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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13화
2019-02-09 20:16:48
 ".. 여기가 영주의.. 저택인가? 참 으리으리하게도 사는군."


 종이에 적혀있는 대로 찾아온 이 곳은 영주의 집, 즉 내 신분증을 훔쳐간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다. 당연한 거지만 으리으리한 영주의 저택을 보니까 짜증을 견딜수가 없다.


 똑, ㄸ.. 콰직!


 "무, 무슨 이런 무례한!! 갑자기 문은 왜 부시는 겁니까?!"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검은 머리에 검사 복장을 한 여인이 당황하며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역시, 이래서 천민들과는 상종하면 안되는.. 히익!"


 문을 더듬으며 짜증나는 말을 해대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죽기 싫으면 당장 내 물건 내놔."


 눈을 크게 뜨고 점점 작아지는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봤다.


 

 역린
2. 붉은 달


글 앤더
그림 리희몽


 "크흠, 흠..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시죠, 곧 아가씨께서 들어오실 겁니다."


 끼익, 탁.


 마치 전통 가옥처럼 생긴 저택은 정말 고요했다. 일하는 하인들마저 격식을 차리고 있었고, 아까 행패를 부렸던 나를 생각하니 부끄러울 다름이다.


 '..신분증을 훔쳐갔으니까, 이런 행패를 부리는거잖아.'


 마음속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최대한 '후룩'소리가 안나게 앞에 놓여진 녹차를 마시려고 한다.


 "앗뜨뜨!"


 몇번 불어도 뜨거운 녹차에 큰 소리를 내고 주변을 살펴보지만 다행히 밖에 들리진 않았나보다.


 -드르륵.


 "이제서야 들어오는.."


 "처음 뵙겠습니다, 하스티 리피로베스라고 합니.."


 그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을 때


 "하아, 아직도 내 말이 장난으로 보이나보네."


 내 신분증을 훔쳐간 여자애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기모노 비슷한 옷을 입은 분홍색 머리를 땋아내린 여성이 들어왔다.


 아까도 그렇고 그냥 천민이라고 무시하는건가? 이리저리 짜증나네.


 "자, 잠시ㅁ.."


 "『세이라르 메티라움』"


 -콰직, 콰아악.


 내가 일어선 자리부터 시작해서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이 방은 내가 마법 하나만 영창하면 무너지는, 그러한 상황의 썩은 나무들로 변해갔다.


 "『리카.."


 "잠시만요! 제가, 제가 그 꼬마아이가 맞습니다."


 급해보이는 분홍빛 머리의 여성, 하스티가 일어나서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참나, 지금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하. 그렇다면 하나만 묻지, 내 신분증은 왜 훔쳐간거냐?"


 "그, 그게.."


 "『리카비시움 벳.."


 "심심해서!! 심심해서 그랬었어!!"


 하.


 "그게 자랑이냐고 떠드는거냐?"


 내 말에 움찔한 여성이 입술을 깨물고서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과하던가, 아니면 죽던가."


 "그, 그러니까.."


 "미안한데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아니거든?"


 ".....죄, 죄송합니다.."


 -쩌적, 쩍.


 갈라진 나무판이 다시 붙고, 벽들도 언제 부셔졌었다는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털썩.


 힘이 풀려 주저앉은 그녀가 손뼊을 쳐서 신호를 주자 밖에서 대기하던 하인이 들고있는 함 안에 들어있는, 마치 귀중품같이 생긴 신분증을 꺼낸다.


 "뭐, 나니까 이정도로 끝나는건데. 남의 물건은 함부로 훔쳐가는게 아니다. 네가 멋대로 자라서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니 맘대로만 되는 세상이 아ㄴ.."


 "아니야, 그런게 아니라고.."


 펑, 하고 귀족의 옷을 입은 소녀로 변한 그녀가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때 본 꼬마애보다는 커보였고 아까의 모습보다는 작아보인다. 한 13~14살쯤되는 것같다. 신체 변화의 능력을 가진 건가?


 "그럼 뭔데?"


 "..마음에 드는 남자의 물건을 훔쳐서 그 남자랑 만나고 서로 사랑에 빠져 연애하는 소설대로 했단말이야.."


 뭔 이상한 막장 스토리의 소설을 읽은거야..?


 "어이, 소설에 빠져서 사는건 좋은데 그걸 현실에서 기대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 정신건강에 안좋아."


 "하지만, 하지만.."


 "그럼 나는 이만 가볼테니까, 네가 훔친 물건들 꼭 주인들 돌려줘라. 안 그러면 알지?"


 "...응.."


 그렇게 말하고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땅에서 튀어나온 흙과 섞여있는 잔디 마당을 지나 대문으로 걸어간다.


 잔디랑 흙을 원래대로 해놓는건 귀찮으니까 뭐라고 하기전에 빨리 자리를 뜨자.


 "드디어 쉴 수 있겠구만.. 하아암, 이왕 나온거 맛있는거나 좀 사먹다가 들어갈까."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대문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오빠!!"


 "..도망쳐야겠어."


 뒤에서 쫒아오는 하스티를 보고는 불안한 느낌을 잔뜩 느끼고 대문에서 뛰쳐나왔다.


 '왜 갑자기 오빠라고 하는 거지? 아 제발 내가 예상하는 그게 아니여야 할텐데.'


 언제 따라잡았는지, 하인들을 끌고온 하스티가 내 옷깃을 잡았다.


 "..저, 저랑.. 데이트 한번만.."


 얼굴을 붉히며 갑자기 데이트 신청을 하는 하스티.


 "그건 무슨 전개냐?! 분명히 나는 너한테 교훈을 주고 떠난거라고!! 그리고 넌 내 이름도 모르잖아?!"


 "..시간당 십만엘."


 "그래, 그래 하스티. 오빠 이름은 아스타라고 한단다."


 오늘 처음본 여자애한테 그것도 급전개로 매수당했다.




 "..근데 왜 갑자기 데이트 신청을 한건데?"


 따라오겠다는 하인들을 떨쳐내고, 후불 결제로 딜을 본 뒤 여유롭게 한적한 거리를 걷던 내가 하스티에게 물었다.


 "그냥, 어..음.."


 얼굴이 붉어진 하스티를 보니까 별로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아졌다.


 "어쨌든간에 데이트니까.. 뭐 먹고싶은 거라고 없어?"


 "으,응."


 "정말로? 고민하는 눈빛인데?"


 우물쭈물거리면서 말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하스티가


 "..저 사실 아이스크림이라는 거 먹어보고 싶어."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다른데 두며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귀족 아가씨니까.. 이런 음식은 먹은 적이 없겠네.

 
 "그럼 따라와, 내가 여기 지리는 잘 모르지만 길이라던가 주변 건물 외우는건 잘하거든."


 뭔가 나이차가 별로 안나는 사촌 동생 느낌이 나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아까 봤었던 베이커리로 달렸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괜찮겠지.


 그녀가 생각나는 일은 없을테니까.




 급전개 노린겁니다.


 네 노린겁니다.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의 일러스트입니다.
 리희몽씨가 그려줬어요.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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