러워.


 -화아악.


 "...미안한데, 그냥 두곤 못지나가겠다."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마법을 영창하자, 어느샌가 하얗게 변한 내 머리카락이 눈에 보인다.



 역린
2. 붉은 달






 "허억, 허억.."


 하도 키가 작아선지,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지 않으면 도저히 쫒아갈 수 없는 그녀였다. 왜인지 계속해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내 착각인지 둘러볼때마다 아무도 나를 주시하고 있지 않았다.


 '영.. 이상하단 말이야. 귀족 소녀가 굳이 내 신분증를 훔쳐갈 일도 없고.'


 그녀의 땋아 내린 분홍빛 머리칼만을 보고 그게 맞는지도 모르고 쫒아가면서 별 이상한 가설들이 떠오른다.


 '내 신분증을 조작해서 이상한데 써먹으려고? 아니면 막 인신매매 이런건가?'


 쫒아가는게 맞는건가.. 생각을 해보지만, 불량배나 깡패들이랑 마주쳐도 내가 이길거같은 자신감을 믿고 계속 따라가본다.


 "거기서 꼬맹이!"


 도둑이야! 사람 살려! 라거나 어떤 꼬맹이가 제 신분증을 훔쳐갔어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와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그것도 능숙하지 않은 외국어로 소리쳐대는 것보다 더 쉬운 자살 방법이 있을까?


 "젠장할.."


 타들어가는 심장이 계속해서 미칠듯이 두근거리고 맥박은 더욱 빠르게 뛴다. 사고회로가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위기를 느낀다.


 신분증을 잃어버려서 일어나는 일보다 죽는게 더 귀찮다고 느껴서 긴장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너로 돌아?.. 여긴 아까봤던 막다른 길이잖아!'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 못하고 돌아선 코너에는 벽을 타고 올라가는...


 "너 이 개애자식!!"


 "..개가 아니라 용인인데."


 흘리듯이 가볍에 대답을 내뱉고 간 그녀는 어느샌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신분증을 잃어버리고 왔다고?"


 예상밖으로 당황함과 놀람은 커녕 분노와 짜증이 들어있는 말투로 말한 엘른이 내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자, 잠시만! 꼭 찾아올 테니까 잠시만 쉬게해-"


 -쾅!


 ...닫혔다.


 평소보다 견고해보이는 문이 닫히고는, 나는 우리 숙소에서 쫒겨났다.


 "하아.. 별 수 없지, 길드로 가서 정보나 수집해야겠다."


 그렇게 아주 귀찮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 나였다.





 [리오 길드]


 "..길드에 오자고 해서 막상 왔다만.."


 아무래도 내가 미쳤었지,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시국에 이런데에 함부로 온다고?

 
 하루동안 여기에 있는건데, 별 일이야 있긴 하겠다만...


 어휴, 모르겠다. 얼른 찾아내고 집에가서 푹 자자.


 그렇게 대충대충 생각하면서 길드 직원에게 의뢰를 하러간다.


 "어서옵셔, 누군든지 다 찾아내는 리오 길드임다."


 책상에 반쯤은 엎드려 있어서 귀찮아보이는 입에 이삭을 물고있는 아저씨가 고개를 들더니 나한테 말했다.


 "저, 누구를 찾으려고 하는데요. 키는 한 이정도 되고 분홍색에 땋아내린 머리에 귀족 옷을 입고있는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자세하게 그녀의 생김새는 설명 못하고, 그저 대충 어림잡아서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아저씨는 놀란듯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추더니, 이내 다시 귀찮은듯한 태도로.


 "쯧쯧, 잘못 걸렸어. 뭘 빼앗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포기하는게 나을거다. 그 녀석은 이 리오의 영주의 둘째 딸, 사람들과 부딪혀서는 부딪힌 척하며 몰래 그들의 물건을 훔쳐 도망가는 녀석이라.. 찾으러 간 자들은 많으나 누구 하나도 물건을 가지고 돌아온 적은 없었지. 그래서 뭘 잃어버렸는데 그런가?"


 아...


 "제.. 신분증이요."


 "겉으로보니 외국인 같은데, 그냥 새로 재발급받는게 어때? 뭐 굳이 찾으러 가겠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내가 해야할 대답까지 남은 시간은 대강 5초 정도,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이 질문에서 간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내가 갈지는 모르지만, 마음에서 결정하는 문제니까 신중하게 선택해야된다.


 일단 신분증은 최소 일주일이 걸리고 그렇게 된다면 엄청나게 지체된다. 올때 거리까지 계산한다면 잘못해서는 전쟁 때문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


 그렇다면 찾으러 간다면? 같은 수법을 당해 찾으러 간 사람들중에서 한 명도 가지고 돌아온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어쩔 수 없는건가.


 "여기서 오래 있을 예정이 아니니까.. 영주의 딸이 어디있는지를 알려주세요."


 "결국에는 찾으러 가려고 하는구만. 미리 연락해 둘테니까, 이 마을의 중심부로 가보게.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한 5분정도 걸으면 도착할거야."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길드에서 나온 나는 중심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귀찮아





 [카데스의 어딘가.]


 "..하아, 하.."


 동굴, 그리고 차가운 물.. 팔에 묶여있는 쇠사슬.


 여긴 그 곳인가..


 젠장할, 이번에도 실패한건가?


 "오랜만이군."


 낯익은.. 정확히는 증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G..스컬.."


 "이렇게 다시보니 반갑군, 그래 아무래도 이번에도 실패한 거 같아보이군."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똑같이 잡혔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내진 않을거다. 네가 기대한 변수가 있었지만, 그 변수가 절규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싶거든."


 "..무슨...!?"


 "똑같아보여서다. 네가 그렇게 구하고 싶어하는 그 친구와."


 ...이 자식이!


 -철컹!


 주먹을 휘두르려 팔을 뻗어보았지만, 오히려 쇠사슬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다.


 "크윽.."


 "더 발버둥쳐 보거라, 나올 수 있는지. 아무튼간에 기다리고 있거라, 모든게 끝나고서 다시 마주하는 네 친구의 죽음을."


 그렇게 말하며 울려퍼지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멀리서 흐리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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